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68화(368/576)
제368화
“마크, 포르샤 좀 빌려줘!”
나는 막 출근한 마크를 잡아 세웠다.
“성국아, 왜 그래?”
“찰리가… 찰리가 안 좋은 것 같아.”
“어서 내 차 써.”
마크는 얼른 포르샤의 차 키를 내밀었다.
나는 그길로 마크의 차를 타고 찰리 잡스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 정말 찰리 잡스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끼이익-
나는 찰리 잡스의 집에 차를 세우자마자 얼른 뛰어 들어갔다.
이때, 마침 나와 있던 찰리 잡스의 부인인 로라가 나를 불렀다.
“성국….”
로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찰리는요?”
“아침에 또 고비를 넘겼어요…. 좀 전에 안정을 찾아서 자서전 작가랑 이야기 중이에요. 성국이 미국에 왔단 이야기 듣고, 빨리 만나고 싶어 했어요.”
로라는 슬픔을 꾹 누르고 있었다.
“성국, 들어가 봐요. 많이 보고 싶어 해요.”
“네….”
나는 얼른 로라가 가리킨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찰리 잡스의 어떤 모습을 보더라도 그 앞에서는 환하게 웃기로….
* * *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아래 찰리 잡스가 누워 있었다. 찰리는 안 본 사이 더 야윈 모습이었다.
찰리 잡스는 나를 보더니 희미하게 웃었다.
“성국….”
“찰리….”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찰리 잡스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병색이 완연했다.
나는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다짐한 것처럼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찰리를 쳐다봤다.
찰리 잡스가 내게 천천히 손짓했다.
“성국, 이리 가까이 오게… 내… 방금… 자서전 작가에게… 자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네.”
달변가인 찰리 잡스는 이제 문장 하나를 다 말하는 데도 몇 번이고 쉬어야만 했다.
이 모든 상황에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 왔다.
나는 찰리 잡스의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찰리 잡스의 자서전을 맡고 있는 작가가 내게 작게 눈인사를 했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찰리가 성국의 이야기를 자서전에 넣고 싶어 해서 이야기 듣던 중이었어요.”
“제 이야기를요?”
“찰리가 그러더라고요. 자신이 순수하게 인정하는 천재는 성국 정도뿐이라고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찰리, 나 사실 말이야… 인생 2회차라 그런 거야…]하마터면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뻔했다.
찰리 잡스 같은 세계적인 천재가 이런 말을 하다니….
찰리 잡스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많이… 놀랐지? 우리 로라가… 연락…해서….”
“네….”
사실 로라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찰리 잡스가 곧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그건 아니었지만, 찰리 잡스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나 아직 살아…있어.”
“…….”
나는 말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작가가 얼른 끼어들었다.
“찰리, 내가 성국이랑 이야기해야 하니까 잠시 끼어들지 마요. 알았죠?”
찰리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는 자세를 바로잡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찰리 잡스가 그러더라고요. 성국을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고요.”
[찰리, 죽음을 앞뒀다고 해도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찰리보다 훨씬 잘생기고, 훨씬 더 똑똑했지.]나는 빙긋 웃었다.
“찰리를 처음 본 순간, 내가 어른이 되면 저렇게 고집불통은 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요.”
내 말에 찰리 잡스가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성국… 근데… 지금… 자네… 완전 고집…불통 아닌가….”
“글쎄요. 직원들에게 한번 물어볼게요.”
물어보나 마나였다.
직원들은 나를 찰리 잡스보다 더 독한 인간이라고 말할 게 뻔했다.
“찰리, 끼어들지 말라니까요.”
“아, 알았…어.”
찰리는 웃더니 입을 다물었다.
작가는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기 시작했다.
“찰리는 예전에 성국에게 아플사의 사무실을 내주면서 후원한 것에 대한 성국의 생각을 자서전에 다뤄줬으면 해요. 그리고 그 후원이 성국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도요.”
“솔직히 저는 한국에서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왔잖아요. 찰리 잡스… 빌 게이트… 이름만 듣던 사람들을 ‘페이스 노트’를 통해서 만나게 됐어요.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고, 세계를 바꾼 사람들의 후원을 받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이건 자서전에 안 쓸 것 같긴 한데요. 성국, 찰리와 빌 중에 누가 당신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이에요? 솔직히 둘 다 성국이 사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잖아요.”
나는 찰리 잡스를 힐끔 봤다.
찰리 잡스는 대놓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다 알고 있잖아요. 아플이 왜 마니아를 낳는지요. 찰리는 저에게 항상 그런 말을 했어요. 원하는 게 있다면 절대 타협하지 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내라고요. 지금 제가 회사를 경영하는 모습을 본다면 아마 찰리의 그 말이 엄청난 영향을 준 건 분명해 보여요.”
“이 질문의 승자는 찰리군요.”
찰리 잡스는 침대에 누워서도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나와 작가 그리고 찰리 잡스와의 대화는 한 시간가량 계속됐다.
주로 작가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찰리는 그때마다 나를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했다.
작가가 노트북을 덮었다.
“성국, 찰리의 자서전 중에서 빈 부분을 당신이 채워줬어요.”
“제가요?”
“찰리의 성공과 사생활 그리고 적대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너무 잘 알잖아요. 언론이 많이도 다뤘고요. 물론 찰리의 속내까지 알게 되는 것은 이 자서전을 통해서이긴 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자서전을 쓰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찰리는 과연 자신과 같은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을까. 그런 부분이었거든요.”
작가가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찰리가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성국을 만나서 그 부분이 해결됐어요. 찰리처럼 기준이 높은 사람이 선택한 천재. 찰리는 아마 그 천재가 자신이 바꿔놓은 세상을 또 한 번 바꿔놓을 것을 안 것 같아요.”
* * *
나는 찰리 잡스에게 미국에 있는 동안 매일 만나러 오기로 약속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임진서가 왜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 전태국에게도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은 여전히 어두웠고, 침대에 누운 전태국의 실루엣이 보였다.
[전태국 정말….]나는 속으로 욕을 하면서 커튼을 걷었다.
햇살이 들어오자 그제야 전태국이 몸을 뒤척였다.
“햇살 너무 들어와.”
“형, 지금이 몇 시인 줄 아세요?”
“사람들은 꼭 시간 알면서 그렇게 묻더라. 그냥 얼른 일어나라고 하면 되지.”
“얼른 일어나요, 형. 식사는 했어요?”
“나 혼자 밥 먹는 거 싫어하잖아.”
안 먹었다는 소리였다.
“룸서비스 시키든지, 나가서 먹어요. 저도 식사 안 했어요.”
“응…. 성국아, 진서 씨 만났어?”
전태국이 진짜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다.
“네… 만났어요.”
“나랑 헤어진 이유도 말해줬어?”
“네.”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헤어진 사이라면 빨리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이유가 뭐래?”
“삼전이 부담스럽대요.”
“삼전이?”
“네. 형도 삼전에서 어떻게 했을 거라는 거 알잖아요.”
전태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진서 씨 주변에 사람 붙였겠지.”
“그게 부담스러웠대요. 그러다 보니 형에 대한 애정도 식었고요.”
“하아….”
전태국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삼전이 부담스러우면 내가 부담스러운 거지. 내가 삼전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버릴 수가 없는데, 삼전을 부담스러워한다면 내 곁에 있을 사람이 아닌 거야.”
전태국은 너무 담담하게 지금의 상황을 인식했다.
[전태국, 이제 제법 삼전의 후계자다운데….]전태국은 나를 담담하게 쳐다봤다.
“성국아, 밥 먹자. 배고프다.”
“그래요, 형.”
정신을 차린 전태국은 곧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근데, 찰리는 어때?”
“많이 안 좋아요.”
“아플도 이렇게 시대를 마감하는 건가… 아무래도 가지고 있던 아플 주식 팔아야겠네.”
“형이 아플 주식 가지고 있었어요?”
전태국이 아플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내가 아플빠잖아. 찰리를 숭배하는 마음에서 좀 사둔 게 있었어. 찰리가 세상을 떠날 것 같다니, 이제 팔아야지. 찰리가 죽으면 아플 주식 떨어질 거잖아.”
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전태국을 쳐다봤다.
임진서와의 이별 때문인지 전태국은 전보다 훨씬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성국아, 넌 어떻게 생각해?”
“떨어지겠죠. 아마 사람들은 한동안 찰리가 없는 아플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그렇겠지. 이번 주에 아플 신제품 나오니까, 그걸 좀 눈여겨봐야겠어. 찰리가 CEO 자리 물러나고 처음 나오는 제품이잖아. 그 제품을 보면 아마 앞으로 아플사의 혁신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짐작이 될 것 같아.”
[전태국, 내가 안 본 사이에 약이라도 먹은 거야?]임진서와 헤어진 전태국은 어제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내 시선을 느낀 전태국이 어깨를 으쓱했다.
“성국아, 진서 씨와 헤어지고 호텔 침대에 누워서 많은 생각을 했어. 솔직히 네가 말하기 전에도 이별 사유는 짐작이 됐고…. 근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삼전의 후계자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는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여자는 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맞는 것 같아. 삼전 후계자답게 일도 좀 하고….”
“형, 잘 생각했어요.”
전태국은 기지개를 쭉 켰다. 그리곤 하늘을 올려다봤다.
“성국아, 그런 의미에서 난 라스베이거스 좀 다녀올게.”
“라스베이거스는 왜요?”
“이별은 원래 도박으로 잊는 거야.”
[그럼, 그렇지….]역시 사람은 바뀌는 게 아니었다.
* * *
나는 찰리가 탄 휠체어를 천천히 밀었다.
조금 기력을 차린 찰리는 바깥 공기를 맡고 싶어 했다.
“찰리, 어제 아플폰 4S 시연회 보셨어요?”
“응…. 혁신이… 부족해….”
찰리는 아무리 자신의 회사라고 해도 냉철하게 비판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또 아플폰을 살 거예요. 그게 찰리가 만들어낸 소비 구조잖아요. 아플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다.”
내 말에 찰리 잡스가 빙그레 웃더니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국… 난 평생… 죽음이 두렵지 않았거든… 근데… 그게 다 내… 오만이었던 것 같아.”
죽음 앞에 찰리 잡스는 작아지고 있었다.
“찰리… 죽는 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말에 찰리가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마치….”
“죽음을 겪어본 사람처럼 말한다고요?”
“응.”
찰리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찰리, 사실은 저… 두 번째 사는 인생이에요.”
“성국… 농담할 기분 아니야….”
“찰리, 농담 아니에요.”
나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번 생을 살면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는 사실이었다.
“찰리, 이건 아마 찰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털어놓는 제 비밀일 거예요.”
찰리는 놀란 눈으로 나를 주목했다.
나는 저번 생에서 심장을 부여잡고 죽은 후, 이번 생에 다시 태어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냈다.
“찰리, 사실 난 저번 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다시 태어난 거예요. 그래서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었고요.”
“성국….”
“찰리, 그러니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죽음 뒤에 찰리에게도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질 거예요.”
내 말을 들은 찰리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고맙…네….”
그리고 나는 찰리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물론 내일 보자는 인사였다.
하지만 내가 찰리의 집을 떠난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찰리가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 왔다.
이 시대의 아이콘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찰리가 내 마지막 말을 이해했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됐다.
[찰리, 다음 생에서는 오래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