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9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94화(394/576)
제394화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데니스 샤젤 옆에 서 있는 그 남자. 바로 스티븐 스필버스였다.
스티븐 스필버스도 나를 한눈에 알아보곤 멀리서부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드디어 우리는 서로에게 한 발짝씩 다가갔다.
나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멀리까지 고생 많으셨죠?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저 멀리서도 전성국 대표님 얼굴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스티븐 스필버스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이름. 스티븐 스필버스.
그리고 지금 극장에서는 스티븐 스필버스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스티븐, 우연이지만 여기 지금 극장에서 당신 영화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요.”
[내가 그래서 일부러 여기까지 오라고 한 거야, 스티븐.]스티븐 스필버스와 데니스 샤젤에게 용산 CGJ로 오라고 한 이유였다.
스티븐 스필버스는 눈이 커지면서 주변을 살폈다.
한국어로 된 포스터지만, 누가 봐도 스티븐 스필버스의 영화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옆에서 계속 내 옆구리를 찌르고 있는 전태국을 소개할 타이밍이기도 했다.
“스티븐, 여기는 당신 영화 기획전을 성공리에 만들어준 삼전 그룹의 전태국이라고 해요.”
“오호, 삼전! 나도 알아요.”
스티븐 스필버스는 반색을 했다.
“삼전을 어떻게 아세요?”
“우리 집 TV가 삼전이거든요. 대한민국 기업인 줄 알긴 했지만, 제가 보는 TV를 만든 회사에서 이런 기획전까지 생각하다니… 감동인데요.”
“아이디어는 성국이 내고, 저는 그저 힘만 좀 썼습니다.”
전태국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스티븐 스필버스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내가 온다고 일부러 이렇게 기획전을 연 건가요?”
“사실은요… 스티븐이 온다기에 극장에서 친구들끼리 영화 보려고 한 건데, 이게 기획전으로 커져 버린 거예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저희는 예매를 못 해서 영화를 못 봤어요, 스티븐.”
“이런!”
스티븐 스필버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막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 스티븐 스필버스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스티븐 스필버스랑 진짜 닮지 않았어?”
“그러네.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설마 자기 기획전 한다고 한국에 방문한 건 아니겠지?”
“설마… 재연 배우겠지.”
“그러게. 일요일 아침 11시에 TV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물론 한국말로 나누는 대화라 스티븐 스필버스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와 전태국은 웃음을 겨우 참았다.
스티븐 스필버스가 궁금한 듯 물었다.
“성국, 저들이 뭐라는 거예요?”
“스티븐 보고 스티븐 스필버스랑 진짜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고 가네요.”
“하하하. 아마 내가 성국을 보러 미국에서 여기 와있을 거라고는 다들 생각도 못 하겠죠?”
“물론이죠.”
그때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어색한 영어로 몇 마디 물었다.
“저… 혹시…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 아니세요?”
그 말에 스티븐 스필버스는 눈을 찡긋하더니 환하게 웃었다.
“맞아요! 제가 스티븐 스필버스예요!”
“진짜요?”
남자는 잠시 멍한 얼굴로 서 있더니 나를 잡고 흔들었다.
“저 혹시 통역 가능하세요? 관계자분이시죠?”
“아, 네.”
[나, 전성국인데… 못 알아보는 건가?]나는 최대한 속마음을 숨긴 채 남자의 말을 통역해줬다.
“저… 진짜 팬이라고 전해주세요. 제가 영화감독 지망생이거든요.”
나는 남자의 말을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전했다.
그러자 스티븐 스필버스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제 영화가 당신에게 꿈과 희망이 되길 바랄게요.”
“저… 사진이랑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남자의 요구에 스티븐 스필버스는 흔쾌히 응했고, 이를 본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박. 진짜 스티븐 스필버스였나 봐.”
“근데 옆에 전성국 아니야?”
“전성국?”
“왜 그 천재 있잖아. ‘페이스 노트’ 대표고….”
“스티븐 스필버스랑 전성국이라니… 이 조합 무슨 일이야.”
[여러분들, 목소리 다 들려요.]이제 조용히 극장을 빠져나가기에는 그른 것 같았다.
나는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속삭였다.
“사람들이 이제 다 감독님을 알아본 것 같은데요, 어쩌죠?”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대화를 해보죠, 뭐.”
스티븐 스필버스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 * *
– 스티븐 스필버스가 한국에 오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
각종 SNS에 실시간으로 스티븐 스필버스의 방한이 떴다.
실시간 검색에 순위에도 스티븐 스필버스, 스티븐 스필버스 방한, 전성국이 1, 2, 3위를 차지했다.
– 전성국 대표 때문에 한국에 온 거임?
– CGJ에서 기획전 하던데, 그것 때문에 온 건가?
각종 추측도 난무하고 있었다.
[나 때문에 온 거라고.]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삼전 호텔로 향했다.
스티븐 스필버스는 30분가량 관객들과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런 뒤 삼전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데니스와 삼전 호텔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도 전태국과 함께 삼전 호텔로 이동 중이었다.
“성국아, 오늘 완전 CGJ 얻어걸린 거네.”
“CGJ 홍보 제대로 했네요.”
“근데 성국아, 우울한 이야기 하나 해줄까?”
“뭔데요?”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 기획전이 끝나는 날까지 모두 매진이래….”
[정말 영화 한번 보기 힘드네….]* * *
삼전 호텔의 스위트룸.
미리 도착한 데니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문을 열어줬다.
“성국, 태국… 여기 너무 좋은데.”
“내가 힘 좀 썼어, 데니스.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인데 이 정도 대우는 해야지.”
전태국이 거들먹거리며 들어갔다.
나는 데니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데니스, 너는 우리 집에 와서 자.”
“좋다 말았네.”
“참, 오는 동안 스티븐 스필버스랑 무슨 이야기 안 했어?”
“했지…. 스티븐 스필버스가 요즘 관심 있는 주제가 뭐더라… <전생을 기억하는 자들> 뭐, 그런 책이래.”
뜨끔.
순간, 심장이 찌릿했다.
[설마… 스티븐 스필버스가 나에 대해서 뭔가 아는 건가….]나는 최대한 태연히 미소를 지었다.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어떤 의미야?”
“전생이라는 게 사람들은 과거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시간 축이 뒤엉킨 공간이 있다면 미래에서 죽어서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더라고.”
뜨끔.
스티븐 스필버스는 정말 뭘 아는 건가.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스티븐은 너같이 정말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든대.”
“그래서 날 보고 싶다는 거야?”
“나머지는 직접 들어봐.”
데니스는 내 등을 도닥였다.
갑자기 스티븐 스필버스를 만나는 게 조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 * *
“성국, 아까 예상치 못한 환대에 감동했어요.”
스티븐 스필버스는 위스키를 내밀었다.
“위스키 한잔 어때요?”
“좋죠.”
[스티븐, 술 먹이고 나 떠보려는 수작이야?]나는 속내를 숨긴 채 술잔을 받아들었다.
“스티븐, 비행시간이 길었을 텐데 안 피곤하세요?”
“제가 체력은 자신이 있거든요. 솔직히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체력이 정말 필수거든요.”
스티븐 스필버스는 가볍게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어느 순간, 불쑥 나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었다.
“영화 만드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죠.”
누가 봐도 적절한 호응만 해주면서 나는 스티븐 스필버스를 살폈다.
그 순간, 스티븐 스필버스가 내 눈을 응시했다.
“성국… 궁금한 게 있는데요.”
드디어 본론인가?
“저에 대해서요?”
“물론이죠. 내가 한국까지 온 건 다 성국을 만나기 위해서니까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성국, 내가 당신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거든요.”
“저에 대해서요?”
나는 일부러 살짝 놀란 척을 했다.
“스티븐, 저는 뭐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인데요.”
내 말에 스티븐 스필버스를 조용히 웃었다.
“성국, 세상 사람들은 다 성국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고등학교 동창이랑 만든 ‘페이스 노트’가 세상을 바꿨잖아요. 거기다 하버드 최연소 입학과 중퇴. 이미 십 대 시절에 실리콘밸리를 쥐락펴락하는 기업가가 됐잖아요. 물론 유명 여배우와의 가십까지….”
스티븐 스필버스는 내 인생을 빠르게 요약했다.
아마 평소 같았으면 잘난 맛에 취해서 어깨를 몇 번 으쓱거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데니스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평소와 같이 흥은 나지 않았다.
“성국, 난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그런 천재의 성공 스토리 말고… 진짜 당신을 알고 싶거든요.”
“흠… 진짜 저라…. 스티븐, 당신이 원하는 건 결국, 영화화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물론 내가 전성국이라는 사람에 대한 전기 영화를 찍을 건 아니니까요.”
스티븐 스필버스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내 내면을 꿰뚫고 싶다는 듯이.
“스티븐, 저에 대한 영화라… 흥미롭네요.”
나는 태연하게 동의하는 척했다.
“그런데, 영화란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스티븐, 세상 사람들은 저에 대해서 뭘 알고 싶어 할까요?”
“흠… 그걸 찾아내는 게 이 작업의 시작일 것 같은데요. 우선 내가 전성국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은 있어요.”
“그게 뭔가요?”
“성국, 혹시… 미래에서 온 사람인가요?”
“네에?”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스티븐 스필버스를 쳐다봤다.
[이럴 때 아역 모델한 게 도움이 되는군!]스티븐 스필버스가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미안해요. 요즘 내가 빠진 책이 한 권 있거든요. <전생을 기억하는 자들>이라는 책이에요. 그 책에 나온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래에서 죽은 사람이 과거에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데니스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성국의 성공 중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몇 개 있더라고요. 바로 성국이 사업을 고르는 안목이요. ‘페이스 노트’라는 SNS를 시작으로 성국이 손대는 일마다 승승장구하잖아요. 솔직히 실패가 있을 법도 한데요. 그리고 성국의 지인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조사해봤어요.”
스티븐은 잠시 독한 위스키를 마셨다.
“성국이 워낙 성공가도를 달리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성국 주변에 모이기도 했겠지만, 성국은 마치 어떤 사람들은 앞으로 성공할 것을 알아서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거든요. 예를 들면 일론 머스트라든지….”
나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면 스티븐 스필버스는 분명 놀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스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대학 동창인 데니스의 영화에 투자한 것도 놀라웠어요. 데니스의 단편영화를 보는 순간, 어떤 전율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성공할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아우라 같은 게 있어요. 데니스에게도 그게 보였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니스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이 영화를 장편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냐고 물었더니, 이미 그럴 예정이고. 투자자도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성국이었고요.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진짜 성국이라는 사람은 뭐지? 미래에서 와서 과거를 다 아는 사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나는 스티븐 스필버스를 은근히 쳐다봤다.
“스티븐, 제가 진실을 말해드릴까요?”
“어떤 진실이요?”
“스티븐,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저는 사실은….”
순간, 문이 열리면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전태국과 데니스가 돌아왔다.
스티븐 스필버스가 내 팔을 다급히 잡았다.
“성국, 진실이 뭐예요?”
“스티븐, 제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에요.”
“진짜 미래에서 오기라도 한 거예요?”
나는 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데니스와 전태국의 시선이 모두 집중됐다.
“어서, 말해줘요. 성국.”
“제가 실패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가족이에요.”
스티븐 스필버스의 얼굴이 갑자기 굳었다.
“가족이요?”
“네. 가족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저한테는 있거든요. 그게 한국 장남의 운명이고요.”
그 순간, 스티븐 스필버스가 피식 미소를 짓더니 단언했다.
“성국,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