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08화(308/576)
제308화
나는 팔짱을 낀 채 흥에 겨운 직원들을 쳐다봤다.
분명 내가 주인공인데, 흥은 직원들이 더 난 상태였다.
[내 축하 파티인 거야. 그냥 놀고 싶었던 거야?]맥주잔을 든 마크가 오더니 내 어깨를 툭 쳤다.
“성국, 직원들이 오랜만에 행복해 보여.”
“그러게….”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성국, 왜 이렇게 심드렁해?”
“아니, 그냥… 너튜브의 왕이 되었는데, 달라질 거는 별로 없네.”
[미국에서는 아직 술도 못 하시고.]나는 마크가 든 맥주잔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성국… 직원들 그동안 ‘페이스 노트’도 ‘페이스 노트’지만, 너튜브 때문에 솔직히 많이 긴장했었어. 이렇게 고생했는데, 다시 구굴로 돌아가기는 다들 싫어하는 눈치였거든. 어쨌든 이제 너튜브의 대표이자 최고 지분 보유자가 된 거 진짜 축하해!”
마크는 나를 흔들었다.
“성국, 제발 좀 즐겨!”
“알았어.”
마크는 살짝 술이 올라서 막춤까지 추면서 직원들 사이로 들어갔다.
리미미가 무척 창피해하는 게 보였다.
[마크, 제발 춤은 추지 마.]이때, 내 시야에 임진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전태국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히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잘 알았다.
아무리 마음으로 다잡아도 전태국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질 순 없었다.
[짝사랑은 가슴 아프지….]나는 막 막춤을 마치고 내려온 마크를 툭 쳤다.
“마크, 나는 윌리엄 데리고 나갈게. 어차피 술도 못 마시잖아.”
“주인공이 자리를 뜨게?”
“왠지 내가 없어야 다들 더 잘 놀 것 같은 분위기인데, 뭐.”
나는 마크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전태국을 잡아끌었다.
“성국아, 왜 그래?”
“윌리엄, 우리는 이만 집에 가죠.”
“벌써?”
“윌리엄, 그렇게 나 잡아먹으라는 눈으로 임진서 씨 보고 있다고 해결되진 않아요.”
“그게 보였어?”
나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전태국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국아, 나 재벌로 괜히 태어났나 봐.”
[남들은 태어나고 싶어도 못 태어나는 게 재벌이야, 전태국.]“사랑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다니.”
[어쭈, 배부른 소리 한다….]“윌리엄, 윌리엄이 깜빡 잊은 게 있는데요.”
“내가 뭘 잊었다는 거야?”
전태국은 다 죽어가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저는 윌리엄이 고백해도 임진서 씨가 받아줄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보거든요. 차이는 것보다는 아버지의 과거 때문에 못 만나는 게 훨 덜 상처받고 좋은 거 아니에요?”
[나 나름 배려해준 거야, 윌리엄. 그러니까 어서 정신 차려!]“하아… 내가 말을 말아야지. 사랑 한 번 안 해본 꼬맹이랑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냐.”
[나 저번 생에서 화려한 사생활을 자랑했다고.]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전태국을 잡아끌었다.
“윌리엄, 이제 진짜 우리는 집에 가요.”
순간, 전태국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충혈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나 말리지 마.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 내 마음의 결판을 보고야 말겠어! 나 말리지 마, 알았지?”
그러더니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
사람들 중에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몸소 체험해서 바닥을 보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아무래도 전태국은 후자인 모양이다.
나는 흥에 겨운 직원들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원래 직장 상사는 회식에서 카드만 넘겨주고 빠져나오는 게 예의라고 저번 생에서도 배웠다.
[나 좀 오늘 멋있네….]나는 조용히 내 포르샤에 시동을 걸었다.
* * *
밤늦은 시각, 전태국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도 술에 취했다는 생각이 드는 휘청거리는 발소리였다.
그리고 그 발걸음이 내 방으로 향했다.
똑. 똑.
“성국아, 자?”
[하아… 전생의 업보 차인 게 분명하네… 그러니까 내가 고백하지 말라고 했잖아!]나는 보던 자료들을 덮어두고, 방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예상대로 술이 떡이 된 전태국이 서 있었다.
눈두덩이는 부어있었고, 머리를 헝클어져 있었다.
“형, 괜찮아요?”
“성국아… 나 고백 안 했어.”
이게 무슨 소리지?
“나 고백 안 했다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 안 나는 건 아니고요?”
“성국아…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임진서 씨랑은 나랑은 어쨌든 일로 엮인 관계잖아. 그런 사이에서 괜히 내 감정만 생각해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건 아닌 것 같더라.”
[전태국, 이제 좀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거야?]전태국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일도 잘 못하는데… 이런 걸로 너한테 피해까지 주면 안 되지…. 성국아, 나 잘했지?”
“…….”
난 대답 대신 전태국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잘한 거야. 잘한 걸 거야. 성국아, 내일 오후 비행기야. 한국으로 돌아가자.”
“형, 푹 자요.”
“그래….”
전태국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던 전태국이 행동하기 이전에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됐다.
[전태국도 점점 성장하는 건가….]* * *
한국에 돌아와 보니 2010년 6월은 남아프리카 월드컵이 한창이었다.
거리마다 월드컵에 관한 광고가 즐비했고, 사람들은 모두 붉은 옷을 입고 다녔다.
물론 난 2010년 남아프리카 월드컵 결과를 다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 이후 다시 16강에 진출했고, 사람들은 언제나 늘 그렇듯 월드컵에 열광했다.
임진서도 열광하는 무리 중 한 명이었다.
“성국, 우리도 월드컵이랑 엮어서 이벤트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선 1차전에서 그리스를 2대 0으로 이겨서 지금 분위기 완전 좋잖아요.”
“그리스는 워낙 약체고요. 아르헨티나랑 경기가 오늘이죠?”
“짹짹이 측에서는 다 같이 모여서 응원하는 이벤트 같은 거 하는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전은 질 게 뻔한데….”
내 말에 임진서가 발끈했다.
“성국,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르헨티나가 여러 가지 전적에서 앞서고는 있지만, 못 이기라는 법은 없잖아요! 해보지도 않고, 질 거라고 판단하다니요!”
월드컵 시즌만 되면 모두들 열혈 애국자가 됐다.
“임진서 씨, 진정하시고요.”
“아, 죄송해요. 성국… 난 그냥 우리나라가 이길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리스전은 진짜 잘했거든요. 근데, 성국이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렇죠.”
[미래를 알면 나처럼 된다고…]“임진서 씨, 제 생각에는 이번 아르헨티나 경기는 준비 시간도 부족하고, 이미 짹짹이 쪽 이벤트가 크니까 저희는 다음을 노리죠.”
“마지막 경기요?”
“그날 ‘페이스 노트’ 홍보 겸해서 광장 응원할 때 ‘페이스 노트’ 사용자들에게 맥주나 음료를 나눠주는 부스를 설치해서 직접 홍보해보는 거 어떨까요?”
임진서의 눈이 동그래졌다.
“성국, 괜찮은데요. 거기다 하나 더 제가 제안할게요!”
“뭔데요?”
“성국이 직접 붉은 악마 티를 입고 ‘페이스 노트’ 사용자들에게 맥주나 음료를 나눠주는 거예요.”
“내가요?”
[내가 왜 그런 하찮은 일을 해야 하지?]임진서가 내 얼굴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성국, 이런 알바 해본 적 없겠지만. 원래 잘생기고 예쁜 알바생이 하는 가게 매출이 터져나가거든요.”
“그 말인즉슨 잘생긴 내가 직접 서빙을 해야 ‘페이스 노트’ 홍보에 더 도움이 된다 이 말이죠?”
“인정하기는 싫지만 틀린 말은 아니죠.”
이때, 때맞춰 전태국이 들어왔다.
“윌리엄, 다음 주 화요일에 있을 나이지리아와 대한민국 경기에 맥주나 음료 나눠주는 ‘페이스 노트’ 부스를 설치하려고 해요.”
“성국, 나보고 협찬 받아오라는 이야기지?”
“이젠 단번에 알아듣네요.”
“근데 오늘 아르헨티한테 완전 깨지면 다음 주 마지막 경기는 좀 흥이 안 날 텐데. 그래서 짹짹이도 오늘 경기에 이벤트 하는 거잖아.”
“전 왠지 이번에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할 것 같거든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성국, 아까는 아르헨티나한테 질 거라고 그러고는….”
“아르헨티나한테는 지고… 나이지리아랑은 비기면 뭐… 16강 진출할 수도 있겠죠.”
따악- 전태국이 손뼉을 부딪쳤다.
“우리 오늘 경기 내기할까?”
“무슨 내기요, 윌리엄?”
임진서가 궁금한 얼굴로 묻자 전태국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도 마음 정리가 안 된 모양이네…. 쯧쯧….]“아… 그냥… 우리끼리 저녁 내기할까요?”
“좋아요!”
임진서가 흔쾌히 찬성했다.
“두 분이서 내기하세요. 저는 가족들이랑 경기 같이 보기로 해서요.”
“에이, 둘이서 내기하면 재미가 없죠.”
“그럼, 내기는 다음 경기 때 하죠. 그땐 부스 일도 있으니까, 일하면서 경기 봐야 하잖아요.”
전태국도 웬일로 재빠르게 포기했다.
* * *
집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
전태국은 다음 주에 있을 나이지리아아의 경기 협찬에 대해서 보고했다.
“하이투 쪽에서 맥주는 협찬해주기로 했고, 커피는 지금 막샘이랑 의논 중인데… 내가 누구겠어?”
“‘페이스 노트’의 아시아 총괄 매니저이자 삼전 그룹의 후계자이시잖아요.”
전태국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브이 자를 그렸다.
“막샘이 좀 고민하기에, 양 비서한테 말해서 내 힘 좀 썼지. 그랬더니… 당장 협찬해주기로 했어.”
“고마워요, 윌리엄.”
요즘 전태국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다.
“참, 윌리엄… 아까 왜 임진서 씨랑 내기 그냥 그렇게 끝낸 거예요?”
“내가 말했잖아. 임진서 씨에 대한 내 마음은 나 혼자 고이 간직한다고. 그러려면 적절하게 선을 그어야지. 괜히 둘이 있다가 또 마음이 나대면 안 되잖아.”
“윌리엄, 오늘은 좀 외로워 보이는데… 우리 집 가서 아버지 보쌈에 맥주 마시면서 같이 응원하는 거 어때요?”
[내가 오늘 인심 좀 썼다!]전태국이 어이없단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요, 윌리엄?”
“난 당연히 너랑 같이 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미 너희 집에 박 비서 시켜서 술이랑 음식 가져다 놨어.”
“네에?”
“축구 경기에는 역시 치킨 아니겠어? 오늘 같은 날은 치킨 시키기 어렵다고 해서 박 비서한테 말해서 삼전 호텔 주방장이 직접 튀긴 치킨이야. 어서 가서 뜨거울 때 먹자.”
띵.
엘리베이터가 부모님 댁 층에 멈췄다.
전태국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나를 뒤돌아봤다.
“성국아, 뭐 해. 치킨 식겠다.”
동시에 집 안에서는 이미 응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 * *
내 예상대로, 아니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아르헨티나와 대한민국의 경기는 4대 1.
대한민국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리고 여론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리스를 이긴 것은 운이며, 여전히 조직력과 공격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변방 축구라는 비판이 수없이 터져 나왔다.
이런 후폭풍을 염려해서 아르헨티나전에 이미 이벤트를 한 짹짹이 측도 4번째 골이 들어간 후반에는 사용자들이 많이 이탈했단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자료들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암튼 한번 못했다고…”
하지만 임진서와 전태국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성국….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강호잖아요. 아르헨티나전 보니까… 나이지리아랑 경기 너무 걱정돼요.”
“진짜 맨날 경우의 수. 우리나라도 좀 속 편하게 16강 진출하면 안 되나.”
전태국도 투덜거렸다.
“그럼, 우리 내기할까요?”
“무슨 내기? 16강 탈락은 거의 확실시 되는데….”
전태국은 이제 시니컬하기까지 했다.
“나이지리아를 비기거나 이기면 16강 올라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 희박한 경우의 수에 목숨 걸기 싫어. 난 그날 그냥 열심히 일이나 할래.”
이때, 임진서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국 말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잖아요. 난 우리나라가 16강에 꼭 진출할 것 같아요.”
“그럼, 임진서 씨는 저랑 같이 16강에 진출에 거는 거죠?”
“그럼요, 성국.”
나와 임진서는 전태국을 바라봤다.
“윌리엄은요?”
“난 그 반대지.”
“그럼, 우리 이 내기에 뭘 걸까요?”
전태국은 시니컬한 얼굴로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난… 우리나라가 16강 탈락한다는 거에… 내 삼전 주식을 걸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