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62화(362/576)
제362화
“성국아, 역시 보쌈에는 소주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마크는 소주에 빠져서 벌써 한 병 가까이 마시고 있었다.
직원들도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하는 회식이라서인지, 여유롭게 먹고 마시고 있었다.
“마크, 너무 많이 마시지 마. 이따가 리미미 씨 부모님께 인사드려야지.”
“사장님, 괜찮아요. 너무 늦어지면 먼저 주무시라고 말씀드렸어요.”
리미미도 오랜만에 회식을 즐기고 있었다.
“캬아- 역시 소주는 한국 소주죠. 근데 남조선 소주는 어째 점점 밍밍해집니다.”
[앞으로는 더 밍밍해질 거야, 리미미 씨.]리미미가 소주병을 들었다.
“사장님, 한 잔 받으시죠. 정말 사장님한테 구제돼서 이렇게 마크도 만나고… 이렇게 남조선을 자유롭게 오갈 줄은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는데 말입니다.”
“리미미 씨, 자본주의의 나라 남조선에 온 걸 환영합니다.”
나는 리미미가 따라주는 소주를 받았다.
그리고 간만에 소주도 한잔했다.
“캬아-”
이 말이 절로 나왔다.
“우리 성국이도 어른 다됐네. 이런 소리가 다 나오고.”
전태국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어쨌든 오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저스트> 멤버들까지 다 부른 것은 전태국의 공이 컸다.
거기다 원하지 않게 내 어린 시절 사진까지 간만에 보고 심장이 뭉클하기도 했다.
단칸방 부모 밑에서 태어났을 때만 해도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남나, 고민이 많았었다.
나는 소주를 들었다.
“형, 오늘 고생 많았어요. 제 술도 한잔 받으세요.”
순간, 전태국은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왜 그래, 전태국?]“서, 성국아….”
목소리마저 살짝 떨리고 있었다.
“형, 어서 받아요.”
“어… 그래.”
나는 전태국의 빈 잔에 소주를 채웠다.
“성국아, 내가 너한테 고맙다는 말을 다 듣고…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 지금 완전 감동 먹었어.”
[고맙다고는 안 했는데…. 오바하긴.]“형, 근데 앞으로는 절대 생일 파티 따로 준비하지 마세요.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요.”
“어… 알았어.”
이때, 옆에서 보쌈을 야무지게 먹고 있던 민국이가 끼어들었다.
“진짜 우리 형은 감동 파괴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민국아, 너 요즘 얼굴 살이 좀 오른 것 같은데. 보쌈 참 야무지게 먹고 있네?”
“어? 살이 많이 올랐어? 형?”
민국이의 두 눈이 커졌다.
“너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보니까 얼굴이 통통해지고, 동작은 둔해지고…. 이제 데뷔 1년도 안 남았는데. 아무리 내 동생이지만, 계속 그렇게 통통해지면 방무혁 아저씨한테 너 빼라고 강력하게 권유할 거야. 내가 메가히트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인 거 알지?”
“형,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게!”
“뭐든 내일부터는 없는 거야. 당장 시작해야지. 그리고 난 <세븐즈>에 그룹마다 한 명씩 있는 통통한 개그 캐릭터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든. 잘생기고, 멋진 일곱 명의 대한민국 남자로만 구성할 거야. 그러니까 아무리 내 친동생이라고 해도 그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아웃이라는 것만 알아둬.”
민국이는 슬픈 눈으로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놨다. 그러고는 괜히 엄한 흰둥이에게 얼굴을 비벼댔다.
“흰둥아, 형아… 오늘부터 다이어트야.”
“끼잉-.”
흰둥이도 민국이가 불쌍한 듯 쳐다봤다.
“민국아, 흰둥이 안은 김에 흰둥이 산책 좀 시켜주고 와. 먹은 거 소화시킬 겸.”
“정말 잔인한 형이야! 치이!”
민국이는 투덜거리며 흰둥이를 안고 가게를 나갔다.
전태국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볼 때마다 내가 전성국의 동생으로 태어나지 않은 게 새삼 감사할 뿐이야.”
[전태국, 모르나 본데 저번 생에서는 네가 내 동생이었고. 민국이한테 대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해서 너 맨날 뭉겠어.]나는 태연히 소주를 들이켰다.
한국 나이로 21살.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성인이 되다니…
[흠… 살아있었다면 딱 환갑이군.]이때, 가게 구석에 틀어놓은 TV에서 서울 시장 보궐 선거 논의가 한창이었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은 유력한 서울 시장 후보인 안해수와 재야에서 튀어나온 배덕호라는 후보 두 사람의 단일화였다.
직원들도 서울 시장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안해수 후보는 IT의 신화 같은 존재였다.
“저거야 보나 마나 안해수 후보로 단일화하는 거 아니야? 배덕호, 저 사람은 이름도 처음 들어봐.”
직원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인권 변호사로 오래 활동했다는 배덕호는 대중들에게 낯선 존재였다.
마크가 신기하게 TV를 봤다.
“성국, 저 사람이 컴퓨터 백신을 개발했어?”
마크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안해수 후보에게 관심이 많았다.
“와, 나는 무조건 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우리랑 같은 일 하는 사람이 정치한다니 신기하네.”
“마크, 그럼 우리 내기할까?”
“무슨 내기?”
마크는 오랜만에 하는 나의 도발에 눈을 반짝였다.
“이번에 서울 시장 보궐 선거 있는데, 저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를 논의 중인 거거든. 지금 인지도 면에서나 여론 조사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안해수 후보가 앞서나가고 있어. 저 둘 중에 누가 서울 시장 후보로 단일화될지 내가 맞춰볼까?”
“성국, 또 예언하려는 거야?”
마크가 놀리듯이 물었다.
“예언 아니고 예측이라는 거고. 만약 내가 예측한 후보로 단일화되면 마크, 너 뭘 걸래?”
“글쎄. 나는 걸 게 별로 없는데….”
“아플사의 주식 있잖아….”
마크의 두 눈이 커졌다.
“설마… 성국, 그 주식 다 달라는 건 아니지?”
마크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 그렇게 나쁜 친구 아니야. 마크.]나는 빙긋 웃으며 소주를 마셨다.
“마크, 내가 예측한 후보가 맞으면 아플 주식 말이야. 10년 동안 팔지 않겠다고 약속해.”
“뭐어?”
마크가 놀란 만큼 리미미도 전태국도 놀란 눈치였다.
“사장님, 근데 이유 좀 들어봐도 될까요? 마크는 지금 그 주식 팔아서 마음속에서는 벌써 포르샤를 사서 운전하고 있거든요.”
나는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 정말 그 주식 만약 판다면 언제 팔 거야?”
“글쎄, 사실은 요즘 가격이 좀 내려가서 좀 더 사고 있어서… 올해 말이나 그쯤 팔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지금 우리 차가 언제 퍼져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상태거든.”
역시 마크는 주식은 하면 안 됐다.
“마크, 저 두 사람 중 단일화되는 후보를 내가 맞추면 그 주식 10년 동안 팔지 않을 생각 있어?”
“흠….”
마크는 조금 고민하더니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넌 뭘 걸 거야?”
이럴 땐 마크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것을 걸어야 했다.
“내 포르샤. 내 예측이 틀리면 내 포르샤를 너에게 줄게. 그럼, 넌 아플 주식도 그대로고 원하는 포르샤도 얻게 되는 거잖아.”
마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기 성립! 네 예측이 맞으면 아플 주식 10년 간다!”
[그래, 마크. 원래 주식은 존버가 답이야.]마크는 소주잔을 들었다.
“성국, 거래 성립?”
“당연하지!”
우리는 동시에 소주를 원샷했다.
그리고 동시에 ‘캬아-’ 소리를 뱉었다.
이제 식당 안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금 고민스러운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예측은 예언이나 그런 게 아니라 철저한 분석에 의한 예측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성국,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라!”
술이 살짝 오른 전태국이 재촉했다.
“저는 안해수 후보와 배덕호 후보 두 사람 중 배덕호 후보로 서울 시장 후보 단일화를 할 것 같습니다.”
“어?”
“진짜?”
“나 저 사람 처음 봐.”
같은 반응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때, 직원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대표님, 그 예측의 배경 좀 말씀해주세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봤을 때, 안해수 후보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거든요.”
순간 모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표님, 더 큰 그림이라면 설마… 대선이요?”
나는 대답 대신 소주잔을 들었다.
“여러분, 여러분들이 잊으신 게 있나 본데요.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자, 모두 신나게 마시죠!”
* * *
술에 취해서 마크가 쓴 각서를 내려다봤다.
마크는 배덕호로 후보 단일화가 되면 아플의 주식을 향후 10년 동안 팔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었다.
물론 나도 내 예측이 틀리면 내 애마인 포르샤를 마크에게 주겠다는 약속했다.
회식이 끝나고 모두 집으로 가고, 나는 오랜만에 아빠 가게 문 닫는 것을 도와드렸다.
“성국아, 아빠가 할게.”
[이젠 내가 아빠보다 키도 더 크고 힘도 더 세잖아.]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아빠는 언제나 나에게는 어린 시절 나를 안고 집까지 묵묵히 걸어가던 그 아빠이기 때문이다.
철커덩.
셔터를 내리고 자물쇠까지 채우곤 아빠는 손을 탈탈 털었다.
“성국아,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지?”
“응. 태국이 형이랑 애덤이랑 샘은 술 한 잔씩 더 한다고 해서….”
“너도 친구들이랑 가지 그랬어?”
“친구는 무슨. 직장 동료일 뿐이야.”
“성국아, 어떤 직장 동료가 생일 축하해준다고 너랑 추억 얽힌 사람들도 다 부르고 어린 시절 사진 모아서 동영상 만들고 그러냐. 너, 어떤 때 보면 태국 군한테 너무 박할 때가 있어.”
[전태국은 그래도 되는 존재야. 저번 생에서 얼마나 날 짜증 나게 했는데!]나는 아빠의 발걸음에 맞춰서 천천히 걸었다.
“성국아, 난 네가 항상 어린 시절부터 너무 똑똑해서 또래들이랑 못 어울리고 공부만 한 게 마음에 걸렸거든. 그래도 미국에는 마크가 있고…. 한국에는 태국 군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너 챙겨주는 사람들은 평생 곁에 둬라. 그게 친구인 거고, 재산인 거야. 알았지?”
“아빠도, 참….”
나는 괜히 핀잔을 줬지만, 문득 마크와 전태국이 떠올랐다.
[이 둘이 정말 나랑 평생 가게 될 인연일까….]* * *
누가 내 얼굴을 핥는 이 이상한 느낌은 뭐지?
눈을 부스스 뜨니 흰둥이가 내 얼굴을 핥고 있었다.
그리고 민국이는 묵직한 다리를 내 다리에 올리고 있었다.
[다 큰 녀석이….]나는 얼른 민국이 다리를 치웠다.
생일 파티가 끝나고 오랜만에 집에 와 민국이 방에서 자는 바람에 생긴 참사였다.
이때,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혀엉. 핸드폰… 어서 꺼!!!”
“전민국, 일어나서 아침 운동해. 공복에 유산소만큼 살 빼는 데 좋은 거 없어.”
“오 분만!”
나는 뒤척이는 민국이를 뒤로 두고 전화를 받았다.
– 성국아!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거야?
마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나와 각서까지 쓴 것을 기억 못 하는 모양이었다.
“마크, 나랑 내기했잖아. 안해수와 배덕호 중 서울 시장 단일화 후보를 내가 맞추면 아플 주식 10년 동안 가지고 있기로.”
– 그니까, 내가 왜 그런 내기를 한 거야! 대체! 왜! 내 그 주식 팔아서 포르샤 살 거란 말이야!
“마크, 아직 단일화 안 정해졌어. 내가 이번에는 틀릴 수도 있잖아. 그럼, 내 포르샤는 네 거야.”
– 하아, 정말… 나 술 먹고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마크, 이미 한 내기는 어쩔 수 없고. 어서 해장이나 해.”
– 어, 알았어. 성국, 근데 단일화 발표 언제야?
“아마, 곧 할 거야.”
나는 마크를 겨우 달래곤 전화를 끊었다.
* * *
주말이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로 여전히 시끄러웠다.
주말 동안 안해수와 배덕호 두 후보의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님, 오늘 저녁에 전재형 회장님께서 보자고 하시는데요.”
“저를요?”
“네. 7시 삼전 호텔 중식당 괜찮은지 연락이 왔습니다.”
“이유는 말씀 없으시고요?”
“네.”
전재형 회장이 나를 다시 보자고? 무슨 일이지?
이번에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우선 약속 잡으세요.”
“네, 대표님.”
* * *
나는 약속대로 삼전호텔 중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전태국이었다. 전재형 회장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성국아, 네가 여긴 웬일이야?”
“회장님이 보자고 하셔서요. 형은요?”
“아빠가 뭐 할 이야기 있다고 하셔서….”
아무래도 전재형 회장은 본격적으로 전태국을 후계 구도에 올리려는 모양이었다.
그걸 논의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한 것 같았다.
곧 양 비서가 들어왔다.
“도련님, 성국 군. 오늘 갑자기 서울 시장 후보 단일화가 결정 나서 긴급회의가 잡혔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회장님께서 시간을 빼기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울 시장 후보가 바뀌면 기업들도 그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해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었다.
“괜찮습니다. 짜장면이나 먹고 가죠.”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성국 군.”
전태국은 얼른 핸드폰을 보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배덕호 후보로 단일화했어. 대박…. 진짜 안해수는 대선인 거야?”
“그건 또 기다려봐야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때, 마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성국, 나 정말 아플 주식 10년 동안 팔면 안 되는 거야?
[마크, 내가 너 구제해준 거야. 10년 후의 아플 주식 가격을 알면 분명 나한테 절할걸!]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양 비서를 쳐다봤다.
“양 비서님, 저는 짜장면 곱빼기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