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61화(361/576)
제361화
전재형 회장이 시선이 내 얼굴에 닿는 게 느껴졌다.
나는 얼른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전재형 회장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러게, 전성국 대표.”
이제 전재형 회장은 나를 전성국 대표라고 불렀다.
전재형 회장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구수영 회장을 챙겼다.
“회장님, 아침은 간단하게 속에 좋은 것으로 하시죠. 여기 전복죽이 괜찮습니다.”
“허허. 자네는 나보다 한참 젊으면서 맨날 뭐 그리 몸에 좋은 음식을 찾나. 난 에그 베네딕트랑 커피 하겠네. 남산 호텔은 그걸 잘하지.”
“저도 그럼, 그것으로 해야겠네요.”
남산 호텔의 에그 베네딕트는 유명했다. 거기에 곁들이는 커피도 환상이라 저번 생에서도 참 즐겨 먹던 것 중에 하나였다.
“성국아, 자네는 뭐로 먹겠나?”
“회장님 저도 같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두 분 회장님의 입맛을 믿거든요.”
곧 주문한 에그 베네딕트가 나왔고, 기억만큼이나 여전히 맛있었다.
깔끔하게 커피로 마무리를 하고 나는 현재 띡똑의 개발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연내에 베타 서비스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너튜브를 담당하던 프로그래머 샘까지 와서 가속도가 많이 붙은 상태입니다.”
“전 대표는 역시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 기대하겠네.”
[물론이지, 전재형 회장. 기대해도 좋다고!]* * *
구수영 회장은 호텔에서 바로 다음 미팅이 있어서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전재형 회장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전재형 회장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숨소리를 내더니 입을 열었다.
“전 대표, 우리 태국이는 회사에서 좀 어떤가?”
“여러 가지로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주로 삼전과의 조율 쪽을 맡아서요.”
“한마디로, 별 특화된 일은 없다는 건가?”
“마케팅이라는 일이 프로그래머들처럼 어느 분야에 특화된 일은 아니라서요. 하지만 그런 일이야말로 신경 쓸 부분이 많죠. 회사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습니까.”
전재형 회장의 얼굴은 여전히 굳은 채였다.
“삼전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인생 경험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자네 회사에 그냥 둔 건데, 내가 더 늙기 전에 태국이를 우리 회사로 다시 데려와야 할 것 같아서 요즘 고민이네. 효진 그룹을 보니, 후계가 없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느껴지거든.”
전재형 회장은 구수영 회장이 나를 일찍 본 이유를 대충 짐작하는 것 같았다.
효진 그룹은 현재로서야 안정적인 회사지만, 구수영 회장 사후가 불투명하다는 게 경제 전문가 전반의 이야기였다.
그 때문에 구수영 회장이 병원 가는 사진만 찍혀도 효진 그룹의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했다.
“그 문제라면 태국이 형이랑 직접 이야기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네가 우리 태국이 고용주 아닌가. 자네 생각은 어떤가? 태국이가 빼앗기기 아쉬운 인재는 되나?”
[그걸 말이라고… 완전 아쉽지. 전태국이 빠져나가면 아무래도 삼전과의 커넥션이 약해질 텐데….]나는 빙긋 웃으며 전재형 회장을 쳐다봤다.
“회장님, 태국이 형의 가장 큰 능력은 바로 삼전의 후계자라는 사실입니다. 회장님도 그 점은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결국, 삼전의 후계자가 아니면 별 필요 없는 직원이다?”
“제 말은 삼전의 후계자라 너무 필요한 직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전재형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띵- 이때,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했다.
전재형 회장은 먼저 내리면서 나를 쳐다봤다.
“전 대표, 난 자네가 삼전과 경쟁자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사실만 알아주게. 난 자네가 겨우 효진의 후계나 이을 그릇으로는 안 보이거든.”
나는 대답 대신 꾸벅 인사를 했다.
전재형 회장은 그대로 로비를 나가 대기 중인 차에 올라탔다.
지금 전재형 회장의 말은 칭찬이자 경고였다.
내가 만약 효진 그룹을 맡게 된다면 그건 삼전 측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터였다.
삼전에게는 반도체가 있지만, 내가 효진을 맡는다면 앞으로 세계를 이끌 SNS 사업도 효진 측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띡똑을 비롯해서.
* * *
차에 올라타자 김미소 비서가 문벅스의 라떼와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여기 에그 베네딕트가 맛은 있지만, 20대 남자분에게는 양이 좀 적을 것 같아서요.”
“안 그래도 살짝 배가 고파지려고 하던 타이밍이었어요. 잘 먹을게요.”
“대표님, 구수영 회장님께서 요번 주에 삼전 호텔에서 짜장면 한번 먹자고 하시는데요. 못다 한 이야기도 좀 더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12일이 대표님 생일이시잖아요.”
“흠….”
나는 가만히 라떼를 마셨다.
“대표님, 언제가 편하시다고 연락드릴까요?”
“연휴 시작하는 날 저녁이 좋을 것 같다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성국아, 샌드위치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어도 돼?”
전태국이 내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탐내고 있었다.
“윌리엄, 재벌이 남의 샌드위치를 탐내서야 되겠어요?”
“아침 못 먹었어. 샘이랑 애덤은 회사에서 자서 혼자 먹기 뭐해서.”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혼자 밥을 못 먹냐….]나는 전태국에게 샌드위치 반을 건넸다.
“저는 한창 먹고 자랄 나이라서요.”
“성국아, 그건 아니지. 너도 이제 꽉 찬 스무 살인데…. 참, 마크랑 리미미 씨 언제 와?”
“내일이요. 제가 공항에 직접 나가려고요.”
“그럼, 언제 삼전 호텔 짜장면 먹나. 아참, 그리고 성국아. 너희 아버님네 가게에서 생일 파티하면 어떨까 싶어서 내가 내일 저녁에 가게 통으로 빌렸거든. 연휴 바로 전주에는 직원들도 고향 가느라 바쁠 것 같아서. 내일이 금요일이라 괜찮을 것 같아서. 마크랑 리미미 씨도 오라고 해야겠네.”
“윌리엄, 저 생일 파티 할 생각 없는데요.”
“성국아, 이런 건 내가 다 알아서 준비할 테니까… 너는 그냥 몸만 오면 돼. 알았어?”
전태국은 샌드위치를 와그작와그작 먹었다.
나는 전태국을 빤히 쳐다봤다.
아침에 만난 전재형 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전재형 회장은 슬슬 전태국을 삼전으로 데려갈 준비를 하는 느낌이었다.
“성국아, 뭘 그렇게 봐? 샌드위치 반쪽 준 게 그렇게 아까워?”
“윌리엄, 저 좀 볼까요?”
“어… 그래.”
아무래도 전태국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었다.
* * *
“윌리엄, 윌리엄도 이제 앞으로의 길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전태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윌리엄이 여기 있는 건 삼전에 들어가기 전에 인생 경험 삼아서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내가 여기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 삼전과 효진이 공동투자한 회사인데, 내가 있으니까 일이 훨씬 잘 풀리잖아.”
“그건 맞죠.”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게 맞았다.
“근데 갑자기 왜?”
“지금이야 전재형 회장님이 건재하시니까, 후계 구도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 곧 그런 날이 올 거잖아요.”
나는 마흔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물론 바로 전날 죽긴 했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가 회장 자리에 오른 시기는 앞으로 10여 년 후.
10년이라면 전태국이 후계자의 역할을 배우기에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흠… 나도 그런 생각은 하지만, 아빠 아직 건강하시잖아.”
저번 생에서 전재형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내가 빠르게 치고 올라간 것도 있었지만, 전재형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였다.
물론 전태국이 지금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10년 후에 회사를 못 물려받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다.
“그래서 그런가. 아빠가 갑자기 오늘 나보고 추석 연휴 때 한남동 집에 좀 오라고 하네.”
“윌리엄, 그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당연하긴. 양 비서가 명절 연휴 앞두고 아직도 제일 고민인 게 아빠랑 엄마 여행 루트 다르게 짜는 거잖아.”
익숙한 이야기긴 했다.
사이 안 좋은 재벌가 부부들은 명절에는 주로 각각 해외로 나갔고, 혹시라도 공항 라운지 등에서 만나지 않게 철저하게 시간 조절을 해야만 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평소에도 안 좋은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서로의 애인을 보고.
“암튼 윌리엄도 이제는 앞으로의 장래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세요.”
“어… 알았어.”
전태국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 * *
“마크! 리미미 씨!”
“성국아!!!”
마크가 달려오면서 나를 와락 안았다.
“마크, 잘 지냈지?”
“성국아, 보고 싶었어. 너도 잘 지냈지?”
“나야 잘 지내지. 어떻게 이번에 휴가 길게 온 거야?”
“리미미 씨가 글쎄 연차를 그동안 거의 안 쓴 거 있지. 그리고 리미미 씨가 연차를 안 써서 나도 못 쓰고. 둘 다 휴가를 거의 안 갔더라고. 그래서 이번에 좀 길게 냈어. 우리가 너무 휴가를 안 가니 직원들도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얼른 리미미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리미미 씨, 오랜만이에요.”
“사장님, 그러기엔 미국에도 자주 오시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참, 삼전 호텔에 방 부탁했는데, 괜찮죠?”
“안 그래도 부모님은 이미 가 계세요. 너무 좋다고 호텔에서 살고 싶다고 난리세요.”
리미미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웃고 있었다.
마크와 리미미의 인연이 이렇게 길게 가다니….
정말 세상일은 모를 일이었다.
마크가 내 등을 토닥였다.
“성국아, 한국에서도 네 차는 포르샤지?”
“당연하지.”
“사장님, 마크가 요즘 포르샤 사고 싶어서 죽으려고 해요.”
“마크, 잘 생각했어. 그 중고차는 달리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지경이야.”
마크는 예전에 산 중고차를 아직도 타고 있었다.
“나도 그래서 이번에 산 주식 오르면 차 사려고.”
순간 나와 리미미가 동시에 놀랐다.
“마크!”
“마크! 너 또 주식 샀어?”
리미미도 분명 처음 듣는 소리인 것 같았다.
“다들 걱정 마. 이번에는 정말 안정적인 우량주를 샀단 말이야. 이 주식은 오를 일밖에 없어.”
“어디 거 샀는데?”
“아플!”
마크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잠깐, 아플이라고?]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찰리 잡스는 올해 운명을 달리한다. 그러고 나면 한동안 아플 주식은 곤두박질친다. 길게 보면 우상향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떨어질 운명이었다.
“성국아, 아플은 괜찮지?”
“마크, 아플 주식은 오래 가지고 갈 거지?”
“단기 이익 보곤 빼서 그 돈으로 포르샤 살 거야.”
마크는 정말 주식에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마크, 아플 주식은 무조건 가지고 있어. 그냥 버텨. 한 10년쯤.”
“말도 안 돼! 주식을 무슨 10년이나 가지고 있어.”
마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이럴 때 마크의 고집은 꺾기 진심으로 힘들었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태국이 형이 우리 아빠 가게 전세 냈어.”
“안 그래도 어제 태국이가 연락 왔어. 너 생일이라고 직원들 전체 회식할 거라고. 와서 먹으라고.”
마크는 갑자기 가방을 뒤적였다.
“성국아, 내가 선물로 뭘 가지고 왔냐면….”
마크는 빙긋 웃으면서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불쑥 꺼냈다.
바로 필립아카데미 졸업 파티 때 프롬킹으로 뽑힌 사진이었다.
“성국아, 이때 기억나? 지금 보니까 너 완전 애기였어.”
“마크, 제발 집어넣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는 마크와 리미미를 끌고 아빠의 가게로 향했다.
* * *
가게 안이 깜깜했다.
[분명 다들 여기 모였을 것이라고 했는데…. 설마, 도 서프라이즈인가? 이제 그런 거에 놀랄 나이 아닌데….]나는 애써 모른 척하며 드르륵- 가게 문을 열었다.
동시에 가게 안에 설치된 프로젝터에서 내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아빠!를 연발했던 CF에서부터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의 한 장면까지.
그리고 어릴 적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김미영과 곽 감독과 함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도 보였다.
영상은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 미국 유학 시절도 지나갔다.
내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다니던 그때의 나와 여드름투성이인 마크의 얼굴.
그리고 마크가 공항에서 보여준 졸업 파티 프롬킹의 사진까지.
그 사진이 나오자 직원들이 환호했다.
“대표님, 멋져요!”
고등학교 졸업 때 아빠처럼 사연팔이를 한 것도.
그리고 하버드 티셔츠를 맞춰 입은 대학 입학 사진.
‘페이스 노트’ 첫 사무실에서 마크와 소파에 널브러져 잠든 사진에서부터 점점 커지는 ‘페이스 노트’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엠마 왓튼과 찍힌 수많은 파파라치 사진들도.
이땐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키득거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과거로 회귀하듯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젊은 아빠가 단칸방에서 차려준 돌상 앞에서 일회용 카메라로 찍어준 나의 생애 첫 사진이 등장했다.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불이 켜지면서 가게 안이 환해졌다.
그리고 가게 곳곳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단발머리 김미영… 곽 감독. 거기다 <저스트> 멤버들까지….
나의 성장을 지켜본 모든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 동시에 나를 향해 외쳤다.
“성국아, 생일 축하해!”
“대표님, 생일 축하해요!”
나는 애써 담담한 척 입술을 자근자근 씹었다.
[전성국, 너 이런 작은 거에 감동받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오랜만에 부정맥이 재발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