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26화(326/576)
제326화
“성국아, 표정이 왜 그래?”
전태국이 내 얼굴을 조심스레 쳐다봤다.
“저 입영통지서가 나왔어요.”
“어? 너… 군대 대신 병역특례업체 근무하는 거잖아.”
“윌리엄, 그래도 신병 훈련은 받아야 해요.”
허리 디스크로 군대를 완전히 면제받은 전태국이 군대에 대해서 알 리가 없었다.
“근데 성국아, 예전에 막 보면 군대 가자마자 여자들이 고무신 거꾸로 신고… 그런 이야기 많았잖아. 설마 엠마가 겨우 몇 주 안 되는 신병 훈련기간 동안 고무신 거꾸로 신지는 않겠지?”
“윌리엄, 꼭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 같아요.”
“그건 아니고….”
“윌리엄, 훈련소 가기 전에 띡똑 채용부터 진행하죠. 훈련소 나오면 바로 개발 착수할 수 있게요!”
“어, 알았어!”
* * *
“성국아, 삼전 인력팀 풀가동해서 신입 열 명, 경력직 열 명 정도로 면접 볼 인원 추렸어. 추린 인원들은 정말 스펙 쪽으로 봐서는 누구나 뽑아도 될 정도야.”
전태국이 총 스무 명의 이력서를 내밀었다.
전태국의 말대로 모두 훌륭한 스펙을 갖췄고, 내가 내준 SNS의 미래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도 괜찮았다.
나는 이력서를 다시 한번 찬찬히 훑었다.
“근데 성국아… 이 중에 몇 명이나 뽑을 거야?”
“면접 보고 인성에 크게 이상이 없다면 모두 다요.”
“모두 다?”
“네. 경력직과 신입 모두 필요한 상황이잖아요. 개발팀은 특히나요.”
“그렇긴 한데… 너, 정말 네가 개발하고 싶은 게 뭔지 아이디어가 정확히 있는 거야?”
“그럼요.”
[전태국, 나 전성국이야!]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윌리엄, 면접 날짜 잡아주시고요. 바로 면접 진행하죠.”
“어… 그래. 박 비서한테 전화 돌리라고 해야겠네….”
전태국은 뒤돌아가다 말고 문득 멈춰 서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박 비서 우리 회사에 취업시키는 거는 어때?”
“윌리엄, 귀찮은 일은 박 비서 시키려고 그러는 거죠?”
“성국아… 박 비서가 내가 귀찮은 일 시킨다고 할 사람이야?”
“어쨌든 박 비서는 삼전의 녹을 먹는 게 더 좋을 거예요. 새로 생기는 회사보다야 삼전이 복지도 더 좋잖아요.”
“그렇긴 하지… 참, 그래서 말인데… 우리 회사 복지 차원에서 아버지한테 말해서 삼전 호텔 이용권이나 이런 것 좀 달라고 할까?”
“윌리엄….”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태국을 불렀다.
“불안하게 왜 또 그렇게 불러?”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는 빨리빨리 올려주세요.”
“정말?”
“네, 저도 삼전과 효진의 복지 혜택을 누리고 싶은 일개 월급 사장이잖아요. 이제부터는요.”
“알았어!”
전태국이 나가고 나는 오랜만에 ‘페이스 노트’에 내 상황 하나를 올렸다.
– 2010년 12월 24일 훈련소 들어갑니다.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생각입니다!
그 글 아래로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 어머, 대한민국은 군대 가야 하는 나라야? 그럼, 젊은 남자들은 모두 군대 가는 거야?
– 엠마는 어떻게 하고!!!
내가 글을 남기자마자 마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성국, 너 지금 무슨 소리야? 군대 대신 회사 일 하는 거 아니었어?
“마크, 훈련소는 다녀와야 해.”
– 그걸 지금 이렇게 빨리 간다고?
“이제 ‘페이스 노트’ 본사야 네가 잘 이끌어주고 있고…. 그리고 훈련소는 4주만 다녀오면 돼. 그러고 나서 원래 회사 생활하듯이 하면 되는 거라서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사나 너튜브 운영은 걱정 안 해도 돼. 그냥 긴 휴가 다녀온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 성국!!! 그 말이 아니잖아. 넌 어쩜 그렇게 네 생각만 하는 거야?
마크는 성질을 냈다.
“마크, 왜 화를 내고 그래?”
– 나 너한테 가장 친한 친구 맞아?
“맞지.”
– 암튼, 성국 두고 봐.
툭.
전화가 끊겼다.
도대체 뭘 두고 보자는 말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이력서를 훑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이름은 한명석.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구굴 본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엄청난 스펙의 사람이었다.
물론 이런 사람이 내가 창업하는 회사에 지원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경력직 연봉도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아직 시작하는 회사라 연봉은 업계 평균 정도였지만,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조항이 훨씬 좋은 편이었다.
그런 회사에 굳이 이런 스펙 좋은 사람이 지원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세르게이 브릭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익숙한 세르게이 브릭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성국, 오랜만이야. 방금 업데이트된 소식은 들었어.
“훈련소만 다녀오는 거예요.”
– 그래도 군대는 군대잖아. 근데 오늘 무슨 일이야?
“사람 한 명 조사해줄 수 있나 해서요.”
– 내가 러시아 출신이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다 스파이는 아니야, 성국.
세르게이 브릭은 시베리아만큼이나 썰렁한 농담을 던지고 혼자 낮게 웃었다.
“세르게이, 이전 직장이 구굴인 사람이 제가 한국에서 새로 여는 회사에 지원해서요.”
– 그게 왜? 성국이 여는 회사라면 나도 투자하고 싶은데.
“투자자들은 그렇겠지만, 직원은 다르죠.”
– 아, 맞다. 성국 회사 일 강도는 유명하지.
“구굴은 일하는 환경도 좋고, 돈도 많이 주잖아요. 근데 이런 인재가 갑자기 저희 회사에 지원한 게 이상해서요.”
– 어떤 말인지 알겠어. 이름이 뭐야?
“한명석이요. 한국 사람 많지 않으니 금방 조사되겠죠?”
– 암튼 성격 급한 건 여전해. 성국, 군대 가서 몸조심하고… 곧 조사해서 보낼게.
“고마워요, 세르게이.”
– 죽어가는 너튜브 살려준 보답이라고 생각해. 물론 내 파이는 작아졌지만.
세르게이는 끝까지 뼈 있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다시 한명석의 이력서를 훑었다.
구굴을 나온 지는 한 달 전.
내가 삼전과 효진의 후원을 받아서 새로운 SNS 개발 회사를 설립한다는 뉴스가 막 나간 시점이었다.
* * *
– 엠마 왓튼 내한 일정보다 앞당겨 극비 입국!
– 여자친구 마중 나간 전성국 대표!
–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바로 전성국 아버지가 직접 운영하시는 <원아저씨 보쌈> 본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를 내가 읽어주자 엠마 왓튼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성국, 한국에서도 나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은 꿈에도 몰랐어.”
“공항에 나와 있던 카메라들 봐. 어떻게 알고 나왔는지 모르겠어.”
“나도 그래… 정말 조용히 입국한다고 왔는데… 참, 성국 아버지가 만드시는 보쌈이란 거 인터넷으로 찾아봤거든. 정말 맛있어 보였어.”
“잘 삶은 돼지고기라서 엠마가 먹기에도 부담이 없을 거야. 참, 엠마… 나 12월 24일에 훈련소 들어가는 거 알지?”
“응. 성국…. 근데… 나 그날 못갈지도 모르겠어. <마법사 해리> 투어가 있거든.”
“괜찮아. 4주만 훈련받으면 나오는데….”
“성국, 그럼 4주 후에 바로 하와이에서 만날까?”
“그건….”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엠마는 대한민국의 군대가 어떤 건지 아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엠마, 내가 훈련소만 다녀와서는 이전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건 똑같거든.”
“응.”
“근데… 내 신분이 그전에는 자유인이었다면, 이제는 병역 특례업체에서 대체 군 복무를 하는 신분인 거야. 쉽게 이야기하자면 군대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군 생활을 하는 군인의 신분이야.”
“그게 뭐가 달라?”
엠마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떴다.
“이전처럼 자유롭게 해외를 나가거나 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야.”
“성국…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정말 이해가 안 가. 나라에서 해외여행을 막는다는 거야?”
엠마는 조금 놀란 듯이 나를 쳐다봤다.
“이제부터는 해외에 나가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거든. 나갈 수는 있지만, 나가려면 까다로운 절차 하나가 사이에 낀 거지.”
“아하….”
엠마는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손을 꼭 잡았다.
“성국, 내가 한국 자주 들어오도록 할게.”
“이해해줘서 고마워, 엠마.”
* * *
“헤, 헬로!”
아빠는 어색한 미소를 만면에 띄고 엠마에게 인사를 했다.
엠마는 오는 내내 달달 외운 한국 인사를 건넸다.
“아버어님. 안냥하세요.”
“엠마, 한국말 할 줄 알아요?”
당연히 모른다.
당황한 엠마가 나를 쳐다봤다.
“아빠, 엠마가 오는 내내 아빠한테 인사한다고 한국말 인사만 연습했어.”
“아, 그렇구나. 난 또 발음도 너무 좋고… 그리고 우리 성국이만큼 똑똑하다고 해서 한국말도 하는 줄 알았지.”
아빠는 머쓱하게 미소를 짓더니, 자리를 가리켰다.
“성국아, 저기 앉아. 오늘 특별한 날이라 영업도 조금 일찍 끝내고 준비했어.”
“아빠, 영업에 지장 있는 거 아니야?”
“장차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아들 여자친구가 왔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아빠가 금방 준비해서 올 테니까, 자리에 가서 있어. 엄마랑 민국이랑 지희도 곧 온대.”
“응.”
나는 아빠가 마련한 자리로 엠마를 안내했다.
“보쌈은 원래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거든. 아빠가 엠마를 위해서 지금 막 한 보쌈 준비해주신대.”
“성국, 나 완전 기대 돼. 벌써부터 입에 침이 도는 것 같아.”
“참, 엄마랑 민국이랑 지희도 오고 있대. 엠마, 우리 가족 보는 거 부담스러우면 편하게 말해.”
“무슨 소리야. 나 지희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나보다 더?”
“그건 아니지.”
엠마는 내 팔을 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때마침 문이 열리면서 엄마와 민국이, 지희가 동시에 들어왔다.
지희는 엠마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안겼다.
“언니!!!”
“지희, 보고 싶었어!”
지희는 나보다 먼저 엠마 손을 잡더니 엄마에게 소개를 했다.
“엄마, 엠마. 큰오빠 여자친구. <마법사 해리> 여주인공!”
“알아, 엄마도 너랑 그 영화 저번에 다 봤잖아.”
엄마도 아빠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엠마에게 영어로 인사를 했다.
“헤…헬로. 마이 네임 이즈 소영. 아임 성국즈 마더.”
“성국한테 어머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아버님이랑 어머님 뵈니까, 성국이 왜 이렇게 멋있는지 알 것 같아요.”
엠마는 유쾌하게 대답했다.
그새 귀가 뜨인 민국이는 엠마의 말을 듣더니 혀를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지희는 옆에서 엄마에게 엠마의 말을 통역해줬다.
“엄마, 엠마가 엄마랑 아빠 닮아서 큰오빠가 멋있다고 말한 거야. 참, 엄마 이야기도 오빠가 많이 했대.”
“정말?”
엄마는 반색하며 엠마 손을 잡고 자리로 끌었다.
“멀리서 왔는데, 어서 저녁 먹어요.”
“네. 어머님.”
엠마가 짧은 한국말로 대답하자 엄마의 입이 귀에 걸렸다.
* * *
– 엠마 왓튼도 반한 전성국 대표의 <원아저씨 보쌈>!
– 엠마 왓튼 방문 이후 매출 급상승!
– 엠마 왓튼이 먹은 <원아저씨 보쌈> 너도나도 먹어보자 챌린지. 전국 <원아저씨 보쌈> 지점들도 업주 아들 잘 둔 덕에 함박웃음!
– 전성국은 가는 발걸음 발걸음마다 돈이 쏟아지는 사주.
– 무속인들 점친 전성국과 엠마 와튼의 궁합. 천생연분!
– 전성국 사주에 연말 이별수 관측. 엠마 왓튼과의 사랑에 적신호 켜지나?
엠마가 아빠가 운영하는 <원아저씨 보쌈>을 다녀간 이후로 매출이 연말과 맞물려 두 배 이상 뛰었다.
전국의 지점들도 마찬가지였다.
엠마가 왔다 간 것 자체가 <원아저씨 보쌈> 광고나 마찬가지가 됐다.
그리고 엠마는 <마법사 해리>의 투어 일정 때문에 한국에서 며칠 머물지도 못하고 유럽으로 건너간 상태였다.
엠마가 떠난 자리를 채운 것은 다름 아니라 마크와 리미미 그리고 애덤과 샘, 거기다 수잔이었다.
마크와 애덤, 샘은 거실에서 이불을 깔고 마치 한국 사람들처럼 늘어져라 자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내리면서 잠든 세 사람을 째려봤다.
막 씻고 나온 리미미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사장님, 저도 커피 한잔 부탁드려요.”
“리미미 씨, 마크의 방한 목적은 도대체 뭐죠?”
“마크가 사장님 훈련소 들어가는 거 배웅한다고 세 사람 몇 주 동안 밤샘하고 들어온 거예요.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그런 것 치고는 저보다 더 잘 먹고, 잘 자는 것 같아서요.”
마크와 애덤 그리고 샘은 첫날 <원아저씨 보쌈>부터 시작해서 한국 음식을 도장 깨기하고 있었다.
내가 한숨을 팍 내쉬는데, 이때 세르게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일전에 부탁한 일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세르게이, 저예요.”
– 성국, 일전에 부탁한 그 한명석 말이야.
“네….”
– 아무래도 중국 쪽 산업스파이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