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06화(306/576)
제306화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쇼를 마친 찰리 잡스는 후련한 얼굴이었다.
“찰리, 멋졌어요! 완벽했고요!”
“늘 듣던 말이지. 근데 앞으로 이 말을 내가 더 들을 수 있을까, 성국?”
“찰리, 너무 앞날만 생각하지 말아요. 이미 당신이 걸어온 길 자체가 완벽하니까요. 그리고 이젠 병 때문이 아니라 후계자를 물색할 때도 됐잖아요.”
“가끔 자네는 나보다 인생을 더 산 것 같다니까….”
찰리 잡스는 힘없이 웃으면서 내게 이번에 새로 나온 아플폰을 내밀었다.
“자네가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이 아플폰을 처음으로 쓰는 사람이 될 걸세.”
“그 말은… 광고하란 말이죠?”
“역시 자네는 나랑 비슷하단 말일세.”
찰리 잡스는 다시 환하게 웃었다.
역시 일할 때 찰리 잡스는 빛이 났다.
내가 이 핸드폰을 쓰는 모습 그 자체를 언론과 파파라치들은 미친 듯이 찍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챙겼다.
“찰리, 오늘부터 바로 광고 들어갑니다!”
* * *
전태국의 양손에는 아플사의 마크가 선명한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었다.
“윌리엄, 어서 삼전 비서팀 불러요. 너무 많이 산 거 아니에요?”
“삼전 비서팀은 이미 내가 산 거 가지고 이동 중이야. 보내고 나니까, 또 아쉬워서 사다 보니 이렇게 됐어. 한국 사무실 기기들도 다 아플사 것으로 바꿔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임진서 씨 삼전 노트북 쓰던데, 바꿔줘야 할 것도 같아서….”
“그거야 한국에서도 사도 되잖아요.”
“찰리 잡스가 시연한 곳에서 사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성국아, 나 찰리 잡스의 팬이잖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때, 내 손에 들린 아플폰을 발견한 전태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국아, 그거… 그거… 그거….”
심지어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찰리 잡스가 줬어요. 아마 제가 세계에서 찰리 잡스 다음으로 아플폰 신제품을 손에 쥔 걸 거예요.”
“성국아, 그거 나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물론 안 되죠. 전 이제부터 이걸 광고해야 하거든요.”
“어떻게 광고하는 거야?”
“저 전성국이에요.”
전태국이 살짝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
“애슐리 홈즈가 말한 마성의 남자이자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의 대표. 오늘은 거기 다 구씨 슈트도 입었잖아요. 아플폰을 들고 나가는 순간, 기자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플래시를 터트릴 게 뻔하다고요.”
“하아…. 정말 저 잘난 척….”
“자, 윌리엄. 우리 같이 나가볼까요?”
“그래, 나가자. 나가.”
전태국은 서당 개 마냥 내 뒤를 졸졸 쫓아왔다.
* * *
“성국!!!”
“성국! 여기 좀 봐줘요!”
“제발 여기도요!!!”
여기저기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카메라를 슬쩍 피하면서 한 손으로 아플사의 새 핸드폰을 들어서 얼굴을 가리는 척했다.
“대박! 저거 이번 신제품이잖아!”
“성국!!! 그 제품 이번 아플 신제품 맞죠? 1등으로 받으신 거예요?”
하지만 나는 대답은 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싱긋 웃으면서 아플폰을 잠시 노출한 뒤 주머니에 자연스럽게 넣었다.
* * *
– 찰리 잡스의 새로운 핸드폰. ‘페이스 노트’의 전성국이 세계 최초로 든 것 포착!
– 이번 아플사의 신제품 시연회를 통해서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인지도를 다시 떡상시킨 전성국!
– 미국 10대, 20대, 30대 여자들이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 1위, 전성국!
– 크리스마스 휴가를 같이 보내고픈 남자에 레오나르도 디카스테라와 나란히 이름을 올린 전성국.
미국의 언론은 나의 스타성에 다시 한번 주목했고, 삼전 그룹의 후계자 전태국의 행동도 눈여겨봤다.
– 아플사의 라이벌인 삼전 그룹의 후계자 전태국은 오늘도 아플 신제품을 휩쓸다!
– 전태국이 아플 행사장에 나타날 때마다 삼전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혹시 전태국의 이런 행동은 삼전 그룹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고도의 마케팅인가?!
이번에도 전태국은 아플의 제품들을 싹쓸이한 것으로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었다.
이제 언론은 전태국이 가지고 있는 찰리 잡스에 대한 팬심을 삼전의 마케팅이 아닌가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다.
전태국은 생각보다 여전히 본능이 앞서는 인간이었다.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쭉 켜고 창밖을 바라봤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타이밍이었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대답도 전에 전태국이 들어왔다.
“성국아…, 기사 아직 나기 전인데, 한성에서 짹짹이 투자 안 하기로 했대.”
“흠… 그럴 줄 알았어요.”
한명희 회장은 역시 녹슬지 않았다.
나이는 많지만, 이렇게 큰 회사를 운영해온 사람에게는 경험과 감이라는 게 있었다.
한명희 회장이 보기에도 세계적인 기업인 아플사가 선택한 ‘페이스 노트’가 짹짹이에 비해서 미래가 더 밝아 보일 게 뻔했다.
“암튼… 다 아는 듯이 말하긴. 너도 쫄아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온 거잖아.”
“어제 그 시연회를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제 대세는 우리라는 것을 알아봤겠죠. 더군다나 기업 하는 사람인데요.”
“그래… 난 잠 좀 더 자야겠어. 어제 밤새 새로 산 아플사 제품들 보느라 잠도 설쳤어.”
[그렇게 공부를 좀 하지!]이런 잔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윌리엄, 한국 돌아갈 표 좀 알아봐 줘요.”
“어… 그게…”
무슨 일이지?
“성국이 빨리 돌아가야해?”
“한국 지사를 비워둘 순 없죠. 짹짹이가 한 방 먹고 휘청거릴 때, 바로 가서 우리도 제대로 가격을 해야죠.”
“그게… 사실은 이번 주말에 임진서 씨 말이야. 임진서 씨 샌프란시스코 투어해 주기로 했거든.”
나는 전태국을 빤히 쳐다봤다.
[지금… 혹시… 설마… 임진서 씨한테 관심 있다는 거야?]전태국의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맞네, 맞아!]나는 전태국의 어깨를 토닥였다.
“윌리엄… 사내 연애 금지인 거 아시죠?”
“마크랑 미미 씨도 있잖아.”
“여긴 미국이고요.”
“한국 지사는 안 되라는 법이 어디 있어. 미국이랑 똑같아야지.”
“윌리엄… 아니 형, 하나만 물어볼게요. 임진서 씨도 형한테 마음이 있는 거예요?”
“그, 그거야….”
또 혼자 사랑하는 모양이었다.
“형, 임진서 씨한테는 왜 또 반한 거예요?”
“진서 씨 멋지잖아. 일도 깔끔하게 잘하고. 어디 가서 주눅 들지도 않고…. 생각해보니까 비슷한 집안의 여자보다 임진서 씨처럼 자기 커리어 잘 챙기는 똑똑한 여자를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야.”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성국아, 뭐 할 말 있어?”
“그러니까… 아직까지 임진서 씨는 아무 관심도 없고, 형 혼자 좋아하는 거죠?”
“안 물어봐서 모르지, 그거야.”
[물어보나 마나지.]어쨌든 다행이었다.
“윌리엄, 이번 주말은 한국에서 보낼 겁니다. 비행기표 예약하세요.”
“근데… 왜 그러는 건데? 성국아, 네가 혹시….”
[그 눈빛 뭐야?]전태국이 또 헛다리를 짚은 모양이었다.
“성국아, 네가 임진서 씨 좋아하는 거야?”
“윌리엄, 사내 연애 금지라고 말하는 제가 임진서 씨를 왜 좋아합니까?”
“그거 아니면 왜 내가 주말에 임진서 씨한테 호감 좀 사보겠다니까, 바로 한국 가자는 거야?”
진실을 알면 뼈가 아플 텐데.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전태국을 단념시킬 방법도 없었다.
“형이 지금 말했죠. 임진서 씨 똑똑하고, 자기 일도 잘하는 여자라서 전재형 회장님이 좋아하실 거라고요.”
“응!”
전태국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 전재형 회장이 임진서 씨는 절대 좋아할 리가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임진서 씨 고모가 누군 줄 아세요?”
“그것까지는 내가 모르지….”
“임선미 배우요.”
전태국은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임선미가 은퇴한 것도 이제 10년이 넘었다.
간혹 연예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이제는 옛날 사람들이나 기억하는 그런 배우였다.
“성국아, 임선미가 누구야?”
“저랑 어릴 적에 삼전 전자 광고 찍었던 분이에요. 전설의 그 광고 있잖아요. 아빠! 라고 제가 말하는 거요.”
사실 나야 저번 생에서 전재형 회장과 임선미의 관계를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광고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오히려 반갑기까지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태국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그 광고 너 아기 때 아니야? 근데… 그때 임선미가 왜?”
“저도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러니까… 양 비서님한테 여쭤보세요.”
전태국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무리 눈치코치 없는 바보라고 해도 전재형 회장의 여성 편력 정도는 전태국도 잘 알 터였다.
“아, 알았어.”
“형… 한국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가죠.”
“…….”
전태국은 아무런 말도 없이 뒤돌아서 나갔다.
사실 임진서 씨의 이력서만으로는 임진서 씨와 임선미 배우와의 관계는 파악되지 않았었다.
내가 임진서 씨의 고모가 임선미 배우라는 사실을 안 건 정말 우연이었다.
임진서 씨의 이름을 착각하고 임선미라고 잘못 부르자, 임진서가 웃으면서 우리 고모 이름이라는 사실을 말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모가 한때 전재형 회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고, 후에 홍콩의 금융맨이랑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임선미 배우라는 사실도.
그나저나 전태국은 혹시… 여자면 그냥 좋아하고 보는 건가?
재벌가 3세면 3세답게 좀 영악하게 사람 앞뒤 좀 재고 따져야지… 정말 전생의 업보가 따로 없었다.
[내가 여자 문제까지 언제까지 뒤치다꺼리 해줘야 하는 거야!]* * *
전태국은 상기된 얼굴로 양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양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 도련님, 신문에 난 사진은 잘 봤습니다.
“양 비서… 내가 지금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한 게 아니고….”
– 인터넷에 도련님이 아플사 제품 사 들고 나오는 도배가 됐는데, 그게 궁금한 게 아니셨어요?
양 비서는 전태국의 속은 모른 채 너털웃음을 짓기까지 했다.
“양 비서… 내가 말이야.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 그게 뭔가요, 도련님?
“아빠랑 은퇴한 여배우 임선미랑 무슨 사이였어?”
전태국의 물음에 양 비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다급한 전태국이 재촉했다.
“양 비서, 왜 말이 없어? 무슨 사이였냐고!”
– 도련님이 굉장히 어렸을 때 일인데, 그걸 최근에 누구한테 들으신 건가요?
“그건 중요하지 않고… 내 말은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묻는 거야.”
– 네, 도련님이 상상하신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현재 계신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부에 있는 임진서 씨 고모가 임선미 씨 되십니다.
“그걸 왜 이제야 알려주는 거야!”
– 오래전 일이고… 이 일로 임진서 씨를 도련님이 색안경을 끼고 보실 수도 있어서 따로 보고드리지는 않았습니다. 검증 결과 임진서 씨는 스펙이나 커리어나 모든 게 완벽했거든요. 도련님이 보고 배울 점이 많은 분 같았습니다.
“…….”
전태국은 할 말을 잃었다.
– 도련님,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양 비서… 우리 일은 여기서 다 마무리가 됐어. 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퍼스트 클래스 예약해줘.”
– 네, 도련님.
전태국은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다시 찾아온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발목을 잡다니….
* * *
방 안에서 전태국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지.]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메시지를 확인했다.
세르게이 브릭이었다.
– 성국, 너튜브가 드디어 완벽하게 흑자로 전환된 것 축하하네. 이제 너튜브도 사실상 자네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네, 축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