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9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92화(392/576)
제392화
김성택 변호사는 제주행 첫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삼전 호텔로 달려왔다.
“자주 뵙습니다. 전 대표님.”
김성택 변호사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었다.
“부탁하신 계약서입니다. 아무래도 상표권 등록을 해야 할 것 같고, 그곳 사장님과 여러 가지 비법과 상표를 양도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김성택 변호사가 내민 계약서를 살폈다.
<갈매기집> 사장님과 대략적으로 합의한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김 변호사님,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을요?”
“<갈매기집> 사장님이 상표와 비법을 넘기는 조건으로 <원아저씨 보쌈>과 <갈매기집> 이외의 다른 업체에서는 일할 수 없는 기간을 10년으로 잡아야 할 것 같아서요.”
해당 기업을 다른 기업에게 팔 때 대부분 동종 업계에서 일할 수 없는 기간을 쓰곤 했다.
“아, 제가 깜빡했네요. 요즘 그렇게들 많이 하더라고. 바로 추가해서 오겠습니다.”
계약서를 보고 있던 아빠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성국아, 넌 이런 일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하는 거지?”
“매일은 아니야, 아빠….”
“정말 이 아빠는 상상도 못 할 일을 너는 하고 있구나. 성국아, 이 아빠가 많이 부족해도 이해해줘.”
“무슨 소리야, 아빠. 아빠나 엄마나 우리한테는 언제나 최고야!”
[아빠, 이건 진심이야.]아빠처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이번 생에서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 역시 ‘가족’이었다.
[이거 다 아빠한테 배운 거야.]* * *
계약서를 내밀자 <갈매기집> 사장님은 얼떨떨한 얼굴로 계약서를 보고 또 봤다.
“아니… 다 망해가는 가게 인수해 가시고, 거기다 저까지 취업 보장해주셨는데… 비법이라고 할 수도 없는 비법이랑 상표 좀 쓴다고 이렇게 많은 돈을 주셔도 되는 건가요?”
“사장님. 이건 그동안 모두 사장님이 고생해서 만드신 거잖아요.”
“뭘 고생을 해요. 음식 장사하는 사람들 전부 이 정도 고생은 다 하죠.”
사장님은 얼떨떨한 눈으로 계약서를 다시 봤다.
상표와 비법 인수 비용으로 우리가 제시한 금액은 3억.
그리고 사장님의 고용 보장이었다.
“아이고, 인생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사장님은 숨을 한번 푹 내쉬고는 드디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빠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김성택 변호사가 얼른 계약서를 챙겼다.
“이렇게 양쪽이 다 만족하는 계약도 쉽지 않은데, 축하드립니다.”
그러곤 나를 쳐다봤다.
“전 대표님, 여기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맛보게 해주신다면서요?”
“물론이죠.”
사장님은 김성택 변호사의 말을 듣자마자 주방으로 향하며 소리쳤다.
“변호사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오늘 고기 무척 좋습니다.”
“아침부터 흑돼지구이라니… 기대되는데요.”
김성택 변호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냉장고로 흘렀다. 소주를 보는 것 같았다.
“변호사님, 돼지 농장주분도 곧 오시기로 했습니다. 그 일만 마치고 소주 한잔하시죠.”
“전 대표님은 사람이 너무 빈틈이 없으시다니까요. 그 돼지 농장이랑은 독점 계약하시는 거죠?”
“네. 우선은 독점 계약을 하려고요.”
돼지 농장의 경우에는 운영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매입하는 것보다는 우선은 독점 계약을 하기로 했다.
“자, 고기 나갑니다!”
<갈매기집> 사장님이 흑돼지 고기를 들고나왔다.
어느새 아빠도 앞치마를 입고 사장님을 돕고 있었다.
“사장님은 앉아 계세요. 오늘은 제가 이 가게 사장으로 귀빈들께 특별히 대접할게요.”
“이제 이 가게도 제가 운영해야 하는데, 사장님께 다 배워야죠. 그냥 일 막 시켜주세요.”
아빠의 음식 철학은 철저했다.
내가 모르는 것을 고객에게 낼 수 없다는 것!
* * *
제주 공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중에 우리 가족과 전태국 그리고 샘과 애덤도 있었다.
“성국아, 아빠가 한동안 제주에 있을 거니까 서울에서 가족 돌보는 건 네 몫인 거 알지?”
[안다고. K-장남의 몫인 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갈매기집> 사장님의 비법 전수 및 가게 인수를 위해서 제주도에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아빠, 겨우 며칠 더 머무르는 건데 너무 비장한 거 아니야?”
“이렇게 너희 엄마 혼자 두는 건 아빠가 처음이잖아.”
그렇긴 했다.
내가 이 집안에 태어난 이후로 엄마는 혼자인 적이 없었다.
“알았어, 내가 매일 엄마한테 전화할게.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마. 민국이도 있고, 지희도 있잖아.”
“성국아, 아빠 말은 네가 아빠가 집을 비운 동안이라도 엄마 집에서 머물렀으면 해서 그래.”
[잠깐만! 나보고 지금 엄마 집에 가서 민국이랑 지희 등쌀에 시달리고, 엄마 잔소리 들으라고? 아빠, 나 이제 22살이야.]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빠, 우선은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비행기 타고 가면서 엄마랑 상의할게.”
“그래… 아빠가 민국이 졸업식 전에는 꼭 올라갈게. 우리 민국이 졸업식에는 참석해야지.”
“아빠! 졸업식에 빈손으로 오면 안 돼!”
민국이는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정말 저 녀석은 철이 언제 들런지….]나는 아빠를 안심시켰다.
“아빠, 서울은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지키고 있을게.”
“그래… 성국아. 아빠는 너만 믿는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난생처음 아빠와 이별을 하고 서울로 향했다.
* * *
서울로 향하는 겨우 한 시간 동안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엄마,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마.”
“성국아… 엄마, 처음이야. 이렇게 너희 아빠랑 떨어져 있는 거.”
생각해 보면 엄마는 아빠와 떨어져 있던 시간 자체가 없었다.
같은 보육원에서 자랐고, 보육원을 나와서는 연애를 하고 곧바로 결혼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아빠의 부탁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엄마, 내가 아빠 없는 동안 집에 가서 있을까?”
그 순간, 엄마가 싸늘하게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엄마의 표정과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은데?]“응, 엄마.”
“성국아, 엄마는 네 잔소리는 사양할게.”
순간 내 얼굴은 얼어붙고 말았다.
“엄마, 내가 언제 잔소리했다고 그래?”
“성국아, 네가 집에 오면 민국이 다이어트 하라고 잡지. 지희 공부 안 하냐고 닦달하지. 흰둥이 교육하지. 거기다가 엄마 있는 부엌에 와서 온갖 잔소리 늘어놓잖아.”
[엄마, 내가 언제 그랬어?]이 소리를 듣던 지희가 책을 넘기면서 중얼거렸다.
“큰오빠가 잔소리가 좀 심하긴 하지.”
“형은 잘 모르나 본데, 형 잔소리가 좀 심하긴 해.”
민국이도 맞장구를 쳤다.
엄마는 내 손을 탁 놨다.
“성국아, 넌 어쩜 아빠랑 그렇게 똑같니?”
뭐라고?
“니네 아빠도 들어오면 투덜투덜 잔소리 장난 아닌데. 정말 피는 못 속여.”
[엄마, 아빠 사랑한 거 아니었어?]“성국아, 엄마도 네 아빠 없는 동안 좀 편하게 지내보자.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너는 네 일이나 열심히 해.”
감동파괴라는 게 이런 건가.
갑자기 나는 아빠와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빠, 보고 싶…어….]이때, 날 보던 지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큰오빠, 너무 서운해하지마.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잖아. 뿌린 대로 거두는 거라고.”
“전지희….”
엄마가 진지한 목소리로 지희를 불렀다.
“지희야, 너는 잘난 척 좀 그만해. 큰오빠가 너보다 백 배는 더 잘났거든.”
“하아, 정말… 세상 사람들은 내가 다 잘났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대체 잘난 척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전지희, 넌 어디 가서 잘난 척이라고 하지. 난 여기서 완전 쭈구리야.”
민국이도 옆에서 끼어들었다.
마음의 상처란 이런 건가….
나는 우울한 마음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성국아, 엄마가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엄마가 나를 따뜻하게 쳐다봤다.
[치이, 엄마. 지금 병 주고 약 주는 거야?]“성국아, 엄마가 한 말은 너도 이제 너무 가족들 신경 쓰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도 가지고. 그 시간에 연애하면 더 좋고.”
[삼청동 이 선생이 동생들 줄줄이 다 보내기 전에는 내 연애사는 암흑이라고 했다고!]나는 울적한 마음에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엄마는 내 등을 토닥였다.
“성국아, 너나 아빠 잔소리 모두 가족들 걱정해서 한다는 거 알아. 성국아, 엄마는 이제 네가 가족들 걱정은 조금 덜 하고… 네 시간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런 거야.”
[엄마, 정말 그래서 그런 거지? 나 귀찮은 거 아니지?]나는 물끄러미 엄마를 쳐다봤다.
“성국아, 알았지?”
“응.”
나는 조금은 울적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마음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저번 생에서는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게 속 편했는데, 이번 생에서는 왜 이런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이 가족들에게 중독된 것일 수도….
* * *
한남동의 집에 도착해서 짐을 푸는 내내 내가 조용하자 전태국이 내 눈치를 살폈다.
“성국아, 괜찮아?”
“네, 형….”
“성국아, 아까 비행기에서 들었는데… 어머님이 집에 안 와도 된다고 해서 서운해서 그러는 거야?”
“형, 저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에요.”
전태국이 어깨를 으쓱했다.
“성국아, 어머님 말씀 너무 신경쓰지 마. 넌 그래도 집에서 매국노 취급은 안 받잖아. 난 한남동 본가 가면 엄마가 맨날 나라 팔아먹을 놈이라고 한다니까.”
나는 전태국의 말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겨우 2박 3일 집을 비웠는데,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데니스 샤젤이었다.
데니스는 민국이가 속한 그룹인 <세븐즈>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바로 미국으로 달려갔다. <채찍> 단편 영화 촬영을 위해서였다.
내가 제공한 예산으로 데니스는 단 하루 동안 <채찍>의 단편 영화를 촬영했고, 얼마 전에는 무슨 영화제에 낸다고 했다.
내가 전화를 받자 데니스 샤젤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 성, 성국아….
“데니스, 무슨 일이야?”
– 성, 성국아… 내가 저번에 <채찍> 단편 영화 영화제에 낸다고 했잖아.
“응, 그 영화제 이름이 뭐였더라?”
– 선더랜드 영화제.
“응. 그거 잘 냈어?”
– 어… 그리고 말이야. 성국아,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어.
데니스는 말을 하고는 잠시 숨을 골랐다.
“대체 무슨 일이야, 데니스?”
– 스티븐 스필버스가 내 영화를 봤대!
스티븐 스필버스?
스티븐 스필버스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역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의 히트를 기록한 외계인 영화 를 비롯해서 <인디애나 존슨> 시리즈. 그 외에도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장본인이었다.
“데니스, 진정하고… 스티븐 스필버스가 뭐래?”
– 그게… 내 영화가 너무 흥미롭고, 너무 재미있고… 또 새롭고!!! 정말 너무 많은 극찬을 해서 내가 지금 손이 다 떨릴 지경이야.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어….]이제는 데니스 샤젤의 역사가 시작될 차례였다.
– 성국아, 스티븐 스필버스한테 내가 이 영화를 장편으로 찍고 싶다고 말했거든. 그랬더니 자기가 투자하면 안 되겠냐고 묻는 거야.
[흠… 스티븐 스필버스, 지금 내 투자 영화에 숟가락 얹겠다는 건가….]“그래서 뭐라고 했어?”
– 사실은 ‘페이스 노트’ 창업자인 전성국이 내 하버드 동기인데, 그 친구가 전액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했지. 그랬더니 당장 너를 만나게 해달래?
“나를?”
– 응! 안 그래도 너에게 엄청 관심 많았다고. 그래서 내가 성국이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 중이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널 보러 직접 대한민국에 가겠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엄마에게서 받은 상처가 말끔히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역시 상처는 일로 잊어야 하는 법이지!]나는 얼른 데니스에게 대답했다.
“데니스, 스티브에게 전해. 내가 대한민국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