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42화(342/576)
제342화
띠링.
내가 답을 하지 않자, 민국이는 유치하게 노래 가사를 빗대서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 내가 원하는 것은 로또 번호!
– 형, 요번 주 로또 번호 뭐예요?
내가 미간을 구기자, 옆에서 전태국이 내 메시지를 흘깃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성국아, 민국이가 너한테 지금 로또 번호 알려달라고 하는 거야?”
애덤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민국이 왜 로또 번호 알려달라는 거예요?”
“그거야 성국이가 지진도 예언하니까, 뭔가 알까 싶어서 그러나 보지. 큭.”
전태국은 설명하면서도 웃음을 겨우 참는 듯했다.
“저 정말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애덤, 아무래도 사람들이 더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애덤이 말한 내용 ‘페이스 노트’에 올려야겠어요. 자료 좀 줄 수 있어요?”
“물론이죠, 성국!”
* * *
– 제가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해서 아마 많은 분들이 예언이나 그런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자료를 조금 찾아봤습니다.
이건 저희 회사 직원이 찾아준 자료입니다. 제가 SNS에 꿈 이야기를 올린 3월 9일 실제로 오전 11시 45분경, 산리쿠 해역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큰 여파는 없었습니다.
만약 이 지진이 전진이라고 하면, 제 꿈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요?
나는 애덤이 찾아준 3월 9일의 일본 뉴스 동영상까지 첨부해서 올렸다.
그러자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 전성국, 제발 헛소리 하지 말고 정신병원에나 가봐.
– 진짜 큰 지진 전에 전진 있는 건 사실이잖아.
– 일본은 지진의 나라야. 저 정도 지진의 여파도 계산 못 했을까 봐?
– 전성국 대표, 나 일본 관련 여행사 하는 사람인데. 당신 때문에 지금 우리 여행사에 취소 문의가 들끓고 있다고! 제발 입 좀 닥치고 있어!
분노의 댓글들이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이번 주말 일본 여행을 포기하거나 미룬다는 글들도 많았다.
제발 내 SNS 좀 보고 이번 주말에는 다들 일본 여행도 피하고, 일본에 있는 사람들도 최소한의 피해를 입었으면 하는 마음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연이어 나를 조롱했다.
어떤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심리학자가 나와서 나에 대해서 분석하기로 했다.
– 전성국 대표는 전형적인 자기애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이 인생의 목표이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관심 받기를 원하거든요. 아마 엠마 왓튼과의 연애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실연으로 관심이 식자 이런 행동을 보인 게 아닌가 분석됩니다.”
[뭔 X소리야!]나는 TV를 꺼버렸다.
자기애적 인격 장애라니?
내가 겨우 실연 때문에 이 일을 벌였다고?!
정말 사람 한 명 바보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효진 그룹의 구수영 회장의 비서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곤 전화를 받았다.
“네, 전성국입니다.”
– 안녕하세요. 구수영 회장님 비서 차은수입니다.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이기는 했다.
–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지금 잠깐 시간되실까요? 회장님이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셔서요.
“네… 어디로 가면 될까요?”
– 20분 안으로 저희가 차 보내겠습니다. 삼전 호텔 스위트룸에서 기다리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 * *
삼전 호텔의 스위트룸에 도착하자 밤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구수영 회장의 비서 차은수가 스위트룸으로 안내했다.
곧 문이 열리고,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구수영 회장이 인자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성국 군, 어서 오게. 차 비서, 로비에서 대기하고.”
“네, 회장님.”
차은수 비서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구수영 회장은 미리 열어둔 와인을 한 잔 따라서 내밀었다.
“신경 쓸 일이 많지?”
“네… 여러 가지로요.”
“산업 스파이 한창 골치 아팠지?”
“그건 잘 해결됐습니다. 전재형 회장님 덕분에 확실히 인과응보도 했고요.”
“그래, 그 이야기는 다 들었네…. 참, 전재형 회장도 사실은 이 자리에 오려고 했는데. 회의가 늦어지는 모양이네.”
전재형 회장까지 오다니… 다들 내 발언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천천히 와인을 음미했다.
[흠… 이건 내가 즐겨 마셨던 샤또 마고군….]“성국 군….”
나는 얼른 샤또 마고에서 정신을 차리고, 구수영 회장을 쳐다봤다.
“회장님, 뉴스 보고 연락주신 거죠?”
“그래. 내가 좀 많이 놀라긴 했어. 하지만 언론에서 떠들어대듯이 성국 군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은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지.”
구수영 회장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심장이 울컥했다.
“전재형 회장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더군. 성국 군과 베이징까지 같이 다녀왔지만 자네가 이상 행동을 한 것도, 이상한 말도 한 적이 없었다면서.”
[그런 사람이 나를 삼청동 이 선생에게 보내려고 했다고, 구회장.]전재형 회장은 말은 저렇게 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삼전 그룹의 의심병은 대대로 유명했다.
“솔직히 꿈에 대해서 올린 것은 경솔하기도 했지만, 제 나름 분석이 있었습니다.”
“그걸 내게 말해줄 수 있겠나.”
“사실 제가 미래를 예지한다든가, 하는 것은 잘 모릅니다. 어릴 적에 가끔 선명한 꿈을 꾸면 잘 맞는 경우가 있긴 했어요.”
나는 조금 거짓말을 보탰다.
구수영 회장의 눈빛도 진지해졌다.
“근데 큰 건 아니었어요. 대부분은 사소한 일들이었고, 기억에도 잘 안 남는 일들이었어요. 차 사고 나는 꿈을 꿨는데, 진짜 접촉 사고가 난 것 같은 그런 상황이요.”
“흠… 그럴 때가 있지.”
구수영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들도 이 정도의 예지몽을 꾸는 경우는 흔했다.
“그날도 그냥 꿈을 꿨는데, 일본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더라고요. 그게 너무 선명했어요. 검색해보니 지진이 실제로 발생했는데, 이게 전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하는 마음에서 올려본 거예요.”
“나는 자네 말을 믿네. 솔직히 우리 기업 하는 사람들 그런 거 잘 믿지 않나. 아무리 좋은 인재들을 두고 정보 싸움을 한다고 해도 결정적일 때는 운이라는 게 작용 안 할 수가 없거든.”
구수영 회장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난 자네의 의견을 지지하는 마음에서 효진 그룹의 모든 일본 출장을 요번 주 이후로 진행하기로 했네.”
“회장님….”
“전재형 회장이 아마 삼청동 이 선생 약속 잡아줬지?”
“네, 회장님.”
“사실은 전재형 회장이 자네의 글을 보고는 삼청동 이 선생한테 바로 찾아가 본 모양이야. 전재형 회장은 이번 주말에 있을 박람회 때문에 도쿄로 출국하려고 했거든.”
그 박람회는 나와 알파 직원들에게 제안한 박람회였다.
“전재형 회장도 자네를 신뢰하니까, 급히 삼청동 이 선생을 찾은 거지. 그랬더니 삼청동 이 선생이 이번 주말에는 운이 매우 불리하다고 했다더군. 몇 년에 한 번 정도 있는 아주 불길한 날이라면서….”
“전재형 회장님도 출국을 취소하신 건가요?”
“그렇다고 들었네. 직원들의 출장까지는 모르겠지만, 전재형 회장은 일본에 가지 않을 것 같네….”
“저 때문이 아니라 삼청동 이 선생님 때문이네요.”
나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자네가 혼자 집에 있으면 여러 가지 상념이 많을 것 같아서 부른 거네.”
“회장님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이건 진심이었다.
나의 헛소리 같은 글을 믿어준다는 것도 고마웠지만, 내 의견을 지지해주기 위해서 직원들의 출장까지 미룬 구수영 회장의 뚝심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고, 인명피해도 많을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의견에 귀를 기울여준 사람들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일이다.
“피곤하지?”
“조금이요.”
“차 비서 통해서 와인 몇 병 챙겨뒀네. 집에 가서 태국 군이랑 나눠마시게.”
“감사합니다, 회장님.”
나는 그길로 스위트룸을 나섰다.
* * *
띵.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피곤한 얼굴의 전재형 회장이 서 있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성국 군, 구 회장님 이야기 나누고 벌써 가는 건가?”
“네, 회장님.”
“삼청동 이 선생이 자네를 한번 보고 싶어 하네.”
“태국이 형 통해서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리고… 삼청동 이 선생이 그러더라고. 자네가 그런 꿈을 꾸는 것은 그만큼 영이 맑은 사람이라 그러는 거라고. 귀신이 들리려면 귀문관살이 있어야 하는데, 자네한테는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 안심하라고 하는 말일세.”
그 말을 하는 전재형 회장이 오히려 안심하는 눈치였다.
삼전과 효진에서 공동으로 투자한 회사의 대표가 귀신 들렸다는 소문이 나면 좋을 것도 없었다.
“회장님, 정말 걱정하실 일은 없을 거예요.”
“나도 믿네. 그럼, 집에 가보게. 난 구 회장님 뵙고 갈 테니.”
“네, 들어가세요. 회장님.”
* * *
2011년 3월 11일.
– 삼전 그룹과 효진 그룹 이번 주말 일본 관련 행사 및 출장 모두 취소. 전성국 대표에 대한 삼전 그룹과 효진 그룹의 의리인가? 아니면 맹신인가?
– 일개 SNS의 글에 휘둘리는 대기업들.
아침부터 삼전 그룹과 효진 그룹의 출장 취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태국이 뉴스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성국아, 이게 오히려 SNS의 영향력이 그만큼 대단하단 의미라는 해석도 있어. 네가 올린 글 하나 때문에 국내에서는 일본 여행이 취소되고, 기업들이 출장도 자제하는 분위기래. 일본에서도 동북부 지역 여행은 자제하라는 말이 많이 돈다나 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가장 좋지만, 일어난다고 하면 피해라도 최소화해야죠.”
“그래… 근데 오늘 회사 나갈 거야?”
“나가야죠.”
“성국아, 내가 우리 아빠가 항상 기업을 운영해서 아는데… 이런 날 진짜 조심해야 돼. 알지?”
[전태국, 내가 너보다 선배야.]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 * *
회사로 가는 길,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성국아, 괜찮지?
“엄마, 걱정 마. 내가 뭘 잘못을 한 건 아니잖아.”
– 아니, 엄마는 네 마음이 제일 걱정이지. 네가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았을까 봐.
울컥.
또다시 심장이 요동쳤다.
– 아빠도 너한테 괜한 말 한 거 같다고 엄청 고민하셨어. 아빠 마음도 알지?
“응.”
나는 최대한 감정을 숨긴 채 대답했다.
– 그래, 그거면 돼. 우선 회사 잘 다녀오고, 주말에 집에 와. 우리 아들 좋아하는 보쌈이랑 잡채 해둘게.
“응.”
나는 전화를 끊었다.
모두가 나에게서 등을 돌려도 가족들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졌다.
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유유히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이제 조금 후면 내가 맞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될 거야….]그때였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전성국 대표님.”
차분하지만 똘기 가득한 목소리.
순간 아침에 전태국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이런 날 몸을 사려야 한다는 말.
나는 최대한 긴장한 채 나를 부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낯선 남자가 한 명 서있다.
“누구시죠?”
그때였다.
남자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내게 던지면서 소리쳤다.
“전성국, 너 때문에 여행 취소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