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59화(359/576)
제359화
전미진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물러날 전미진이 아니었다.
머리는 나쁜데, 끈기 있는 애. 그게 바로 전미진이었다.
전미진은 얼른 다시 미소를 장착하고 엄마 곁으로 갔다.
“어, 어머님. 죄송합니다. 그래도 성국이랑 저랑 동창인데, 이야기 좀 나눠도 될까요?”
“그럼요. 이야기는 편하게 하세요. 적당한 선은 지키고요.”
엄마는 팔짱을 끼고 전미진의 옆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그 옆에 지희도 팔짱을 딱 끼고는 내 곁에서 서 있었다.
전태국까지 팔짱을 딱 끼고는 전미진을 쏘아봤다.
“전미진, 성국이랑 인사했으면 성년의 날이라고 쓸데없는 돈 쓰면서 부른 네 친구들이나 챙겨.”
이때, 저 멀리서 전미진과 유학 생활을 같이한 여자들 무리가 다가왔다.
<가십걸즈>라는 드레스코드에 맞게 돈으로 치장한 무리였다.
“미진아!”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대명 그룹 둘째 딸, 서정민.
한성 자동차 막내딸, 한선화.
서울 병원 막내딸, 이혜련.
전미진과 친하다는 것은 집안에서 내놓은 딸들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머리는 나쁘고, 돈은 많고. 뭐, 그런.
서울 병원 이혜련은 재벌들 사이에 끼고 싶어서 저들의 하녀 노릇을 하면서 겨우 껴있는 경우였다.
병원 집 딸답게 이들에게 각종 향정신성 약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번 생에서 어떻게든 나를 유혹하려고 했으나, 그러기에는 외모도, 성격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대명 그룹의 막내딸 서정민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나를 보곤 눈웃음을 지었다.
“미진아, 혹시… 저 사람… 너랑 유치원 같은 나왔다던 그분?”
“정민아, 우리 다 동갑이야. 그분이 뭐니. 성국이야. ”
전미진이 친구들 무리가 다가오자 죽었던 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와, 대박. 진짜 잘생겼어. 우리 좀 소개해 줘.”
이혜련이 옆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지, 뭐. 이혜련, 넌 나 아니었으면 성국이 같은 남자 만날 일도 없었을 거야.”
전미진은 이혜련에게 깨알같이 거들먹거리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쳐다봤다.
“어머님, 제 친구들이 성국이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요. 제가 딱 선 지키면서 소개할게요.”
“그래요, 그럼.”
전미진은 나와 일정 간격을 두고 서정민과 한성화 그리고 이혜련까지 소개를 마쳤다.
“성국 씨, 우리랑 같이 샴페인 마셔요.”
서정민이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일 때문에 온 거라서요. 술은 안 마실 겁니다.”
“일이라니… 무슨 일이요?”
“곧 동생이 무대에 오르거든요.”
전미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친구들에게 민국에 대해 알렸다.
“성국이 동생은 곧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할 거야.”
“아, 맞다. 저번에 네가 보여준 그 그룹 말하는 거지?”
“응.”
“와! 완전 기대 돼! 나 거기에 내 스타일 몇 명 있었어.”
“혜련아, 넌 헤프게 몇 명이나 있니?”
“아, 그게….”
[여전히 유치하게 친구끼리 급 나누고 노네….]나는 화제가 민국이게 돌아간 틈을 타서 뒤로 슬쩍 빠졌다.
전태국이 샴페인을 들고 나를 쫓아왔다.
“성국아, 이제 여자들 관심이 민국이에게로 흘러서 속상해서 그러지?”
[하아, 태국아. 내가 넌 줄 아니?]정말 저 집 남매는 노답이다.
나는 생수병을 집어서 벌컥 들이켰다.
“형,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가 궁금해?”
“미진이 집에서 정해둔 혼처 있지 않아요?”
저번 생에서 전미진은 정국 일보 집안과 정략결혼을 했었다.
정략결혼을 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평생 혼자 살 뻔했다.
내가 그 결혼 성사시키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망나니로 유명한 정국 일보 아들도 마다할 정도로 전미진은 정말 인기가 없었다.
전태국은 머리를 긁적였다.
“성국아… 사실대로 말해도 돼?”
“네, 형.”
“원래는 정국 일보 첫째 아들이랑 아버지가 강력하게 밀어붙였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최근에 좀 생각이 바뀌신 것 같아. 양 비서 아저씨한테 내가 어제 입수한 따끈따끈한 정보야.”
[정국 일보 첫째 아들이 망나니라 그나마 잘 어울렸는데….]나는 생수를 들이켜며 전태국을 쳐다봤다.
“다른 후보가 또 있어요?”
“그게… 성국아….”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그게… 아버지가 너를 미진이 사윗감으로 생각하신다는 것 같아.”
나는 순간, 생수병을 꽉 움켜줬다. 그 바람에 바닥에 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성국아, 나도 안 된다고 생각해. 아니,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인 우리 집안이지만, 너는 그런 거에 흔들릴 애도 아니고.”
[당연하지! 나는 이제 곧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자가 될 건데! 감히 삼전 따위가!]나는 이를 꽉 물고 화를 눌렀다.
“알아, 네 마음. 엠마 왓튼이랑 사귀고,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여자들에게 워너비인 너 같은 남자를 전미진이 감히 어떻게 꼬셔. 물론 전미진은 너를 너무 좋아하지. 아버지도 너를 너무 좋아하고. 하지만 성국아, 내가 있잖아.”
전태국은 내 어깨를 꽉 잡았다.
“넌 내가 지켜줄게.”
[이렇게 의지 안 되는 위로가 있나….]“형, 걱정 말아요. 전 제가 지켜요.”
나는 새 생수병을 하나 들고 전미진을 찾았다.
전미진은 좀 전의 재벌 친구들과 몰려서 파우더룸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미진, 지 버릇은 개 못 준 모양이군….]나는 아마 이 세상에서 전미진의 약점을 다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 * *
“약국, 가방 좀 열어봐.”
서민정은 이혜련의 가방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이들 부류에서 이혜련은 일명 약국으로 통했다.
병원 집안 딸인 만큼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을 이들 재벌가의 딸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녀 노릇 하면서도 재벌집 딸들과 겨우 어울려 놀 수 있는 정도는 됐다.
이혜련은 가방을 열어 깊숙이 들어있는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얘들아, 이거 미국에서는 불법 아닌데… 한국에서는 정신과 처방 없이는 못 받는 거 알지?”
“알아…. 샴페인에 타 먹으면 완전 기분 좋잖아.”
한선화가 제일 먼저 손에 든 샴페인에 알약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알약을 기포를 내면서 샴페인에 녹아 없어졌다.
뒤이어 모두 알약을 샴페인에 집어넣었다.
약이 다 녹자 전미진은 샴페인 잔을 높게 들었다.
“얘들아, 전성국은 내 거니까 주변에서 얼쩡거리지 좀 마. 알아들어?”
“암튼 전미진 독재야.”
“당연하지. 올해 재계 순위 1위가 삼전이잖아. 그럼, 우리 관계에서도 내가 1등이란 말이지.”
“한성이 1등 한 적도 있거든.”
“왕자의 난 터지고 계열 분리되면서 그 이후로 1등 한 거 내가 한 번도 못 봤는데?”
한선화는 분하지만 참았다.
전미진이 말이 어쨌든 사실이긴 했다.
“근데… 정말 전성국을 아버지가 사윗감으로 지목하신 거야? 원래는 정국 일보 아들이었잖아.”
“내가 아빠한테 엄청 애교 좀 떨었지. 솔직히 말해서 정국 일보 아들이 성국이만큼 잘생기기를 했냐, 똑똑하기를 했냐. 좋은 인재를 잘 골라서 키우는 것도 삼전의 몫이라고 막 그랬지.”
“내가 보기에는 전성국은 삼전 없이도 잘 큰 거 같은데….”
살짝 삐친 한성화가 딴지를 걸었다.
“한선화, 네가 정국 일보 아들 가져. 너 예전에 좀 좋아했잖아.”
“됐거든.”
서민정이 얼른 분위기를 정리했다.
“난 니들이 관심 없는 성국이 동생 민국이 찜했으니까 그렇게들 알아. 어서 무대 보기 전에 한잔하자! 그래야 흥이 좀 돋지.”
전미진은 잔을 제일 높이 들었다.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위하여!”
전미진과 친구들은 모두 일순간에 약이 녹아 들은 샴페인을 들이켰다.
달칵.
그 순간, 파우더룸의 문이 열렸다.
* * *
여자들이 쓰는 파우더룸을 함부로 여는 것은 예의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실수인 척 파우더룸을 열어야만 했다.
내가 문을 열자 놀란 얼굴의 전미진과 친구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샴페인 잔은 비어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남은 알약이 든 봉투가 보였다.
“어… 미안…. 그냥 난 창고인 줄 알고.”
“아니야… 성국아. 들어와.”
약 기운이 살짝 돌기 시작한 전미진이 나를 끌었다.
[전미진, 이러면 안 될 텐데….]나는 전미진의 손을 뿌리치며 눈을 쳐다봤다.
이미 눈이 살짝 풀려 있었다.
“전미진, 혹시 약했니? 그리고….”
나는 전미진의 친구들도 매서운 눈으로 하나하나 훑었다.
“너희들도?”
“그게 아니라 성국아….”
이때, 이혜련이 재빨리 테이블 위에 놓인 약을 숨기려는 게 보였다.
나는 얼른 이혜련의 손목을 잡았다.
“이거 무슨 약이야?”
“성국아, 그냥 이거 진통제야.”
“진통제를 왜 나눠 먹어?”
“그냥 재미로….”
[멍청한 것들.]나는 이혜련의 손에서 약 봉투를 빼앗았다. 그러곤 전미진을 쳐다봤다.
“전미진, 지금 경찰 부를까?”
전미진은 약 기운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당당하게 나섰다.
“전성국, 너 지금 경찰 부른다고? 너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
“어디이긴. 대한민국. 서울. 삼전 호텔이지.”
“그래. 여기가 바로 대한민국. 서울. 삼전 호텔이잖아. 바로 우리 아버지가 여기의 주인이고. 삼전은 대한민국 1등 기업이잖아.”
“그게, 약한 거랑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 전성국, 네가 아무리 경찰에 신고해도 삼전에서 다 손써서 기사 한 줄 안 나오게 깔끔하게 이 상황 정리할 거라고. 내 말은!”
전미진은 말을 하면서도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렸다.
“그리고 여기… 한성 자동차. 그리고 대명… 여기는 병원 집안 딸.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우리 없으면 안 돌아가.”
“전미진, 말은 바로 하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지. 너희처럼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미국 유학 가서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나쁜 것만 배워온 것들이 아니거든.”
“전성국, 네가 똑똑하고 잘난 건 알겠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삼전이면 다 된단 말이지.”
“내가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기업 안 했잖아.”
이때, 전태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국아, 여기서 뭐 해?”
그리곤 전태국도 휘청이는 동생과 친구들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팍 내쉬었다.
나는 전태국에게 이혜련이 가지고온 약 봉투를 내밀었다.
전태국도 익히 아는 약인 것 같았다.
“야, 니들 이거 깨면 머리도 아프고 장난 아닌데… 이걸 하니? 돈도 많은 것들이….”
전태국도 나 만나서 사람 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약 좀 하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성국아, 내 동생 한 번만 모른 척해줘. 나도 어릴 때는 많이 했는데, 너 만나고 사람 됐잖아.”
“형 봐서 참죠.”
나는 조용히 파우더룸을 나왔다.
* * *
민국이와 연습생들.
1년 후면 <세븐즈>로 데뷔할 일곱 명의 무대가 시작됐다.
비록 커버곡 무대였지만, 춤도 노래도 파워풀했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보였지만, 멤버 개개인마다 스타성은 확실해 보였다.
이때, 전태국이 내게 샴페인을 내밀었다.
“성국아, 이제 한잔해도 괜찮지?”
“아까 상황 정리해줘서 고마웠어요, 형.”
“뭘…. 솔직히 나도 네가 우리 집 사위로 들어오는 거 싫어. 너 같이 똑똑하고 잘난 놈이 들어오면 나 찬밥 신세 될지도 모르잖아.”
나는 전태국을 흘깃 쳐다봤다.
[서당 개, 이제 자기 밥그릇 지킬 줄도 아는 거야?]전태국은 태연히 샴페인을 마셨다.
아까 전태국에게 상황 정리를 부탁한 건 나였다.
경찰에 전화해서 사건을 키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전태국에게 전미진의 약점 하나는 잡게 해 줄 생각이었다.
재벌가에서 남매는 지분 몇 프로로 싸우는 라이벌일 뿐이었다.
“형, 고마움의 의미로 영상 보낼게요. 잘 간직하세요. 나중에 큰 도움 될 거예요.”
“고맙다, 성국아….”
나는 전태국에게 좀 전의 파우더룸 상황을 핸드폰으로 몰래 녹화한 영상을 보냈다.
“와, 전미진 딕션 좋네. 누가 들어도 딱 전미진이야….”
그리고 전미진에게도 이 동영상을 보냈다. 메시지와 함께.
– 전미진, 이 동영상 혼자 잘 간직할 테니 전재형 회장님께 나는 사윗감 명단에서 제외하라고 말씀드리길 바라. 유치원 동창 전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