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12화(312/576)
제312화
삼전호텔 로비.
전태국은 전재형 회장의 허락에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성국아, 오늘은 집에 가서 좋아하는 와인 따야겠어. 아빠가 허락하신 거니까… 이제 나만 잘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형…. 제 생각에는 집에 가서 와인을 딸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임진서 씨한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
전태국이 멈춰 섰다.
밤 9시 5분 전이다.
극장에는 아직 영화가 상영했다.
하지만 전태국은 시계를 보더니 망설였다.
“너무 늦은 것 같은데…. 밤이잖아.”
“요즘 9시에 자는 사람 없잖아요.”
“그렇긴 한데… 내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해버려서… 진서 씨도 쉬고 싶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영화 시간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나는 얼른 임진서 집 근처 영화관의 시간을 하나 확인했다.
“형, 10시 10분에 상영하는 영화 있어요. 임진서 씨에게 어서 전화나 하세요!”
“그, 그래도 될까? 늦은 밤에 나오라고 했다고 싫어하면 어떡해….”
[아니, 이제 연애까지 내가 도와줘야 해?!]나는 망설이는 전태국 대신 임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임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무슨 일이에요?
“윌리엄이 지금 영화 보자고 하는데, 어떠세요?”
– 지금이요?
“여의도 CGJ 10시 10분 영화 있거든요. 여의도 CGJ 임진서 씨 집에서도 가깝죠?”
– 근데 그걸 왜 성국이 전화해서 묻는 거예요?
[뭐라고 거짓말을 하지?]잠시 머리를 굴리다 나는 그냥 솔직히 대답했다.
“윌리엄이 지금 결정장애를 겪고 있거든요. 망설이다 시간 놓칠까 봐 내가 대신 전화했어요. 윌리엄한테 전화하라고 할까요?”
전화기 너머로 임진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아니에요. 여의도 CGJ 금방이니까 10시에 영화관 앞에서 윌리엄한테 보자고 해줘요.
“네!”
나는 전화를 끊고 기다리는 전태국을 쳐다봤다.
“성국아… 뭐래? 싫대?”
“형은 왜 듣지도 않고 거절부터 생각해요? 임진서 씨가 10에 영화관 앞에서 보재요. 어서 가봐요.”
나는 전태국에서 차 키를 건넸다.
“늦은 시각이니 영화 보고 데려다주고 와요. 알았죠?”
“어… 알았어! 성국아, 이 은혜는 절대 안 잊을게!”
“데이트나 잘해요!”
전태국은 차 키를 받고는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아… 정말 전생의 업보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전태국이 사라지고, 나는 로비를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때, 뒤에서 양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국 군.”
뒤돌아보자 양 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도련님이 성국 군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부탁했어요.”
“택시 타고 가도 괜찮습니다.”
“같은 아파트 사는데, 같이 가요.”
양 비서도 삼전 팰리스의 주민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할 말이 좀 있어서요.”
느낌상 왠지 아들 양철수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았다.
* * *
양 비서가 직접 운전하는 차는 오랜만이었다.
아들 이야기를 나눠야 해서 운전사를 미리 돌려보낸 것 같았다.
양 비서는 라디오를 껐다 켰다 하더니, 괜히 쓸데없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완전히 여름이에요. 많이 덥죠, 성국 군?”
“이 정도면 견딜 만하죠. 그리고 요즘 에어컨 다 잘 나오잖아요.”
[양 비서, 내가 말이야. 단칸방에서 엄마, 아빠, 민국이랑 선풍기 한 대로 여름 난 사람이야.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심지어 그땐 기저귀도 차고 있었다고!]양 비서는 허허 웃더니 나를 슬쩍 봤다.
“참, 이번 학기 끝나면 철수도 이제 학업을 완전히 마치잖아요.”
[흠… 드디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가.]“…….”
나는 차분히 양 비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성국 군이 우리 철수한테 한 제안을 나도 들었어요.”
“철수 형이 공부 마치는 대로 저희 ‘페이스 노트’에서 제 자리를 대신할 거예요. 철수 형이 한 공부도 그렇고, 방학 때마다 제가 일부러 다른 SNS에서 인턴하라고 부탁도 했거든요.”
양철수는 나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내 뜻에 따라서 방학이면 우리와 경쟁 관계인 다양한 SNS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나 친분으로 막 아무 사람이나 자리에 앉히는 그런 사람 아니야, 양 비서.]“근데 말이에요….”
양 비서는 자꾸만 뜸을 들였다.
“철수랑 깊이 이야기는 해보지 않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태국 도련님이 많이 걸리네요….”
드디어 양 비서가 진심을 드러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뜻보다는 전재형 회장의 뜻에 따라서 행동하는 사람이 양 비서였다.
그런 양 비서도 자식 일은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태국이 형이 왜 걸리세요?”
“듣기로는 성국 군이 태국 도련님에게도 6개월 정도 ‘페이스 노트’ 한국 지사에서 더 있어 달라고 했다고 들었어요.”
“네…. 하지만 아직 확답은 하지 않았어요. 태국이 형도요.”
“만약 태국 도련님이 ‘페이스 노트’ 한국 지사에 남게 되면 어쨌든 철수 밑에 있게 되는 거잖아요.”
“직책으로는 그렇지만, 저희는 거의 평등하게 운영하는 구조라서요. 누가 상사고, 누가 부하 직원이고…. 삼전처럼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아요, 양 비서님.”
“그렇겠지만… 제가 걸려서 그래요. 한때 그래도 태국 도련님을 철수가 모셨는데, 철수 입장에서도 자신이 모시던 도련님과 같이 한 직장에서 일하는 건 쉬운 게 아닐 거예요.”
“양 비서님, 혹시… 철수 형이랑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거예요?”
양 비서는 너무 놀라 운전대로 놓고 손사래를 쳤다.
“양 비서님, 운전대요.”
“아하…. 미안해요, 성국 군.”
양 비서는 얼른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자식 일에 마음 쓰이는 건 어느 부모나 다 똑같은 모양이다.
“철수는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를 거예요. 녀석 알잖아요. 공부 때문에 집에 전화도 자주 안 하고, 해도 간단한 안부만 묻고 끊어버리는 녀석이에요. 아마 내가 이런 말 성국 군한테 한 거 알면 엄청 화낼 거예요.”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양 비서님, 양 비서님의 걱정은 뭔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철수 형이 태국이 형 개인비서 그만두고 자기 인생을 선택한 이상. 철수 형의 결정을 존중해주세요.”
“허허.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네요.”
“자식 일인데, 오지랖 아니죠. 관심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성국 군, 내 이런 말 안 한 거 같은데 우리 철수한테 새로운 인생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새로운 인생이라니 무슨 말이야, 양 비서? 저번 생에서도 양철수는 내 비서였고, 이번 생에서도 나 서포트 하는 건 마찬가지라고.]암튼 그래도 고마움은 표시했으니, 받아야지.
“철수 형이 저를 많이 도와줄 거라고 믿어요.”
“그래야죠, 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양 비서의 차는 삼전 팰리스의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전생의 업보는 나 없이 데이트 무사히 하려나….
* * *
전태국은 다행히 10시 이전에 여의도 CGJ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했으니까… 내가 당연히 먼저 예매를 해야지….’
전태국은 얼른 매표소로 가서 직원에게 물었다.
“10시 10분 상영하는 영화요. 혹시 그 영화관 전체는 못 빌리나요?”
“네에?”
직원이 어이없는 눈으로 전태국을 쳐다봤다.
솔직히 지금 여기서 삼전 그룹 후계자 전태국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가 영화 볼 때 주변에 사람들 있으면 엄청 신경 쓰이거든요.”
“죄송한데요. 이미 표가 많이 나갔어요, 고객님.”
“그럼, 어쩔 수 없죠. 두 장만 주세요.”
“네에….”
직원은 진상을 제대로 만났다는 얼굴로 10시 10분 영화를 살폈다.
“고객님, 10시 10분 <빵자전> 맞으시죠?”
“네, 그걸로 주세요. 혹시 주변 자리는 비나요? 자리 비면 제가 다 예매할게요.”
“고객님. 죄송한데, 오늘 관이 거의 다 찼습니다.”
“밤 10시에요?”
“여름이라 밤에 영화 많이 보세요.”
“하아,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근데 <빵자전> 인기 많나 보네요.”
“네에…. 요즘 제일 많이 보세요.”
직원은 떨떠름한 얼굴로 얼른 전태국에게 표를 내밀었다.
“그럼, 즐거운 관람 되세요.”
전태국은 영화표를 들고 임진서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편안한 차림의 임진서가 전태국에게 다가왔다.
“일찍 왔네요, 윌리엄.”
“영화표도 미리 끊었어요.”
전태국은 자신만만하게 임진서에게 표를 내밀었다.
“<빵자전>이라는데… 사극인가 봐요. <왕의 남자> 같은 건가 봐요, 진서 씨.”
“풉-.”
순간, 임진서가 웃음을 겨우 참곤 말을 이었다.
“첫 데이트에 수위가 좀 높긴 하지만, 어서 들어가요. 보고 싶었어요!”
“다행이네요. 전 진서 씨가 보자는 건 다 좋아요!”
전태국은 흐뭇한 얼굴로 임진서와 함께 극장에 들어갔다.
* * *
나는 양재천을 내려다보며 양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몇 번 들리더니, 곧 양철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갑자기 어쩐 일이야?
“형, 잘 지내죠?”
– 논문 마감이라 죽을 지경이야.
“참, 형… 논문 끝나는 대로 ‘페이스 노트’ 한국 지사로 들어오기로 한 거요.”
– 응….
“형… 제가 한국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 한국 지사 사정이 안 좋아?
“6개월은 자리 잡기에 좀 너무 빠듯하네요. 제가 좀 더 지켜보고도 싶고요. 그리고 형이 저희 회사에서는 실무 경험이 전혀 없으니까, 미국 ‘페이스 노트’에서 경험을 쌓았으면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해요?”
– 성국아, 솔직히 말해도 돼?
양철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양철수는 늘 그렇듯 지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전태국이 좀 더 한국 지사에 남게 될 거란 것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형,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 태국 도련님 때문에 그러지?
“흠… 100프로 아니라고는 말 못 드려요.”
– 솔직히 나도 그 부분이 걸렸어. 아무래도 ‘페이스 노트’가 한국과 아시아에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삼전 그룹만큼 든든한 배경도 없잖아. 네가 태국 도련님을 그 자리에 앉힌 이유일 것이고.
당연한 사실이다.
– 성국아, 네 말대로 나도 바로 한국 지사에 투입되기보다는 본사에서 일을 좀 더 익히고 가보고 싶기도 했어. 그러니까 그 부분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이야기해줘.
“형, 고마워요. 한국 오면 만나서 이야기해요.”
– 그래, 성국아.
양철수 역시 전태국의 상사 자리는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삼전 그룹의 배경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전태국을 ‘페이스 노트’에 잡아두는 게 최선이었다.
달칵.
이때, 현관의 조명이 들어오더니 전태국이 들어섰다.
[예상보다 빨리 왔는데?]전태국은 넥타이를 풀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형, 영화 재미있었어요?”
“전성국….”
좋아하는 여자랑 데이트를 한 사람치고는 전태국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너 혹시… <빵자전>이라는 영화 봤어?”
“제목은 들어는 봤는데…”
“아니… 10시 10분 영화가 그 영화더라고.”
“그래요? 재미있어요?”
저번 생에서도 <빵자전> 제목만 들어봤지, 내용은 몰랐다.
전태국은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를 꺼내더니, 벌컥벌컥 들이켰다.
“너도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에휴….”
“왜요, 형?”
“그 영화의 내용이 말이야… 아니다, 내가 모쏠인 널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니.”
“영화랑 모쏠이 무슨 상관이에요? 근데, 영화 끝나고 바로 헤어진 거예요?”
“응….”
“한강 가서 라면이라도 먹지 그랬어요?”
“그 영화 함 찾아봐. 첫 데이트인데… 나 극장에서 민망해서 침도 못 삼켰다고! 괜히 밤에 오래 잡고 있으면 오해할까 봐 영화 끝나자마자 집에 데려다줬어.”
“형, 임진서 씨랑 영화 때문에 싸웠어요?”
“아니… 진서 씨는 재미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냥 민망해서. 아하… 모르겠어. 나 피곤해서 잘래.”
전태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형… 잠깐만요.”
“왜에?”
“한국 지사에 6개월 정도 더 남는 거요. 제 소원이잖아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게…”
“제가 한 6개월 더 있으려고요. 그럼, 된 거죠?”
순간, 전태국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이젠 양 비서가 문제가 아니라고!!! 진서 씨가 문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