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09화(309/576)
제309화
전태국의 얼굴은 진심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한 건가….
[전생의 업보… 그래도 삼전 후계자에 경영학과 나왔으면 자신의 주식이 투자자들이 가지는 것보다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전태국이 가진 삼전의 주식은 일반인들이나 투자자들이 가지는 주식과 의미가 달랐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후계 구도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사람 좀 되는가 싶더니….]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전태국을 쳐다봤다.
“윌리엄….”
내 목소리에 전태국이 움찔했다.
“성국아… 왜 그렇게 불러? 불안하게. 내가 뭐 잘못했어?”
“윌리엄, 지금 윌리엄이 가진 주식을 고작 월드컵 내기에 걸겠다는 거예요?”
“고작이라니… 우리나라는 축구의 민족이라고. 허구한 날 16강 탈락하고, 맨날 헛발질만 해대지만,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민족인데… 그 가치면 삼전의 주식이랑 비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윌리엄은 16강 탈락에 걸었잖아요.”
“대한민국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난 채찍도 필요하다고 여기거든.”
전태국은 당당했다.
“우선 내기 조건은 바꾸죠, 윌리엄. 윌리엄이 내기에 주식을 걸었다고 해도 아마 이 사실을 알면 전재형 회장님이랑 독대를 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내 말에 전태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재형 회장과의 독대는 그동안 내가 전태국을 서포트 해주면서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주식을 내기로 건다면 분명 독대를 할 수 있는 아주 유력한 사건이 될 게 뻔했다.
만약 주식을 건다면 전재형 회장과의 독대에서 전태국에게 날아올 것은 상상도 못 할 물건일 것이었다.
[전태국, 이런 내기에 목숨 걸 생각이야?]이때, 임진서가 나섰다.
“윌리엄, 내가 생각해도 주식은 너무했어요. 윌리엄은 항상 너무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것 같다니까요. 아무리 지금은 ‘페이스 노트’에서 일하지만, 윌리엄은 삼전의 후계자잖아요.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그제야 전태국도 정신을 차렸다.
“아… 그래도 내기인데, 좀 그럴듯한 것을 걸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럼, 주식 대신에 제 롤아이라도 걸까요?”
“됐어요, 윌리엄. 그냥 우리 주식이나 명품 말고… 내기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면 어떨까요? 돈도 안 들고 좋잖아요.”
임진서의 제안에 전태국은 얼른 찬성했다.
“난 좋아! 성국아, 넌?”
“저도 좋아요. 하지만 제 소원은 돈이 들 수도 있어요.”
“성국, 그냥 돈 안 드는 걸로 해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일주일 동안 사무실 책상 정리해준다든가.”
“제 책상은 항상 깨끗한데요.”
나는 정말 임진서가 이해가 안 됐다.
[전태국이라는 알라딘 램프가 있는데, 왜 자꾸 돈 안 드는 소원을 빌라는 거야?]임진서는 나의 떨떠름한 표정을 읽더니 얼른 다음 제안을 내놨다.
“성국, 아니면 뭐… 집에 갈 때 태워다주는 거나.”
“그것도 기름값이 들잖아요.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임진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우리 대표님은 낭만이 없어요.”
“낭만은 모르겠고, 암튼 제가 이기면 삼전 주식이나 롤아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다들 각오하고 계세요!”
난 분명 이 내기에서 이길 것이다!
* * *
드디어 남아공아프리카 월드컵 16강 마지막 경기 날이 다가왔다.
그리스전에서 1승을 하고, 아르헨티나전에서 대패한 우리나라 대표팀은 또 16강 경우의 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TV에서는 각종 경우의 수와 나이지리아의 전력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 노트’ 사무실에는 붉은 악마 티가 한 박스 놓여 있었다.
“임진서 씨, 이게 다 뭐예요?”
“뭐긴요. 이 중에서 성국이 입을 거 하나 골라야죠. 이따, 거리 응원하는 곳에서 이거 입고 홍보해야죠.”
“성국이 입을 티셔츠는 제가 특별히 주문 제작했어요.”
임진서는 박스에서 붉은 악마 티 하나를 꺼냈다.
작아 보이는 붉은 악마 티에는 ‘페이스 노트’라는 회사명이 가운데 딱 박혀 있었다.
“임진서 씨, 이거 저한테 좀 작아 보이는데요.”
“일부러 몸에 딱 맞게 주문한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알면서 항상 이렇게 모른 척한다니까요. 성국, 성국이 이런 것을 입어줘야 이슈도 되고… 이목도 끌 거 아니에요?”
“임진서 씨가 자주 봐서 모르나 본데요. 전 그냥 평범한 거 입어도 충분히 이목을 끌어요. 그러니까 그냥 평범한 티셔츠 사이즈로 주세요.”
임진서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끝내 작은 사이즈의 티셔츠를 내밀었다.
“성국, 길거리 응원이라지만 시차 때문에 밤중에 경기하잖아요. 어두운 데서는 실루엣이 더 두드러져야 해요. 그러니까 이거 입어요.”
“성국아, 그거 입어. 난 입고 싶어도 못 입는 거야.”
전태국도 옆에서 얼른 거들었다.
“암튼 입어나 보죠. 근데, 오늘 짹짹이 측에서는 행사 준비 안 했나요?”
“저번 경기에서 출혈이 좀 컸던 것 같아요. 조용하네요. 그리고 김여나 선수가 연락이 왔는데요.”
임진서는 김여나 선수의 담당 에이전시 직원이었다.
“김여나 선수가 무슨 일로요?”
“제가 오늘 길거리 응원 나가는 거 이야기했거든요. 김여나 선수가 저희 ‘페이스 노트’ 광고 모델인데, 나오면 좋잖아요.”
이럴 때 보면 확실히 임진서는 일을 잘했다.
내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도 이 일을 믿고 맡길 만큼.
“그래서요? 김여나 선수가 진짜 나온대요?”
나보다 전태국이 더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우리 ‘페이스 노트’에서 여러 가지로 응원도 준비하고, 맥주나 음료도 서빙할 거라고 했더니 자기도 나와서 돕고 싶다고 했어요. 좀 이따가 여기 사무실로 와서 김여나 선수도 붉은 악마 티 같이 입고 출발하기로 했어요.”
“임진서 씨, 김여나 선수가 오면 보안 문제로 경호원들도 준비해야 할 텐데. 이런 건 좀 미리미리 말을 해요.”
“김여나 선수가 훈련 일정 때문에 어젯밤 늦게야 결정을 했거든요. 물론 경호 인력 등은 에이전시랑 제가 다 이야기했죠.”
나무랄 것 하나 없는 일 처리까지.
그리고 이런 야무진 임진서를 보고 있는 전태국의 눈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전태국이 사람을 제대로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금지된 사랑이라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나는 얼른 전태국의 어깨를 탁 쳤다.
“윌리엄, 협찬 다시 한번 재확인 하세요.”
“어, 성국.”
[잡생각 들 땐 바쁜 게 최고야, 윌리엄.]* * *
“두 사람 마치 커플 같아요!”
붉은 악마 티를 입은 나와 김여나 선수를 보면서 임진서가 환호했다.
나는 얼른 임진서를 만류했다.
“임진서 씨. 그런 말, 잘못했다가는 우리 ‘페이스 노트’가 문 닫을 수도 있다는 것만 기억해 두세요.”
그만큼 김여나 선수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었다.
“괜찮아요, 성국 씨.”
오히려 김여나 선수가 나를 말렸다.
“김여나 선수, 저희 광고 모델도 해주시고, 이렇게 힘든 이벤트에도 참여해주시는데 누가 되면 안 되죠.”
“저 옛날부터 또래 친구들이 하는 서빙 아르바이트 같은 거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이벤트로라도 해볼 수 있어서 제가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한 거니까, 걱정 마세요.”
김여나 선수는 언제 봐도 남을 먼저 배려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도 선수는 몸이 생명이니까, 무리하시면 절대 안 돼요.”
“네에! 근데, 좀 전에 진서 언니한테 이야기 들으니 오늘 경기로 세 분이서 내기하셨다면서요?”
“네. 김여나 선수도 하실래요?”
“성국 씨, 그 말을 제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아세요?”
김여나 선수는 코를 찡긋거리며 웃었다.
“저와 임진서 씨는 16강 진출에 걸었는데, 김여나 씨는 어디에 거실 거예요?”
“흠… 저도 사실 마음으로는 16강 진출인데… 3대 1이면 재미가 없잖아요.”
“저희 재미로 내기하는 거 아닌데요.”
내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벌써부터 질 전태국에게 말할 소원을 108가지쯤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진지하게 이야기하자 김여나는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럼, 내기에서 지면 벌칙이나 그런 게 뭐예요?”
“내기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는 거예요.”
“그렇다면! 저도 진지하게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하는 데 걸게요!”
“3 대 1. 좋네요!”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전태국, 기다려. 오늘 밤에 아마 세 명의 소원을 다 들어줘야 할 테니까!]* * *
‘페이스 노트’의 부스는 인산인해였다.
맥주나 커피를 받기 위해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여자들은 대부분 내가 나눠주는 맥주 라인에, 남자들은 커피를 나눠주는 김여나 선수 라인에 섰다.
뒤에서 전태국과 임진서는 맥주와 커피를 나눠주는 우리를 연신 도우며 중얼거렸다.
“진서 씨, 생색은 저 두 사람이 내고… 일은 우리가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어쩔 수 없죠. 덕분에 지금 ‘페이스 노트’ 홍보 엄청 되잖아요.”
나는 뒤돌아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맥주 속도가 느립니다. 맥주의 생명은 온도잖아요! 윌리엄, 좀 더 분발하세요!”
“나 이런 일 처음 해봐서 손에 안 익어서 그래.”
“그럼, 머리를 쓰세요!”
내 말에 전태국은 얼른 핸드폰을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역시….]전태국은 내 예상을 하나도 벗어나지 않았다.
곧 박성희 비서가 직원들을 대동해서 나타났다.
“도련님, 저희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내가 지금 세 시간째 맥주 따르고 있거든. 박 비서, 어서 좀 도와줘!”
“네, 도련님!”
말과 동시에 직원들이 준비된 맥주 통을 나르고, 맥주도 빨리 따라주는 덕분에 줄이 빨리 줄어들기 시작했다.
김여나 선수의 커피 줄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방송국 카메라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임진서가 얼른 나를 보더니.
“성국, 얼른 손으로 앞머리 좀 쓸어 올려 보세요.”
“왜요?”
“어서요!”
어쩔 수 없이 나는 앞머리를 손으로 대충 쓸어 올렸다. 그러자 대기 줄에서 감탄 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진짜 잘생겼어요!!!”
나는 수줍게 웃었다.
[나도 내가 잘생기고, 멋지고 다 한다는 거 잘 안다고.]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잘난 척을 하면 배척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애매모호하게 웃었다.
동시에 카메라와 함께 나타난 아나운서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인터뷰를 요청했다.
“‘페이스 노트’ 대표 전성국 씨 맞으시죠? 잠깐 인터뷰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여나 씨랑 함께요.”
내가 이런 좋은 홍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대신 일반인 인터뷰처럼 딱 질문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저희 부스 전체적으로 잡아주시고 일하는 모습도 짧게 편집해서 넣어주시면 어떨까요?”
“두 분 인터뷰하는데, 뭐든 들어드려야죠!”
아나운서는 흔쾌히 찬성했다.
* * *
“‘페이스 노트’ 전성국 대표님은 미국의 경제 위기를 예측하신 것으로도 유명하시잖아요. 오늘 경기 어떻게 보세요?”
“당연히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건 전 국민의 염원이잖아요. 혹시 생각하는 스코어 있으세요?”
“흠….”
나는 잠시 뜸을 들렸다.
[아는 거 모르는 척하기도 힘이 드네….]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2대 2로 비겨서 우리나라랑 아르헨티나가 16강에 진출할 것 같습니다.”
“와, 그렇게만 되면 소원이 없겠네요.”
[그렇게 될 거야, 아나운서 양반!]* * *
이제 해가 뜨기 시작했지만, 나아지리아와 2대 2로 비겨서 16강에 진출하게 되자 길거리 응원에 나선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연신 환호하며 길거리 청소를 시작했다.
나와 전태국과 김여나 선수도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행복한 마무리였다.
나는 남은 맥주를 다 따라서 모두에게 나눠줬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와, 이렇게 마시는 맥주 정말 맛있네요.”
김여나 선수는 해맑게 웃었고, 한 치 앞도 모르는 전태국도 함박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그럼 오늘 내기에서 진 윌리엄이 우리의 소원을 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요.”
“뭐든 말해! 내가 정말 다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진짜지?]나는 흐뭇한 얼굴로 전태국을 쳐다봤다.
이때, 임진서가 불쑥 끼어들었다.
“윌리엄! 내 소원 먼저 이야기할게요.”
“뭔데요, 진서 씨.”
“윌리엄, 나랑 주말에 데이트해요!”
뭐라고?
나는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임진서가 지금 전태국한테 데이트 신청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