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18화(318/576)
제318화
– 엠마 왓튼의 새 남자친구는 ‘페이스 노트’ 창업자인 전성국!
– 모든 여자들의 워너비 전성국 드디어 연애 중!
– 여자들의 ‘페이스 노트’ 탈퇴 러시!
나는 뉴스에 난 각종 기사를 확인했다.
“마크, 정말 탈퇴 러시야?”
“분석해보니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자들의 탈퇴가 너 열애설 기사 나고 수치가 높아지긴 했어.”
“내 연애가 일에 보탬이 안 되면 안 되는데….”
“성국, 제발 연애를 먼저 생각해. 단순히 오너의 열애설 때문에 흔들릴 회사라면 미래가 불투명한 거 아니야?”
“마크….”
나는 마크에게 조금 감탄하고 있었다.
내가 미국 본사를 떠나서 한국으로 떠나기 전만 해도 마크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아이처럼 내 뒤에 숨어서 징징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가 없는 사이에 본사를 이끌면서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성국, 그리고 탈퇴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페이스 노트’ 개설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 미국에서는 ‘페이스 노트’를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있잖아. 한번 하면 끊을 수 없는 거라고….”
“마크, 그사이 좀 많이 당당해졌는데?”
“그럼, 나 마크야. 전성국 동업자.”
마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 흉내를 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전성국 흉내 내기 힘드네.”
[지금 나 흉내 낸 거야? 얼굴이 이렇게 다른데!]“마크, 하나도 안 똑같았어.”
“이럴 줄 알았지. 암튼 지금 사회적으로 ‘페이스 노트’ 열풍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도 난리야. 학부모로부터 항의도 엄청 들어와. 그러니까 너 때문에 탈퇴한 여성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단 말이야.”
그건 어쨌든 진짜로 ‘페이스 노트’가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었다.
“그래도… 오너 리스크는 없어야지.”
“네가 약을 하거나, 엠마 왓튼 사귀면서 양다리를 걸치거나. 혹은 회사 돈을 횡령하거나… 뭐, 그런 일만 안 하면 오너 리스크는 걱정 없어.”
“그런 일은 절대 없어.”
마크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
“참, 마크… 우리 개발하고 있는 앱 있잖아. 인스타그림. 그건 어떻게 진행 중이야?”
“안 그래도 너 이번에 들어오면 보여주려고 했어. 근데… ‘페이스 노트’가 이제 막 미국에서 돌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또 다른 SNS를 내놓는 게 시기상조 같기도 하고.”
물론 시기상조이다.
“마크, 사실 이제 SNS 시장은 포화 상태로 가고 있잖아. 그런 의미에서 조금이라도 특별한 기능이 있는 SNS를 언제든 먼저 내놓는 건 시장 선점의 의미가 있고. 어떤 식으로든 빨리 내놓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이미 어디서든 우리와 비슷한 아이디어로 자본을 끌어서 SNS를 만들고 있을 테니까.”
“흠… 그렇긴 한데…. 걱정이 돼서. 지금 ‘페이스 노트’ 인력으로는 너튜브까지 무섭게 확장 중이라 솔직히 많이 힘들거든.”
“마크… 인력은 언제든 보충해. 피터에게 자금 문제는 논의하고.”
“사실… 지금 인력으로도 사무실이 터져 나갈 것 같거든. 사무실을 확장하든 너튜브와 인스타그림은 따로 분리하든 해야 할 것 같아.”
“흠… 내 생각에는 사무실을 확장해야 할 것 같아. 어쨌든 ‘페이스 노트’의 핵심 인력들이 너튜브와 인스타그림까지 연결되어 있잖아. 만약 갑자기 분리를 시작하면 일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그건 그렇긴 한데… 미미도 그렇고. 샘과 애덤은 진짜 일에 묻혀 사는 수준이야. 그리고….”
갑자기 마크의 심각한 얼굴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몇 개 보여줬다.
– ‘페이스 노트’ 완전 최악이야. 거기 출퇴근도 없이 일 시킨다잖아.
– 전성국, 지는 여배우랑 연애하면서 직원들만 그렇게 일 시키는 거야?
– 나는 아무리 돈 많이 줘도 그런 회사에서는 절대 일 못 해!
“사실 ‘페이스 노트’ 직원들의 워라밸 문제가 요즘 IT 업종 관련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어.”
“워라밸? 우리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받잖아.”
“그렇긴 한데… 너무 혹사당하는 거 아니냐고. 성국이 워커홀릭인 거야 창업주니까 그렇다고 치는데, 직원들까지 그러는 건 횡포라는 말이 좀 있어. 이런 식으로 회사 인식이 나빠지면 인력난을 겪게 될지도 몰라. 최근에 구직 공고를 냈는데, 사실 이전보다 지원자가 줄긴 했거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크, 난 좀 이해가 안 돼.”
“뭐가?”
“하루가 24시간이나 되고, 24시간씩 되는 하루가 365일이나 되잖아. 그런데 어떻게 시간이 부족해? 나는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부를 담당하느라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데다가 너튜브를 운영하고, 각종 인터뷰까지 소화하고 있잖아. 거기다가 엠마 왓튼과 연애도 하고! 24시간 365일이라는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지 못하고 사는 자신을 탓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마크는 말이 안 통한단 얼굴로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성국, 네 속마음은 절대 나한테만 말해. 알았지?”
[나도 안다고, 쳇.]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성국, 샘과 애덤이 워커홀릭인 거야 우리 직원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혹사당한다고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 제발 두 사람에게 자발적인 야근도 그만하고, 주말에는 집에 가고… 휴가도 쓰라고 말 좀 해줘. 내 말은 도대체 듣지를 않아!”
“흠… 알았어. 내가 두 사람 좀 만나볼게. 그리고 얼른 인원 확충 공고 내. 사옥 문제는 피터랑 논의해볼게.”
* * *
나는 샘과 애덤이 있는 개발팀 쪽으로 향했다.
모든 공간이 오픈된 사무실이었지만, 아무래도 여러 장비가 많이 필요한 개발팀은 정해진 자리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해서 ‘페이스 노트’ 사옥의 일정 부분을 모두 쓰고 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안경을 쓴 샘과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을 기른 건장한 체격의 애덤이 개발팀 중심에 앉아서 한창 일하는 중이었다.
애덤 주변은 이제 화분 하나가 아니라 정글이 될 지경이었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샘, 애덤. 점심 안 먹어요?”
“성국, 먹어야죠. 엠마랑 연애 기사는 각종 뉴스로 잘 보고 있어요.”
“이제 시작인걸요.”
“부러워요, 성국!”
“샘이랑 애덤, 저랑 점심 먹어요.”
두 사람은 뭐지? 하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나는 일부러 샘과 애덤을 차에 태우고 인근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샘, 애덤. 나 없는 동안 고생이 많았죠?”
“일이 많긴 했어요. 그래도 너튜브가 이제 완전히 우리 쪽으로 권한도 넘어오고… 신이 나서 일을 멈출 수가 없어요.”
샘은 싱글벙글이었다.
샘의 경우에는 너튜브의 책임 개발자로서 내가 이미 많은 인센티브까지 약속해둔 상태였다. 한 마디로 지금 비록 체크 셔츠에 뿔테 안경을 쓰고 있지만, 백만장자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건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을 마구잡이 기른 데다가 유행 지난 메탈 그룹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애덤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두 사람, 너무 일에만 빠져있는 거 아니에요? 마크 말로는 둘 다 너무 일만 한다고 하던데요.”
“딱히 집에 가도 할 일이 없어서요.”
애덤이 대답했다.
“애덤, 그렇다고 사무실을 화초밭으로 만들 작정이에요?”
“그게 제 유일한 낙이잖아요. 그리고… 그 화분 덕분에 제가 이 회사에 남아서 큰일을 맡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그 화분들처럼 여기 뿌리 내리고 싶어서 그래요, 성국.”
애덤은 덩치에 안 어울리게 배시시 웃었다.
사실 인원을 정리하고 파격적으로 남은 인원들의 연봉과 인센티브를 책정할 때, 묵묵히 일만 한 애덤은 눈에 띄는 직원이 아니어서 제외되었었다.
그때, 애덤이 화분을 들고 와서 남게 해줘서 고맙다며 나에게 선물하려는 일을 계기로 애덤이 얼마나 묵묵히 일해온 직원인 것을 알게 됐다.
“근데, 두 사람 정말 연애 안 해요?”
나의 돌직구에 둘 다 얼굴을 붉혔다.
“성국…. 연애를 하려면 시간이 있어야 하잖아요.”
“샘, 난 시간 있어도 못해. 여자들 만나면 무섭단 말이야.”
정말 단전으로부터 한숨이 올라왔다.
이 두 사람 정말 어쩌면 좋지?
[평생 연애 못 할 것 같은 나도 연애를 한다고! 샘, 애덤!]* * *
나는 일부러 와인도 한 병 시켰다. 물론 나는 생수만 마셔댔다.
샘과 애덤은 회사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다가 이제는 요즘 빠진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반인이 듣기에는 거의 외계어 수준이었다.
나는 둘을 지그시 쳐다봤다.
“샘, 애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두 사람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어요.”
“무슨 소리예요, 성국. 나의 휴식 시간에 유일하게 나와 함께 하는데요.”
애덤이 발끈했다.
“성국, 그건 맞아요. 우리 같은 너드들은 클럽에 가도 소외당하기 일쑤고, 소개팅 나가도 대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샘도 덧붙였다.
“둘 다 우리 회사에서 받는 연봉에, 이번 인센티브까지 하면 부자예요. 그걸 어필해 봐요.”
“성국… 사실 우린 돈 쓸 시간도 없잖아요.”
그건 마치 다 일 많이 시키는 너 때문이라는 말 같았다.
“그럼, 솔직히 우리 이야기해 봐요. 나는 샘과 애덤이 직원이기 이전에 정말 오랫동안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에서 일해 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이렇게 일만 하다가는 언제 번아웃이 올지 모르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두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한번 편하게 이야기해 봐요.”
나는 한숨을 내쉬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요즘 IT업계 블라인드 글에 자꾸 우리 회사가 워라밸이라고는 없는 악덕 기업이라는 말이 올라온대요. 그건 아무래도 샘과 애덤의 역할이 큰 것 같아서요.”
샘과 애덤은 얼떨떨한 얼굴로 와인을 마셨다.
“성국, 성국도 알잖아요. 우리는 그냥 일하는 게 좋아서 회사에 남은 건데….”
“물론 그건 알죠. 하지만 밖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본다는 게 문제에요. 오면서 보니까 샘과 애덤 둘 다 ‘페이스 노트’에 회사에서 지내는 일상만 올리잖아요.”
“그게 진짜 우리 일상이니까요.”
애덤은 멋쩍은 듯 말했다.
“애덤, 제일 최근에 여행 간 게 어디에요?”
“흠… 대학 때 라오스랑 태국이랑 다녀왔어요.”
“샘은요?”
“대학 때 중국에 교환학생 다녀온 적이 있어요. 1년 정도요.”
“그 이후에는요?”
둘 다 고개를 저었다.
“그럼, 소개팅은 언제가 마지막이에요?”
“그게….”
“성국, 소개팅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애덤의 말에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 * *
“성국, 애덤이랑 샘이랑 이야기 좀 나눠봤어?”
“응. 마크…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얼마나 일에 지장이 가지?”
“둘 다 동시에?”
“아니면 교차로든가.”
“애덤과 샘이 서로 교차로 휴가를 간다면 가능한 부분도 있어. 왜 그러는데?”
“아무래도 두 사람에게 휴가를 줘야 할 것 같아. 강제로!”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마크가 웃으면서 내 어깨를 손을 걸쳤다.
“성국, 두 사람이 과연 갈까?”
“마크, 당장 파리행 퍼스트 클래스 끊어서 애덤에게 건네자고.”
“그렇게 강제로 보내겠다고?”
“응. 이거 다 회사 복지야.”
* * *
나는 마침 화분들에 물을 주고 있는 애덤에게 비행기표를 내밀었다.
“성국, 이게 뭐예요?”
“애덤, 다음 주 화요일 아침 9시에 파리로 떠나는 일등석 비행기표에요. 호텔도 예약해 뒀어요.”
“네에?”
“다음 주 화요일부터 한 달간 애덤 강제 휴가 기간이니까, 파리에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와요.”
“성국….”
“애덤, 걱정 말아요. 샘이 그동안 애덤이 하는 일도 돌봐주고, 인원도 곧 더 확충할 거예요.”
“그게 아니라… 우리 화분들 물은 누가 줘요?”
“그것도 걱정 말아요. 화분 물 줄 시간 알려주고 가면 마크가 줄 거예요.”
“그래도…. 전 놀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얼른 애덤에게 비행기표를 안겼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애덤, 지금 애덤과 샘이 너무 일에만 파묻혀 살아서 우리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선 휴가는 떠나고, 호텔 방에서 얼마든지 원격으로 회사 일 봐요. 그리고 또 내가 업무를 하나 더 줄게요.”
“얼마든지요.”
“애덤의 ‘페이스 노트’에 파리 휴가 중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마다 사진을 올려요. 알았죠?”
“네, 성국!”
애덤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 * *
애덤은 무사히 파리로 떠났고, 그날 이후로 애덤의 ‘페이스 노트’에는 수많은 파리 여행지와 레스토랑 사진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마크, IT 커뮤니티에서 평판은 어때?”
“뭐, 다 믿는 눈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한 사람한테 전액 보조해주는 휴가도 주고… 악덕 업체 이미지 겨우 탈피는 한 것 같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때,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엄마잖아….”
나는 태연히 전화를 받았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 성국아, 너 엠마 왓튼이라는 여배우랑 사귀어?
아차, 가족들에게 엠마 왓튼과의 연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게….”
– 전성국! 엄마, 아빠가 네 연애를 꼭 기사 보고 알아야겠어?
“엄마….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 너 한국 들어오면 바로 집으로 튀어 와!
툭.
전화가 끊겼다.
마크가 웃음을 겨우 참으며 입을 열었다.
“천하의 전성국이 못 이기는 사람은 가족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