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8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81화(381/576)
제381화
이현희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정말 김정일이 죽은 거예요?”
물론 옆에서 더 놀란 건 데니스 오였다.
내가 상의도 없이 글을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이현희의 질문에 구내식당은 조용해졌다.
모두들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나는 태연히 식판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네… 버락이 직접 아침에 전화가 왔어요. 오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차로 이동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요.”
* * *
청와대.
비서실장이 진땀을 흘리면서 미국과 핫라인을 연결해보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지금은 연결할 수 없다는 영어로된 기계음만 흘러나왔다.
“이 자식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그 중요한 정보를 일개 기업가한테는 흘리고, 우리는 연결도 안 되냐고! 대한민국 정부를 뭐로 보는 거야!”
비서실장은 들고 있던 수화기를 화가 나서 책상 위에 던져버렸다.
전성국이 자신의 ‘페이스 노트’에 올린 글 하나 때문에 청와대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때, 비서관 한 명이 다급한 얼굴로 다가왔다.
“실장님, VIP께서 찾으십니다.”
“딴말은 없으시고?”
“이걸 왜 자기가 SNS 통해서 알아야 하냐고. 화가 많이 나신 모양입니다. 외교부부터 통일부, 국방부 지금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전성국… 할리우드 여배우랑 연애나 하지. 이런 걸 올리고 지랄이야!”
“실장님, 어서 가보시죠.”
“내가 할 말이 있어야 가지!”
비서실장은 괜히 비서관에게 화를 냈다.
* * *
VIP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전성국이 올린 글을 읽고 또 읽었다.
–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동 중 열차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 불투명한 북한의 후계 구도와 권력 암투 속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우리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비서실장?”
비서실장은 안절부절못한 채 입을 열었다.
“가짜 뉴스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현재 미국 핫라인을 통해서 연결 중인데,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북한 이슈는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연결이 안 될 일이 없거든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금 미국이 청와대 건너뛰고 이 새파랗게 어린놈을 핫라인으로 쓰겠다는 작전은 아니고?”
“그, 그게….”
비서실장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VIP의 예측이 틀렸으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문제였다.
“긴급회의 몇 시간 후 시작이지?”
“지금 다급히 모이는 중이라, 늦어도 2시간 후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성국 대표도 이 회의에 참석시키지.”
“젊은 친구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진짜처럼 올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미국 쪽 연락을 기다려 보고 판단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진짜면?”
“그게….”
VIP는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일부러 소리 나게 내려놨다.
“만약 진짜면 그땐, 또 개망신이잖아! 어서 전성국 불러들여!”
“네!”
* * *
데니스 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너무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신 거 아닌가요?”
“미국 대통령까지 알게 된 일에 오보가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죠. 데니스 오?”
“거의 없긴 합니다.”
“그렇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건 거의 맞을 거고요.”
[사실은 100프로 맞아, 데니스 오. 나는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안다고….]“저는 대한민국 정부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진짜 궁금하거든요. 북한 김정일의 사망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잖아요.”
나는 식판에 밥을 뜨면서 데니스 오의 텅 빈 식판에도 가득 밥을 담았다.
“데니스 오, 식사 든든하게 하세요. 오늘 하루 무척 힘들 테니까요.”
이때, 구내식당에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에서 연신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누가 등장한 건지 알 것 같았고, 그 사람이 찾는 사람이 나라는 것도 알 것 같았다.
“전성국 대표.”
익숙한 목소리.
바로 전재형 삼전 그룹 회장이었다.
나는 얼른 뒤돌아서서 전재형 회장에게 인사를 했다.
“회장님, 오늘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시나 봐요?”
“내가 오늘 전 대표랑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네요.”
“제가 배가 고파서요.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실까요?”
“그러죠.”
전재형 회장도 식판을 들었다.
회사 사보나 언론에 뿌릴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해서 전재형 회장도 종종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어 사용법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와 전재형 회장이 음식을 담은 식판을 들고 텅 빈 자리로 향했다.
비서진들이 이미 주변을 정리하고 맡아둔 자리였다.
전재형 회장은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데니스 오를 슬쩍 쳐다봤다. 누구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여기는 FBI 소속 데니스 오입니다. 오늘 저랑 같이 다닐 겁니다.”
FBI라는 말에 전재형 회장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오늘 내가 올린 글이 진짜인지는 이미 데니스 오의 존재로 확인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 대표, 사실 여부는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군.”
“제가 틀린다면, 그건 미국 대통령이 틀린 정보를 입수한 거죠.”
전재형 회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와 데니스 오도 천천히 밥을 먹었다.
“오늘은 태국이 형이 안 보이네요.”
“외부에 일정이 있어서….”
나와 전재형 회장은 별 의미 없는 말들을 몇 마디 주고받았다.
이미 사실이 확인된 상태에서 전재형 회장은 다음 질문을 고르는 중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전 대표, 미국이 원하는 게 자네는 뭐라고 생각하나?”
“흠… 회장님, 너무 질문이 추상적인데요.”
나는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척을 했다.
전재형 회장이 알고 싶은 것이야 뻔했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이며, 그 영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자세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일 터였다.
“전 대표, 스무고개 할 생각은 없었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미국은 북한에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나?”
전재형 회장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비서진들이 주변을 모두 비웠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단어는 나와 데니스 오 그리고 비서진들 몇 명만 들었다.
만약 삼전 그룹의 직원들이 들었다면 모두들 꽤나 긴장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된장국을 몇 숟가락 떴다.
[전재형 회장, 전쟁은 안 일어나….]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원하는 것도.
하지만 이걸 순순히 전재형 회장에게 알려줄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대표님, 버락도 오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것을 알았어요. 그들도 여러 부서들과 참모들과 함께 이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할 거고요. 전쟁 예측 같은 것도 물론 하겠죠. 하지만 그 모든 시나리오가 오늘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전재형 회장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지.”
이때였다.
김미소 비서가 헐레벌떡 구내식당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게 보였다.
평소와 달리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미소 비서는 나와 전재형 회장을 발견하고는 옷을 가다듬으며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후 2시까지 청와대로 들어와달라고 하십니다. 지금 비서관 두 명이 대표님을 모시러 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흠….”
나는 밥을 뜨면서 살짝 고민하는 척했다.
그리고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김 비서님, 오늘 오후 원래 일정이 뭐였죠?”
“띡똑 개발 상황 중간 보고 회의가 있습니다.”
“그 회의가 끝나면 대략 몇 시일까요?”
“그건….”
김미소 비서는 나의 회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문제가 바로 해결되면 회의 시작 10분 만에 회의를 끝낼 때도 있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회의를 계속했다. 그래도 퇴근 시간 전에는 끝냈다.
“회의 끝난 이후에 청와대 갈 수 있다고 지금 달려오는 비서관들에게 통보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예정대로 띡똑 회의가 시작됐다.
샘이 띡똑의 현재 개발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번 회의 때 용량 문제가 있어서 띡똑을 출시하게 될 내년 후반쯤 발매될 핸드폰 사양들을 제가 조사해봤습니다.”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청와대 비서관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지금 노크도 안 한 건가?]나는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얼른 다가왔다.
“전성국 대표님, VIP께서 찾으십니다.”
“회의 끝나고 갈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리고 간다고 하지도 않았고요.”
“전성국 대표님, 지금은 국가 위기 상황입니다. 전성국 대표님은 지금 군 복무 중 아니십니까?”
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하겠다는 건가?
나는 턱을 살짝 매만졌다.
“지금 전쟁이라도 났나요? 저는 산업복무요원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실행 중인데요.”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국가는 판단 중입니다. 같이 가시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데니스 오가 나섰다.
“저는 FBI 소속 정보관 데니스 오입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전성국 대표님을 보호하라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전성국 대표님이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군인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전성국 대표님의 의사를 존중해 주시지요.”
[잠깐만, 데니스 오. 오늘 그렇게 중요한 업무를 맡은 거였어?]나는 새삼 데니스 오를 다시 쳐다봤다.
비서관들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더니.
“VIP께 우선 보고드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그사이에 회의 진행하시지요.”
비서관 두 명이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회의를 진행했다.
* * *
보고를 받은 비서실장은 VIP 앞에서 쩔쩔맸다.
“저… 전성국 대표한테 지금 FBI 요원이 붙어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VIP를 비롯한 각 부서의 장관들이 웅성거렸다.
VIP는 이마를 손가락을 꾹 눌렀다.
“진짜 김정일이 죽은 게 맞는 것 같군.”
“그리고… 전성국 대표가 회의 후에 청와대로 이동하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 말에 장관 한 명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겨우 애들이나 쓰는 SNS하는 놈이 지금 우리보고 기다리라고 했단 말인가, 최 실장?”
“그게….”
비서실장은 말을 아꼈다.
이때, VIP가 차가운 눈으로 지금 막 화를 낸 장관을 쳐다봤다.
“박 장관님, 지금 전성국 대표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시겠어요?”
“대통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전성국 대표는 지금 저희에게 시간을 준 겁니다. SNS에 그렇게 썼잖아요. 대한민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어떤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하다고요. 근데, 지금 저희가 한 일이라고는 미국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뿐 아닙니까?”
VIP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 *
나는 회의를 끝내고 데니스 오와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데니스 오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비서관들의 차가 아닌 내 차로 이동 중이었다.
데니스 오는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는 표정이었다.
“대표님,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요.”
“물어보세요.”
“왜 아까 바로 청와대로 가지 않으셨나요? 청와대로 가셔서 버락 오마하의 전화가 사실이고, 같이 대책을 논의하셔야 하는 거 아니었나 해서요.”
“흠… 제가 정치인은 아니거든요.”
나는 흘깃 데니스 오를 쳐다봤다.
데니스 오는 재미교포였다. 결국은 미국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데니스 오, 버락이 저에게 이 정보를 준 건 저를 미국과의 핫라인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죠?”
“네, 대표님.”
“하지만 전 미국의 앞잡이가 될 생각은 없거든요.”
순간 데니스 오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만약 제가 그때 바로 나서서 청와대로 갔다면 아마 청와대에 모인 장관들과 VIP는 제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됐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미국이 원하는 핫라인의 역할이죠.”
서서히 청와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정부는 뭐가 되는 겁니까? 그들도 생각이 있을 텐데요.”
“설마… 대한민국 정부가 상황에 대처할 시간을 주신 겁니까?”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버락 오마하는 나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라고 했지만, 내심 미국의 앞잡이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의 앞잡이도 될 생각이 없었다.
데니스 오가 조용히 물었다.
“대표님, 제 추측이 맞다면… FBI인 제가 대표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청와대에 알리면서 대표님이 SNS에 올린 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시켜 준 거잖아요.
그리고 오히려 한국 정부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해서 대처를 할 시간을 주신 거고요.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대표님은 미국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미국 정부에 보여주신 거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버락, 난 누구의 앞잡이도 안 될 거야. 당신이 말한 대로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영향력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