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7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79화(379/576)
제379화
– 전성국 대표님 팬클럽 이름 정하는 데 ‘세젤미성국’에 스스로 투표했대.
– 어쩜 우리 대표님은 실망시키는 일이 없냐.
– 정말 잘생긴 거 본인이 너무 잘 알아 ㅋㅋㅋ
– 저 얼굴로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으다!
– 나는 우리 대표님이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하는구나.
– 대표님, 영원히 연애 못 했으면 좋겠다!
<당나귀 귀>에 내가 팬클럽 이름 투표에서 ‘세젤미성국’을 고른 사실이 회자되고 있었다.
[난 사실을… 사실을… 눌렀을 뿐인데!!! 억울하다고!!!]하지만 나의 억울함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 역시 잘나면 외로운 법이지….”
나는 이번 생에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를 모두 다 끌어안고 묵묵히 나아가기로 했다.
잘생긴 얼굴.
뛰어난 능력.
젊은 나이에 성공 같은 거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똑. 똑. 똑.
갑자기 들린 노크 소리에 나는 후다닥 노트북을 덮었다.
그러곤 괜히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구세요?”
문이 빼꼼 열리더니 전태국, 애덤, 샘이 차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세 사람 모두 웃음을 겨우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전태국이 웃음을 겨우 참으며 입을 뗐다.
“세젤미 성국 님… 풉!”
애덤과 샘은 입술을 자근자근 씹으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성국아, 내가 애덤과 샘에게 세젤미라는 뜻이 뭔지 다 알려줬어.”
[그럴 것 같더니….]애덤과 샘은 빙긋 웃을 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애덤, 샘… 그렇게 웃지만 말고 말을 해요.”
그제야 애덤이 입을 열었다.
“성국, 난 그래도 팬클럽 있는 성국이 부러울 따름이에요.”
“나도요, 성국.”
“성국아, 세젤미가 대한민국 우리 집에 사는 기념으로 맥주 한잔하려고 하는데, 어때?”
“그냥 술이 마시고 싶다고 말해요, 형.”
“술 마실 이유를 만드는 거지, 뭐.”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데니스였다.
데니스는 <세븐즈> 뮤직비디오 회의 때문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받자 데니스의 지친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아….
“데니스, 무슨 일이야?”
– 성국아, 제발 나 좀 이 회의 지옥에서 빠져나가게 해줘.
“아직도 회의 중이야?”
– 민국이가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내고 있어서 죽을 것 같아. 나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와서 겨우 전화하는 거야. 제발 네가 와서 말려줘.
[민국이 녀석,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세젤미 지옥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데니스, 내가 데리러 갈게. 조금만 기다려.”
– 응.
나는 전화를 끊고 애석한 얼굴로 나만 바라보고 있는 전태국, 애덤 그리고 샘을 쳐다봤다.
“데니스 데리러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우선 셋이 마시고 있어요.”
* * *
반지하 연습실의 문을 열자 데니스가 퀭한 눈으로 앉아서 <세븐즈>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데니스는 지친 얼굴로 나를 맞았다.
“성국아….”
민국이도 나를 보더니 반겼다.
“형!”
민국이를 비롯한 <세븐즈> 멤버들은 확실히 쌩쌩했다.
[역시 젊으니 좋군.]“민국아, 지금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형아, 뮤직비디오 콘셉트 잡는 게 너무 어려워. 우리 아이디어가 너무 많거든. 다 재미있는 것 같아서 정하기가 힘드네….”
민국이는 배시시 웃었다.
이럴 때 보면 아이큐 160이 실감 나기도 했다.
“민국아, 오늘 많은 이야기가 나왔을 테니까. 나머지는 데니스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데니스는 마치 신이라도 만난 듯 나를 올려다봤다.
[데니스, 투자자로서 감독을 이런 일로 지치게 할 수는 없지.]“데니스, 회의는 그만하고 정리하는 게 어때?”
“어…. 얘들아 오늘 너희들 의견은 내가 정리해서 다음 주 초에 몇 가지 콘셉트 가지고 방 대표님이랑 이야기해보자. 어때?”
“좋아요!”
<세븐즈>는 모두 찬성했다.
긴 회의를 끝내고 모두 각자의 짐을 챙기는 가운데 정우가 쭈뼛쭈뼛 내게 다가왔다.
정우는 이번 생에서 나의 첫 친구였다.
어릴 적에 통통했던 정우는 그사이 키도 제법 컸고, 얼굴도 샤프하게 변했다. 미남이라기보다는 개성 있게 생긴 얼굴이었다.
방무혁 아저씨 말로는 멤버 중 영어를 제일 잘하고, 공부도 나름 잘해서 팀 내에서 브레인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거 다 내가 정우한테 8살부터 주입시킨 거라고.]정우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성국아….”
“어, 정우야….”
하지만 긴 세월이 지났고, 이제 나는 <세븐즈>의 투자자로 정우는 <세븐즈>의 멤버로 각자의 인생을 살다 보니 초등학교 시절의 짧은 우정은 어색해진 지 오래였다.
“성국아, 잠시 시간 좀 돼?”
“무슨 일 있어?”
“우리 엄마가 한 30분쯤 후에 도착하실 것 같거든. 우리 엄마가 너 보고 싶다고 하셔서…”
정우 어머님은 내게는 은인 같은 존재였다.
정우네는 망하기 전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가장 큰 평수에 살았다. 나는 정우네 집에 놀러 간다는 핑계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비싼 간식도 마음껏 얻어먹었었다.
“그래, 오랜만에 어머님께 인사드리자.”
“30분 동안 산책할래? 이 근처에 공원 하나 있거든.”
“그래….”
나는 데니스를 뒤돌아봤다.
“데니스, 30분 후에 출발하자. 괜찮아?”
“어… 난 오늘 회의 내용 정리 좀 하고 있을게.”
순간, 민국이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데니스 곁으로 다가갔다.
“데니스, 아까 내가 다 말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있거든요.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어, 어, 어… 그래.”
데니스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얼른 민국이의 등을 토닥였다.
[역시 내 동생이야!]* * *
정우와 나는 초등학교 방과 후 이후로 처음으로 밤길을 산책했다.
“성국아, 이렇게 너랑 걸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너랑 나랑 초등학교 때 학교 끝나자마자 우리 집에 맨날 같이 갔잖아.”
“정우야, 넌 그때 기억 다 나?”
“자세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나. 네가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해서 내가 너 찾아간 거잖아.”
[자식,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있군.]“성국아, 내가 이런 말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고마워. 너 덕분에 내 인생이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아.”
“정우야, 아직 네 인생은 제대로 시작도 안 했어.”
[<세븐즈>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내가 다 알고 있다고!]정우는 빙긋 웃었다.
“내가 아이돌 그룹의 일원으로 데뷔한다니, 믿기지 않아서 그래. 그리고 네 동생도 나랑 같은 그룹이고, 거기다 넌 투자자잖아.”
[고맙다는 말은 데뷔해서 수익으로 보상하면 돼, 정우야.]정우는 멋쩍게 고맙다는 말을 했고,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그때, 정우가 멈춰서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내가 부탁 하나 해도 돼?”
“뭔데?”
“너… 동갑 친구 있어?”
“동갑 친구라….”
솔직히 한 명도 없었다.
검정고시와 월반을 거듭하다 보니 마크와 데니스 같은 친구들도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정우를 쳐다봤다.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우리 다시 친구 해도 될까?”
[자식, 그거 말하려고 일부러 산책하자고 한 거구나.]나는 정우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런 건 원래 마음 넓은 사람이 먼저 나서야 하는 거였다.
“정우야, 난 언제나 너를 친구로 생각했어.”
“정말?”
[안 그러면 왜 너를 <세븐즈> 멤버로 데뷔시키겠어?]정우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동갑 친구 좋네….]이때였다.
저 멀리서 자동차 클랙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뭐지?
소리가 난 곳을 보던 정우의 눈이 커졌다.
“어, 엄마?”
그러더니 정우는 클랙슨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나도 정우를 따라서 달려갔다.
그곳에는 정우 엄마의 소형차가 비싼 외제차와 접촉 사고가 난 상태였다.
정우 어머님은 당황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서 연신 외제차 남자를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어머, 죄송해요. 다친 데는 없으세요?”
“아, 정말 아줌마… 솥뚜껑 운전이나 하지 차는 왜 끌고 나와서 남의 차를 박는 거야? 어?!”
남자는 우선 소리부터 지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상황을 살폈다.
좁은 골목에 양쪽으로 자동차가 빼곡하게 주차된 상태라 서로 조심히 운전하며 지나가는 길에서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정우 어머님에게 다가갔다.
“어머님, 저 성국이요.”
“어머… 성국아!”
정우 어머님은 나를 반기더니 곧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성국아, 정우 데리러 온 김에 너 보고 가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봐서 어쩌니.”
“아줌마! 지금 수다 떨 때야?”
남자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얼른 정우 어머님을 안정시켰다.
“어머님, 제가 남자랑 이야기해볼게요.”
그리고 나는 남자와 차를 살폈다.
저번 생에서 아주 잠깐 몬 적이 있는 차였다.
“흠… 2003년식 마세라리네요.”
“뭐?”
남자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2003년 마세라리라면 중고 값으로 치면 한성의 국민차보다도 싼 가격이었다.
외제차는 몰고 싶고, 돈은 없는 전형적인 허세남이었다.
“여기는 길이 좁아서 서로 조심해야 하는 곳인데요. 보험사 나와도 쌍방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2003년식이라도 외제차라고 지금 덮어놓고 소리부터 지르시면 안 되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서 어른을 가르치려고 들어?”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전 사실만 말했고요. 잠시만요.”
나는 얼른 김미소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미소 비서가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 대표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내가 아는 분이 교통사고가 나서요. 여기 논현역 부근인데, 변호사 보내주세요.”
내 말을 듣던 남자가 살짝 긴장하는 게 보였다.
나는 전화를 끊고 남자를 쳐다봤다.
“경찰 신고하고, 보험사에 사고 접수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 담당 변호사가 해결할 겁니다. 연락처 주시죠.”
“내가 왜 당신한테 연락처를 줘? 당신이 뭔데 저 여자 대신 나서는 거야? 어?”
“제 친구 어머님이 당하신 일이니까요.”
내 말에 정우와 정우 어머님은 꽤 감동한 얼굴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남자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전성국…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이런 걸 꼭 내가 말해야 하나….]그 순간 정우가 나섰다.
“‘페이스 노트’ 아시죠? 거기 대표잖아요. 대한민국이 낳은 천재 사업가요. 대한민국에서 전성국 대표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정우야… 너튜브랑 인스타그림 그리고 알파도 있어….]남자는 정우의 말을 듣더니 흠칫 놀란 기색이었다.
“아… 들어는 본 것 같은데… 그게 이 사고랑 무슨 상관인지….”
이제 내가 나서야 할 때였다.
“사고랑 상관은 없죠. 다만 제 친구 어머님이 당한 불합리한 상황을 친구로서 두고만 볼 순 없다는 말입니다.”
동시에 변호사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전 대표님!!! 제가 마침 논현역에서 맥주 한잔 중이어서 제일 먼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엘엔장의 김성택 변호사라고 합니다.”
“술 많이 드셨나요?”
“아닙니다. 맥주 반 잔 먹었는데, 소식 듣고 바로 뛰어나왔습니다!”
술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그때, 외제차를 몰던 남자가 당황한 얼굴로 다가왔다.
“저… 대표님….”
목소리에는 비굴함이 묻어났다.
“좁은 길에다가 가로등도 없어서 쌍방이 과실한 것 같으니까… 서로 그냥 없던 일로 치죠. 지금 보니까 앞에 살짝 기스 난 정도에요.”
“그래도 진짜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전 다 괜찮습니다.”
그 순간, 엘엔장의 김성택 변호사가 나섰다.
“저기요… 아까 논현역 맥주집에 있지 않았어요?”
“저 아니에요. 암튼 오늘 사고 없던 걸로 해요!”
남자는 당황한 얼굴로 얼른 차에 오르려고 했다.
[음주 운전은 절대 못 봐주지!]나와 정우는 눈빛을 서로 주고받고 운전석에 타는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정우야, 내가 남자 잡을게.”
“성국아, 난 앞문 잡을게.”
우리는 말을 마치자마자 동시에 달려가서 남자와 앞문을 잡았다.
180이 넘는 우리 앞에서 남자는 꼼짝달싹 못 했다.
“없던 일로 하자고 했잖아…요! 제발요.”
남자는 버럭했다가 애원했다가 오락가락했다.
“음주운전은 안 되죠. 이렇게 또 운전하다가 이번엔 차가 아니라 사람도 칠 수 있는데, 제가 그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아, 좀 놔라!!! 놔!!!”
남자는 마지막 발악을 했고, 때마침 김성택 변호사가 부른 경찰도 도착했다.
나는 경찰에게 남자를 인도했다.
“음주 운전하신 것 같습니다.”
“네, 확인해보겠습니다.”
남자는 그 자리에서 음주 운전 테스트를 하고, 곧바로 경찰차로 연행됐다.
경찰 한 명이 다가오더니 나와 정우에게 연락처를 물었다.
“두 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두 분 연락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작은 포상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얼른 정우를 가리켰다.
“이 친구가 거의 다 잡은 거예요, 경찰관님.”
[정우야, 용감한 시민상 탄 아이돌 되는 거야!]그러자 정우가 얼른 나를 가리켰다.
“경찰관님, 이 친구가 거의 다 잡았어요.”
“그냥 두 분 다 연락처 주세요.”
“아, 네.”
우리는 경찰에게 연락처를 건넸고, 경찰차는 허세남을 태우고 시야에서 멀어졌다.
정우가 내 어깨를 탁 잡았다.
“성국아, 진짜 고마워. 네 덕분에 잘 해결된 거 같아.”
“친구끼리 고맙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를 친구로 둬서 다행인 줄 알아, 최정우.]그 순간, 감동을 파괴하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팬클럽 카페장 이현희의 메시지였다.
– 전성국 대표님! 저희 카페명 <세젤미성국>으로 확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