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53화(353/576)
제353화
최동준 선수는 볼을 잡는 방법부터, 스냅의 이용 방법까지 세세히 알려줬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는 웃었다.
“전성국 대표님, 지금이라도 야구 해 볼 생각 없어요?”
“최동준 투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다면 고민해 보겠습니다.”
“허허. 어서 내 병 털고 일어나야겠네요.”
“그때 저도 이직 고민해 보겠습니다.”
최동준 선수는 더는 말을 안 하고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시구 잘하세요.”
“오늘 가르침 새겨듣고 잘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경기장에는 직접 못 가지만, TV로 지켜볼게요.”
최동준 선수는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참, 우리 아들이 사진 한 장 찍고 싶다고 난리였는데… 오늘 학교에 일이 있어서 못 왔네요.”
“오늘은 저희 둘이 찍고, 제가 시구하는 날 초청장 보낼게요. 아드님께 전해주세요.”
“알았어요. 애비 노릇이 뭔지… 예전 같으면 민망해서 하지도 않을 부탁을 다 하네요. 전성국 대표랑 찍은 사진 ‘페이스 노트’에 올리고 싶다고 난리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영광이죠.”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서 최동준 선수와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 * *
박성희 비서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차가 출발했다.
내 무릎에는 최동준 선수가 직접 사인을 해준 글로브와 공이 있었다.
저번 생에서 한때 나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던 최동준 선수를 이번 생에서 만나다니….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했다.
“성국 군, 괜찮아요?”
“네…. 박 비서님, 최동준 선수. 경제 상황 알고 계시지요?”
“조금은요.”
“어떤가요?”
“잘나가던 선수니까 그만큼 대우도 받으셨지만, 선수협 사건 이후로 야구 인생이 짧아지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로 코치하셨지만, 코치는 선수 시절 연봉에는 비할 바가 아니고요.”
박성희 비서의 말은 한마디로 명성에 비해서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제가 사비를 들여서라도 최동준 선수 치료 비용 전액 지원해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시게 되면 불편해하실 겁니다. 한때 잠시나마 적을 둔 삼전 그룹 차원에서 비용 지원해드리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워낙 남한테 신세 지기 싫어하시는 성격이라고 들었지만,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최동준 선수 아드님에 대한 교육비 지원도 가능할 것 같은데… 방법 한번 찾아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박성희 비서는 운전하면서 나를 흘깃 쳐다봤다.
“성국 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나는 박성희 비서의 궁금증을 조금 알 것 같았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도대체 왜 최동준 선수를 그토록 도와주시는 건가요? 저야 어릴 적부터 롯세 거인들의 팬이었지만, 성국 군은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 나가서 생활해서 그런 뿌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흠… 저번 생에서 최동준 선수의 팬이었어. 박 비서….]사실 노조조차 만들지 말라는 선대 회장의 유언이 있을 정도로 삼전은 고리타분한 기업 문화가 있었다.
나 역시 그런 기업 문화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삼전의 후계자로 자랐다.
삼전 사자들의 구단주가 되고, 어느 날 야구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눈길이 간 것이 바로 최동준 선수였다.
가장 빛나는 선수 시절 최동준 선수는 어려운 야구 선수들을 위해서 프로야구 선수 협회를 준비하고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하지만 대기업을 상대하기에는 힘든 싸움이었다.
이 일로 고향과도 같은 롯세 거인들을 떠나 삼전 사자들로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공을 보고 쫓아다니지 말고, 스스로 별이 되어라.
본인의 말만큼이나 그렇게 살아간 선수였다.
그래서 저번 생에서도 무척이나 존경했었다.
“제가 아무리 외국에 나가 있어도 한국인이라는 뿌리는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죠. 그럼, 최동준 선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제가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이럴 때 태국이 형을 이용하면 훨씬 더 수월할 거예요.”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최동준 선수에 대한 지원은 성국 군과 제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아서 참 다행입니다.”
박성희 비서는 나만큼이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경기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 소리가 대구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차가 뒷문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전태국이 얼른 선글라스를 꼈다.
“성국아, 어때?”
“형 취재하러 온 사람들 아닌데요?”
“야, 나도 삼전 후계자야. 이 구단이 내 것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기자들이 내 사진도 찍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겠죠. 하지만 오늘은 제가 주인공인걸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기자들이 한순간에 몰려들었다.
“전성국 대표님, 오늘 시구를 위해서 최동준 선수에게 특별히 교육받으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전성국 대표님, 오늘 야구 승리는 어느 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언 한마디 해주시죠?”
나는 기자들 앞에 서서 침착하게 최동준 선수의 친필 사인이 적힌 글로브를 들어 올렸다.
“궁금하신 것들 하나하나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오늘 시구를 위해서 최동준 선수께 짧지만 직접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승리팀은….”
나는 글로브를 낀 손으로 휘날리는 삼전 사자들의 깃발을 가리켰다.
“오늘 승리팀은 바로 삼전 사자들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탄성이 들렸다.
“삼전 사자들과 기안 호랑이들. 최고의 라이벌인데, 그렇게 단언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예언은 동일본 지진 때도 말씀드렸다시피 과학적인 경기력 분석에 의한 것입니다. 현재 삼전 사자들의 경기력이 어느 때보다 좋고, 이런 기세라면 오늘 경기에서는 만루 홈런도 기대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2011년 프로야구 개막 삼전 사자들과 기안 호랑이들의 경기에서 삼전 타자의 만루 홈런이 나온다고….]내가 왜 이걸 또렷하게 기억하냐고?
2011년 개막 경기에도 난 이 대구 구장에 있었다. 삼전의 부회장으로서.
이때, 뒤에서 전태국이 선글라스를 낀 채 느릿하게 내렸다.
그리고는 괜히 목을 풀었다.
“음. 흠.”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와 질문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옆으로 막 기안 호랑이들의 선수들이 탄 차가 도착하고 있었다.
“전성국 대표님, 오늘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시구 잘하세요!”
기자들은 인사를 하고는 모두 기안 호랑이들의 선수들이 탄 차로 몰려갔다.
“아니… 저기요….”
전태국은 어이없는 얼굴로 기자들을 불렀지만, 뒤돌아보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성국아, 나한테 이러기야? 나, 삼전 후계자잖아.”
“형, 아직 형이 삼전의 어떤 직책을 가진 게 없잖아요. 전재형 회장님 정도 오면 몰라도요.”
“아이… 나도 아빠한테 직책 하나 달라고 해야겠네….”
전태국은 투덜거리면서 앞서나갔다.
* * *
“최동준 선수한테 배우셨단 말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좀 더 자세 다듬어 드려도 될까요?”
삼전의 투수 코치가 웃으며 다가왔다.
“당연히 제가 부탁드릴 일인데요.”
“그럼, 오늘 개막전 포수랑 한 번 맞춰보시죠.”
나는 어깨를 살짝 풀고는 최동준 선수에게 배운 그대로 공을 던졌다.
퍼억!
공은 그대로 포수의 글로브에 가서 꽂혔고, 투수 코치와 포수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전성국 대표님, 원래 야구 좀 하셨어요?”
“좀 괜찮았나요?”
“괜찮은 정도가 아닌데요. 이대로만 던져주세요. 그럼, 오늘 레전드 시구 하나 나오겠는데요.”
[나, 전성국이야.]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드디어 2011년 프로야구 개막 경기가 시작됐다.
곧이어 오늘의 시구를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가 이어졌다.
“오늘 삼전 사자들과 기안 호랑이들의 시구는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요즘은 예언가로도 활약하고 계신 ‘페이스 노트’의 전성국 대표님이 해주시겠습니다.”
나는 최동준 선수가 삼전 사자들 시절에 달았던 11번 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으며 살짝 몸을 풀었다.
그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여자들의 함성이 들렸다.
“오늘 저희 대구 구장에는 특히 전성국 대표의 여성 팬들이 많이 오신 것 같습니다. 자, 전성국 대표님. 좀 전의 기사를 보니까 삼전 사자들의 승리를 예상하셨던데…. 멋진 시구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장내 아나운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모자를 바로 쓰고, 마운드를 다졌다.
그리고 포수와 약속한 사인 몇 개를 주고받고는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서 공을 던졌다.
슈우웅- 탁!
“스트라이크!”
뒤에 선 심판의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구속이 떴다.
– 121km/h.
* * *
VIP석에 앉은 전태국의 앞에는 치킨과 맥주가 놓여 있었다.
“성국아, 기사들 좀 봐.”
시구를 마치고 막 온 내게 전태국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 야구의 레전드 최동준 투수에게 전수 받은 기술로 시구의 레전드를 쓴 전성국 대표!
– 구속 121km/h. 이 기록을 깨는 시구자는 앞으로도 없을 듯!
– 대구 달구벌이 뜨겁게 달군 전성국 대표!
전태국은 심드렁한 얼굴로 맥주를 마셨다.
“성국아, 나 오늘 사진 멋지게 찍히려고 구씨 가서 신상 선글라스도 샀는데… 내 기사는 한 줄도 없어.”
“형, 이제부터 자세 좀 제대로 잡아요.”
“왜?”
“저랑 같이 있으니까, 사진 엄청 많이 찍힐 거예요.”
“그래?”
내 말 한마디에 전태국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때, 전태국이 구씨의 선글라스를 벗더니 내게 내밀었다.
“성국아, 이거 써봐.”
“형 거잖아요.”
“그건 맞는데… 내가 써봤자 아무런 효과도 없겠지만, 네가 써서 사진 한 장 찍히면 이거 품절 될 거잖아. 그렇게 되면 나는 대한민국에서 완판된 선글라스를 가진 남자가 되는 거잖아. 어서 써봐.”
전태국은 막무가내로 구씨의 선글라스를 내밀었다.
[어쩔 수 없군. 서당 개 소원 한번 들어주지.]나는 구씨의 선글라스를 끼고, 맥주를 한 손에 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셨다. 사이사이 치킨도 먹으면서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전태국은 맥주를 마시며 씨익 웃어 보였다.
“성국아, 어때? 내 예상이 맞을 것 같지?”
“형, 그런 잔머리를 일에 좀 써보는 게 어때요?”
“그게 일에는 잘 적용이 안 되네….”
이때, 최동준 선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내가 좋은 선수 한 명을 놓쳤네요. 내가 본 최고의 시구였어요!
– 야구로 별이 되진 못하겠지만, 다른 곳에서 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해주신 말씀 꼭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그때였다.
삼전의 채태성 선수가 홈런을 날렸고, 이건 만루홈런이었다.
“성국아! 만루홈런이야!”
[다 안다고…. 저번 생에서 이미 본 경기야…]나는 여유롭게 맥주를 마셨다.
* * *
– 전성국 대표가 쓴 구씨 선글라스 완판!
– 전성국 대표의 예언이 또 들어맞다! 삼전 사자들 기안 호랑이들을 꺾고 기분 좋은 첫승!
– 전성국 대표, 만루홈런도 예상 적중! 자신의 연애 빼고는 다 맞추는 전성국 대표의 다음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
“연애 빼고는 다 맞추다니!”
나는 구겨진 미간을 겨우 폈다.
전태국은 옆에서 내 옆에 난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성국아, 선글라스도 선글라스인데. 너랑 마신 맥주랑 치킨 매출도 지금 장난 아니게 상승했대.”
뭐, 예상한 일이었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박성희 비서가 들어왔다.
“박 비서님, 최동준 선수 일은 어떻게 됐나요?”
“그룹 차원에서 모든 치료를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아드님께는 장학 증서도 보냈고요.”
“그건 롯세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대성이한테 전화 한 통 넣어둘게.”
“삼전이든 롯세든 돕는 건 좋은 거죠. 형, 부탁드려요.”
박서희 비서는 들고 온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다음 달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아들이 방문하거든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아들이라…. 그건 곧 실권자를 의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만나고 싶은 기업들을 추려서 보냈는데, 그중에 ‘알파’도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오일머니가 ‘알파’를 주목하고 있단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