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25화(325/576)
제325화
압구정 현성 아파트.
위치는 바로 한강 변.
2010년 현재 부동산은 확연한 하락장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본 부동산마다 급매가 수두룩했다.
곧 아빠의 차가 세월의 흔적이 여실한 압구정 현성 아파트 주차장에 멈춰 섰다.
그리고 나는 조금 놀랐다.
압구정 한성 아파트 중에서도 바로 한강 변에 위치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빠, 정말 여기 산 거야?”
“여기 구하느라 아빠가 엄청 고생했어.”
그러곤 아빠가 나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앞서갔다. 뒷모습에서는 확실히 나보다 들뜬 감정이 보였다.
“저번 주에 등기 치고 모두 끝냈어. 원래 있던 세입자도 나갔어.”
아빠는 나 몰래 모든 것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낡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빠가 누른 층은 8층.
“어때? 층도 좋지?”
“응.”
8층에 도착하자마자 아빠는 오른편의 803호 문을 열쇠로 열었다.
그러자 이사를 나가고 난 뒤의 어수선한 집이 나타났다.
오래된 아파트인 만큼 중간에 인테리어를 한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오래된 상태였다.
“일부러 인테리어는 덜 된 집으로 했어. 우리 아들 취향이 워낙 고상하니까, 취향에 맞춰서 싹 인테리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빠….]나는 목소리가 떨릴까 봐 아무 말도 못 했다.
내 취향까지 고려해서 이곳저곳 아파트를 봤을 아빠 생각을 하니까, 목이 멨다.
아빠는 멍한 얼굴로 우뚝 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이리 와봐. 여기가 안방이고…. 여기가 작은 방들. 실평수 들으니까 42평이라고 하는데, 요즘 42평과는 다른 느낌이야. 아, 그리고… 한강!”
아빠는 내 손을 끌고 한강이 보이는 주방 쪽으로 향했다.
“현성 아파트는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라 남향을 선호해서 한강은 죄다 주방 쪽에서만 보인대.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부동산 가서 거실에서 한강 보이는 아파트 달라고 난리를 쳤거든….”
“아빠….”
결국, 난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고 말았다.
아빠는 일부러 나를 슬쩍 보고는 한강을 내다봤다.
“성국아, 이 아빠가 우리 장남한테 집 한 채는 해줘서 장가보내고 싶었거든. 아빠가 엄마랑 단칸방에서 시작한 거 기억나?”
“…….”
[그럼, 그걸 어떻게 잊어?]“아빠는 원래 가진 것 없이 태어났으니까…. 성국아, 아빠 소원은 너희 엄마와 자식도 여럿 낳고 행복하게 사는 거였어. 그리고 돈도 많이 벌어서 우리 애들 결혼할 때 집 한 채씩은 해주는 그런 부모가 되는 거였고…. 성국아….”
아빠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성국아, 네 덕분에 아빠 소원 다 이뤘어.”
“뭐가 내 덕분이야. 아빠가 열심히 살아서 이룬 거잖아.”
“네가 어릴 적부터 아역 모델해서 엄마, 아빠한테 큰 힘이 됐잖아. 아빠가 아무것도 모를 때, 가게도 사라고 척척 알려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뭐에 홀린 건지 어린 네 말 듣고 가게도 시작하고, 아파트도 얻고… 심지어 사업도 확장하고… 나나 너희 엄마나 진짜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너밖에 없었던 거야.”
[아빠, 내가 이 집안에 태어난 걸 행운으로 알아.]아빠는 내 손에 열쇠를 꼭 쥐여줬다.
“성국아, 이제부터 여기 네 집이야. 엠마 올 때 이 집 보여주려면 인테리어 얼른 서둘러야 할 거야.”
“아빠, 쑥스럽게….”
“난 우리 아들이 선택한 여자라고 하면 머리카락, 피부색, 어떤 것도 상관없어. 그만큼 우리 아들 믿는다는 거야. 알지??”
“응, 아빠.”
[아빠, 근데 이거 증여세는 어떻게 한 거야?]라고 말할 뻔한 것을 나는 꾹 눌렀다.
이 순간만큼은 아빠의 감동을 깨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열쇠를 꼭 쥔 채 한강을 쳐다봤다.
드디어 나에게도 내 명의의 집이 생겼다!
* * *
– 하와이에서 밀애를 즐기는 엠마 왓튼과 전성국 대표!
– 그들의 데이트 장소는 문벅스?!
나와 엠마 왓튼은 각자 노트북을 펴고 나는 일을, 엠마 왓튼은 학교 과제를 했다.
물론 문벅스 밖으로 파파라치들이 떼지어 있는 게 보였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국, 나 이것만 잠시 봐줘. 동아시아 역사 수업인데, 한국 전쟁에 대해서 나온 부분이거든. 이거 자료 조사한 게 정확한 건지 확인해 줄 수 있어?”
“물론이지.”
나는 얼른 엠마가 작성한 리포트를 읽었다.
엠마는 일이든 공부든 적당히 하는 게 없었다.
“엠마,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뒤바뀐 부분만 한번 짚어주면 좀 더 흥미로운 리포터가 될 것 같아.”
“인천상륙잔전? 한번 찾아볼게.”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각자의 일에 열중했다.
나는 이제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할 SNS 띡똑의 구성을 위해서 이력서를 보던 중이었다.
효진과 삼전이 후원하고, 내가 직접 회사를 운영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인원들이 이력서를 보냈다.
서울대, 카이스트를 비롯한 대한민국 이공계 천재들도 많이 보였다.
[흠… 스펙이 아닌,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한데….]사실 고스펙자들이 지원했다가 힘든 개발 환경에 몇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미국의 ‘페이스 노트’ 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성국, 무슨 고민 있어?”
“한국에 이번에 새로 설립할 회사 인원을 뽑아야 하는데, 좀 어렵네.”
“우리 배우들도 그 역할을 따려면 오디션을 봐야 하잖아. 성국이 원하는 것을 내주고, 해오라고 하면 어때.”
“흠…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안 그래도 업무량 과다로 소문난 회사인데, 면접에 과제까지 주는 건 너무 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긴 한데….]나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엠마, 아이디어 고마워. 아무래도 그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아.”
이때, 전태국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분명 내가 엠마와의 데이트를 위해서 하와이에 온 걸 전태국도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나는 전화를 받았다.
“형, 저예요.”
– 성국아, 나 물어볼 게 있는데….
“지금이요?”
– 응.
“모레면 한국 가는데, 한국 가서 하면 안 되는 이야기에요?”
– 그게… 네 얼굴 보고 이야기하기 민망해서….
[전태국, 정말 언제 철들래?]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 말씀해보세요.”
– 너 새로 설립하는 SNS 회사 말이야. 나 거기로 이직하면 안 될까?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사는 어쩌고요?”
– 철수도 이제 얼마 후에 들어올 거고, 여기도 인원 계속 확충 중인데 진서 씨랑 사내 연애하는 것도 좀 불편해서.
“형, 혼자만의 생각이에요?”
– 진서 씨랑도 이 문제에 대해서 아주 심도 깊게 논의해 봤어.
“흠… 어쨌든 삼전이 저희 회사를 후원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형이 옮기고 싶다면 옮겨야죠.”
전태국이 옮겨온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삼전의 인력을 부려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 정말 그래도 돼?
“그럼요. 직책은 고민 좀 해보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로 이쪽 일 시작하시죠.”
– 어? 넌 지금 휴가 가 있고, 서울은 주말인데?
“저랑 일하시려면 주말 같은 거 없는 거 아시잖아요.”
– 아, 내가 그걸 깜빡했네. 성국아, 내가 다시 생각을….
“형, 이미 결정 난 일이에요. 제가 지금 이력서 추린 거 형한테 보낼게요. 이 사람들에게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림의 미래에 대해서 A4 용지 네 장으로 간단하게 정리해서 일주일 안으로 보내라고 해주세요. 동시에 삼전 그룹 인사팀에 연락해서, 이 사람들이 쓴 이력서 내용에 거짓 내용이 있는지 확인 부탁드려요.”
– 근데 성국아, 나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랑 엠마랑 데이트할 때 뭐 해?
“엠마는 학교 과제하고, 저는 일하죠. 됐죠? 그럼, 부탁해요!”
나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추려진 이력서를 모두 전태국에게 전송하고, 엠마를 쳐다봤다.
엠마도 마침 노트북을 덮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성국, 성국이 말 한대로 인천상륙작전으로 한국 전쟁의 전세가 역전된 상황에 대해서 기술했더니, 한국 전쟁 리포터가 더 풍부해진 것 같아.”
“엠마, 다 끝난 거야?”
“응. 방금 교수님께 메일 보냈어.”
“그럼, 우리 이제부터 뭐 할까?”
“해변에 늘어지게 누워 맥주 마시면서 책볼까?”
“나도 원하던 바야.”
* * *
– 엠마 왓튼과 전성국 대표. 모범생의 데이트는 이런 것일까? 일하고, 과제하고… 해변에서 책 보기.
– 전성국 대표와 엠마 왓튼 하와이 공항에서 또 눈물의 이별!
– 엠마 왓튼과 전성국 대표의 데이트를 표방한 모범생 데이트가 미국에서 대유행. 그 덕분에 문벅스 대호황!
– 문벅스의 호황에 문벅스 측에서는 엠마 왓튼과 전성국 대표에게 문벅스 3년 무료 이용권 증정!
– 문벅스의 무료 이용권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엠마 왓튼과 전성국 대표. 연애도 모범, 기부도 모범!
– 엠마 왓튼 <마법사 해리와 저주받은 주문> 내한 일정 확정! 12월 2일 입국. 하지만 출국 일정은 비밀에 부쳐.
– 전성국 대표와의 서울 데이트를 취재하기 위해서 전세계의 파파라치들이 서울로 입국 중.
– 전성국 대표 <마법사 해리와 저주받은 주문> 레드카펫에 서나? 모두의 시선이 집중!
– 엠마 왓튼과의 연애로 뜨거운 전성국 대표 삼전과 효진이 후원하는 방위산업체 대표로 대체 군복무를 2011년부터 할 것이라고 정식 발표!
– 엠마 왓튼 진짜 할리우드 고무신 되는 것인가?!
나와 엠마 왓튼에 대한 기사는 할리우드와 한국 두 곳에서 연일 쏟아졌다.
이제 확정된 나의 군대 문제 때문에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였다.
“정말 사람들 남의 연애에 관심 많은 것 같아.”
막 나와 엠마 왓튼의 기사를 본 전태국이었다.
“윌리엄, 근데 정말 임진서 씨와 떨어져서 지내는 거 괜찮겠어요?”
“전화로도 말했잖아. 사실 이제 ‘페이스 노트’ 한국도 인원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내가 삼전 후계자인 것도 버거울 텐데. 거기다 사내 연애한단 사실까지 알려지면 솔직히 직원들이 나 엄청 부담스러워하지 않겠어? 앗, 또 있다. 지사장으로 올 철수가 한때 내 비서라는 사실도 알려지면 말이야.”
[전태국, 원래 삼전의 후계자란 존재는 존재만으로 타인들에게 불편해.]나는 앞으로 쓰게 될 띡똑의 사무실을 둘러봤다.
사무실은 삼전과 효진의 공동 투자인 만큼 삼전 본사가 아닌 현재 ‘페이스 노트’가 위치한 건물의 다른 층을 통째로 빌리기로 했다.
내가 아무래도 두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일을 보기에도 훨씬 부담이 덜 됐다.
나는 띡똑의 사무실 창가에 서서 서울 강남의 대로를 내려다봤다.
[이제 여기가 내가 군 복무를 하는 곳이란 말이지….]이때, 엄마의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이지?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엄마, 무슨 일이세요?”
– 성국아… 너 12월 24일에 신병훈련소 입대하라는 통지문이 왔어.
“네에?”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커졌다.
입대 연기 신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바로 입영통지서가 올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지만, 국방부가 이렇게 부지런히 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성국아, 이제 채 한 달도 안 남았네…. 이거 엠마한테도 알려야지?
“네, 엄마.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나는 조금 다운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