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23화(323/576)
제323화
삼전 본사를 빠져나오자마자 아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 성국아, 어디니?
“집에 가는 길이에요.”
– 그럼, 우선 우리 집부터 들려라.
“네….”
아무래도 엠마 왓튼에 대한 이야기와 방학 동안 진행한 민국이 지희의 어학연수 결과를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다.
이게 K-장남의 의무였다.
* * *
부모님 댁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의외의 인물이 거실에 있었다.
바로 그레이스였다.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분명 피터와 뉴욕에 있어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나의 부모님 댁에 있었다.
“성국아, 우리 요즘 자주 보네….”
“그레이스… 갑자기 한국에는 무슨 일이세요?”
“구수영 회장님 칠순이 다음 주잖아. 나도 깜빡 잊고 있었는데, 사모님이 연락을 주셨어. 뭐, 대단한 잔치 할 건 아니고… 와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그레이스는 어쨌든 효진 그룹 구수영 회장의 자녀들의 미국 유학을 모두 책임진 사람이었다.
지금도 뉴욕에서 준호 재단에서 후원하는 유학생들을 돕고 있었다.
“그리고 칠순 모임에 준호 재단 장학생들도 다 초대하셨어. 당연히 너도 가야지? 네가 준호 재단의 첫 번째 장학생이잖니….”
“초대해주시면 물론 가야죠.”
효진 그룹 준호 재단의 첫 번째 장학생.
사실 삼전 그룹의 장학생 제의를 받았다가 삼전과 이번 생에서 더는 엮이는 게 싫어서 선택한 게 효진 그룹의 준호 재단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성품의 구수영 회장은 전재형 회장과 달리 어떤 조건도 없이 내 유학을 지원해주셨다.
“성국아, 지금은 너희 부모님이랑 민국이랑 지희 어학연수 결과가 어떤지 궁금해하셔서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너도 와서 이야기 좀 하자.”
“네, 그레이스.”
나는 거실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벌 받는 얼굴의 민국이와 달리 지희는 당당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레이스는 전문가답게 민국이와 지희의 어학연수 결과에 대해서 자세히 부모님께 설명했다.
“민국이는 보니까 융통성이 엄청 좋네요. 시험 결과는 딱 봐도 그냥 공부를 안 한 거고요. 그래도 회화는 큰 부담 없이 편하게 나누는 거 보니까, 여기서 좀 더 오피셜한 영어를 배우기만 하면 금방 늘 거예요.”
[그레이스, 좋은 말만 하지 말고….]“공부 의지가 좀 낮은 게 문제이긴 하지만… 민국이는 스파르타식이 아닌 좀 다른 방식으로 영어 공부에 접근하면 좋을 것 같네요.”
아빠가 민국이를 쳐다봤다.
“전민국, 너 형이 얼마나 뼈 빠지게 일해서 보내준 어학연수인데… 공부를 안 하면 되겠니?”
“아빠…. 그레이스 선생님이 저보고 회화 실력이 좋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정형화된 시험보다는 생활에서 익히는 영어가 더 체질에 맞다고요. 어학연수처럼 빡빡하게 수업 듣고, 시험 보고 그런 것보다는요.”
그레이스가 잠시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 저도 여러 아이들 학습 지도하면서 느끼는데, 민국이 같은 학생들도 꽤 많아요. 그런 학생들은 오히려 너무 빡빡한 스케줄이 있는 학교보다는 자유로운 학교를 선택해서 보내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더라고요. 참, 그리고 우리 지희는.”
그레이스는 적절한 타이밍에 지희에게로 대화를 돌렸다.
지희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레이스를 쳐다봤다.
“정말 지희의 성적표나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보니까 어릴 적 성국이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레이스, 무슨 소리야. 내가 전지희보다 훨씬 똑똑했지.]“그 정도예요?”
아빠가 약간 들뜬 얼굴로 물었다.
“지희의 학습 능력이나 공부에 대한 의지를 봤을 때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공부시키기 아까울 정도예요. 한국도 좋은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가 많지만 아무래도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는 게 좋은 건 사실이잖아요.”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빠의 얼굴은 어두웠다.
“성국이도 어릴 적부터 나가서 공부해서 저희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소중한 어린 시절에 저희 가족이 없는 것 같아서요.”
나는 잠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버님 생각 잘 알죠. 성국이도 보내기 많이 아쉬워하셨잖아요. 하지만 지금의 성국이를 보세요. 만약 그 당시에 유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국이가 있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이때, 지희가 그레이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레이스 선생님. 저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방학마다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싶긴 하지만, 제 목표는 서울대 법대거든요.”
그레이스는 똘똘한 지희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지희는 목표가 뚜렷한 것까지 어쩜 성국이랑 이렇게 닮았니….”
“한번 대한민국에서 1등 해보고 싶거든요. 대한민국에서 1등도 못 하면서 외국 나가서 1등 할 수 있겠어요? 서울대 법대는 대한민국에서 1등들만 가는 거잖아요.”
나는 조용히 끼어들었다.
“지희야, 집안에 의사 한 명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오빠… 지희는 버락 오마하처럼 변호사가 된 이후에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될 거야!”
[그건 이미 불가능해. 몇 년 후에 여자 대통령이 나온다고….]지희의 강단 어린 목소리에 나만 빼고 모두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 지희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지희 말대로 한국에서 1등도 해보고… 방학마다 어학연수 코스 밟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거야 적극 지원해야죠.”
아빠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민국이와 지희의 상담을 끝낸 그레이스가 내게 눈짓을 했다.
“성국아, 나랑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니?”
“네, 그레이스.”
* * *
그레이스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어렵게 말을 뱉었다.
“사실은 말이야… 너희 집으로 이렇게 찾아온 건 구수영 회장님의 부탁이 있어서였어.”
조금 짐작이 가는 면이 있었다.
피터와 뉴욕에 있어야 할 그레이스가 한달음에 한국에 달려올 일은 효진 그룹과 관련된 일뿐이었다.
“구수영 회장님이 부탁하고 싶으신 게 있는 것 같아.”
“저한테요?”
“응. 근데 자신이 직접 말하면 혹시 네가 부담을 가질까 봐 나를 통해서 의중을 먼저 물어보라고 하시네.”
역시 구수영 회장은 전재형 회장과 달리 남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부탁이 뭔데요?”
“성국아… 군대 문제 말이야. 혹시 효진 그룹에서 방위산업체를 신청하면 그곳에서 일할 생각 있니? 사실은 구수영 회장님이 예전부터 네 군대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 하셨거든. 너 같은 인재가 몇 년 동안 군대를 간다는 것도 아쉽고, 그렇다고 면제를 해준다고 하면 네가 안 받아들일 것 같고 말이야.”
“아하….”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바로 직전에 전재형 회장에게 다른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수영 회장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사실은… 오늘 전재형 회장님께 방위산업체 제안을 받았어요. 삼전에서 제가 100프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 하나를 설립하는 조건으로요.”
“흠… 역시 전재형 회장이 한발 빠르구나…. 근데… 이미 늦은 거니? 그러니까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든가.”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에요.”
그레이스는 조금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성국아, 그럼 구수영 회장님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겠니?”
“…….”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그러는 사이 그레이스가 먼저 답을 했다.
“아니다, 성국아. 이건 우리가 움직일게. 그리고 분명, 너한테 삼전에서 제시한 그 어떤 조건보다 좋은 조건이 갈 거야.”
* * *
경제인 오찬 모임.
구수영 회장은 많은 경제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오찬장으로 들어섰다.
먼저 도착한 전재형 회장도 있었다.
물론 오늘 오찬 모임에 구수영 회장이 일부러 나온 것은 바로 전재형 회장 때문이었다.
구수영 회장은 커피를 한잔 들고 전재형 회장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비슷한 크기의 회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게 되는 구조였다.
“전 회장, 오랜만이네.”
“네, 회장님. 다음 주에 칠순이시죠?”
“전 회장은 기억력도 좋아. 가족들이랑 친한 지인들하고 밥이나 먹으려고.”
“작은 선물 보내겠습니다.”
“아니야…. 대신.”
구수영 회장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전재형 회장을 쳐다봤다.
“뭐, 필요한 거라도 있으세요?”
“자네가 성국 군한테 방위산업체 제안을 했다고?”
전재형 회장의 미간이 구겨졌다.
어차피 업계에 소문이 날 일이긴 했지만, 자신의 생각보다 빨랐다. 그건 전성국의 입에서 나간 정보라는 의미였다.
“네… 회장님.”
“솔직하게 이야기함세. 나는 성국 군의 일이 삼전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일이 아니었으면 하네.”
전재형 회장은 구수영 회장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방위산업체라는 게 결국은 나라를 위해 하는 일 아닌가.”
“회장님, 전 성국 군에게 설립하게 될 회사의 50% 지분을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50프로는 자네가 갖고?”
“제가 아니라 삼전 그룹이 갖는 거죠.”
“그래, 그래… 결국 삼전이 갖는 거지.”
구수영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나도 성국 군에게 제안을 할 걸세. 성국 군이 개발하고픈 것이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기업의 지분 80%는 성국 군에게 줄 것이고. 나머지 20%는 효진 그룹 이름이 소유하나, 추후 나오는 모든 이익은 대한민국의 IT 활성화를 위해서 기부하는 것으로 말일세.”
“기부요?”
전재형 회장은 조금 놀랐다.
전재형 회장이 언제나 삼전의 이익만 좇는다면, 구수영 회장은 언제나 그럴듯한 명분을 굴렸다.
“효진 그룹과 성국 군의 이름으로 같이 기부할 걸세. 그리고… 성국 군이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는 동안 효진 그룹이 아무 대가 없이 지원할 것이고, 결과물이 나오면 앞서 말한 것처럼 효진이 가져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야.”
전재형 회장은 낮은 숨을 뱉었다.
“회장님, 기업의 생리는 이윤 창출입니다.”
“알지. 하지만 우리 돈 많이 벌지 않았나. 난 삼전 그룹이 젊은 인재들이 뛰어들어야 하는 IT 장르까지 넘보는 건 아니라고 보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아플이나 마이크로 세이버같이 아이디어와 기술 하나로 돈 버는 회사가 나와야지 않겠나.”
구수영 회장의 논리는 분명했다.
“전 회장, 사자도 먹을 만큼 사냥하면 더는 사냥을 안 하는 법이지 않나. 삼전이나 효진이나 우린 너무 많이 사냥하지 않았나.”
전재형 회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그럼… 저희도 다시 성국 군에게 제안 들어갈 겁니다.”
“선전포고인가? 난 성국 군을 두고 싸울 생각은 없네.”
“그럼, 물러나시죠.”
“아니, 물러나지도 않을 걸세. 난 진심으로 성국 군의 미래를 걱정해서 이 제안을 하는 걸세. 성국 군의 ‘페이스 노트’가 나스닥에 상장만 하면 나나 자네보다 더 부자가 될걸세. 그런 친구가 나라를 위해 귀한 봉사를 하는데, 양반가 마름 노릇하게 할 순 없지 않나.”
구수영 회장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칠순 선물은 이걸로 합세.”
* * *
오랜만에 출근한 ‘페이스 노트’ 한국 지부 사무실 정적이 흘렀다.
아침부터 삼전과 효진에서 두 개의 제안서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개의 제안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삼전은 나에게 85% 지분을 주는 대신 15% 지분만 자신들이 갖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효진은 80%의 지분을 내가 갖는 대신 20%의 지분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이익을 효진과 내 이름으로 IT 발전기금에 기부하는 조건의 제안이었다.
띡똑이 흥할 것이야 나는 분명히 알았다.
나에게 이익은 물론 5%라도 지분이 많은 쪽이었다.
내가 고민을 하자 전태국이 제안서를 얼핏 보더니 효진 그룹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성국아, 나라면 당연히 효진의 제안을 받을 것 같아.”
“왜요, 윌리엄?”
“한국에서 기업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뭔데요?”
“세금. 효진이 너와 효진 이름으로 기부까지 하면서 세금 혜택받을 수 있는 장치까지 만들어줬잖아. 거기다 나중에 기부하는 것보다 이렇게 처음부터 기부라고 이름 딱 박아놓고 사업 시작하면 딴지 걸 사람도 없고….”
사실 나도 그런 의미에서 효진 그룹의 제안을 수락할 생각이었다.
나는 효진의 제안서를 들고는 전태국을 쳐다봤다.
“윌리엄, 윌리엄은 정말 삼전 입장에서 매국노인 거 알죠?”
“성국아, 난 여기에서는 삼전의 전태국이 아니라 ‘페이스 노트’의 윌리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