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28화(328/576)
제328화
나는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계속 매만졌다.
그리고 내 앞에 선 엠마는 그런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엠마, 이상하지?”
“아니… 성국, 꼭 밤송이 같아.”
엠마는 손을 뻗어 까끌까끌한 내 머리를 만졌다.
“정말 따갑네….”
나는 화사하게 웃는 엠마가 너무 예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엠마를 와락 안았다.
“엠마, 정말 보고 싶었어.”
“성국, 나도….”
우리는 마치 오랜만에 재회하는 연인처럼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우리의 이 격정적인 순간을 깨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띵동.
나는 엠마의 귓가에 속삭였다.
“무시하자….”
그 순간,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 나 민국이!”
긴 한숨을 절로 나왔다.
[민국이는 무시해도 돼. 그래, 무시하자.]나는 다시 엠마의 귓가에 속삭였다.
“엠마, 민국이는….”
그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성국아, 엄마야….”
[하아… 엄마는 무시할 수가 없지.]* * *
문을 열자 우리 가족 모두가 서 있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민국이와 지희. 이제 막내 흰둥이까지.
“어머, 엠마 왔네. 못 온다고 하지 않았나….”
엄마는 놀란 눈으로 엠마를 쳐다봤다.
“엠마가 해외 일정 중에 급히 들어왔어. 엄마.”
아빠는 얼른 손에 든 봉투를 내밀었다.
“우리 아들 내일 군대 간다기에 아빠가 만든 보쌈 먹이고 보내려고 싸 왔어. 엠마랑 나눠 먹어. 우리는 그만 가볼게, 알았지?”
아빠는 봉투를 내 손에 꼭 쥐어 주더니 황급히 민국이와 지희의 등을 돌렸다.
“우리는 이만 가자.”
엠마는 당황해서 나를 잡았다.
“성국, 부모님 가지 마시라고 그래. 성국, 훈련소 들어간다고 일부러 오신 거잖아.”
“그렇긴 한데….”
[그럼, 우리만의 시간을 못 보내잖아!]내 마음과 달리 엠마는 이미 엄마의 손을 잡아끌고 있었다.
“엄마, 아빠… 보쌈 같이 먹어요.”
“엄마, 아빠. 엠마가 같이 보쌈 먹재.”
민국이 녀석 이럴 때는 귀신같이 통역했다.
“형, 나 엠마한테 <마법사 해리> 이번 시리즈 본 거 어서 이야기해야지. 나, 사진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어봐 줘.”
“민국아, 그건 네가 영어로 직접 물어봐. 돈 들인 만큼 영어는 해야지.”
“정말 내가 얼른 영어 잘해서 엠마한테 형의 까칠한 그 성격 다 이르고 말 거야!”
“제발 그래라….”
민국이는 신발을 벗어 던지자마자 엠마에게 달려가서 핸드폰을 들이밀었고, 지희는 내게 흰둥이를 안겼다.
“오빠, 엠마 언니랑 나 놀게 흰둥이 좀 봐줘.”
나는 어느새 엠마가 아닌 흰둥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흰둥이는 나를 보더니 꼬리를 흔들어댔다.
[전흰둥, 네가 엠마면 얼마나 좋겠니….]아빠는 내 등을 밀었다.
“성국아, 어서 들어가서 보쌈 따뜻할 때 먹자.”
“네에….”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군식구들에게 카드 주며 겨우 내보냈더니, 진짜 식구들이 오고야 말았다.
* * *
훈련소 입소하는 날.
나는 무거운 눈을 떴다.
잠도 거의 자지 못했다.
부모님과 보쌈을 먹고 나자 마크와 일행들이 들이닥쳤다.
결론적으로 어젯밤 이 집에 들어온 사람 중에 집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엠마 대신 흰둥이를 안고 잠이 들었다.
“성국아, 네가 좋아하는 전복 미역국 끓였어. 어서 일어나!”
아빠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나는 흰둥이를 안은 채로 일어났다.
내 발치에는 민국이와 전태국 그리고 마크와 샘, 애덤이 뻗어서 자고 있었다.
“하아….”
정말 한숨이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고는 발로 민국이를 툭툭 쳤다.
“전민국, 일어나. 밥 먹자.”
“형이 군대 가니까, 형이나 먹어. 난 좀 더 잘래.”
“그래, 마음대로 해라.”
나는 흰둥이를 안고 식탁으로 향했다.
이미 일어난 엠마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나를 맞았다. 그나마 엠마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성국, 미역국이라는 거 나 처음 봤어.”
“한국에서는 생일에 주로 먹어.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아.”
“어머니가 레시피도 알려주셨어. 다음 성국 생일에는 내가 끓여줄게.”
[역시 엠마밖에 없어….]달려가서 엠마의 뺨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뽀뽀는 흰둥이가 내게 해주고 있었다.
이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내 핸드폰인가?
하지만 내 핸드폰은 조용했다.
이때, 전태국이 발딱 일어나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 네… 조금만 대기해. 박 비서.”
전태국은 졸린 눈을 비비며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박 비서가 대기 중이야.”
“왜요?”
“왜긴 너 훈련소 앞까지 우리랑 같이 가야지. 차가 부족할 것 같아서 내가 연예인들 타는 밴 좀 몇 대 렌트해 오라고 했어. 그리고 여기 진짜 여배우도 있잖아.”
전태국은 엠마를 보며 싱긋 웃었다.
“엠마, 성국이 군대 보내고 저희랑 삼전 호텔 가서 식사해요.”
“전 성국 씨 보내고 바로 공항 가야 할 것 같아요. 미안해요.”
“어쩔 수 없죠, 뭐. 성국아, 어서 준비해.”
나는 엄마가 끓여주는 전복 미역국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4주 동안 가족을 못 본다니….]이때, 엄마가 내 등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성국아, 너 정말 여태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잖아. 훈련소 가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잘 지내다 와. 알았지?”
“응… 엄마.”
* * *
– 엠마 왓튼과 효진의 구수영 회장, 삼전 그룹의 후계자 전태국 군의 배웅을 받으며 훈련소에 들어가는 전성국 대표. 진정한 월클 인증!
– 짧은 머리에도 전성국 대표의 미모는 사라지지 않았다.
– 전성국 대표, 엠마 왓튼과 훈련소 앞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다!
– 엠마 왓튼, 눈물로 남자 친구 전성국 대표 배웅!
끼익- 내가 훈련소에 들어가자마자 불길한 소리를 내면서 훈련소의 문이 닫혔다.
나는 드디어 세상과 잠시 단절됐다.
* * *
전태국은 한국에 남은 애덤과 함께 ‘알파’의 신입사원이 된 총 20면의 신입과 경력직 사원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성국이 지시한 대로 회사에서 어떤 개발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는 4주 동안 기본적인 회사 업무 숙지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 등 일반적인 교육이었다.
그리고 같이 일하게 될 직원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 시간이었다.
그리고 벌써 이 교육도 3주가 훌쩍 지났다.
막 ‘페이스 노트’의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적인 강의를 마치고 애덤이 나왔다.
“애덤, 커피 한잔하죠.”
“좋아요, 윌리엄.”
전태국은 믹스 커피를 애덤에게 내밀었다.
K팝을 좋아하는 애덤은 최애 떡볶이에 이어서 이제는 믹스 커피에 푹 빠져버렸다.
“역시 한국 믹스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니까요. 참, 태국….”
애덤은 주위를 살짝 둘러봤다.
“애덤, 모두 교육 중이고… 심지어 우리는 방음 잘 되는 회의실에 있잖아요. 편하게 말해요….”
“그래도 늘 조심스러워서요. 성국이 말한 그 한명석이요. 조사 결과 나왔죠?”
“…….”
전태국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사람이에요? 진짜 중국 쪽이랑 접촉하는 거 맞아요?”
“우선 회사에서 비공개적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한명석 저 사람 1년 전에 구굴 재직 중에 주식으로 크게 돈을 잃었다고 하더라고요.”
“흠… 충분히 돈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네요.”
전태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참, 전 돈 얼마에 양심을 파는 행동은 정말 나쁜 것 같거든요.”
“윌리엄, 그건 윌리엄이 돈이 차고 넘치게 많아서 모르는 분야일 수도 있어요.”
“삼전 그룹의 초대 회장이자 제 할아버지인 전주신 회장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양심을 팔려면 최고로 비싼 값에 팔라고요.”
“참, 기업가다운 마인드시네요.”
“저는 그래서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를 더 존경해요.”
“그럼, 이제 한명석 저 사람 어쩌죠?”
“흠….”
전태국은 잠시 고민하더니 애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애덤이 한 발자국 물러섰다.
“윌리엄, 아까 분명히 여긴 방음 잘 되는 회의실이라고….”
“애덤,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누구도 들으면 안 된다고요.”
전태국은 목소리까지 낮췄다.
“뭔데 그래요, 윌리엄?”
“성국이가 1주 후면 훈련소에서 나오잖아요. 우리가 그전까지 한명석을 미행해서 한명석이 누구와 만나고 다니는지 알아두면 어떨까요?”
“우리가요?”
애덤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네, 애덤.”
“윌리엄, 그런 건 원래 전문가들이 있지 않아요?”
“있죠. 근데 솔직히 우리 요즘 너무 할 일이 없잖아요. 심심하지 않아요?”
“윌리엄, 저는 미쓰에잇 덕질하느라 안 심심하고… 윌리엄도 연애하지 않아요?”
“진서 씨가 요즘 정신없이 바쁘거든요. 애덤, 나랑 같이 한명석 미행해보죠.”
“윌리엄, 제 생각에는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윌리엄이나 우리 둘 너무 눈에 띄잖아요.”
전태국은 턱을 매만졌다.
“하아… 생각지 못한 거네요. 그럼, 오늘은 회식을 핑계로 한명석에게 술을 진탕 먹여서 속내를 떠보는 건 어떨까요?”
“윌리엄, 저 요즘 체질이 바뀌어서 알쓰인데요.”
“애덤, 나만 믿어요!”
이때, 회의실 밖으로 막 교육을 마친 신입사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보였다.
전태국은 얼른 애덤에게 윙크를 하고는 회의실 문을 열고 소리쳤다.
“오늘 회식 있는데, 다들 시간 괜찮으세요? 참고로 저희 회사의 회식은 자유 의지로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참석 못 하신다고 해도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전태국의 회식 제의에 신입사원들 몇 명은 망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자 전태국은.
“참, 제가 삼전 그룹의 외아들인 건 다들 아시죠? 제가 또 입맛이 워낙 까다로워서요. 오늘 회식은 삼전 호텔 중식당에서 하려고 하는데, 어떠세요들?”
“저는 참석입니다!”
“저도요!”
역시 전태국이 내민 삼전 호텔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명석도 회식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 * *
삼전 호텔에 들어서자 총괄 매니저가 깍듯하게 전태국을 안내했다.
“도련님, 오늘 원래 중식당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스위트룸 비웠습니다. 아마 직원분들과 회식하기에는 스위트룸이 더 적절한 것 같아서요.”
“고맙네. 음식은 한꺼번에 다 내오고, 내 와인 리스트 알지?”
“네.”
“시간마다 20병씩 올려보내. 참, 음식 전에 와인 좀 마시고 싶으니까. 먼저 올려보내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적절하게 지시를 내리는 전태국을 보자 뒤에서 여직원들이 환호했다.
“도련님, 멋져요!”
“뭐, 이정도야….”
전태국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얼른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저 여자 친구 있습니다.”
“저도 남자 친구 있습니다, 윌리엄. 걱정 마세요.”
이선화가 되받아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뭐, 그렇다고요… 그럼, 다들 올라가죠.”
전태국과 일행은 모두 스위트룸으로 올라갔다.
스위트룸 한가운데 미리 세팅된 테이블에 직원들이 모두 앉자, 전태국이 주문한 와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빈속에 와인을 들이켰다.
전태국은 와인을 마시면서 한명석을 쳐다봤다.
한명석은 조심스럽게 와인을 마셨고, 그 옆에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애덤이 있었다.
전태국은 은근히 술을 권했고, 직원들은 비싼 와인을 겁도 없이 먹어댔다.
애덤은 긴장한 채 생수를 들이켜며 한명석의 와인 잔이 빌 때마다 잔을 채웠다.
“애덤은 술을 전혀 못 해요?”
“마시면 알레르기가 올라와서요. 큰일 나요.”
애덤은 일부러 더 술을 못 마시는 척했다.
“그럼, 권하지 않을게요.”
“한명석 씨는 술 좀 드시나 봐요?”
“저도 잘은 못 해요.”
“참, 안 그래도 한명석 씨 구굴에 계셨다는 이야기 듣고 이야기 좀 나누고 싶었는데, 오늘 좀 이야기 많이 해요.”
“그러죠.”
한명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이때, 이선화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선화 씨, 왜 그래요?”
“윌리엄, 이거 어떻게 해요.”
“무슨 일이에요?”
“이거 보세요.”
이선화는 전태국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엠마 왓튼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 엠마 왓튼 겨우 3주 만에 변심? 학교 파티에서 다른 남자와 깊은 스킨십 하는 장면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