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02화(302/576)
제302화
전재형 회장은 창밖에 선 채 양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한성 쪽에서 짹짹이에 대한 투자를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태국 도련님께도 이 사실은 들어갔고요.”
“현재 상황은?”
“계약서 조율을 거의 마친 상태라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시중에는 거의 도장을 찍을 것 같은 분위기로 흘려놨지만, 삼전 정보팀을 통해서 내부적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마지막 수익 배분 비율에서 서로 약간의 신경전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한성 측에서는 국내 수익률을 좀 더 높게 책정하기를 바라고, 짹짹이의 잭 더치는 미국 내 다른 투자사들과 동일하게 책정하기를 바라는 거죠.”
“조율될 것 같은가?”
“잭 더치가 고민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잭 더치 입장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생각보다 적다고 여길 것입니다. 일본도 있고요. 그렇다고 한국에서 선례를 남기면 다른 아시아 지역 진출 시 불리하다고 여길 것이고요.”
“며칠이라…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은 있나?”
“잭 더치의 결심만 선다면 한성 쪽에서는 언제든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턱을 매만졌다.
한성이 짹짹이에 투자라….
그건 분명 ‘페이스 노트’에 개인 SNS를 개설한 자신을 견제하는 것일 게 뻔했다.
게다다 ‘페이스 노트’ 아시아 총콸 매니저인 전태국이 자신의 아들이니, ‘페이스 노트’를 뚫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페이스 노트’ 측의 다음 스텝은 뭔가?”
“태국 도련님이 기밀이라고 말씀하셨지만, 회장님만 알고 계십시오.”
“내가 아들 앞길 막을 사람은 아니지 않나.”
“태국 도련님이 하도 조바심을 내셔서요. 태국 도련님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처음 봅니다.”
전재형 회장은 대답 대신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학 나와서 삼전 그룹에 자리 하나는 마련해줄 생각이었다.
멍청해도 주변에 똑똑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 포진해주면 얼굴마담으로서는 제 역할을 다할 거라는 기대는 있었다.
그런 기대 하지 않았던 아들이 전성국 덕분에 바뀌고 있었다.
“어서 말해보게.”
“얼마 전에 샌프란시스코행 퍼스트 클래스 표를 예약해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미국에 간다고?”
“아플사의 신제품 발표가 다음 주거든요.”
아플사라?
그 말만 들어도 전재형 회장의 미간에는 주름이 갔다.
“그래서?”
“성국 군을 비롯해서 ‘페이스 노트’의 임진서 씨도 다 같이 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이유를 물어보니 아플사 신제품 발표 때 뭔가 일이 하나 터질 모양입니다.”
“흠…. 정확한 건 알아봤나?”
“태국 도련님이 이건 끝까지 말씀 안 하시더라고요.”
“그 입 가벼운 녀석이?”
“태국 도련님이 정말 많이 변하고 계십니다. 참, 그리고 한성과 짹짹이의 계약 체결일을 정확히 알 수 있냐고도 물어보시더라고요. 이건 제 추측이긴 하지만 아플사 신제품 시연 날에 뭔가가 일어날 것이고, 그 일 이후로 한성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엷은 미소를 띠었다.
이건 분명 전성국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태국의 그 뒤를 바싹 쫓아가는 모습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법인 직원들 아플사 신제품 발표회에 보내지?”
“그렇습니다.”
“태국이랑 성국 군 밀접하게 보필하도록 준비해두게.”
“네.”
“그리고 상황마다 자세히 보고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대답을 마치곤 양 비서는 전재형 회장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같이 일해 온지 벌써 몇십 년.
전재형 회장도 양 비서가 무언가 망설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 비서, 할 말 있나?”
“회장님, 삼전이 ‘페이스 노트’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고… 다른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SNS 개설 이후에 어떤 행보도 보이지 않는 이유 여쭤도 될까요?”
전재형 회장은 관자놀이를 살짝 긁은 뒤 대답을 했다.
“그거야…. 내가 투자한다고 해도 성군 군은 절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니까. 짹짹이도 지금 당장 한국에서 부진하단 이유로 한성의 자본을 받을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장이라는 콘셉트가 SNS의 기본인데, 자본이 들어가면 그렇게 되겠는가.”
“말씀 듣고 보니 그러네요.”
양 비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재형 회장은 전성국이 자신을 이용할 뿐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전성국이 어떻게 해결하게 될 것인지, 전재형 회장은 더욱 기대가 됐다.
* * *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퍼스트 클래스.
임진서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연신 샴페인을 마셨다.
“성국… 아니죠. 이제부터는 대표님이라고 부를게요.”
“우리 회사 원칙이 이름을 부르는 겁니다, 임진서 씨.”
“일반 사원까지 퍼스트 클래스 태워주시는데, 당연히 대표님이라고 하고 싶죠.”
약간 술이 오른 임진서는 조금 흥이 올랐다.
“그건 윌리엄에게 감사해요. 난 윌리엄에게 비즈니스 예약하라고 했는데, 윌리엄이 자기는 평생 비즈니스는 타본 적이 없다고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로 해서 예약한 거니까요.”
“임진서 씨, 나한테 감사해요. 성국 말처럼요.”
비행기에 타자마자 이미 전태국도 샴페인을 연달아 마시고 흥이 제법 올라 있었다.
더군다나 퍼스트 클래스에는 나와 전태국, 임진서 딱 세 명뿐이었다.
“와, 역시 재벌이 좋구나. 윌리엄, 윌리엄은 평생 이런 대접 받으면서 살아온 거죠?”
“이런 대접이라뇨. 이건 그냥 일상인 거예요, 임진서 씨.”
전태국은 시원하게 샴페인을 들이켰다.
임진서도 따라서 샴페인을 원샷하더니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도 샴페인 한잔하시죠. 왜 안 하세요?”
“흠… 제가 안 드린 말씀이 있네요.”
나는 노트북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그게 뭔데요, 성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면 마크가 마중 나와 있을 거예요. 바로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가서 아플사 신제품 시연회 때 찰리 잡스가 우리 ‘페이스 노트’ 앱을 누르면 바로 보일 SNS에 대해서 회의를 시작할 거예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페이스 노트’ 마케팅과 개발 부서 직원들 해서 스무 명 이상 참여하는 회의가 될 겁니다.”
안 봐도 두 사람이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나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그 말은 두 사람 지금 그렇게 샴페인 마실 시간 없다는 거죠. 회의 때 한국 지사 사람들만 꼴통 소리 듣기 싫으면 지금부터 시작해서 가장 효과적인 ‘페이스 노트’를 찾아서 그 이유와 당사자와의 콘택 방법과 가능성 등 다 타진해서 리포트 작성하세요.”
“성국!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전태국이 칭얼거렸다.
“원래 발 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일하는 게 최고잖아요. 다들 샴페인을 마시든, 캐비어를 먹든 상관은 안 해요. 일만 제대로 마쳐요. 회의는 정확히 샌프란시스코 도착해서 2시간 후에 시작됩니다.”
“진짜 너무하네!”
“내 말이요!!!”
두 사람의 원성이 들렸지만, 나는 귀를 닫아버렸다.
찰리 잡스까지 나섰는데, 이 기회를 그냥 편하게 흘려보내는 건 내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 * *
“성국!!! 태국!!!”
마크가 격하게 우리를 반겼다.
“마크, 이제 나 윌리엄이라고 불러. 영어식 이름이야.”
“태국, 미국에서는 줄창 한국 이름 쓰더니 한국 가서 영어식 이름 쓰는 건 또 뭐야?”
마크가 정곡을 찔렀다.
“한국에서는 이제 ‘페이스 노트’ 직원이니까.”
“암튼 다들 고생했어.”
나는 마크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크, 그사이에 새 차를 샀다는 소식 좀 듣고 싶은데.”
“무슨 소리야. 난 그렇게 차 쉽게 바꾸는 사람 아니야. 알면서….”
그 말은 오늘도 마크의 중고차를 타고 ‘페이스 노트’의 본사로 가야 한단 의미였다.
“내가 쓰라고 주고 간 내 포르샤 있잖아.”
“손에 안 익어서 잘 안 몰게 되더라. 그래도 이제 제법 운전 익숙하니까, 회사까지 무사히 모실게. 걱정 마.”
“참, 여긴 임진서 씨. 우리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사에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 담당하고 계셔.”
나는 얼른 임진서를 소개했다.
마크와 임진서를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곧바로 본사로 향했다.
* * *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인가….]‘페이스 노트’ 본사로 들어가자, 샘과 애덤이 격하게 나를 반겼다.
“성국!!!”
“성국, 이게 얼마 만이에요!!!”
‘페이스 노트’의 유명한 덕후 두 명이 나를 격하게 반기니 기분이 약간 묘했다.
[나는 인싸 중의 인싸인데….]뒤에서 임진서가 웃음을 꾹 참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자, 다들 회의 준비 됐죠? 다음 주에 있을 아플사의 신제품 시연회 때 찰리 잡스가 저희 앱을 전면부에 등장시킬 거예요. 그리고 누르기로 이미 약속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뭘 하면 된다?”
“가장 핫한 SNS를 노출시켜야죠!”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
“그렇죠. 이제부터 그 가장 핫한 SNS를 찾기 위해서 시간제한 없는 회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자, 다들 커피 가득 채우시고 회의실… 아니, 사무실에서 회의하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의견들 많이 내주세요.”
마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제한 회의에, 자유로운 분위기라니? 이건 거의 수용소에 가둬두고 강제 회의시키는 건데….”
“마크, 개발 쪽이라고 빠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이때, 리미미가 손을 번쩍 들었다.
“사장님! 전 보안 문제상 컴퓨터 앞을 떠날 수가 없어서, 회의 참석은 어렵겠습니다.”
“리미미 씨, 대신 보안에 문제 생기면 각오하세요!”
“당연하죠!”
그렇게 무제한 회의가 시작됐다.
* * *
유명 인플루언서.
유명 기업가.
유명 정치인.
뭐 뻔하디뻔한 아이디어들이 회의 시간 내내 계속됐다.
“버락한테 연락하면 당연히 허락하겠죠. 그런데 버락 너무 식상하지 않아요? 심지어 버락은 짹짹이도 열심히 한다고요.”
사실 지금은 짹짹이를 더 열심히 했다.
나의 질책에 직원들의 얼굴은 점점 노랗게 뜨고 있었다.
벌써 다섯 시간 째.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면 계속된 회의였다.
[심지어 나는 화장실도 안 갔다고!]나는 커피를 연이어 들이켰다.
“좀 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인물! 감동의 서사! 이런 거 없냐고요!”
하지만 좌중은 조용했다.
마크가 내 어깨를 탁 잡았다.
“성국, 밥은 먹어야 머리가 돌아가지.”
“그래, 난 피자.”
“정말 못 말리겠어. 암튼 피자 먹으면서 한 시간만 딱 쉬자. 알았지?”
“오케이.”
나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 * *
오랜만에 피자를 한입 물고 난 뒤, 나는 한숨을 돌렸다.
다섯 시간 내내 소리치고 몰아붙였더니, 나도 에너지가 다 나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조용히 피자 한 조각을 들고 정원으로 나왔다. 직원들이 오랜만에 만난 나를 보고는 잔뜩 주눅이 든 것 같아서였다.
[정말, 다들 뻔한 것들만 이야기하다니….]나는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피자를 한입 먹었다.
이때, 뒤로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뒤돌아보자 거기엔 낯선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안경을 쓰고, 치아 교정기를 한. 마치 하이틴 영화에 나오는 왕따 같은 모습을 한 여자였다.
“누구죠?”
“아, 성국… 저는 성국이 한국 가고 나서 마케팅팀에 채용된 수잔인데요.”
“수잔, 무슨 일이에요?”
“저… 아까 다들 너무 열심히 말해서 제 의견을 말 못 했는데요. 다들 너무 유명한 사람들만 말해서요.”
나는 수잔을 응시했다.
“수잔, 별 내용 아니면 지금 내 소중한 밥시간을 빼앗은 거예요.”
“아… 그럼, 말 안 할게요.”
뭐지?
“수잔, 그냥 말해요!”
“아, 네… 아니, 말보다는 이것 좀 보세요.”
수잔은 핸드폰으로 ‘페이스 노트’ 이용자 한 명을 보여줬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아이. 그런데 배경은 분명 병원이었다.
“이 아이는 누구죠?”
“이 친구가요…. 지금 소아암으로 투병 중이거든요. 병실에서 24시간 지내는데, 유일한 소통 창구가 저희 ‘페이스 노트’에요.”
순간 내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