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22화(322/576)
제322화
군대 문제라고?
어차피 삼전에서 산업기사로 근무하게 될 텐데…. 무슨 문제를 논의하자는 거지?
나는 양 비서와의 전화를 끊고, 생각에 빠져서 게이트로 향했다.
이때, 저 멀리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전성국 대표다!”
뭐지?
순간 터지는 플래시 세례!
그리고 연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전성국 대표님, 엠마 왓튼과의 열애로 뜨거운데요. 두 분이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건가요?”
“전성국 대표님, 엠마 왓튼과 미래 계획은 세우셨나요?”
“전성국 대표님, 누가 먼저 사귀자고 한 건가요? 엠마 왓튼이 먼저 대시한 건가요?”
“전성국 대표님! 엠마 왓튼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엠마 왓튼의 방한 계획은 있나요?”
“전성국 대표님, 여기 좀 봐주세요!”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무심히 기자들을 스쳐 지나간다면 싸가지 없는 놈 소리를 들을 게 뻔했고, 그렇다고 일일이 대답하기에는 질문의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이럴 때는 적당히 공손하고, 적당히 애매하게 대답하는 게 최선이었다.
나는 얼른 기자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공항까지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어리고 막 시작하는 연인 단계라서요. 앞으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저희가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내 갈 길을 갔다.
기자들이 아쉬워하며 내 등에 질문을 쏟아냈지만, 나는 간혹 뒤돌아서 웃으며 허리 굽혀 인사를 할 뿐 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
내 말 한마디가 엠마 왓튼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거기다 지희랑 밥 한번 먹었다고 한국 며느리 운운하는 기자들에게 미끼를 던져주고 싶지도 않았다.
기자들에게서 벗어나길 기다리고 있던 양 비서가 나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성국 군,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군대 문제라니, 무슨 일인가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아마 회장님께서 직접 뭔가를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이때, 입구 쪽에서 전태국이 미친 듯이 뛰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성국아!”
전태국은 양 비서를 보더니 조금 놀란 눈치였다.
“양 비서, 공항에는 어쩐 일이야?”
아무래도 오늘 만남은 전태국도 모르는 일인 것 같았다.
“도련님, 회장님이 성국 군을 따로 보고 싶어 하셔서요.”
“아빠가?”
“네.”
양 비서는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태국도 양 비서가 입을 열지 않는 의미를 아는지 더는 묻지 않았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고 해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것이 삼전의 스타일이었다.
전태국은 아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난 또 성국이 온다고 해서 바로 데리고 가서 보쌈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형, 임진서 씨는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형, 그럼 오늘은 저 대신 민국이랑 지희 데리고 가서 부모님께 보쌈 얻어먹으세요.”
“성국아, 은근히 나한테 두 사람을 떠넘기는 것 같은데?”
[전태국, 안 본 사이 좀 예리해졌는데? 사랑의 힘인가?]“형, 어쨌든 보쌈은 먹는 거잖아요.”
“알았어. 오늘 너랑 같이 가서 너희 부모님께 진서 씨도 인사시키려고 했는데… 아쉽네.”
[임진서 씨를 왜 우리 부모님께 인사시키는데! 우리 부모님이 너희 부모님은 아니라고!]전태국은 빙긋 웃으면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
“형, 임진서 씨랑 맛있게 드세요. 저희 어머니가 한때 임선미 씨의 매니지먼트 일을 한 건 아시죠?”
“아, 그러네. 오늘 할 이야기가 많겠는데….”
그리곤 전태국은 나에게 바싹 다가와서 속삭였다.
“성국아, 내 소원 중에 하나가 말이야… 친구 커플과 더블 데이트하는 거였거든. 엠마 왓튼 들어오면 우리 커플이랑 더블데이트하자. 알았지?”
“형, 그건 나중의 일이고요. 오늘 당장은 민국이랑 지희 부탁해요.”
“알았어!”
* * *
양 비서의 차가 향한 곳은 전재형 회장과 늘 만나던 삼전 호텔이 아니라 삼전의 본사가 있는 서초동이었다.
“양 비서님, 본사로 가시는 건가요?”
“네, 성국 군. 거기서 기다리실 겁니다.”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오늘 만남에 더 물어도 양 비서는 아무것도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잠자코 창밖을 바라봤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로 눈앞에 삼전의 본사가 보였다.
[오랜만이야… 삼전.]저번 생에서야 늘상 출퇴근하는 곳이었지만, 이번 생에서는 아역 모델 시절 계약 관련해서 온 이후로 지나가며 본 게 전부였다.
이제는 나와 완전히 상관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양 비서가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성국 군, 철수는 잘 지내지요?”
“네, 제가 바빠서 철수 형이랑은 잠깐 봤어요. 논문 끝내고 9월부터 ‘페이스 노트’ 본사에 출근하기로 했거든요.”
“얼굴은 어떻든가요?”
아마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은 이런 것일 터였다.
아들이 잘 지내는지. 몸은 괜찮은지. 얼굴은 어떤지. 어디 상한 데는 없는지.
“공부하느라 좀 야윈 것 같았는데요. 형 말로는 오히려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겠네요.….”
양 비서의 말에는 여운이 남았다.
양철수는 어린 시절부터 전태국의 비서 노릇을 하는 바람에 공부에만 100프로 집중할 수 없었다.
“양 비서님, 철수 형은 걱정 마세요. 좀 말랐지만 건강해 보였고, 형은 아직 20대이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잖아요.”
“이게 다 성국 군 덕분이에요.”
양 비서는 그 말을 하곤 다시 앞을 쳐다봤다.
그리고 드디어 차량은 삼전의 본사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양 비서가 23층을 눌렀다.
23층?
회장실은 분명 제일 꼭대기 층인데….
23층이라면 그냥 사무공간인데, 거기 전재형 회장이 있다고?
의문을 품은 내 표정을 읽은 듯 양 비서가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성국 군, 회장님이 아마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거라….
정말 예상이 되지 않았다.
띠잉-
곧 엘리베이터다 23층에 도착했다.
도대체 여기 뭐가 있었지?
저번 생에서도 사무공간에는 잘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23층에 뭐가 있었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텅 빈 사무실이 보였다.
23층 전체가 가구 하나 없이 텅 빈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재형 회장이 어둑해진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양 비서는 그대로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이제 이 공간에는 나와 전재형 회장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둔탁한 내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전재형 회장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손에는 와인과 잔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내 와이너리에서 나온 와인일세. 한잔 괜찮지?”
“네, 회장님.”
나는 잔을 받아들었다.
“아직 얼마 안 된 와이너리라 깊은 맛은 없네. 하지만 편하게 마시기에는 좋아.”
전재형 회장은 내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리고 우리는 와인을 조용히 마셨다.
말소리가 울릴 정도로 텅 빈 사무실.
켜진 것이라고는 작은 조명 하나.
불 켜진 맞은편 건물의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는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전재형 회장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군, 연애 축하하네.”
“…….”
연애를 축하한다?
솔직히 뭐라 답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하. 당황스러운가?”
“아니요. 전 세계가 제 연애를 지켜보는걸요.”
“역시 자네다워. 뭘 해도 국내 사이즈가 아니야. 난 사람이 타고난 그릇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이건 삼전의 초대 회장인 전주신 회장님도 자주 하던 말이었다.
전주신 회장에 의하면 전재형 회장은 삼전을 국내 일류 기업으로 만들 사람이고, 그의 아들인 나는 삼전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 그릇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마흔에 요절하는 바람에 그 끝은 보지도 못했지만….
전재형 회장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도 이제 군대를 가야 할 나이가 아닌가.”
“미룰 수도 있지만, 적당한 때 가려고 합니다.”
“그래, 뭐든 귀찮은 일은 빨리 해치우는 것도 방법이지. 그래서 말인데….”
전재형 회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나는 끈기 있게 전재형 회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난 자네가 삼전의 어느 부서에서 평범한 방위산업체 직원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참 마음에 걸렸거든…. 그래서 말인데….”
오늘따라 전재형 회장은 뜸을 많이 들였다.
“회장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나는 은근히 전재형 회장을 재촉했다.
“자네 여기 어떤가?”
“여기요?”
“삼전 그룹의 23층. 이곳 전체를 자네에게 주고 싶은데….”
“이곳을 저에게 주신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전재형 회장은 묘하게 말을 했다.
[전재형 회장, 평소처럼 돌직구를 던져. 괜히 말 돌리지 말고!]나는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23층의 미스터리를 밝힐 사람은 전재형 회장뿐이었다.
“이곳에 자네가 원하는 SNS 개발팀을 만들면 어떨까 해서…. 자네가 책임을 맡고, 팀을 구성하고, 인재들도 영입하게. 그러면 삼전 차원에서 그 회사를 방위산업체로 신청하면 될걸세.”
물론 당연히 삼전이 방위산업체를 신청하면 탈락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전재형 회장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회장님, 저보고 삼전 산하의 SNS 개발팀을 만들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자네가 누구 밑에 들어가서 일을 할 그릇의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건 맞는 말이지만….]나는 잠자코 전재형 회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성국 군, 난 지금 자네에게 제안하는 걸세. 어차피 대체 군 복무는 해야 할 테고, 삼전이 그걸 도와주겠다는 걸세. 자네의 능력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주고.”
“그 날개에는 대가가 있을 텐데요.”
“당연히 자네가 개발한 SNS는 삼전과 공동 개발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이익도 물론 나눠 가져야 할 것이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공동 개발. 공평한 이익 분배….”
내가 말을 곱씹자 전재형 회장이 덧붙였다.
“정확히 50대 50. 삼전이 50프로. 그리고 자네가 50프로.”
나는 잠시 생각을 한 다음에 전재형 회장을 쳐다봤다.
어쨌든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군 복무를 하는 동시에 개발도 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팀을 꾸리고 운영할 수 있었다.
월급쟁이로 지내는 것보다야 훨씬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뭔가?”
“제가 군대를 제대한 후에는 여기 23층 SNS 팀의 독립을 원합니다.”
“독립?”
“삼전의 소속이 아니라 독립된 회사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대신 처음 거신 조건처럼 투자자인 삼전 그룹이 50퍼센트의 지분을. 그리고 제가 나머지 50퍼센트의 지분을 갖는 것은 유지하고요.”
전재형 회장이 빙긋 미소를 짓더니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자넨 역시 그릇이 달라…. 이번 달 안으로 법률 사항 확인하고 정리해서 보내겠네.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팀을 구성해 보게. 방위산업체 복무는 그 팀이 완성되면 시작하지.”
“네, 회장님.”
나는 남은 와인을 마저 마셨다.
* * *
전재형 회장의 파격적인 제안에 마음이 들떴다.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림은 이제 내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돌아갈 정도의 규모가 됐다.
그런 사이에 약간에 목마름이 찾아오는 시기였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또 도전하고픈 마음….
때마침, 전재형 회장이 나에게 제안을 한 것이었다.
물론 전재형 회장의 속내는 뻔히 알고 있다.
– 친구를 가까이 둬라. 하지만 적은 더 가까이 둬라.
전재형 회장은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는 나란 존재를 더 가까이 두기 위해 한발 양보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아주 재미있는 동영상 SNS 하나는 만들 계획이었다.
짧은 시간의 동영상을 제작,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자 SNS. 바로 띡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