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24화(324/576)
제324화
삼전과 효진의 제안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했다.
심지어 지분 80프로와 그 이상을 나에게 넘기다니….
아무리 20프로를 효진과 나의 이름으로 기부한다고 해도, 이 사실이 외부에 나가면 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을 것 같았다.
“흠….”
내가 고민을 하자 전태국이 옆에서 재촉했다.
“성국, 어서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방위산업체 신청하고, 뭐 하고 하면 생각보다 시간 오래 걸려.”
“난 또 다른 제안을 해보려고, 윌리엄.”
“아니, 이렇게 좋은 조건을 두고 또 다른 제안을 하겠다고?”
“응.”
삼전과 효진을 둘 다 가지고 가는 방법.
그 제안을 해볼 생각이었다.
나는 전태국을 쳐다봤다.
“윌리엄… 내가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뭔데?”
“‘페이스 노트’의 윌리엄으로 전재형 회장을 만나는 것이긴 한데, 만나서는 삼전 그룹의 후계자로서 이 상황을 설득해줬으면 해서요.”
“성국아, 넌 가끔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나 그렇게 어려운 역할 못 해.”
나는 전태국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냥 형이 생각하는 바를 전재형 회장에게 그대로 말하세요. 그럼, 돼요.”
“알았어! 그건 자신 있지!”
* * *
“회장님, 성국 군이 새롭게 작성한 제안서를 태국 도련님 통해서 보내왔습니다.”
양 비서의 말에 전재형 회장의 미간이 구겨졌다.
지분 85%나 줬는데, 또 다른 제안을 해왔다고? 거기다 삼전의 후계자 전태국을 통해서 보내왔다고?
‘젊은 놈의 욕심이 끝이 없군.’
전재형 회장은 화를 간신히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문이 열리고 전태국이 서류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회장님… 아니, 아빠….”
“너도 이제 내일모레 서른인데, 아빠는 졸업해야지.”
“아, 그게 입에 붙어서. 아. 버. 지. 이거요. 성국이가 보낸 거예요.”
전재형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받아들었다.
어떤 제안을 어떻게 했는지 한 번 볼까?
그런데 제안서의 내용은 전재형 회장이 짐작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 친애하는 삼전 그룹의 전재형 회장님께.
일전에 제안 주신 내용은 무척 감사합니다.
하지만 효진 그룹에서도 좋은 제안이 들어와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효진과 삼전 모두 저에게 소중한 회사들이고,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곳입니다. 저의 군 문제에도 이렇게 노력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고요.
그래서 제가 두 회사에 동시에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위산업체의 지분은 60%로 낮추는 대신 효진과 삼전의 지분을 20대 20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두 그룹의 소유 지분에서 나오는 수익 모두 대한민국의 IT 산업 활성화와 대한민국 군대의 병영 개선을 위해서 효진과 삼전 그리고 제 이름으로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전재형 회장은 성국의 제안을 다 읽고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효진 그룹과 삼전이 동시에 전성국이 운영하게 될 방위산업체에 투자하게 하고, 수익도 모두 기부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전재형 회장은 이 서류를 들고 온 전태국을 올려다봤다.
“전태국, 너도 내용은 알지?”
“네, 아버지.”
“너라면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겠니?”
“저라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이 제안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이유는?”
“성국이가 하는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거기다 인스타그림까지. 히트 안 한 SNS가 없어요. 미국 내에서는 ‘페이스 노트’가 상장만 한다면 성국이와 마크가 구굴을 넘보는 부자가 될 거라고 평가하고 있고요.”
전재형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성국이가 대체 복무 중에 개발할 SNS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겁니다. 그런 것에 효진과 삼전이 이익을 바라지 않고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충분히 세계적인 광고를 하는 것 같은데요. 만약 성국이 개발한 SNS가 흥하기라도 하면 효진이나 삼전이나 계속 이름이 거론될 거잖아요.”
“제법이네… 성국이가 그리 말하라고 시키던?”
“아버지… 이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효진과 삼전의 광고가 어느 시점까지 같이 노출되는 것도 조항에 넣으면 기부도 하고, 광고도 하고, 일석이조의 사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재형 회장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전태국을 성국이 밑에 보낸 것은 역시 잘한 일이었다. 빠르지는 않지만, 전보다 확실히 성장하는 듯 보였다.
전재형 회장은 서류를 다시 전태국에게 내밀었다.
“구 회장님에게도 같은 서류 보냈을 테니, 광고 부분 합의해서 이렇게 정리하기로 하자.”
“네, 아버지. 성국이한테 그대로 전할게요.”
“태국아….”
전재형 회장이 막 나가려는 전태국을 불러세웠다.
“왜, 왜요?”
전태국은 오히려 이렇게 나긋나긋한 전재형 회장의 목소리가 무서웠다.
“성국이 밑에서 많이 컸구나. 하지만 네가 삼전의 후계자라는 사실은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물론이죠, 아버지.”
“그리고… 박차고 나올 때는 이제 네가 정하거라.”
“그 말씀은…”
“지금 이대로라면 굳이 삼전 말단에서 경력을 쌓지 않아도 될 거 같단 말이다. 성국이의 곁에 있는 게 네 성장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구나.”
“아버지… 저, 그럼. 삼전에 안 들어가도 되나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네 선택을 한두 번 정도는 존중해주마.”
“네! 알겠습니다!”
전태국은 신이 나서 회장실을 나갔다.
전재형 회장은 뛰어나가는 전태국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포기한 녀석을… 전성국이 사람 만들고 있구나….”
* * *
삼전 호텔의 작은 연회장.
구수영 회장의 칠순 모임이 열리는 장소였다.
나는 칠순 모임이 열리는 오후 7시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구수영 회장에게 줄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비에서 구수영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곧 구수영 회장이 전화를 받았다.
– 성국 군, 왔는가?
“네, 회장님.”
– 여기 스위트룸일세. 전재형 회장도 함께니, 편하게 올라오게.
“네.”
나는 얼른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 * *
스위트룸의 문이 열리고 소파에 앉은 구수영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재형 회장도 따라서 일어났다.
“성국 군, 오랜만이야.”
“회장님, 건강하시죠?”
“그런 인사는 하지 말게. 내 꼭 늙은이 같지 않나.”
“죄송해요.”
“그래, 그래. 앞으로는 그냥 잘 지내셨어요? 이 정도만 하게.”
“그럴게요, 회장님.”
그리고 난 얼른 전재형 회장에게도 인사를 했다.
물론 나를 보는 전재형 회장의 시선이 좋을 리가 없었다.
“요즘 자주 뵙네요.”
“자네가 아주 신선한 제안을 해준 덕분에 나도 구수영 회장님을 요즘처럼 자주 보는 때도 없네.”
“성국 군 덕분에 효진과 삼전이 이렇게 자주 보고… 거기다 이렇게 좋은 일도 같이 도모할 수 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은 관계가 어디 있겠나? 안 그런가?”
“그럼요, 회장님.”
전재형 회장은 속내를 숨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얼른 구수영 회장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구수영 회장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잘 검토한 거고?”
“물론입니다. 저도 여기저기 묶인 게 많은 몸이잖아요. 변호사 통해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인했습니다. 회장님, 칠순에 맞춰서 진행하려고 좀 무리는 했습니다.”
“고맙네… 정말. 칠순 선물 중 제일 값진 것이 아닌가 싶네. 내가 후원한 성국 군이 이렇게 멋지게 자라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니… 우리 준호 재단의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
순간, 구수영 회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무래도 일찍 죽은 아들 준호가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내가 좀 감정이 격해졌네. 내 나이쯤 되면 문득문득 미련과 후회가 갑자기 밀려오네. 전 회장, 자네도 하나 있는 아들 너무 잡지 말고 잘해주게.”
“네, 회장님.”
구수영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그럼 우리 가볼까. 조촐하게 밥이나 먹자는 자리였는데, 준호 재단 장학생들도 모이고… 우리 삼전의 전재형 회장까지 오다 보니 이게 연회장이 아니면 안 되겠더라구.”
“저한테 말씀만 미리 해주셨으면 제가 더 좋은 홀 비워두는 건데요.”
“아닐세. 나이 먹은 게 뭐 자랑이라고…. 그래도 삼전 호텔 음식이야 알아주니까, 그걸로 됐네. 성국 군, 자네는 오늘 뭐가 가장 기대되나?”
“삼전 호텔 하면 저야 언제나 짜장면이 제일 기대됩니다.”
“그렇지. 삼전 호텔 하면 짜장면이지.”
구수영 회장은 내 손을 꼭 잡고, 스위트룸을 나섰다.
* * *
– 엠마 왓튼의 주연 영화 <마법사 해리>의 새로운 시리즈. <마법사 해리와 죽음의 주문> 홍보차 내한할 것인가?
– 엠마 왓튼, 연인인 전성국 대표를 만나러 한국행 선택하나?
– 전성국, 효진과 삼전이 지원하는 방위산업체에서 자체 SNS 개발을 목적으로 대체 군 근무 확정!
– 엠마 왓튼, 과연 군대 간 전성국 대표를 기다릴 것인가?!
나의 군대 대체 복무와 관련해서 기사들이 뜨는 동시에 엠마 왓튼과 엮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군대의 의무가 존재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체로 대체 군 복무를 해도 4주간의 신병훈련소는 다녀와야 했다.
나는 이 상황을 전화로 엠마에게 설명했다.
“4주간 신병훈련소를 다녀온 다음에 일상적으로 회사 다니듯이 한국에서 지내는 거야.”
– 4주나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거야?
“응, 아마 거기 들어가면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을 거야.”
– 성국, 나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 4주나 어떻게 견뎌!
“장거리 연애하면 앞으로 그보다 더 못 볼 때도 있을 텐데….”
– 이번 <마법사 해리와 죽음의 주문> 홍보하러 한국에 꼭 갈게.
“그거 나만 알고 있어도 되는 거야?”
– 응, 자기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는 거고…. 아마 내 일정은 몇 주 후에 공식적으로 풀릴 거야.
“우리나라 언론들 또 난리 나겠네.”
엠마는 한국에 와서 보고 싶은 것들과 먹고 싶은 음식을 나열했다.
– 나, 성국이 아버님이 하시는 그 보쌈? 맞나?
“응, 맞아. 보쌈.”
– 거기도 꼭 가보고 싶어.
“아버지께 미리 말해둘게. 엠마한테 제일 맛있는 보쌈 주라고.”
– 와, 벌써 기대 돼. 성국, 정말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시간 되면 우리 하와이에서라도 잠시 봐.”
– 나도 그러고 싶은데… 영화 홍보 때문에 학기 말 시간 비워야 해서 미리 제출할 과제가 장난 아니야.
“만나서 하면 되지. 내가 과제 도와줄게.”
– 성국?!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엠마와 나는 한 달 후에 하와이에서 만나기로 하고,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똑. 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전태국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성국, 너 전화 안 받는다고 아버님이 나한테 전화했어. 전화 끊으면 전화 달라고 하신 게 한 시간 전이거든.”
“아, 미안해요. 형.”
“제발 통화 중 대기라도 걸어라. 너만 연애하냐?”
“알았어요.”
나는 얼른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린 지 얼마 안 돼 아빠가 전화를 받았다.
– 전성국, 전화하기 힘드네.
약간 놀리는 말투였다.
“아, 그게… 다음부터는 아빠, 먼저 메시지를 보내. 그럼, 얼른 전화할게.”
– 우리 아들이 첫 연애를 아빠가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
“그런 거 아니야.”
부자 사이에 연애 이야기는 왠지 다루기 어려운 주제였다.
나는 얼른 주제를 돌렸다.
“아빠, 할 말이 뭐야?”
– 아하, 성국아. 주말에 시간 되지?
“응.”
– 그럼, 이 아빠랑 어디 좀 가자.
“어디?”
– 그건 그날 알려줄게.
* * *
아빠가 내 차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아빠, 어디 가려는 거야?”
“압구정 현성 아파트.”
“거긴 왜?”
아빠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기억 안 나?”
“뭐가?”
“네가 거기 아파트 콕 집어서 사달라고 했잖아.”
설마….
“너 이제 대체 군복무 때문에 한국에 오래 있어야 하잖아. 언제까지 태국 군이랑 붙어있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아빠가 약속대로 현성 아파트 한 채 샀어.”
“아빠….”
나는 너무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놀라긴. 엠마 한국 오면 태국 군 있는 집에 초대하기는 뭐하잖아. 너희 집으로 초대해야지.”
아빠는 나를 보면 눈을 찡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