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16화(316/576)
제316화
“성국 씨, 무슨 일이에요?”
엠마 왓튼이 당황한 내 얼굴을 살폈다.
“동생이 지금 미국에 와있거든요. 근데 무슨 사고를 친 것 같아요. 동생한테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미안해서 어쩌죠.”
“동생이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샌프란시스코 쪽에 있어요.”
그 말은 나의 역사적인 첫 데이트가 시작도 전에 끝났다는 의미였다.
동생들이란….
정말 인생의 업보들이었다.
“지금 당장 가봐야 하는 문제죠?”
“우선 동업자인 마크한테 가보라고 연락은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비행기 예약되는 대로 바로 타고 넘어가고요. 엠마, 미안해서 어쩌죠.”
그때, 엠마의 큰 두 눈이 반짝였다.
“성국,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
“네에?”
“어차피 저 뉴욕에 쉬러 온 거라서 특별한 약속도 없거든요.”
“그렇지만….”
“성국, 책 읽기에 비행기만 한 장소도 없잖아요.”
엠마 왓튼은 내가 선물한 <작은 아씨들>을 들어 보였다.
“그럼, 같이 가죠!”
* * *
공항에 마중을 나온 마크는 엠마 왓튼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지어 말까지 더듬었다.
“서, 성국… 아.”
나는 얼른 엠마 왓튼을 소개했다.
“맞아. 여기는 엠마 왓튼 씨. 그리고 여기는 마크 주크버스라고 저와 ‘페이스 노트’를 공동으로 창업한 친구예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제… 이야기를요?”
“네, 성국 씨랑 비행기로 오는 내내 이야기 나눴거든요.”
우리는 비행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엠마 왓튼은 생각보다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나는 생각보다 엠마 왓튼에 대해서 잘 몰랐다.
엠마 왓튼이 <마법사 해리>에 너무 예뻐서 떨어질 뻔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페이스 노트’ 친구도 서로 연결했다.
결국, 엠마 왓튼은 내가 선물한 <작은 아씨들>은 한 줄도 읽지 못했다.
나는 얼른 얼떨떨한 얼굴로 서 있는 마크의 어깨를 툭 쳤다.
“마크, 민국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우선 민국이가 혼날 일은 아니야. 경찰서로 달려갔더니 민국이가 제일 먼저 한 말이 형 화났을 텐데, 제발 자기가 잘못한 일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거였어.”
문득,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크, 민국이가 그 정도로 영어를 지금 잘해?”
“물론 미미가 같이 갔지.”
“아하….”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됐다.
“마크, 민국이 도대체 무슨 사고를 친 거야?”
“그게… 민국이가 잘못한 건 우선 기숙사를 무단이탈한 것밖에 없어.”
“뭐라고?”
“성국, 진정하고…. 같이 들어간 연습생 친구랑 피자 먹고 싶어서 기숙사를 무단이탈했대.”
“겨우 피자 때문에 기숙사를 뛰쳐나왔다고?”
마크는 얼른 나를 진정시켰다.
“성국, 진정해. 우리도 기숙사 생활할 때 많이 답답했잖아.”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뭐가 답답해.”
마크는 옆에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때, 엠마 왓튼이 내 어깨를 살짝 잡았다.
[뭐지, 이 따스한 느낌은….]엠마 왓튼이 내 어깨에 손을 댄 것만으로 마음이 진정됐다.
“성국, 그렇게 화내지 말고 이야기 다 들어봐요.”
“알았어요, 엠마.”
마크는 나를 흘깃 보더니 웃음을 꾹 참는 게 보였다.
“마크, 다음 이야기를 해줘야지.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니야?”
“암튼 그렇게 기숙사 무단이탈해서 피자 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어떤 사람한테 인종차별적인 욕을 들은 것 같아. 민국이가 그거 알아듣고 사과하라고 했다가 시비가 붙은 것 같아. 종업원이야 시비가 붙었으니까 바로 경찰서에 연락했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
“민국이가 영어를 어느 정도 해도 능숙하게 하진 못하잖아. 인종차별 욕한 놈이 먼저 민국이네가 자기한테 시비 걸었다고. 자기는 혼자이고, 이들은 둘 아니냐고 경찰한테 그랬나 봐. 참, 우선 차로 가면서 이야기하자.”
“마크, 민국이는 아직도 경찰서야?”
“응. 사실은 내가 가서 미미랑 사건 이야기 듣고 그냥 훈방 조치로 끝날 일인데, 민국이가 자기 억울하다고. 경찰서에서 버티는 중이야. 성국아, 가서 네가 설득 좀 해봐.”
“설득? 왜?”
마크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당연히 경찰서에서 나와야지.”
“마크, 네 이야기 듣고 보니까 민국이가 잘못한 건 기숙사 무단이탈뿐이잖아. 인종차별적인 욕을 한 나쁜 놈은 풀려나고, 우리 민국이만 죄를 뒤집어썼는데 나 같아도 억울해서 절대 경찰서에서 한 발자국도 나올 수 없지.”
마크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그 형에, 그 동생이네.”
[당연하지. 마크, 원래 피는 물보다 진해.]* * *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는 민국이와 지희가 짝사랑 중인 도형이가 보였다.
민국이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달려와서는.
“대박… 형, 지금 뒤에 같이 들어온 여자 엠마 왓튼 맞지?”
[하아… 동생들이란….]나는 차갑게 민국이를 쳐다봤다.
“전민국, 네가 지금 엠마 왓튼이 눈에 들어올 처지야?”
“형, 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하나도 없어?”
“그, 그…게. 기숙사 무단이탈하긴 했지만.”
“그니까. 기숙사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으면 오늘 일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겠지?”
이때, 뒤따라온 도형이란 친구가 끼어들었다.
“형님, 민국이는 진짜 잘못 없어요. 제가 피자 먹고 싶다고 한 거예요. 그리고 피자집에서도 저한테 욕했는데, 제가 못 알아듣고 싱글벙글하고 있으니까 민국이가 대신 화내준 거예요. 사과하라고요.”
“상황 파악은 다 됐고. 전민국….”
“응, 형!”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나한테 욕한 그 미국놈 잡아다가 사과 듣고 싶어. 그리고 경찰들도 우리한테 사과해야 해. 영어 잘 못 한다고 그놈 말만 믿고 그놈 그냥 보내버렸잖아.”
“그래, 우선 기숙사 무단이탈한 건 이 일이 끝난 다음에 이야기하자.”
나는 팔뚝을 걷어 올렸다.
경찰관 한 명이 위압적인 얼굴로 다가왔다.
“이제 형도 왔으니, 그만 동생 좀 데리고 가요. 여기가 무슨 탁아소도 아니고.”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동생 데리고 가라고요.”
“제 동생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는데, 지금 그냥 데리고 가라고요? 당장 욕한 그 자식 잡아들여서 사과하세요. 그리고 제 동생에게 부당하게 대우한 경찰분도 오셔서 사과하시고요.”
민국이는 내 등 뒤에서 소곤거렸다.
“형아, 저기 앉아있는 경찰이 나한테 소리 질렀어.”
경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 우리가 오해하긴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아무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하셨을 텐데요? 범죄 예방도 경찰의 중요한 일 아닌가요? 아무 아시아인에게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하는 놈을 그냥 풀어주셨잖아요. 그 사람이 오늘은 그냥 넘어갔지만, 다음에도 그러라는 법 있나요? 다른 아시아인에게 또다시 그런 언사를 하거나 폭력을 휘둘러야만 정신 차리실 겁니까?”
“그, 그게….”
경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뒤에서 민국이는 조용히 속삭였다.
“형, 잘한다!”
경찰은 연신 가만히 앉아있는 경찰을 뒤돌아봤다.
그제야 민국이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경찰이 일어섰다.
“톰, 내가 해결할게. 정말 귀찮게들 구네….”
우리를 막아섰던 경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큰 키에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경찰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사과만 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말투는 전혀 사과할 말투가 아니었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랍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공부하러 왔는데, 봉변을 당한 거잖아요.”
“그럼… 니네 나라로 가시든가.”
경찰은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말을 들은 엠마 왓튼이 갑자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어….”
엠마 왓튼을 본 경찰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지금 미국에 공부하러 온 사람이 봉변을 당했는데, 니네 나라로 가라고 하신 거예요?”
“그, 그게….”
“저는 영국 출신인데, 미국에서 현재 공부 중이거든요. 그럼, 저도 만약 부당한 대우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당하면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는 건가요?”
역시 엠마 왓튼은 생긴 대로 똑 부러졌다.
“제… 말은 그게 아니고요.”
“오늘 저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목격한 것을 제 개인 SNS에 올릴 예정입니다. 참고로, 여기 서 있는 두 남자분.”
엠마 왓튼은 나와 마크를 가리켰다.
“이분들이 바로 ‘페이스 노트’ 창업자들이세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분들이시거든요. 이분들이 자신의 ‘페이스 노트’에 올리는 글 하나가 여론을 움직이기도 하는데, 그 여론을 견디실 자신 있으세요?”
엠마 왓튼을 보고선 마크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곤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성국, 엠마 왓튼이 나는 영향력 쥐뿔 없는 거 모르나 봐.”
“마크, 조용히 해.”
마크는 떡 벌어진 입을 닫았다.
그리고 당황한 경찰은 얼른 뒤의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아까 그 새끼 연락처 남기고 갔지? 어서 전화해서 당장 튀어오라고 해! 안 온다면 우리가 친히 모시러 가겠다고도 해!”
* * *
30분 만에 민국이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을 한 남자가 등장했다.
딱 봐도 많아야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남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경찰서로 들어오더니 우리를 상대한 경찰에게 다가갔다.
“저… 아까 일은 다 끝난 거 아닌가요?”
“우리가 사건의 앞뒤 관계를 잘 몰랐더라고요. 저 학생들이 먼저 덤빈 게 아니라 당신이 먼저 인종차별적인 욕을 했던데, 맞죠?”
“그, 그게….”
남자는 당황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놈이었다.
“사실만 말하세요. 여기는 경찰서입니다. 아시죠?”
경찰의 압박에 남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게… 두 사람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요.”
남자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었다.
“형, 저 새끼 거짓말하는 거야. 나랑 도형이랑 둘이 메뉴 고르고 있었단 말이야.”
“민국아, 가만히 두고 보자. 근데… 너, 저 남자 억양이 굉장히 센데 영어 다 알아듣는 거야?”
“어… 그러게… 형, 좀 잘 들리는데.”
역시 언어는 현지에서 배우는 게 최고였다.
경찰은 다시 남자를 압박했다.
“솔직하게 말하세요. 우리도 피자집 CCTV 다 봤어요.”
“그, 그게… 제가 요즘 일이 잘 안 풀려서요. 취업도 잘 안 되고….”
“그렇다고 어린 학생들한테 욕을 하면 됩니까?”
“죄, 죄송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은 나 말고, 저 학생들에게 하세요. 저 학생들은 욕도 들었는데, 경찰서까지 와서 억울하게 몰렸잖아요.”
“아, 네….”
남자는 쭈뼛쭈뼛 민국이와 도형에게 걸어왔다.
“저… 아까는….”
근데, 순간 눈이 엠마 왓튼에게로 향했다.
“대에박! 엠마 왓튼 맞아요?”
나는 얼른 엠마 왓튼 앞을 가로막았다.
민국이와 도형이에게 욕을 한 놈이다. 엠마 왓튼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저기요. 지금은 제 동생한테 사과가 먼저인 것 같은데요.”
“아… 근데요. 지금 저기 서 계신 분 엠마 왓튼 맞죠? 그것만 알려주세요. 제발요….”
뒤에서 엠마 왓튼이 대답했다.
“맞아요. 저 엠마 왓튼이에요. 우선 제 친구 동생한테 사과부터 하세요.”
“아, 네….”
남자는 얼른 민국이와 도형에게 오더니 90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냥 인생이 요즘 답답하고 안 풀려서 그랬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 * *
남자는 사과를 마치고는 엠마 왓튼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이름이 뭐예요?”
“헨리 피트요.”
“헨리, 인생이 잘 안 풀린다고 다른 사람한테 화내면 안 되잖아요.”
“오늘 일은 제가 정말 바보 같았어요.”
“저도 인생이 안 풀릴 때가 많거든요.”
“엠마가요?”
“저도 오디션이 엄청 많이 떨어졌어요. 이미지가 안 맞는다. 살도 좀 더 빼라. 그런 말도 듣고요.”
남자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엠마 왓튼을 바라봤다.
“그럴 때마다 남들에게 화냈으면 지금의 제가 있겠어요? 헨리, 그러니까 헨리도 일이 안 풀린다고 남 탓하지 말고, 내가 지금 상황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알아보세요. 그게 헨리 인생에 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엠마….”
헨리는 엠마 왓튼의 말 한마디에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민국이도 옆에서 훌쩍였다.
“형, 엠마 말 감동적이야.”
“민국아, 엠마 억양이 영국식인데 잘 알아듣네?”
“형… 감동적인 이 순간에도 정말 이러기야?”
[물론이지. 나 전성국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