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30화(330/576)
제330화
– 엠마 왓튼 결국, 전성국 대표도 보지 못하고 출국.
– 눈물을 선글라스로 가린 엠마 왓튼의 마지막.
– 엠마 왓튼, 한국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나라…. 하지만 다시는 방한하지 않을 것.
– 브라운 대학 근처 한식당에서 보쌈을 먹는 엠마 왓튼 포착. 엠마 왓튼 아직도 전성국 대표를 못 잊은 것인가?
전태국은 옆에서 아침부터 엠마 왓튼의 기사를 브리핑했다.
“성국아, 엠마 왓튼이 한식당 가서 보쌈 시켜 먹었대. 정말 너 못 잊은 거 아니야?”
“형… 기레기들은 기사는 그만 읽어요. 제발요. 그렇다고 엠마 왓튼이랑 제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성국아, 엠마 왓튼이 너 보겠다고 훈련소 나오는 날 바쁜 와중에 한국까지 왔는데… 그 정도의 열과 성의면 한번 용서해 줘도.”
“형… 연애에서 용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일이 생기면 안 되는 거예요. 한번 용서를 했다? 그러면 사람이 그 용서하기 전의 감정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거야….”
“사람은 한번 각인된 감정을 쉽게 잊지 못해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용서하는 순간, 그 관계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갑과 을이 되는 거라고요.”
전태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리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전태국을 쳐다봤다.
“근데… 형, 형 집은 삼전팰리스 아니에요?”
내가 압구정 현성 아파트로 이사한 이후로 전태국은 아예 이곳에서 숙식을 하고 있었다.
달칵.
또 다른 문이 열리면서 애덤이 기지개를 켜면서 나왔다.
“성국, 커피 냄새 죽이네요.”
애덤에게는 ‘알파’의 취업 조건으로 숙식 제공을 약속했다.
물론 나는 회사 근처의 오피스텔을 얻어줄 생각이었는데, 애덤은 한국에 혼자 살아본 적 없어 무섭고 한강이 근처인 우리 집이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해서 방 하나를 내줬다. 그리고 어차피 나는 이제 연애는 할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이 상황에 전태국까지 방 하나를 차지했다.
전태국은 내 물음에 대답도 안 하고 커피를 애덤에게 내밀었다.
“애덤, 여기 커피요. 요 앞 상가에서 샌드위치도 배달 부탁했어요. 곧 올 거예요.”
“윌리엄은 정말 배려가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거 다 내가 사람 만든 거야. 전태국 처음 만났을 때, 혼자 우수에 빠진 재벌가 망나니였다고!]나는 커피를 빈속에 들이부었다.
이 집을 우리 아빠가 이런 사내들과 함께 쓰라고 사준 게 아닐 텐데….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애덤, 윌리엄. 우리 아침 먹으면서 회의 좀 하죠. 특히 한명석 씨에 대해서요.”
“흠… 그건 시간 외 근무 아니야, 성국아?”
“윌리엄, 시간 외 근무하기 싫으면 앞으로 잠은 윌리엄 집에서 자는 게 어때요? 애덤도 내가 얻어준다는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내고요?”
애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성국.”
“자, 그럼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아침 회의 시작합니다!”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삶!
그게 내가 바로 원하는 삶이다!
* * *
전태국이 시킨 샌드위치는 꽤나 맛이 좋았다.
우리는 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시며 회사 일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애덤, 이제 신입생 교육도 다 끝났죠?”
“네…. 하지만 아직 제가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요.”
애덤 역시 일에 있어서는 나 못지않은 완벽주의자였다.
“좀 더 교육이 필요할까요?”
“우선 이 명단 좀 보세요. 제가 보기에 조금 더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애덤은 프로그래머들 뿐 아니라 일반 사무직 직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평가를 기록했다.
“이선화 씨 같은 경우는 마케팅이지만, 대학 때 코딩을 배웠더라고요. 영어도 잘하고, 마케팅과 프로그램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어서… 좀 더 프로그램 쪽으로 교육해보고 싶더라고요.”
“애덤, 애덤의 마음은 아는데… 이선화 씨 의견도 조율해 보죠.”
“네, 그럴게요.”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누곤 우리는 드디어 한명석의 이야기로 들어갔다.
전태국이 제일 먼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우선 한국에서 머무는 오피스텔을 조사해봤더니,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데 소유주가 중국 사람이더라고. 조해윤인데, 조선족이었어.”
“조선족이라고요?”
“꽌시라고 알지?”
“네, 형.”
꽌시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친분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국 특유의 문화였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회사들은 중요 인맥이 있는 꽌시를 선점하기 위해 공들여야 했다.
“조해윤의 남편이 왕멍이라고 중국 사람인데…. 우리나라 벤처 기업들 중국이랑 연결해주는 꽌시더라고.”
“흠…. 역시 삼전이네요. 더 나온 내용은 없나요?”
“작년에 판교 쪽에서 기술 빼갔다고 난리 난 사건이 하나 있는데, 그쪽도 왕멍이 연결된 것 같다고 추측만 하고 있어. 그 경우에는 조선족 사람이 직접 회사를 오래 다녔고, 대표와 직원들의 신임을 얻은 후에 설계 도면을 그대로 빼서 중국 쪽에 팔았는데… 왕멍이 연결다리 역할을 해준 것으로 보여.”
“흠… 정말 나쁜 놈들이네요!”
애덤은 이야기를 듣더니 애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욕을 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든 기술이든 완성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그걸 한순간에 팔아넘기다뇨! 정말 산업스파이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져야 해요!”
애덤의 말은 맞았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거기에 투자된 돈.
산업스파이가 더 나쁜 것은 그런 것을 무시하는 태도도 태도지만, 한 나라의 산업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생에서는 원래 중국의 SNS인 띡똑을 먼저 개발해서 해외에 내놓을 작정이다!
“성국아, 한명석은 어떻게 할까?”
“우선 애덤의 조언도 있고… 2주간 더 신입 교육을 연장할게요. 아마 한명석의 지금 상황으로서는 장기적인 작전이 아닐 거예요.”
“그럼?”
“우리 같은 SNS 회사의 경우 초기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명석은 그 아이디어만 인식하면 바로 중국 쪽으로 아이디어를 팔고 넘어갈 계획인 거죠. ‘페이스 노트’와 인스타그림을 개발하고 창업한 제가 한국에서 군 복무 대신에 시작하는 회사이니 중국 쪽에서는 완전히 주목하고 있을 거예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내가 개발하려는 새로운 아이템을 빼가서 자신들의 돈과 인력으로 먼저 세상에 내놓은 것일 테니까요.
한명석은 제가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팀을 꾸렸으니, 바로 아이템을 공개하고 일을 시작할 거라 여길 거예요. 그렇기에 무리해서 베이징에 아파트도 사뒀을 거고요. 하지만 점점 교육 시간이 길어지고… 거기다 아이템 공개도 안 된다면 애가 타겠죠.”
“성국, 시간이 끝나도 한명석이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전태국의 지적은 정확했다.
“맞아요.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 세 명을 제외한 전 직원을 상대로 사기를 쳐야 해요.”
“사기라고요?”
“사기?!”
내 말에 애덤도 전태국도 놀랐다.
“네, 사기요. 우선 신입 교육을 2주 더 연장하세요. 이 기간 동안 탈락할 인원도 정하고요. 그리고 2주가 되는 날, 모두 정식 채용 계약서를 작성할 거예요. 거기에는 ‘알파’에서의 어떤 일도 외부 유출 시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물게 되는 각서도 있을 거예요.”
“한명석이 그걸 무서워할까? 중국으로 도망가면 그만이잖아.”
“한명석은 물론 무서워하지 않겠죠. 우선 이건 그런 가능성을 앞으로도 배제하겠다는 의미고요. 동시에 우리가 새로운 SNS를 개발할 것이라는 떡밥을 한명석과 중국 측에 주는 거죠.”
“성국, 그럼… 그다음에는요?”
“그다음부터가 진짜예요. 저는 한명석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 가짜 SNS를 하나 만들 거예요.”
“한명석도 구굴에서 일했는데, 그게 가짜라는 것을 모를까요?”
“절대 모를 거예요.”
나는 단언했고, 전태국과 애덤은 의아한 얼굴이었다.
“나만 믿어요!”
* * *
부재중 통화 10통.
모두 엠마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리고 메시지는 더 많았다.
– 성국, 나한테 제발 기회를 한 번만 더 줘.
– 문벅스에 오니 너랑 같이 과제하고 공부하던 때가 떠올라, 성국.
– 성국, 우리 사랑이 이렇게 짧게 끝날 사랑이었어?
– 나 오늘도 네 생각에 보쌈 먹고 있어.
엠마 왓튼은 생각보다 쿨하지 못했다.
[날 이렇게 못 잊어서야…. 뭐, 나 같은 남자 만나기도 쉽지 않지.]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핸드폰을 닫았다.
한명석 덕분에 사실 요즘 나는 엠마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신입 교육이 2주 더 연장되었고, 오늘이 그 교육의 마지막 날이었다.
신입 교육 연장에 다른 신입이나 경력 사원들의 이의는 다행히 거의 없었다. 정시 출근에 정시 퇴근, 거기다 월급도 다 정상적으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명석만이 간혹 가다가 이런 말을 던졌다.
“성국, 전 어서 일을 시작하고 싶어요. 저도 구굴에서 3년이나 일했잖아요. 그전에는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고요. 이런 교육은 실무자였던 저에게는 좀 너무 쉬워서요.”
“알죠. 하지만 아직 저희 회사가 설립 초기라 많은 게 정리가 안 됐잖아요. 내부적으로 그런 문제를 다잡고 있어서 시간이 걸려서 그래요. 한명석 씨한테는 리프레시의 기간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아, 네….”
내 대답에 한명석은 언제나 꼬리를 내리고는 했다.
막 수업을 마친 애덤이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나왔다.
“애덤, 고생했어요.”
“제가 잘 가르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애덤은 잘하고 있을 거예요. 그나저나 애덤 화초들은 무사하죠?”
“마크가 정해진 시간마다 물 잘 주고 있다고 연락줬어요. ‘페이스 노트’에 애덤의 화초들이라고 아예 카테고리 만들어서 매일 사진도 올려주고 있고요.”
“다행이네요. 참, 오늘 신입 교육 끝나는 겸해서 진행하는 회식 공지 봤죠?”
“당연하죠, 성국. 요 근처 삼겹살집 맞죠?”
요즘 삼겹살에 맛들린 애덤은 눈을 반짝였다.
“애덤을 위해서 준비했어요. 오늘 하루는 맘껏 즐겨요.”
“좋죠!”
* * *
고깃집 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고기를 누가 굽느냐의 문제였다.
물론 나는 단 한 번도 고기를 구워본 적이 없었다.
저번 생에서는 이렇게 기름 튀는 고깃집 회식에 참여한 적도 없었고, 이번 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고기를 어떻게 굽는 줄도 몰랐다.
나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전태국이었다.
“나는 삼겹살이 구워지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요. 보통은 구워져서 나온 것을 봤죠.”
전태국의 말에 한명석이 얼른 집게를 집었다.
역시 사회생활 만렙의 포스가 풍겼다. 목적은 따로 있지만.
“제가 여기서 직장 생활 경력도 제일 많으니, 고기도 제일 오래 구웠다는 거겠죠?”
“한명석 씨 미국에서 직장 생활했잖아요.”
“거기서는 또 바비큐를 하지 않습니까. 대학 다닐 때는 수없이 구웠고요.”
나도 한명석에게 지기 싫어서 집게를 집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나는 난생처음 고기를 굽고 있었다.
하지만 곧 잘 익은 고기를 먹는 한명석의 테이블에 비해서 내가 집게를 잡은 테이블은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국, 고기가 겉은 타고 속은 안 익었어요.”
결국, 다른 직원이 얼른 내 고기 집게를 빼앗듯 가져갔다.
한명석은 불쌍한 듯 내게 고기를 몇 점 건넸다.
“성국, 이것 좀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어디 한번 먹어볼까….]한명석이 구운 고기는 한마디로 끝내줬다.
적절한 굽기에 육즙을 잃지 않는 스킬까지.
“한명석 씨, 고기 정말 잘 구우시네요.”
“사실은 제 꿈이 삼겹살집 하는 거거든요.”
“삼겹살집이요?”
나는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한명석, 지금 어디서 연막 피우는 거야?]한명석은 연신 고기를 구우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어릴 적에 집이 무척 가난했어요. 아버지가 군대에서 다치셔서 손이 불편하시거든요. 아버지는 잘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하셨는데, 받아주는 직장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정말 생계를 위해서 안 본 일이 없으셔요.”
“정말 고생이 많았겠네요….”
전태국은 어느새 한명석의 사연팔이에 넋을 놓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겨우 이런 허접한 사연 팔이에 넘어가는 거야?]한명석의 사연팔이에 넘어가지 않은 사람은 회식 장소에서 나 하나뿐이었다.
아빠의 사연팔이를 20년 내내 듣고 자란 나에게는 한명석의 사연팔이는 가소로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