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15화(315/576)
제315화
엠마 왓튼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성국, 왜 답이 없어요?”
“아, 미안해요. 너무 갑작스러워요. 물론 좋죠. 제가 어떻게 연락하면 될까요?”
엠마 왓튼은 아플의 새 핸드폰을 내밀었다.
“성국이 이 제품을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들고 다녔다죠?”
“찰리 잡스에게 받았거든요.”
잠깐….
엠마 왓튼은 원래 나를 주시하고 있었던 건가!
순간 목이 살짝 굳어왔다.
저번 생에서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와 썸을 타거나 사귄 적은 없었지만, 한국의 유명 여배우들은 만나봤다.
그들이 아무리 나에게 알은척을 하고, 유혹의 시선을 보내도 온몸이 긴장되는 경험 따위는 없었는데….
뭔가가 확실히 이상했다.
엠마 왓튼은 살짝 올라간 특유의 입꼬리를 올리더니 고갯짓을 했다.
“어서 번호 찍어주세요. 우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 누군가 보면 밥 먹기도 전에 사진 찍히고 퍼지고 괜히 오해 산다니까요.”
“미안해요. 음악이 시끄러워서요.”
난 괜히 핑계를 대고는 얼른 전화번호를 찍어줬다.
엠마 왓튼은 이번에는 눈을 찡긋했다.
“그럼, 뉴욕에서 봐요. 연락할게요.”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엠마 왓튼이 지금 내 핸드폰 번호를 따 간 거야?]그런데 예전 같지 않게 몸이 굳었다.
아무래도 연애 안 하고 산 지 20년이 되다 보니 저번 생의 촉과 스킬이 모두 죽은 모양이었다.
“성국, 뭘 그렇게 생각해?”
일론이 생수 한 병을 더 내밀며 다가왔다.
“그냥 오랜만에 바다 보니까 좋아서요.”
“서울에는 바다가 없나?”
[물론 인천 앞바다가 있지.]“차로 좀 나가야 해서요.”
일론은 주변을 살피더니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성국, 나 머리 어때?”
역시, 그사이 머리도 심고 외모에 꽤나 신경을 쓴 모양새였다.
“일론, 머리가 많든 적든 일론은 일론이잖아요.”
“암튼 여전히 애어른 같은 소리만 한다니까. 참, 찰리가 ‘페이스 노트’를 이번에 확실히 밀어줬던데…. 나도 SNS 하나 만들까? SNS에 테슬론 광고도 막 하고, 스페이스 Z 광고도 막 하고…. 내 이야기도 주절거리고… 재미있을 것 같아.”
[이제 슬슬 일론에게 불을 지필 때인가….]나는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빙긋 웃었다.
“일론, 나랑 경쟁자가 되어보는 건 어때요?”
“경쟁자? 그게 무슨 소리야?”
“새로운 SNS를 이제 시작한다는 것은 좀 불리해 보이거든요. SNS는 어쨌든 사회 연락망에 기초를 둔 거잖아요. 그만큼 이미 자리 잡아서 많은 유저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SNS를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흠… 그렇긴 하네… 그렇다면 이미 잘되는 SNS를 사면 어떨까?”
“일론, 그만큼 돈 벌었어요?”
일론은 내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겨우 상장한 주제에 꿈이 크다는 말이지?”
“아니요. 이미 성장한 SNS라면 ‘페이스 노트’와 짹짹이 정도인데, 제가 ‘페이스 노트’를 팔 일은 없잖아요. 팔 수도 없고요.”
“흠… 그럼, 짹짹이만 남는 건가?”
“일론은 ‘페이스 노트’보다는 짹짹이를 더 열심히 하긴 하잖아요.”
일론은 멋쩍은 얼굴로 샴페인을 마셨다.
“난 길게 이야기 쓰고, 신경 써서 사진 찍어 올리는 것보다는 짧게 툭툭 말 던지는 게 좋거든. 우리도 그 사람과 말 몇 마디 해보면 충분히 상대방 파악은 할 수 있잖아.”
“그럼, 일론은 짹짹이가 더 자신의 성향과 맞네요.”
나는 은근슬쩍 짹짹이를 일론 머스트에게 계속 어필했다.
“아직 솔직히 테슬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잖아. 내가 언젠가는 짹짹이를 인수할 수도 있지.”
[응, 꼭 그렇게 될 거야.]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참, 성국. 아까 엠마 왓튼이랑 무슨 이야기 한 거야? 나 완전 엠마 왓튼 팬이잖아.”
“그냥 인사 나눈 거예요.”
“둘이 나이도 엇비슷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성국, 이제 슬슬 연애를 시작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뭔가 가슴 속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 * *
“그레이스!”
“성국! 이게 얼마 만이야.”
그레이스는 반갑게 나를 맞이해줬다.
나는 피터와 그레이스가 사는 뉴욕의 아파트에 초대를 받았다.
“성국, 왔어?”
주방에서 앞치마를 입은 채 요리를 하는 피터가 얼굴을 삐죽 내밀었다.
“성국, 내가 오늘은 특별 요리 준비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기대할게요.”
그레이스는 감탄 어린 시선으로 나를 계속 쳐다봤다.
“성국을 볼 때마다 믿기지가 않아. 8살 꼬마가 언제 이렇게 자란 거야?”
“그레이스는 여전하세요.”
“이젠 립서비스도 할 줄 알고 어른 다됐네. 우리 아파트는 처음이지?”
“네.”
그레이스는 피터와 같이 지내는 아파트 곳곳을 소개해줬다.
거실에서는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거기다 테라스까지 있는 완벽하고 비싼 집이었다.
피터가 주방에서 소리쳤다.
“성국, 어서 와. 요리가 다 완성됐어!”
* * *
피터가 준비한 요리는 간단한 파스타와 스테이크 그리고 샐러드였다.
“성국, 어서 들어봐. 내가 요즘 요리에 푹 빠져 있거든.”
“잘 먹겠습니다!”
나는 얼른 스테이크를 한입 물었다.
육즙이 적당히 터져 나오는 것이 잘 구운 스테이크였다.
“피터, 언제 요리까지 한 거예요?”
“그레이스랑 살다 보니까 이렇게 됐지. 혼자 살 때야 귀찮아서 사다 먹었는데, 둘이 있으니까 요리하는 게 즐겁더라고. 먹어줄 사람이 있잖아.”
“내가 그래서 요즘 살이 쪄서 죽을 것 같아.”
피터는 그레이스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레이스는 좀 쪄야 해. 한국 여자들은 너무 말랐다니까.”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마치 공익 광고에 나오는 행복한 부부 같았다.
피터가 나를 보더니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성국, 일론이 어제 전화 와서 그러던데. 일론의 파티에서 엠마 왓튼이랑 이야기했다며?”
일론은 정말 입이 쌌다.
“엠마 왓튼이랑 잠시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성국, 이제 슬슬 연애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 오히려 연애 안 한다고 부모님들이 걱정하지 않아?”
“피터, 그레이스. 전 아직 일이 더 좋아요.”
피터가 웃음을 터트렸다.
“성국, 스무 살 남자가 그런 말을 하니까 아무도 안 믿는 거야.”
[내 속에는 이미 환갑도 넘은 남자가 있다고….]나는 그저 웃었다.
* * *
“성국, 법무팀 통해서 구굴과의 너튜브 계약 검토했네.”
식사 후에 피터의 서재에서 우리는 구굴과의 계약에 대해서 상의했다.
“백만 명 가입할 때마다 3% 지분을 넘겨준다는 조항 자체가 애매하다는 거야. 솔직히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플랫폼에서 이런 조항의 기본 설정 자체에 무리수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더라고.”
“세르게이도 물론 그 부분을 확인했을 거고요?”
“그렇지. 법무팀에서는 물론 우리가 유리하긴 하지만, 너튜브의 지금 성장세를 생각하면 구굴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란 말을 하더라고.”
“긴 싸움이 될 수 있단 말씀이시죠?”
“응. 내 생각에도 그래. 괜히 구굴과의 소송이 알려지고 길어지면 너튜브 플랫폼 자체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도 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의 우려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세계적인 포털인 구굴이 뒤에 있는 것도 솔직히 너튜브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거든.”
“피터, 생각은 어때요?”
“난 적당한 선에서 지분의 합의점을 찾았으면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흠…. 피터는 그게 어느 선이라고 보세요?”
“10%. 어떤가?”
나는 잠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나의 개인 지분은 45%이다. 거기에 10%라….
“피터, 15%로 시작하죠. 협상은 원래 크게 지르고 조율해야 하는 거잖아요.”
“내 생각도 그래, 성국.”
그때,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 성국, 나 이제 막 뉴욕에 도착했어요. 성국은 뉴욕이에요?
바로 엠마 왓튼이었다.
– 전 이미 뉴욕이요. 안 피곤해요?
– 엄청 피곤해요. 성국, 내일 시간 어때요? 제가 아주 좋은 레스토랑을 알거든요.
– 시간 괜찮아요.
– 오케이! 그럼, 우리 내일 6시에 모퉁이 서점에서 봐요.
– 좋죠.
이때, 피터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주머니에 놓고 피터를 쳐다봤다.
“성국, 메시지를 하는 동안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던데… 누군가?”
“그게…”
“엠마 왓튼인가?”
“네에, 피터.”
“흠… 자네 얼굴을 보니까 꼭 내가 그레이스랑 막 시작할 때 설렜던 그 얼굴을 보는 것 같단 말이야.”
“피터, 제 얼굴은 그만 보시고요. 그럼, 구굴과 15% 선에서 협상 시작해 볼까요?”
“응. 이건 법적인 문제니까 나나 자네가 나서는 것보다 대리인 내세우는 게 서로 감정도 안 상하고 좋을 거야. 구굴도 당연히 그러겠지만.”
“네, 피터. 그렇게 하죠. 하지만 아시죠? 최대한 많이 가져오셔야 합니다.”
“물론이지. 성국, 자네가 잊고 있는 게 있나 본데. 나 월가의 무서운 투자자야.”
“알죠!”
* * *
최대한 신경 쓰지 않은 차림새.
늘 입는 후드티지만, 오늘은 전태국이 선물한 구씨의 후드티를 입었다. 그리고 머리도 괜히 몇 번이고 드라이를 해봤다.
물론 뭘 해도 잘생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작은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나는 엠마가 말한 모퉁이 서점으로 걸어갔다.
시끄러운 뉴욕의 온갖 길거리 소음이 들렸지만, 마음만은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를 걷는 느낌이었다.
[하아… 설마 지금 내가 설레는 건가… 나, 전성국이?]나는 최대한 마음을 누르면서 엠마 왓튼과 약속한 모퉁이 서점의 문을 열었다.
모퉁이 서점의 뉴욕의 오래된 서점 중 하나였다.
작은 크기였지만, 다양한 서적과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 인터넷 시대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엠마 왓튼은 서고 사이에서 책 하나를 읽고 있었다. <작은 아씨들>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갔다.
엠마 왓튼을 인기척을 느끼자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성국….”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약속 시간은 10분이나 더 남았다.
“엠마, 일찍 왔네요.”
“책 좀 보면서 기다리려고요.”
“내가 너무 일찍 온 거 아니죠?”
“아니에요. 그럼, 우리 밥 먹으러 갈까요?”
“좋죠.”
그리곤 나는 엠마 왓튼이 다시 서고에 꽂은 <작은 아씨들>을 꺼내서 계산대에 가지고 갔다.
엠마 왓튼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성국, 이 책 사게요?”
나는 대답 대신 얼른 계산을 마치고 엠마 왓튼에게 이 책을 내밀었다.
“선물이에요.”
“저 사주는 거였어요?”
“나중에 언젠가 <작은 아씨들>이 또다시 영화화되면 엠마가 이 중 한 역할을 할지도 모르잖아요.”
엠마 왓튼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엠마, 꼭 그렇게 될 거야.]* * *
나와 엠마 왓튼은 서점을 나와서 모퉁이를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은 제가 오늘 가고픈 집은 작은 피자집이에요. 뉴욕 올 때마다 오는 집인데, 괜찮죠?”
“저도 피자 좋아해요.”
안 좋아해도 지금 이 기분으로는 한 판도 거뜬히 먹을 것 같았다.
엠마 왓튼은 여전히 내가 선물한 <작은 아씨들>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성국, 뉴욕에는 며칠 더 머물 거예요? 바쁜 일 많아요?”
“주말까지 머물 거예요. 엠마는요?”
“저도요. 다음 주에는 학교 개강 때문에 학교에 가봐야 하거든요.”
엠마 왓튼은 브라운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엠마 왓튼은 살짝 망설이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그럼 우리… 뉴욕에 있는 동안 미술관 같이 다닐래요?”
[이렇게 훅 들어오는 건가….]내가 얼른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누구지? 이 중요한 순간에!
“성국, 어서 받아봐요.”
“미안해요.”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형, 나 민국이.
“민국아, 무슨 일이야?”
– 형, 나 여기 경찰서야….
“뭐어?”
– 형, 나 좀 구해줘!
민국이는 애타게 나를 찾고 있었다.
[하아, 이 녀석… 도대체 무슨 사고를 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