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69화(369/576)
제369화
찰리 잡스의 장례식은 비공개로 치러졌다.
대중에게는 장소도 공개되지 않았다.
찰리 잡스의 가족들과 소수의 인원만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찰리 잡스의 장례식은 평소 그의 옷 스타일과 무척이나 닮았다. 미니멀했지만 그만의 개성이 묻어났다.
모두 그의 죽음을 슬퍼했고, 아쉬워했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아이콘이 사라졌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었다.
아플의 주식은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나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찰리 잡스가 세운 아플의 기초는 생각보다 튼튼하기 때문이다.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찰리 잡스의 변호사가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전성국 대표님. 저는 찰리 잡스의 변호사 중 한 명인 게일 브라운이에요.”
“안녕하세요.”
나는 예의상 짧게 인사를 했다.
오늘은 누군가와 길게 말하고픈 날이 아니었다.
“혹시 괜찮으시면 오늘 오후에 저희 변호사 사무실에 좀 들르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인데, 그러시죠?”
“찰리 잡스가 전성국 대표님에게 남긴 몇 가지가 있습니다. 별건 아니고, 찰리 잡스가 전성국 대표님에게 남긴 편지가 있어요. 그걸 절차에 따라서 변호사인 제가 전해드리는 겁니다.”
“그럼, 오후에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미망인이 된 로라에게 인사를 하고 장례식장을 벗어났다.
* * *
호텔 룸에 들어가자, 전태국이 황망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아직 술이 덜 깬 모양이었다.
“성국아, 찰리는 잘 보내줬어?”
“네, 형….”
“이제 찰리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 나의 우상인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형, 술 좀 그만 마셔요. 핑계가 많은 요즘이지만, 내일 한국 들어가야죠.”
임진서와의 이별에, 우상과 같은 찰리 잡스의 죽음까지….
전태국은 요즘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성국아… 넌 안 슬퍼? 찰리가 너를 무척 아꼈잖아.”
전태국이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슬프죠….”
하지만 찰리 잡스도 분명 나와 같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슬픔을 조금은 무디게 만들었다.
“그래도 저희는 살아가야 하잖아요.”
“이럴 때 보면 정말 너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아….”
그러더니 문득 나를 쳐다봤다.
“참, 마크가 아까 연락했었어. 데니스 있잖아.”
“데니스가 왜요?”
“데니스가 너한테 연락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고 마크가 핸드폰 좀 확인하라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장례식 때문에 꺼둔 핸드폰을 아직 켜지 않았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켰다.
데니스에게 온 메시지가 있었다.
– 성국, 나 데니스야! 메시지 보면 연락 줘.
나는 얼른 데니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니스 샤젤은 나의 하버드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대학 때부터 수많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곧 연결음이 끊기더니 데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데니스….”
– 마크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찰리 잡스 장례식이었다면서?
“응. 좀 전에 끝났어. 데니스, 어쩐 일이야?”
– 마크한테 이야기 들으니,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며?
“응. 한국에서 군 복무 중이잖아. 그래서 오래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 지금 나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중이니까, 저녁에 시간 비워줘.
갑자기?
나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데니스, 무슨 일인데?”
– 너랑 대학 때 쓴 시나리오 기억나? <채찍>이라고….
물론 기억하고말고.
내가 데니스에게 쓰라고 권한 시나리오였다. 훗날 데니스의 입봉작이기도 했다.
– 성국, 내가 그 시나리오를 다 썼어. 근데… 아, 말이 자꾸 길어지네. 우선 네 메일로 시나리오 보내놨으니까 시간 되면 읽어봐 줘. 나머지는 이따 저녁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래, 저녁에 보자….”
나는 전화를 끊고 메일을 확인했다.
드디어 데니스 샤젤이 <채찍>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모양이었다.
“성국아, 데니스가 뭐래?”
“시나리오 완성했다고 봐달라고 해서요.”
“데니스, 아직 입봉 못 한 거지?”
“네.”
“한국에서도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는 어려운데, 할리우드에서는 얼마나 더 힘들겠어… 쯧쯧….”
[전태국, 걱정 마. 데니스는 이 작품으로 입봉하고 세계적인 감독이 되니까….]나는 데니스가 보낸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갔다.
대학 시절 시작한 아이디어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드럼에 목숨 건 대학생과 그를 가스라이팅하는 지휘자.
[흠… 지휘자 캐릭터가 조금 약한데… 그 부분만 보강하면 되겠어.]나는 드디어 완성된 데니스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게일 브라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이 훤히 보였다.
“성국, 커피 한잔해요.”
“감사합니다.”
게일 브라운은 커피를 한 잔 내밀었다.
“찰리가 성국 이야기를 종종 했어요.”
생각보다 찰리 잡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나는 커피를 천천히 한 모금 마시면서 저번 생을 생각했다.
저번 생에서 내가 죽고 난 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찰리 잡스와 달리 재벌가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삼전이라는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나의 독단적인 경영 스타일을 전근대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나의 생에서 삼전은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게일, 찰리가 남긴 게 뭐예요?”
“찰리가 그러더라고요. 성국은 스몰토크에는 크게 관심 없는 게 자기랑 비슷하다고요. 언제나 가장 효율적으로 이야기해서 마음에 든다고요.”
[게일,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거든.]나는 그저 웃었다.
게일 브라운은 내게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찰리가 성국에게 남긴 편지예요. 두 장이 있는데, 하나는 찰리가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쓴 거고, 나머지 하나는 편지는 찰리가 임종 전에 쓴 거예요.”
임종 전에 쓴 편지는 내가 찰리와 인사를 하고 간 후에 작성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 편지를 통해서 찰리가 내 말을 이해했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곧이어 게일은 다른 서류 한 장도 내밀었다.
“게일, 이건 뭔가요?”
“공식적으로 찰리 잡스의 모든 유산은 미망인인 로라가 상속받은 것으로 되어 있잖아요. 그래야 뭐, 여러 가지로 시끄러운 이야기는 없어서요. 그런데… 성국한테도 찰리가 뭔가를 조금 남겼어요. 열어 보세요….”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찰리가 남긴 서류를 살폈다.
“이건….”
“아플사의 주식이에요. 찰리 잡스가 성국에게 10,000주의 아플 주식을 남겼어요.”
[10,000주라고? 10,000주!]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현재 100달러를 왔다 갔다 하는 아플사 주식 10,000주라니!
몇 년 후 아플은 주식 분할을 두 번 더 시행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게일 브라운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 주식은 찰리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상속이에요. 그리고 성국한테만은 깜짝 유산으로 주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찰리….”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놀라셨죠?”
“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이렇게 줄 거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솔직히 10,000주가 그리 많은 주식은 아니지만, 성국이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찰리가 깜짝쇼를 좋아하잖아요.”
게일 브라운은 아무 말도 못 하는 내 어깨를 두 번 도닥였다.
“성국, 편지 확인할 동안 자리 비워줄게요. 편하게 확인해요.”
“고마워요, 게일.”
게일은 곧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게일의 사무실에서 찰리 잡스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열어봤다.
게일의 말대로 편지는 두 장이었다.
그중 나는 짧은 메시지가 적힌 편지를 먼저 열었다. 내가 인생 2회차라는 사실을 고백한 후에 쓴 편지인 모양이었다.
거기에는 죽음을 앞둔 찰리가 최선을 다해 꾹꾹 눌러쓴 메시지가 있었다.
– 성국, 난 자네 말을 믿네. 그리고… 우리 꼭 다시 만나길 바라겠네.
[찰리….]찰리는 내 말을 믿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희망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나는 잠시 먹먹한 가슴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을 내려다봤다.
게일이 왜 굳이 이 편지를 받으러 변호사 사무실에 오라고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이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니 사소한 모든 걱정이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는 찰리 잡스가 이전에 쓴 편지를 열어봤다.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성국, 나는 자네를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하는 충고인데 말일세.
마치 찰리 잡스가 살아서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 내가 혼자 잘났다고 살아보니, 결국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남는 것은 친구와 가족뿐이더라고. 성국, 내 말 명심해서 새겨듣게나.
“찰리, 그럴게요.”
나는 찰리 잡스의 편지를 소중히 접어서 다시 봉투에 넣었다.
[찰리, 근데 나도 죽어봤잖아. 그래서 당신보다 더 잘아. 가족과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 *
“성국!”
레스토랑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데니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데니스는 안 본 사이 좀 더 고뇌하는 예술가 같아졌다. 마구잡이로 기른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나 있는 상태였다.
나는 얼른 데니스와 악수를 나눴다.
“데니스, 잘 지냈지?”
“나야 늘 그렇지. 내 시나리오 봤어?”
“급하긴. 우선 밥부터 시키자.”
나는 보나 마나 배고픈 감독 지망생일 데니스를 위해서 최고급 코스를 시켰다.
“데니스, 와인 한잔할래?”
“성국, 성공한 사업가가 사주는 술이라면 언제나 오케이지!”
데니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곧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시나리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데니스, 나 그 시나리오 완전 마음에 들어.”
“성국, 진짜야?”
“응.”
하지만 데니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사실은… 완성된 시나리오를 몇 군데 돌렸거든. 근데 다들 블랙리스트에 오를 거라고 하는 거야.”
미국 영화계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말은 완성도는 높으나 팔리지 않을 시나리오를 의미했다.
데니스는 그 사실 때문에 기가 죽은 모양이었다.
“관심 있어 하는 영화사도 없고?”
“다들 관심은 있어 하는데, 나보고 다른 작품을 먼저 찍으래. 이건 나중에 성공하고 난 뒤에서 찍으라고 하고…. 알잖아. 그 말이 뭔지….”
한마디로 거절이었다.
“내가 봤을 때, 지휘자로 나오는 역할만 좀 더 강하게 수정한다면 좀 더 극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질 것 같은데….”
“나도 그 생각은 했어. 그리고 지금 수정 중이야….”
역시 데니스는 대감독이 될 재목이었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부족한 점을 정확히 알았다.
데니스는 와인을 몇 모금 마시더니, 입술을 달싹거렸다.
나는 데니스가 LA에서 한달음에 이곳에 날아온 이유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모든 영화사가 거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성공한 사업가 친구를 만나려는 것은 보나 마나 투자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것일 터였다.
나는 생수를 한 모금 마셨다.
아무리 친구와 가족이 중요하다고 해도 투자는 또 다른 문제였다.
“데니스… 솔직히 이야기할게.”
데니스는 내 말에 살짝 긴장한 듯 와인을 쭉 들이켰다.
“솔직히 시나리오가 너무 좋더라. 네가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고 있다니, 앞으로 더 멋지게 바뀔 거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말인데….”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데니스의 안달 난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데니스, 내가 그 영화에 투자할게.”
“성국아….”
데니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성국, 솔직히 너한테 온 건… 투자처를 알아보려고 한 건 맞는데… 네가 직접 투자를 하겠다고?”
“응. 오늘 공돈이 좀 생겼거든.”
“성국… 고, 고마워.”
“고맙긴 뭘.”
[데니스, 내가 더 고맙지. 그 영화가 얼마나 대박 나는데!]나는 찰리 잡스가 남긴 아플사의 주식 10,000주만큼의 금액을 데니스의 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찰라 잡스의 말대로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친구와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