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8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88화(388/576)
제388화
탁!
탁!
탁!
엄마의 매서운 손이 내 등과 지희의 등을 동시에 오갔다.
노트 두 권도 엄마의 매서운 손길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엄마, 잠시만… 우리 말 좀 들어줘.”
“전성국, 넌 오빠가 돼서 지희에게 자퇴를 권해?”
“그게… 엄마, 지희 같은 천재는 학교 다니는 시간이 아깝지.”
엄마는 잠시 손바닥 스매싱을 멈췄다.
“지희가 천재라고 누가 그래? 전교 1등은 당연히 하는 거잖아.”
이게 우리 집안의 가장 큰 문제였다.
내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동생들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그러려니 하는 것이었다.
“엄마, 지희가 전교 1등을 하는 게 당연한 건 아니지. 그리고 지희가 국제중학교에서 전교 1등이고, 2등과는 격차도 크잖아. 저번에 대치동 학원에서 보니까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고3들도 지희 실력을 시기 질투할 정도였다고!”
나는 지희의 실력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설명했다.
이때, 가만히 이 상황을 보고 있던 아빠가 우리를 불렀다.
“소영아, 등짝 그만 때리고 성국이랑 지희 말 좀 들어보자.”
“알았어. 하아… 진짜….”
엄마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리에 앉았다.
나와 지희는 엄마와 아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성국아… 아니다. 이건 지희 일이니까. 지희야, 네 의견을 말해봐.”
“아빠, 내가 그동안 학교를 다닌 이유는 단 하나였거든. 이 나이에 즐길 수 있는 사회생활을 즐겨보겠다는 거였어.”
“그래, 아빠도 네가 성국이랑 민국이랑 달리 평범하게 학교를 다녔으면 했어.”
“근데… 학교를 다녀보니까 다들 너무 공부에만 매달려 있고, 우정 같은 걸 나누기는 어렵더라고. 친구들도 사귀어봤지만, 내가 전교 1등만 항상 하니까 어느새 질투하기 시작하고….”
순간, 엄마가 지희에게 물었다.
“지희야, 너 학교에서 왕따 당해?”
“그건 아니야, 엄마.”
지희와 나는 부모님께 왕따 일은 절대 비밀로 하기로 했다.
“엄마, 아빠. 나는 공부가 좋고, 공부할 때 제일 행복하거든. 그런데 내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질투하는 친구들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오히려 내가 검정고시를 보고 서울대에 들어가면 다들 공부 잘했던 사람이라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친구는 그때 사귀어도 되잖아.”
“하지만 지희야….”
아빠는 낮은 목소리로 지희를 불렀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거든. 네가 물론 공부를 잘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 거야. 하지만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정말 소중한 거거든. 성국이도 고등학교 동창인 마크와 회사도 차린 거잖아.”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아빠, 나!”
“그래, 성국아. 네 말도 들어보자.”
“아빠, 마크 같은 경우도 나보다 나이가 7살이 위잖아. 하지만 우리는 친구가 됐고, 지금은 평생을 같이할 사업도 하잖아. 그건 고등학교라서 가능한 게 아니라 하버드에서 만나도 그렇게 됐을 거야. 그러니까 지희에게 친구를 만나는 일은 오히려 한국 같은 치열한 입시 전쟁 속이 아니라 그 이후가 더 편할 수도 있어.”
“그래도… 중고등학교 추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너나 네 엄마나 우린 보육원 출신이라서 소풍도 못 간 적도 많았어.”
[아빠, 사연팔이 그만!]이때, 지희가 나섰다.
“아빠, 난 성국이 오빠 말이 맞다고 생각해. 친구는 태어난 년도가 같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닌 것 같아.”
“흠….”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고심하는 얼굴이었다.
엄마, 아빠의 고민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자식들이 제발 평범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엄마, 아빠… 제발 이제라도 인정해. 엄마, 아빠 자식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고!]아빠는 고개를 잠시 끄덕이더니 지희를 바라봤다.
“지희야, 앞으로의 계획을 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겠니? 아빠가 성국이 오빠의 여러 가지 투자나 유학을 어렵게 허락한 이유는 성국이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거든. 그리고 그걸 항상 잘 이루기도 했고.”
“응! 아빠!”
나는 이미 아빠의 반응을 예상하고 지희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아빠, 나는 중학교 검정고시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올해에 다 통과할 계획이야. 그리고 바로 수능을 봐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갈 거야.”
“흠… 지희야 말은 좋은데, 너무 추상적인 것 같아. 그걸 다 한해에 한다는 것도 너무 촉박한 느낌이고.”
“아빠… 내가 작년에 수능 시험지를 그냥 시험 삼아서 풀어봤거든. 근데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너무 쉽다고 생각되기까지 했어. 그러니까 이건 불가능한 미션이 아닌 것 같아.”
지희는 굳은 얼굴로 아빠를 바라봤다.
엄마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지희야,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엄마랑 아빠는 네가 학창 시절도 즐기고, 그러길 바라서 그러는 거야.”
“엄마, 아빠. 성국이 오빠가 항상 그런 말을 했거든.”
갑자기 화살이 내게로 향했다.
“우리 집안 사람들은 두 손과 두 발로 길 수 있는 순간부터 밥값을 해야 한다고!”
엄마, 아빠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엄마가 나무라듯 나를 불렀다.
“엄마, 그건 내가 어렸을 적에 그냥 하도 민국이랑 지희가 정신줄 놓고 살길래 한 말이야.”
“성국아, 애들이 뭘 알아. 당연히 그땐 그렇게 자라는 거지.”
[난 아니었다고!]“소영아, 그만해. 성국이가 자랄 때 우리 집이 많이 어려웠잖아.”
아빠는 나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성국아, 그래도 그런 말을 동생한테 하면 안 되지.”
“아빠, 그건 내가 철이 없었어.”
말은 이렇게 하지만 물론 나의 가치관에는 변화가 없었다.
인생은 날로 먹는 게 아니란 말이지!
“지희야, 마저 이야기해보자.”
“응, 아빠. 나는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서 사시를 최연소로 패스해보려고.”
“뭐어? 지희야, 대학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좀 쉬엄쉬엄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들어야지.”
“엄마, 아빠! 우선 내 계획은 그렇다는 거고, 중간에 진로 같은 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우선은 1년 안에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할게!”
아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소영아, 우리 지희 소원 들어주자. 성국이 때는 우리가 우리 아이를 너무 몰라서 성국이를 많이 힘들게도 했잖아. 결국, 성국이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어도 잘 자라줬고, 성공도 했잖아. 지희도 그럴 거야.”
“정말 우리 집 애들은 왜 이렇게 남들과 다르게 사는지 모르겠어.”
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민국이가 뛰어 들어왔다.
“어… 다들 나 빼고 무슨 회의하는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민국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설마… 나 이번에 고등학교 졸업하는데, 졸업선물 뭐 해줄까 고민들 하는 거야? 그런 거야?”
[전민국, 김칫국 마시지 마.]민국이는 후다닥 들어오더니 엄마, 아빠를 쳐다봤다.
“엄마, 나 졸업 선물로 큰 거 안 바래. 이번에 봐둔 운동화가 하나 있거든. 그리고 형은 돈 잘 버니까, 좀 더 비싼 거 말해도 되지?”
우리 가족 모두는 민국이의 저 헛된 바람을 지켜줄 것인지, 무너뜨릴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그때였다.
“민국아….”
아빠가 민국이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
“안 그래도 우리가 다 모여서 고민하던 차였는데, 우리 가족들은 네 졸업 선물로 물질보다는 좀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해서….”
“의미 있는 일? 그게 뭔데, 아빠?”
“이참에 우리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해서 말이야.”
그 말을 듣는 민국이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피어올랐다.
“가족 여행?”
“응… 성국이가 군 복무 중이니 멀리는 안 되고, 제주도 어떨까 싶은데. 2박 3일 정도로…. 민국아, 너도 이제 데뷔하면 바빠질 거고, 지희도 자퇴하고 공부하면 더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잠깐! 지희 자퇴한대?”
“응. 지희가 그러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아니, 이 집안에서 왜 나만 고등학교 제대로 졸업하는 건데! 나도 자퇴하고 싶었다고!”
민국이는 괜히 투덜거렸다.
내가 민국이의 어깨를 꽉 잡았다.
“민국아, 넌 자퇴했으면 중졸될 뻔했어.”
“나도 검정고시 볼 수 있다고!”
“그런 것 치고는 학교 다니는 지금도 공부를 전혀 안 하잖아.”
“치이….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민국이는 입이 툭 튀어나왔다.
[이럴 때 특효약이 있지.]나는 민국이에게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졸업 선물 사고 싶은 거 사고, 가족 여행도 가는 거다.”
“대애박! 형아, 사랑해!”
민국이는 나에게 쏙 안겼다.
* * *
제주도 숙소는 삼전 호텔로 정했다.
물론 그 바람에 전태국과 샘, 애덤까지 제주도행 비행기에 같이 탑승했다.
“아버님, 제가 삼전 호텔 스위트룸 예약해뒀습니다. 두 분 오붓하게 시간 보내시라고요. 민국이랑 지희는 저희에게 맡기세요.”
“태국 군, 가족 여행 온 건데 같이 다녀야지.”
“아버님, 그럼 저희도 같이 끼어가도 되죠?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잖아요.”
나는 아빠가 대답하기 전에 얼른 칼같이 차단했다.
“형, 우리 가족 여행이야. 형이랑 애덤, 샘은 다른 루트를 짜서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성국아, 박성희 비서가 제주도 미리 가서 맛집이며 구경할 거 다 예약해뒀는데….”
전태국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우리 가족을 쳐다봤다.
“성국아, 태국 군이랑도 같이 다니면 되지. 뭐, 이제는 하도 봐서 가족 같기도 해.”
“아, 아버님! 감사해요.”
“뭐가 감사해. 맨날 와서 밥 같이 먹으면 식구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하고는 제주도의 관광지역을 살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올레길은 제주도에서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앞으로는 제주도가 더 크게 될 건데….]순간, 나는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아빠, <원아저씨 보쌈> 제주도 지점을 하나 내보는 게 어떨까?”
“제주도에?”
“응. 제주도는 흑돼지가 유명하잖아. 이왕이면 흑돼지를 이용해서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보쌈을 만들어서 팔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도 좋아할 것 같은데….”
“성국아, 아이디어는 좋은데… 문제는 제주도에서 식당을 여는 건 육지에서랑은 많이 다를 거라는 거야. 인건비부터 시작해서, 재료비도 섬이라 더 비쌀 거고….”
“아빠, 이번에 온 김에 사전 조사를 해보는 게 어떨까?”
아빠와 내 대화를 듣고 있던 엄마가 끼어들었다.
“또, 또, 또. 가족 여행 와서 일 얘기하는 거야?”
“그냥 생각이 나서 아빠한테 말한 거야.”
“흠… 성국아, 그럼 한번 돌아볼까?”
아빠는 내 아이디어에 급관심을 보였다.
이때, 민국이가 팔짱을 딱 꼈다.
“나는 가족 여행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형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단 말이야. 형, 제주도 일부러 잡은 거 아니야?”
“그건 진짜 아니야. 방금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라고.”
이건 진심이었다.
이때,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전태국이 반색했다.
“아버님, <원아저씨 보쌈> 흑돼지 버전 너무 기대되는데요. 바다를 보며 먹는 <원아저씨 보쌈>이라니… 입에서 살살 녹을 것 같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내 사업에 대한 촉은 죽지 않았다.
나는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 온 김에 아예 제주 <원아저씨 보쌈> 부지도 보고 가요.”
“땅을?”
“땅부터 사 둬야 <원아저씨 보쌈> 제주 지점 내는 게 수월할 거예요.”
[이제부터 제주도 땅값은 엄청 오른다고!]나는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꼈다.
귀찮게만 여겨졌던 전태국과 샘, 애덤이 갑자기 소중하게 눈에 들어왔다.
“샘, 애덤… 이번 제주도 여행은 흑돼지 투어 어때요?”
“우리야, 너무 좋죠. 성국!”
“와, 삼겹살에 소주! 나도 좋아요, 성국!”
“샘, 제주도에서는 삼겹살에 막걸리야.”
전태국까지 숟가락을 얹었다.
대한민국에 와서 삼겹살과 소주에 빠진 샘과 애덤만큼 좋은 시식단도 없었다.
나는 흐뭇한 얼굴로 창밖을 쳐다봤다.
어느새 저 멀리 제주도가 보였다.
<원아저씨 보쌈> 제주 지점이라….
일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