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54화(354/576)
제354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아들이자, 현재 사우디 정치계의 주요 인물.
압둘라 빈 나프.
이름을 풀자면 나프의 아들 압둘라 정도로 해석하면 됐다.
박성희 비서는 압둘라 빈 나프에 대해서 설명했다.
“현재 국왕의 아들이자 장관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장관이야 왕족으로만 이뤄진 거니 그렇게 영향력이 크진 않을 겁니다.”
나는 머릿속에서 압둘라 빈 나프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저번 생에서도 오일머니는 어려운 상황에서 숨통을 트여주는 투자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들이 온다고 하면 삼전의 부회장이었던 내가 직접 나가서 여러 번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압둘라 빈 나프의 이름은 기억에 없었다. 왜지?
“박 비서님, 압둘라 빈 나프에 대한 것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 좀 정리해서 알려주시겠어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럼, 약속도 바로 잡겠습니다.”
“네.”
박성희 비서는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재 상황과 방문하는 국왕의 아들에 대한 자료를 보내왔다.
2011년은 무함마드 빈 알라가 국왕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초대 국왕의 아들들이 왕위를 계승하는 형제 상속을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유력한 왕자들은 언제나 모함의 대상이거나 제거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무함마드 빈 알라 이후에 왕위에 오른 왕은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한다.
물론 그 때문에 피의 숙청이 일어나서 세계적인 이슈가 됐긴 했지만, 이슈는 이슈로 끝날 뿐이었다. 오일머니 앞에서는 어떤 언론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때, 박성희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 성국 군, 이번에 방문하는 사람 중에 성국 군을 만나고자 한 사람은 국왕의 아들이 아니라 사촌 동생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 무함마드 빈 살라라고 합니다. 우선 저희도 낯선 사람이라 삼전 쪽에서 자료 조사해서 넘기겠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라!
바로 내가 기억하는 그 피의 숙청을 단행했던 왕세자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서 삼전에 거대한 투자를 약속한 당사자가 바로 무함마드 빈 살라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팅은 아침부터 무하마드 빈 살라가 머무는 호텔에 가서 대기하느라 아침도 거른 험난한 하루였었다.
근데 그 무서운 무함마드 빈 살라가 나를 보자는 이유가 뭐지?
괜히 등에 땀이 주룩 흘렀다.
* * *
나는 거실에 널브러진 세 명을 눈으로 훑었다.
아무리 퇴근 후라고 하지만 다 큰 남자 셋이서 거실에 앉아서 치맥이라니….
그 세 명은 바로 샘과 애덤 그리고 전태국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결단을 내야 할 것 같았다.
“방은 세 개밖에 없는데, 저희는 네 명이잖아요. 아무래도 한 명은 방을 얻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이미 집이 있는데, 그걸 두고 저희 집에 와있는 누군가가 제자리로 돌아가든가요.”
전태국은 소파에 앉아서 내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리고 있었다.
[전태국, 지금 너 말하는 거야!]샘과 애덤은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성국, 애덤과 상의해 봤는데요. 저는 여기가 무척 마음에 들거든요. 아직 한국에 온 지도 며칠 안 됐는데, 혼자 산다면… 많이 쓸쓸할 것 같아요. 적응도 안 되고요.”
“샘 이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런 샘을 쫓아내는 건 내가 생각해도 아니야.”
전태국은 막 날개를 뜯으면서 중얼거렸다.
“물론 저는 샘과 애덤의 의사를 백 프로 존중합니다. 두 사람은 제가 직접 미국에서 데리고 온 사람들이잖아요. 두 사람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숙소를 얻어줄 겁니다.”
내 말에 샘과 애덤의 시선이 전태국에게로 향했다.
물론 전태국은 분위기 파악 같은 것은 하지도 못하고 여전히 닭 날개를 뜯으며 맥주를 홀짝였다.
“태국이 형. 삼전 팰리스에 있는 집은 어쩔 생각이에요? 집주인은 여기서 항상 지내고, 관리비만 나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흠… 관리비 그거 몇 푼 한다고….”
삼전의 후계자에게 관리비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내 말은 그냥 눈치 좀 챙기라고! 전태국!]참을 인 자를 세 번쯤 그릴 때쯤이야 전태국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지금… 나 보고 나가라는 거야?”
“형, 집이 많이 좁지 않아요?”
“좁긴… 나, 뉴욕에서는 방 두 개에 욕실 두 개인 집에서 지낸 적도 있어.”
[그거야, 뉴욕이니까! 그리고 뉴욕 맨해튼에서 방 두 개에 욕실 두 개면 그게 어딘데! 그리고 거긴 혼자 지낸 곳이잖아!]전태국은 자꾸 내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면 돌직구밖에 답이 없었다.
“형, 이 집에서 네 명이 지내는 건 좀 무리가 되는 것 같아요. 방 세 개잖아요. 애덤 하나, 샘 하나. 그리고 집주인인 제가 하나를 쓰면 형이 지낼 곳이 없어요. 요즘 맨날 거실에서 자잖아요.”
“내가 어릴 적부터 하도 큰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까… 이런 작은 집에서 여럿이 같이 지내는 것도 괜찮더라고.”
샘과 애덤은 어느새 나와 전태국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형, 제가 견딜 수가 없어요. 집이란 곳은 휴식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퇴근 후에는 매일 거실에서 야식을 먹고 있고, 들어가서 일이라도 하려고 하면 거실에서 다들 웃고 떠들고 있잖아요!”
“성국아… 넌 단칸방에서 자란 애가 이럴 때 보면 참 예민해.”
주먹이 쥐어졌다.
[전태국, 정말 저걸 어쩌지….]이때, 전태국이 손바닥을 딱 쳤다.
“성국아, 이러면 되겠네….”
“해법이라도 있어요?”
“너랑 나랑 같이 삼전 팰리스 우리 집으로 가자.”
“제가 왜요? 여기는 우리 아버지가 저 독립하라고 사준 집인데요.”
“그땐 네가 여자 친구가 있었고. 이젠 없잖아.”
“또 생기겠죠!”
나는 마지막 참을 인 자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참을 인 자를 다 그리는 순간,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잠자코 있던 애덤이 손을 들었다.
“애덤, 말해보세요.”
“성국… 우리 다 같이 살면 안 돼요? 솔직히 난 누구 한 명이 떠난다는 게 상상이 안 돼요. 성국도 생각해 봐요. 우리가 거실에서 떠들고 웃어서 일에 집중 못 한다는 건 미안하지만, 혼자라면 누가 성국에게 아침 먹으라고 난리를 치고, 저녁 먹었냐고 물어보고…. 주말에 뭐 할 거냐고 잔소리하고 하겠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내 말이.”
전태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다들 이렇게 복작거리며 사는 게 좋다, 이거죠?”
“네에!”
동시에 나를 제외한 세 명이 대답했다.
“여러분의 의견은 잘 알았습니다. 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요.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미팅 후에 제 거처를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쾅!
나는 일부러 문을 세게 닫고 나왔다.
거실에서는 TV 소리가 잦아들었고, 세 사람이 뭔가를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미팅을 준비했다.
무함마드 빈 살라.
몇 년 후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가 되는 남자이다.
* * *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나프 일행은 삼전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이런 일은 삼전 호텔 역사상 처음인 일이었다.
이 때문에 삼전 호텔의 모든 식당들은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지했고, 엄격한 이슬람교도들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나프 일행을 위한 음식만 준비했다.
삼전 호텔의 입구에 도착하자, 여느 날과 달리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오랜만에 있는 재킷의 깃을 매만졌다.
“성국아, 내가 왜 괜히 긴장이 되냐….”
삼전의 후계자인 전태국도 함께였다.
전재형 회장과의 면담이 나보다 먼저 진행될 것이라는 박성희 비서의 연락이 있었다.
“형, 먼저 올라가 봐요. 전 형 면담 끝나면 이어서 할 것 같아요.”
“어, 그래…. 성국아, 내가 혹시 주의할 일이 있을까?”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 그건 자신 있지!”
전태국은 긴장한 게 역력한 모습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 * *
정확히 30분 후, 문이 열리면서 전재형 회장과 전태국이 나왔다.
나는 대기실에 앉아있다 일어나 두 사람을 맞이했다.
전재형 회장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뭔가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한 모양이었다.
“성국 군은 잘 만나고 가게.”
“네, 회장님.”
전재형 회장은 입을 꾹 다문 채 방을 빠져나갔다.
전태국이 다가오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뭔가 이상해.”
“왜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아들인데, 결정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간만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들이면 다음 왕 아니야?”
“형, 원래 사우디아라비아는 형제 승계예요.”
“뭐어?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
나는 얼른 박성희 비서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박성희 비서는 전태국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도련님,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아래로 가서 기다리시죠.”
“어…. 알았어. 성국아, 파이팅이야!”
나는 다시 재킷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곧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은 남자가 나와서 내 이름을 불렀다.
“전성국 대표님.”
남자는 한국어가 유창했다.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안내에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와 사촌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 * *
[역시 내가 기억하는 무함마드 빈 살라군!]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옆으로 무함마드 빈 살라가 앉아있었다.
내 기억보다 확실히 젊었다.
나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남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먼저 말을 건 것은 압둘라 빈 나프였다.
“전성국 대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사로 많이 접했습니다. ‘페이스 노트’를 만든 업적이며, 거기다 적자 기업인 너튜브를 흑자로 전환시킨 신화 같은 이야기도요.”
압둘라 빈 나프는 빙긋 웃더니 말을 이었다.
“물론 연애 기사도요.”
그 말 덕분인지 딱딱했던 분위기는 한결 편안해졌다.
“제가 여러모로 좀 유명한 모양입니다.”
“‘페이스 노트’는 저희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변화의 바람은 폐쇄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부는 것이 확실했다.
그때, 압둘라 빈 나프가 무함마드 빈 살라를 흘깃 쳐다봤다.
무함마드 빈 살라는 수줍은 미소를 짓더니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혹시… 이 영상에 나온 사람이 전성국 대표의 동생이 맞나요?”
동생?
[전민국, 이 녀석…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나는 얼른 무함마드 빈 살라가 내민 핸드폰 속 동영상을 확인했다.
동영상은 앞으로 데뷔할 멤버들의 일상과 연습을 다룬 <세븐즈> 너튜브 채널 속 영상이었다. 민국이가 메인이 되어 연습하는 동영상이었다.
“네, 제 동생이 맞습니다. 근데 아직 데뷔 전인데, 이걸 어떻게 아셨나요?”
무함마드 빈 살라는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다시피 석유 외에 다른 자원이 많은 나라는 아닙니다. 오히려 과하게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석유로 번 돈을 다른 나라의 여러 사업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내는 방식을 그동안 계속 추구했고요. 알아보니, 이 회사 역시 전성국 대표가 투자한 곳이라고 하던데요. 맞나요?”
“네, 맞습니다.”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무함마드 빈 살라는 계속해서 함박 미소를 지었다.
[무함마드 왜 이래? 점점 무섭게….]무함마드 빈 살라는 핸드폰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내게 보여줬다. 10대 초반의 딸 사진이었다.
“제 딸이 이 동영상을 보고 이 그룹에 흠뻑 빠졌거든요. 그래서 제가 혹시 이 회사에 좀 투자할 수 있나 궁금해서 전성국 대표를 만나자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