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8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84화(384/576)
제384화
오빠들의 마음이란 이런 것일까….
나와 민국이는 지희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다정하게 걸어가는 키 큰 남자를 추적했다.
두 사람은 지희의 말대로 학원가 근처 극장으로 들어갔다.
“민국아, 난 주차하고 올 테니까… 너는 몰래 뒤따라가.”
“응, 형!”
민국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서 바로 내렸다.
* * *
나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헐레벌떡 극장으로 올라갔다.
극장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는 얼른 민국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민국아, 지희 무슨 영화 보는 것 같아?
곧 민국이에게 답이 왔다.
– <셜록 홈즈> 예매하는 것 같아서 나도 얼른 예매했어, 형아.
– 알아서 곧 갈게.
나는 얼른 <셜록 홈즈>가 상영하는 관으로 향했다.
* * *
민국이는 후드티를 덮어썼고, 나는 최대한 나의 뛰어난 외모를 가리기 위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상영관으로 막 들어가려는 그때,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 소리를 질렀다.
“전성국이다!!!”
그 바람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박. 진짜 잘생겼다.”
“와… 전성국이야. 그 잘생긴 또라이.”
[잘생긴 또라이?]나도 모르게 발끈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민국이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형아… 우리 딱 걸렸어.”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지희가 나를 매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지희는 차가운 얼굴로 우리에게 걸어왔다.
“큰오빠, 작은오빠. 지금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어… 그게, 난 형이 영화 보자고 해서….”
민국이는 내 핑계를 댔다.
[전민국, 이러기야….]나는 당황하며 핑계를 찾았다.
“지희야… 우리도 순수하게 영화 보러 온 거야. 근데, 너 아까 미라랑 영화 본다며? 미라는 어디 있니?”
내 질문에 지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나는 아마 이 세상에서 엄마 다음으로 지희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지희는 이 집안에서 가장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지희는 지금 머릿속으로 나를 제압할 묘수를 찾고 있을 것이었다.
“미라가 바빠서….”
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팔짱을 꼈다.
“전지희, 미라가 키 180cm는 아니지?”
“오빠, 지금 나 미행한 거야?”
“미행 아니지. 나와 민국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도 공부하는 널 데리러 학원까지 간 거였어. 그러다 목격이라는 것을 한 것이지.”
“목격 후에 따라온 거잖아.”
지희도 지지 않았다.
“목격 후에 나와 민국이도 영화 볼 겸 온 거야.”
지희는 콧방귀를 꼈다.
이때, 거대를 팝콘을 든 그 문제의 미라가 나타났다.
“지희야….”
[네가 미라구나!]나와 민국이는 동시에 팔짱을 끼고 문제의 미라를 주시했다.
“형, 우리 둘이 좀 더 크지?”
“당연하지.”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지희가 문제의 미라에게 손짓했다.
“민호야, 이리 와봐.”
[그럼, 그렇지. 미라일 리가 없지….]민국이도 옆에서 종알거렸다.
“형아, 민호래.”
“그러게. 미라가 민호가 됐네.”
당황한 민호는 쭈뼛쭈뼛 나와 민국이 앞으로 왔다.
“민호야, 인사해. 우리 오빠들이야.”
“아하… 안녕하세요. 이민호라고 합니다.”
[우리가 안녕할까?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얼굴은 우리 집안에서 제일 처지지만 한때 리틀 김여나 소리도 들은 우리 지희한테 네가 가당키나 할 것 같아?]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이민호를 협박하고, 윽박지르고,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 많은 이곳에서 그럴 수는 없는 법.
거기다 이제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너무 잘 알았다.
나는 최대한 인자하지만,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민호를 쳐다봤다.
“이민호라고 했나?”
“네, 저는 지희랑 같은 중학교 다니는 이민호라고 합니다.”
“같은 학년인가?”
“네….”
이때, 민국이가 옆구리를 푹 찌르더니 속삭였다.
“형, 지금 무슨 조선 시대야? 넘 사극 톤이야.”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민호를 위아래로 훑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왜 둘이 영화를 보지?”
“그, 그게….”
이민호가 당황하는 게 보였다.
[너무 훅 들어갔나?]이때, 지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 내가 다 설명할게. 민호는 옆 반인데, 민호가 저번에 국어 노트 빌려줘서 고마움의 표시로 영화 보여주기로 한 거야.”
이 부분에서 이상한 것을 포착한 건 나뿐이었다.
지희가 민호에게 국어 노트를 빌린다고?
내가 회사 일로 바빠서 지희의 공부까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희의 성격상 국어 노트를 빌릴 일은 만들지 않는다.
거기다 옆 반인 민호에게 국어 노트를 빌렸다고?
그렇다면 같은 반 친구에게 빌릴 수 없었다는 말이었다.
나는 우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희야, 민호랑 영화 보고 끝나면 같이 저녁 먹자. 오빠가 피자 사줄게.”
“형님들 괜찮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라 저도 영화만 보고 집에 가야 해서요. 다음에 지희랑 학원 일찍 끝나는 날 피자 사주세요.”
“그러지….”
나는 최대한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 * *
영화가 끝나고 나와 민국이는 지희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민국이는 집으로 오는 내내 우리 지희도 이제 다 컸다며 지희를 놀렸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민국아, 지희 데리고 먼저 올라가 있어.”
“형은?”
“우리 집에 가면 태국이 형이랑 샘이랑 애덤이 와 있을 거야. 두 사람이 막걸리 좀 더 사다 달라고 해서.”
“응, 추우니까 후딱 다녀와.”
나는 민국이와 지희를 먼저 올려보내고,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막걸리가 부족하다는 전태국의 부탁이 있기도 했지만, 나는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민호에게 전화를 거는 것.
영화가 끝난 후 민호는 나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은 쪽지를 내밀었다.
지희의 말에서 느낀 불길한 예감이 점점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민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형님.
“잘 들어갔니?”
– 네, 형님….
“나한테 할 말 있는 것 같아서. 지희 문제지?”
– 네….
민호는 말끝을 흐렸다.
“솔직하게 말해줄래? 사실은 아까 대화에서 좀 감이 오긴 했어.”
– 지희가 저희 학년에서 공부 제일 잘하거든요. 사실 저희 학년이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 넘사벽이에요. 앗, 죄송요. 넘사벽이라는 말은요….
“나도 그 정도 신조어는 알아. 계속해.”
– 아, 네…. 지희가 워낙 똑똑하고, 이쁘기도 하고.
[흠… 뒷말은 여전히 오빠로서 인정이 안 되네.]– 남자애들한테도 인기 많거든요. 근데 지희는 공부만 하고, 관심도 없으니까 친구들이 질투를 엄청 해요.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워낙 뛰어난 외모와 성적으로 어디서든 시기 질투를 받았다.
“혹시 친구들이 지희를 괴롭히니?”
내 말에 이민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모양이었다.
– 저번에 지희 국어 노트가 사라졌어요. 이번 기말시험은 수업 중에 선생님이 중요 표시해준 것 위주로 낸다고 했거든요. 지희 노트야 워낙 정리가 잘돼 있기로 유명했는데, 누가 그걸 가져간 것 같았어요. 일부러.
“민호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우리 지희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거니?”
– 적어도 지희네 반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형님, 제가 이 사실 말한 거 알면 지희가 화낼 거예요.
“민호야, 걱정 마. 그리고 우리 지희 걱정해줘서 고맙고… 이건 인생 선배로서 하는 충고인데, 연애는 대학 가서 해라.”
– 아, 네. 형님.
민호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
* * *
똑. 똑.
나는 지희의 방문을 노크했다.
“응, 들어와.”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희가 공부하다 문득 나를 뒤돌아봤다.
지희는 내가 왜 왔는지 알 것 같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민호가 말했지?”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니야. 그리고 학교는 친구 없어도 다니는 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희야, 오빠도 익히 아는 사실이야. 우리처럼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사람들의 시기, 질투를 받거든. 근데, 그런 걸 참아줄 이유는 없어.”
순간, 지희가 나를 쳐다봤다.
“오빠, 나 자퇴할게. 그리고 검정고시 보고 서울대 들어갈래. 학교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을 것 같아.”
“지희야… 그전에 그 국어 노트 누가 가져갔는지 아니?”
“흠… 대충 감은 와.”
“지희야, 인생은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어.”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누구나 시기와 질투는 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마음이 그렇다고 실제로 행하면 안 되는 거지.”
“내가 저 사람이 죽도록 미워도, 죽이면 그건 살인이라는 말이지?”
“역시 우리 지희 똑똑해. 그러니까 지희야 네가 잘나고, 똑똑하고, 거기다 조금 부족하지만 예쁘긴 하잖아.”
“오빠, 내가 잘난 건 사실이지.”
역시 피는 물보다 진했다.
지희는 내 동생이 분명했다.
“그래, 지희야. 네가 잘나서 너를 시기, 질투하는 마음은 가질 수 있어. 그렇다고 국어 노트를 없애거나 따돌림 주동할 수는 없지. 또 다른 일 한 거 있어?”
“소소하게 필통에 있는 물건들이 자주 사라졌고. 저번에는 시간표가 바뀌었는데, 나한테만 말을 안 해줘서 혼자 음악실 가 있었어.”
“증거는?”
“단톡방 캡처해뒀어. 그리고 그런 일 있을 때마다 걔네들이 나한테 거짓말한 거 녹음도 해뒀어.”
“잘했어, 지희야.”
그때,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전태국이 뒤에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거였다.
“형, 거기서 뭐 해요?”
“어… 화장실 가는데, 문이 열려 있어서 우연히 들었어. 근데… 두 사람 대화는?”
“흠… 형, 못 들은 것으로 해줘요.”
“들은 것을 어떻게 못 들은 것으로 해?”
“엄마, 아빠가 들으시면 걱정하시거든요. 그러니까 문이나 좀 닫아줄래요?”
전태국은 내 말에 문을 닫고 아예 방으로 들어왔다.
“성국아, 내가 이야기를 쭉 들으니까 지희가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거지?”
“태국이 오빠, 왕따를 왕따라고 부르니 좀 그런데요?”
“미안, 지희야.”
전태국은 얼른 머리를 긁적였다.
지희는 열쇠로 잠가둔 서랍에서 그사이 모은 각종 증거를 꺼냈다.
‘꺼져!’ ‘죽어버려!’ 같은 악의 가득한 쪽지들이 나왔다.
나는 턱을 매만졌다.
“지희야, 증거는 충분한 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
“오빠, 나도 생각이라는 것을 해 봤는데… 자퇴하기 전에 학폭위를 열어서 이 친구들 좀 혼내야 할 것 같아.”
“오빠 생각도 그래. 아마 네가 사라지면 이 녀석들은 또 다른 대상을 찾을 거야.”
“오빠, 엄마 아빠 몰래 하고 싶은데 도와줄 거지?”
“당연하지. 오빠가 이제부터는 네 보호자야.”
옆에서 듣고 있던 전태국도 나섰다.
“성국아, 나도 도와줄게. 지희가 다니는 학교 국제중학교라 집안들 장난 아니야. 물론 성국이 네 파워가 장난 아니긴 하지만, 삼전이 껴서 나쁠 건 없잖아.”
“형, 당연히 도와줄 거라 생각했어요.”
나는 지희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지희야,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권선징악으로 하자.”
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부터 우리 보충수업 시작하거든.”
“월요일에 오빠랑 같이 학교 갈까?”
“응!”
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남동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테라스에 나가서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곧 전태국이 테라스로 나왔다.
“성국아, 추운데 차가운 맥주까지 마시는 거야?”
“형… 복수는 원래 누구보다 차갑게 하는 거예요.”
“성국아, 너 지금 엄청 무서운 거 알아?”
“형, 저한테 이번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번도 가족이고, 2번도 가족이고, 3번도 가족이에요. 저희 가족 건드리는 사람들은 우주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할 거예요.”
나는 차가운 맥주를 들이켰다.
* * *
나와 지희는 손을 꼭 잡고 학교 교무실 앞에 섰다.
뒤에는 저번에 정우 어머니의 교통사고를 해결해준 김성택 변호사도 있었다.
나는 지희를 내려다봤다.
“지희야, 준비됐어?”
“응, 오빠! 준비 완료!”
내 손을 꽉 잡은 지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다시 한번 지희의 손을 꽉 잡았다.
“지희야, 힘들고 지치는 싸움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오빠가 항상 곁에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오빠, 오빠가 힘들고 지치면 그때도 지희가 있다는 거 잊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교무실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