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37화(337/576)
제337화
똑. 똑.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전태국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막도날드의 막모닝 세트를 내밀었다.
“성국아, 밤샌 거지?”
“네….”
“내 이럴 줄 알았지. 박성희 비서한테 갈아입을 옷 좀 사 오라고 할게.”
“박 비서님 그냥 두세요. 박 비서님도 거의 밤새셨을 거예요.”
“왜에?”
전태국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전태국에게 어제 세르게이 브릭에게서 받은 명단을 내밀었다. 그리고 박성희 비서가 새벽 동안 수집한 정보도.
명단을 본 전태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선화 씨가… 잠깐… KGB? 이 KGB가 내가 아는 그 KGB 맞아?”
“아마도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선화 씨 아주 무서운 사람이었네.”
“박성희 비서님이 조사한 것도 보세요.”
“어….”
전태국은 재빨리 박성희 비서의 자료를 살폈다.
이선화 씨는 생각보다 정말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이선화 씨는 대학 시절 러시아에서 교환 학생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KGB와 연이 닿은 것으로 보였다.
어린 시절 첩보 활동에 대한 로망 같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러시아에 장학생으로 뽑혀서 유학하는 동안 KGB의 설득에 끌려서 이 일에 발을 담근 모양이었다.
“이선화 씨 말이야. 신입이지만 저번 회사 잠깐 다니고 바로 퇴사한 것도 사실 이 때문인 거야?”
“박성희 비서님 말로는 저번 회사에서 크게 보안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해요. 제 생각에는 KGB의 타깃이 저로 향하면서 자연스레 저번 회사는 퇴사하고 이쪽으로 옮겨온 것 같아요.”
“그럼, 우리 회사가 첫 임무라는 말이네.”
“네.”
전태국은 미간을 손가락으로 긁적였다.
“근데, 성국아… 나 좀 무서운 게 있는데….”
“뭐가요?”
“이선화 씨 이렇게 퇴사하면 KGB가 가만히 둘까? 영화에서처럼 막 죽이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나는 싱긋 웃었다.
“윌리엄, 제발 박 비서님 보고서나 끝까지 좀 보세요.”
“뭐, 다른 게 있어?”
전태국은 얼른 보고서를 끝까지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KGB는 나름 합리적이네.”
이선화는 KGB와 철저한 계약 관계였다.
실적이 없으면 당연히 돈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체가 발각되면 즉각 계약 종료고, 앞으로 어떤 산업 스파이 활동에도 영구히 배제된다는 내용이었다.
단, KGB에 대한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삼전이 실제 KGB의 실세와 접촉해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나는 막모닝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형, 애덤은 좀 어때요?”
“기운이 없긴 한데… 그래서인지 어젯밤에는 방에 틀어박혀서 계속 미쓰에잇 노래 듣는 것 같더라고.”
“콘서트 또 하면 박진수 대표한테 부탁해야겠네요.”
“그럼, 이선화 씨는 어떻게 할 거야?”
“출근하는 즉시 해고할 거고… 사람들에게 이선화 씨가 산업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알릴 거예요.”
“그럼, 한명석 씨는?”
“워크샵 이후로 보안 강화할 거니까, 다들 단단히 마음 준비하라고 할 거예요. 그럼, 아마 한명석 씨가 이번 주 안으로 움직이지 않고는 못 견딜 거예요. 물론 애덤이 엄청나게 일을 열심히 한 티도 내야 할 거고요.”
전태국은 어느새 내 막모닝에 은근 손을 대고 있었다.
“흠… 괜찮은 생각이네.”
“윌리엄, 내가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재벌이 막모닝을 달랑 하나만 사 온 거 아니죠?”
“걱정 마. 네 것만 내가 특별히 생각해서 손수 들고 온 거야. 직원들 인원수대로 배달시켰어. 그나저나 이선화 씨 해고는 막모닝 먹고 알려야 하는 거야?”
“글쎄요….”
* * *
직원들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막모닝이 직원들 분위기를 살린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 분위기 좀 깨볼까….]나는 부스스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갔다.
놀란 직원 한 명이 나를 쳐다봤다.
“성국 대표님, 일찍 출근하셨네요.”
“어제 퇴근을 안 했거든요.”
내 말에 막모닝을 먹던 직원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살폈다.
눈치를 안 보는 것은 전태국와 애덤뿐이었다.
전태국은 이미 일어날 사태를 알고 있었고, 애덤은 한국말을 잘 몰랐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조용히 막모닝을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아직 업무 시작 전이잖아요. 편하게 드세요.”
내 말에도 다들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무 무게를 잡았나….]나는 막 막모닝을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이선화를 불러세웠다.
“참… 이선화 씨.”
“네, 성국….”
“이선화 씨, 지금 당장 짐 싸세요.”
이선화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모두들 뭐지? 라는 시선으로 나와 이선화를 번갈아 봤다.
나는 애덤을 쳐다봤다.
“애덤, 이선화 씨 짐 쌀 동안 우리 회사 기밀 가지고 나가지 않는지 확인해줘요.”
“네, 성국.”
애덤은 덤덤한 얼굴로 일어났다.
이선화가 애덤을 애잔하게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이선화, 그렇게 애덤을 쳐다본다고 달라질 건 없어.]나는 팔짱을 끼고 직원들을 훑었다.
“어제… 구굴의 CEO 세르게이 브릭이 산업 스파이 명단을 저에게 보내왔어요. 놀랍게도 저희 회사에도 산업 스파이가 한 명 있더라고요.”
나는 슬쩍 한명석을 살폈다.
한명석은 침착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히려 놀라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직원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미 모두의 시선은 이선화에게 쏠린 상태였다.
나는 말을 마무리했다.
“윌리엄, 이선화 씨 짐 싸는 거 감시하세요. 애덤은 이선화 씨 개인 컴퓨터 확인하고요. 그리고 이선화 씨는 저를 잠시 따로 보죠. 할 말은 그때 하세요.”
* * *
이선화를 오히려 담담한 얼굴이었다.
마치 언제고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이선화 씨, 전 이선화 씨에 대해서 다 아니까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지금 경찰에서 오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저녁, 누군가 애덤의 컴퓨터에서 자료를 복사해 갔는데. 그 시각에 회사에 드나든 것은 이선화 씨밖에 없었습니다.”
이선화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가 이미 대비를 해놨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더 할 말 있나요?”
“저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걸 저한테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 법대로 처리할 것이고, KGB에서도 손절하겠죠.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선화 씨, 왜 KGB의 제안을 받아들인 겁니까? 스펙도 좋고, 머리도 좋고, 일도 잘하시는 분이.”
“하아….”
이선화는 낮은 한숨을 뱉었다.
“스펙도 좋고, 머리도 좋고, 일도 잘해봤자 월급쟁이잖아요. 로또 당첨되는 것은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고요. 성국은 이미 많은 것을 가졌는데, 또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회사를 운영하잖아요. 그런 사람 것 좀 훔친다고 타격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난 타격 없죠. 하지만 나와 일하는 사람들은 타격이 있죠. 이선화 씨 말대로 저 밖에 있는 사람들 월급쟁이들이에요. 이 회사가 무너지면 저들은 생계를 잃는 거라고요.”
“…….”
이선화는 더는 말이 없었다.
세상에는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선화가 딱 그런 경우였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요, 이선화 씨.”
“네, 물으세요.”
“애덤한테는 진짜 마음이 있었던 거예요?”
“…….”
이선화를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여는데.
똑. 똑. 똑.
하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더니 전태국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경찰에서 왔고, 이선화 씨 컴퓨터는 애덤이 다 조사했어. 저번 주 토요일에 복사해 간 자료랑 CCTV 자료, 다 만들어놨어.”
이때, 순간 이선화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제가 KGB의 스파이라는 사실을 안 건 세르게이가 보낸 명단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이미 오래전부터 회사에는 보안프로그램을 다 깔아두고 감시를 하고 있었네요. 저 말고 스파이가 또 있는 거 아닌가요?”
“이선화 씨, 회사의 기본은 보안이에요.”
나는 이선화의 의문을 차단해버렸다.
곧 경찰들이 들이닥쳤고, 이선화는 순순히 경찰을 따라서 일어났다.
“전 변호사 오기 전까지는 한마디도 안 할 거예요.”
이선화는 이미 대응 방식도 알고 있었다.
빼간 자료도 별로 없고, CCTV가 사무실에 없던 상황이라 이선화가 확실히 애덤의 컴퓨터에서 자료를 복사했는지 증명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 가져갔다고 우기면 초범인 것을 고려해서 몇 번의 조사 끝에 풀려날지도 모른다.
물론 낙인이 찍혀서 앞으로 한국 내에서 취업은 힘들 것이다.
이선화는 그렇게 알파를 떠났다.
* * *
“오늘은 모두 컴퓨터 조사를 할 겁니다. 지금부터 당장 손 떼세요!”
경찰이 이선화를 데리고 나가고, 뒤숭숭한 사무실에 내가 소리를 쳤다.
직원들은 모두 손을 번쩍 들고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멀어졌다.
한명석도 그랬다.
“다들 회의실에 모여주세요. 애덤이 컴퓨터 조사를 모두 끝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회의실에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물론 식사와 물은 제공됩니다. 화장실도 자유롭게 가셔도 됩니다.”
내 말에 직원들은 어두운 얼굴로 회의실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한명석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성국, 세르게이가 어떻게 한국에 있는 회사의 스파이까지 아는 거예요?”
“제가 그걸 한명석 씨한테 설명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아, 죄송합니다.”
한명석은 얼른 꼬리를 내렸다.
원래 한명석 같은 인간은 강약약강의 전형이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한없이 강한.
한명석은 회의실로 들어가려다 말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
“성국, 그럼… 저희 워크샵은 어떻게 되나요?”
“워크샵은 예정대로 진행할 겁니다. 아무래도 이런 일도 있고 해서, 저희끼리 좀 더 은밀하게 대화 나눌 필요도 있어서요. 그리고… 워크샵 끝나고 바로 보안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 한명석 씨도 프로그래머니까, 그때 좀 도와주세요.”
“물론이죠, 성국.”
나는 한명석이 혹시 경계를 할까 봐 마음을 놓게 만들었다.
한명석은 한결 편안하게 얼굴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한명석, 다음은 당신 차례야….]* * *
애덤은 워크샵을 가는 주말 전까지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나는 연신 애덤의 사무실을 오가며 일부러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 연신 떠들어댔다.
“애덤, 생각보다 빨리 진전되는데요. 워크샵 다녀오면 대충 윤곽이 잡히겠어요.”
“전에 ‘페이스 노트’ 메신저 만들 때 다뤘던 프로그램이 있어서 훨씬 수월하네요.”
애덤도 적당히 응수했다.
직원들 역시 일이 조금씩 진전되자 이선화의 일은 잊고 어느새 또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참, 이번 주 워크샵 참여할 인원들은 주말이지만 수고들 부탁해요.”
이선화가 빠진 자리는 같은 마케팅팀인 정서현과 이수민이 채웠다.
“한명석 씨는 내일 차로 바로 콘도로 올 거죠?”
“네, 성국.”
“그럼, 오늘은 다들 무리 말고 일찍 퇴근하세요! 저도 오늘은 일찍 퇴근합니다.”
나는 일부러 홀가분한 얼굴로 회사를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뒤에서 애덤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애덤, 작업하던 프로그램은 어떻게 했어요?”
“점심때 직원들이랑 수다 떨면서 많이 떠벌려 놨어요. 메신저라서 그런지 금방 나올 것 같다고요. 성국이 이번에 중국 쪽이랑 미팅 잡는 것 같다고도 흘려놨고요.”
“애덤, 거짓말이 날로 느네요.”
이때, 뒤로 전태국도 다가왔다.
“근데 우리 내일 워크샵 갈 수 있겠지?”
“당연히 가야죠, 윌리엄?”
“내가 어젯밤을 꿈을 꿨는데 말이야. 우리 회사에 도둑이 든 거야. 그래서 난리가 나는 꿈을 꿨거든.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뒷골이 엄청 당기는 것이 불길하단 말이야.”
나는 얼른 박성희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박 비서님, 오늘 밤 한명석 미행 강화 요청 바랍니다.
이때, 모르는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누구지?
메시지를 열자마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 성국, 이선화예요. 조사는 잘 받고 있어요. 근데 제가 마지막으로 하지 못한 말이 있는 것 같아서요. 애덤에 대한 마음 물었잖아요. 그때 대답을 못 한 것 같아서요.
[흠, 그걸 이제야 말하겠다고?]나는 메시지를 읽어내려갔다.
– 애덤에 대한 마음은 반반이었어요. 일 때문에 접근하기도 했지만, 애덤이 정말 매력적이기도 했어요. 혹시 애덤이 저 때문에 상처받았다면 이 말로 위로해주세요.
나는 핸드폰을 닫았다.
이선화의 애덤에 대한 마음은 진실이었다.
애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떨까?
애덤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애덤이 얼른 핸드폰을 내밀었다.
“성국, 미쓰에잇 팬미팅 있는데. 혹시 잡아줄 수 있어요?”
“물론이죠, 애덤.”
애덤은 신이 나서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었다.
그리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떨 땐 진실을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