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8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86화(386/576)
제386화
순식간에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내가 이런 건 잘하지!]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세 명의 학부모를 쳐다봤다.
모두들 표정은 잔뜩 굳어졌고, 머리로는 나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생각하는 듯이 보였다.
나는 태연하게 팔짱을 꼈다.
아이들까지 있으니, 부모들의 약점은 어쨌든 최악의 순간에 비장의 카드로 써야 할 것 같았다.
이상희 선생님이 급히 중재에 나섰다.
“다들 진정하시고요. 아직 학부모님들끼리 인사도 나누기 전 아닙니까? 우선 인사라도 하시죠.”
김유정, 이서연, 정하리의 어머니들은 모두 팔짱을 낀 채 싸늘한 얼굴로 고개도 까딱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소개하지.
나는 잠시 목을 풀고는 세 사람을 쳐다봤다.
“다들 나이에 비해서 예의가 없으신 것 같기도 하고, 나이는 여기서 제가 제일 어린 것 같아서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전지희 학생의 오빠이자 보호자인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이때, 정하리의 엄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성국…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나는 곧바로 내 소개를 덧붙였다.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의 대표입니다.”
“설마….”
정하리 엄마의 두 눈이 갑자기 확대됐다.
“어머… 그 전성국…. 어쩐지 너무 잘생겼더라니. 어머, 저… 전성국 대표님 팬이에요!”
[이제야 날 알아본 거야?]정하리 엄마의 호들갑에 옆에 있던 이서연 엄마도 손뼉을 딱, 쳤다.
“맞다! 전성국… 어머… 웬일이야. 실물이 훨씬 잘생기셨어요. 대박… 근데 엠마 왓튼이랑은 왜 헤어지신 거예요?”
그러곤 딸을 나무랐다.
“서연아, 왜 지희 오빠가 전성국이라고 말을 안 했어!”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싸늘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김유정 엄마 한 명이었다.
“아하… 그 아역 모델 하다 하버드인가 나왔다는 그 천재 소년인지 그분이신가 보네요….”
[국방부장관 집안이라 사업가는 우스운가 보지?]하지만 나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재 소년이었지만, 이제는 스무 살도 넘었으니 천재 청년이라고 불리는 게 맞겠죠.”
내 말에 지희가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조용히 속삭였다.
“오빠, 여기 오빠 자랑하러 나온 자리 아니거든.”
“물어봐서 대답한 것뿐이야. 잘못된 정보는 수정해야지.”
그리고 나는 다시 세 명의 어머니를 쳐다봤다.
“제 소개를 했으니, 이제 다른 분들 소개 좀 듣고 싶은데요.”
“제가 대표로 할게요.”
김유정 어머니가 나섰다.
아무래도 이 그룹에서는 김유정 어머니가 리더인 모양이었다.
“저는 김유정 어머니 되는 사람이고요. 저희 유정이 할아버지께서 국방부장관을 지내셨어요.”
저게 자기소개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자신의 집안을 대놓고 내세우는 김유정 어머니는 손으로 이서연 어머니를 가리켰다.
“여기는 맛나치킨이라고 아시죠? 현재 치킨 업계 1위인.”
이때, 이서연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언니, 작년에 밀렸어. 지금은 2위야.”
“1위인 적도 있었잖아. 암튼, 맛나치킨 대표 집안이에요. 마지막에 앉아 있는 정하리 어머니네 남편이 의로운 로펌 대표세요.”
“저는 제 소개만 했는데, 어머님들은 다들 집안 이야기를 하시네요.”
내 말에 김유정 어머니가 콧방귀를 꼈다.
“집안이 별 볼 일 없으시나 보죠. 어릴 적부터 돈 벌라고 아역 시키는 집안 뭐, 안 봐도 뻔하죠.”
순간 나와 지희의 주먹이 동시에 불끈 쥐어졌다.
[지금 우리 집안을 무시했지?]마음속에 남아있던 깃털같이 가벼운 동정심마저 사라져 버렸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뼈대 있고 대단한 집안에서 가정 교육은 안 시키신 모양입니다.”
“이보세요, 전성국 씨. 전성국 씨가 한국에서 학교를 안 다녀서 잘 모르나 본데요. 댁의 동생도 왕따 당한 데는 잘못이 있겠죠. 안 그래요?”
“제 동생이 한 잘못이 어떤 것일까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공부 잘한 거? 남자애들이 좋다고 해도 관심도 없는 거? 거기다 우리 집안에서는 제일 떨어지지만, 이 학교에서는 분명 가장 예쁜 학생이라는 거? 이런 것도 잘못이 되나요?”
“공부만 하고 교우 관계가 엉망이니 왕따를 당하죠!”
김유정 어머니는 억지를 부렸다.
“공부 잘하고 예쁘다는 이유로 친구를 왕따 시키는 학생들이 더 큰 잘못인데, 어디서 큰소리를 치시는 겁니까?”
“전성국 씨. 여기 대한민국이에요. 애들이 크면서 사소하게 다투고 그럴 수 있죠. 전성국 씨,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감이 없나 봐요.”
“제 생각에는 자신들의 딸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부모님들이 더 감이 없으신 것 같은데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 변호사께서도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성택 변호사가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학부모님들 그리고 변호사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엘엔장의 김성택 변호사라고 합니다.”
그 순간, 상대편 변호사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보였다.
[왜들 그러지?]그 의문은 얼마 안 가서 풀렸다.
“다들 표정 보니까 제가 누군지 아시는 것 같네요. 저랑은 법정에서 뵐 일이 별로 없던 변호사들을 다들 데리고 오신 것 보니 오늘 이 자리에 나오는 우리 전 대표님을 잘 모르셨나 봅니다. 하하하.”
김성택 변호사의 선제공격에 상대편 변호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정하리의 변호사가 손을 살짝 들었다.
“저… 혹시 엘엔장에서 삼전 그룹 담당하시는 김성택 변호사님 아니십니까?”
“네, 맞습니다. 변호사님들이 소문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삼전 그룹에서도 제가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죠?”
나는 김성택 변호사를 다시 봤다. 김성택 변호사는 나름 엘엔장 안에서도 실세인 모양이었다.
변호사들은 썩은 얼굴로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나는 조용히 김성택 변호사에게 물었다.
“김 변호사님, 생각보다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전성국 대표님 앞이라 제가 자랑을 안 했는데요. 제가 사법고시 수석에,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을 했고 동시에 서울지방법원에서 최연소 부장검사까지 하고 엘엔장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이 워낙 대단하신 분이라, 그동안 조용히 있었습니다.”
김성택 변호사가 나에게 자신의 스펙을 이야기하는 동안, 저쪽은 저쪽 나름대로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때, 김유정 어머니가 손을 살포시 들었다.
“전성국 대표님, 잠깐 저희들에게도 시간을 좀 주시겠어요?”
김유정 어머니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었다.
그건 나와 삼전의 조합이었다.
“네, 시간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저와 지희 그리고 김성택 변호사는 학교 산책이나 하겠습니다.”
김성택 변호사는 나가면서 의미심장한 말까지 남겼다.
“우리 전 대표님이 워낙 팩트만 말씀하시고 다른 건 말씀 안 하셨는데요. 전 대표님 기사 몇 개 검색 좀 해보세요. 다들 자식 교육도 엉망인데, 경제 시사에도 영 관심이 없으시네요.”
* * *
아이들을 모두 교실로 돌려보낸 김유정, 이서연, 정하리 어머니들은 변호사들과 상담실에 마주 앉았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김성택 변호사를 알아본 정하리의 변호사였다.
“김성택 변호사가 직접 온 것을 보니, 이거 삼전가와 연관된 것 같습니다. 김성택 변호사가 엘엔장에서 로열패밀리 담당이거든요.”
이때, 정하리 변호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좀 받겠습니다. 김성택 변호사와 전성국 대표가 어떤 사이인지 아까 조사 부탁했거든요.”
학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하리의 변호사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정하리 변호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정하리 변호사는 전화를 끊고 학부모들을 바라봤다.
“변호사님, 뭐래요?”
김유정의 어머니가 재촉했다.
“전성국 대표의 변호를 김성택 변호사가 맡은 이유는 삼전 그룹에서 전성국 대표를 로열패밀리급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 말인즉슨, 전성국 대표와 싸운다는 것은 삼전 그룹과 싸운다는 의미라는 사실이고요….”
정하리 변호사가 잠시 말을 쉬는 사이에 다른 변호사들도 정보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상담실 안은 알 수 없는 분위기에 휩싸였다.
곧 다른 변호사들로 정보원들로 얻은 정보를 풀어놨다.
“전성국 대표가 전태국 삼전 그룹 후계자와 막역한 사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부터 지금도 한집에 사는 하우스메이트라고 하고요. 심지어 전성국 대표 회사에서 전태국 삼전 그룹 후계자가 일도 했다네요.”
“그걸 왜 이제야 다들 파악한 겁니까? 네?”
김유정 어머니가 화난 목소리로 변호사들을 질책했다.
“그게 학교 폭력 문제라… 상대가 이렇게 거물일 줄은 몰랐습니다. 대표님도 그래서 그냥 저를 내보내신 것 같고요. 그리고 전성국 대표님이 나온 이 기사….”
정하리 변호사가 좀 전에 검색한 전성국의 기사 하나를 핸드폰으로 내밀었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에도 전성국 대표와 버락 오마하 대통령의 긴밀한 협조든 계속되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역시 전성국 대표와 긴밀하게 소통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성국을 제일 먼저 알아본 정하리 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들, 우리 망한 거 같은데….”
* * *
“아, 추워!”
김성택 변호사가 한겨울의 추위에 호들갑을 떨었다.
“오빠, 왜 하필 이 한겨울에 산책하자고 한 거야?”
[이렇게 추울지 몰랐다….]“이럴 때일수록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거야.”
“정말 말이라도 못 하면….”
“전 대표님, 30분 정도 흐른 것 같은데. 저희도 슬슬 들어가 볼까요? 제가 보기에 아무리 시간을 많이 줘도 저들은 대책이라는 것을 세울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김성택 변호사는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우선 지희의 어깨를 잡았다.
“지희야, 우선 너는 교실로 들어가서 몸 좀 녹이고 있어. 오빠랑 변호사 아저씨랑 이야기 좀 하면서 여기서 기다릴게.”
“응, 오빠.”
지희는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김성택 변호사가 흐뭇하게 지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전 대표님 부모님들은 정말 밥 안 드셔도 배부르시겠습니다. 자식들이 다들 훌륭하고… 인물도 좋고요.”
“김 변호사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김 변호사님 삼전과 무슨 사이십니까?”
“하하하. 제가 삼전과 무슨 사이가 될 게 있나요? 그냥 제가 워낙 이쪽으로는 능력 있으니 삼전의 로열패밀리, 그중에서도 전재형 회장과 그 직계를 담당하고는 있습니다.”
[내가 저번 생에 삼전 로열패밀리라고….]김성택의 저 말은 한마디로 절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변호사라는 말이었다.
“그나저나 대표님, 지희 양의 이번 문제 어떻게 해결되기를 바라나요?”
“왕따 문제는 지희뿐 아니라 누구든 당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왕따를 시킨 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으면, 분명 피해자가 또 나올 것이고. 아이들은 왕따를 시켜도 힘만 있다면 무마될 것이라는 힘의 논리를 어릴 때부터 배우게 될 테니까요.”
“흠, 멋진 말씀이시네요. 하지만 처벌이 강하진 않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따 문제라고 해도 현재 학교 규칙상 정학 같은 징계나 전학 등이 최선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영원히 저들을 따라다닐 테니까요.”
이때, 때마침 김성택 변호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끊은 김성택 변호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다시 이야기 시작하잡니다. 발이 얼어서 감각이 없어지려던 찰나인데, 잘됐네요.”
“어서 들어가 보시죠.”
우리는 다시 상담실로 향했다.
* * *
드르륵-
상담실 문을 열자마자 정하리의 어머니가 나와 김성택 변호사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어머, 날도 추운데… 어서 드세요.”
나와 김성택 변호사가 나간 사이에 학부모들 사이에는 변화가 생긴 게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내가 커피를 받아들자마자 김유정 어머니가 바닥에 방석을 던졌다.
뭐 하자는 거지?
그 순간, 김유정 어머니는 비장한 얼굴로 바닥에 던진 방석 위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님, 뭐 하시는 거예요?”
“전성국 대표님,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못난 자식들 대신해서 저희가 사죄드립니다!”
동시에 이서연과 정하리 어머니도 바닥에 방석을 던지더니 그 위로 무릎을 꿇었다.
“전성국 대표님, 저희 죄를 사하여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