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9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95화(395/576)
제395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물론이다!
하지만 완벽한 거짓말은 절대 아니다!
나는 인생 2회차이고, 저번 생에서는 삼전 그룹의 독보적인 후계자였다.
각종 사교육으로 단련된 데다가, 머리도 좋아서 그때 습득한 모든 지식을 가지고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내가 만약 이번 생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열심히 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쓴 위스키를 한 모금 꿀꺽 삼켰다.
그리고 미소 짓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스를 쳐다봤다.
“스티븐, 제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단 말이죠?”
“내 워딩이 좀 센 감이 있었네요. 솔직히 장남이라는 자리가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운명이 단 한 번의 실패도 없는 인생을 만든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이때, 전태국이 눈치를 보더니 살짝 끼어들었다.
“스티븐, 제가 대화에 끼어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성국의 말이 빈말이 아니에요. 정말 성국이네 가족을 보면 성국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어요.”
“가족이 열심히 사는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실패는 좌지우지하지는 않죠.”
스티븐 스필버스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데니스도 가세했다.
“스티븐, 전생이라는 것을 기억한다고 하면… 오히려 성국이 지금처럼 열심히 살 필요가 없는 거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데니스?”
데니스의 말에 스티븐 스필버스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스티븐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간 축이 뒤엉킨 어느 지점. 그러니까 미래에서 죽은 사람이 과거로 다시 태어나서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일할 필요가 있을까요?”
나는 옆에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데니스는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로또 번호까지는 모르더라도, 미래에서 왔으니 어느 지역이 앞으로 좋아질지 알 것이고. 주식도 대충 흐름 정도는 알 것이고요. 그렇다면 몇 군데 투자만 제대로 해도 평생 쓸 돈을 모을 건데, 뭐하러 성국이처럼 뼈 빠지게 일을 하겠어요, 스티븐.”
[내 말이!]스티븐 스필버스는 난감한 듯 위스키를 마셨다.
[스티븐, 어서 말을 더 해보시지!]스티븐 스필버스는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내가 너무 내 논리를 전성국 대표에게 끼운 것 같군요.”
“오히려 전 기쁜데요. 제가 한 투자와 노력이 남들이 보기에는 기적처럼 보인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전성국 대표의 삶 자체가 기적 같거든요.”
스티븐 스필버스는 위스키를 마저 마시더니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전성국 대표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다시 고민해 봐야겠어요.”
* * *
“데니스, 스티븐 스필버스가 나에 대해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나는 운전을 하면서 조수석에 앉은 데니스에게 물었다.
데니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솔직히 할리우드에서 젊고 성공한 사업가를 다루는 것은 비꼬기 위해서일 때가 많잖아.”
“성공의 이면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그렇지. 이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가고, 어떻게 배신을 하고… 뭐, 그런 거.”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은 성공 신화라기보다는 성공한 이들도 결국, 부족한 인간일 뿐이다. 이런 거란 말이지?”
“응, 그렇지.”
데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앉아있던 전태국이 운전석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스티븐 스필버스가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면 성국이가 딱 이네. 완벽한 외모에, 완벽한 스펙. 거기다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가. 그런데 알고 보면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 그 이후로는 썸도 제대로 못 타는 워커홀릭. 거기다 가족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매일이 분주하고.”
“태국, 네 이야기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데니스도 맞장구를 쳤다.
“글쎄, 다들 날 너무 오해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요. 저 워커홀릭도 아니고요….”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지?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스티븐 스필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자네 내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흠… 그건 왜요?”
– 자네가 하루 동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자네를 조금 관찰하고 싶거든. 자네의 일상을 관찰하면 아무래도 자네에 대한 영화를 수월하게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시계를 얼핏 봤다.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스티븐, 저는 보통 아침 6시에 일어나는데… 그때까지 저희 집으로 오시겠어요?”
– 그러지.
“그럼, 삼전 호텔 통해서 교통편을 보낼게요.”
– 고맙네.
전화를 끊자마자 데니스와 전태국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성국아, 스티븐이 뭐래?”
“나를 하루 종일 관찰하고 싶대.”
“큰일이네.”
전태국이 오히려 걱정스레 말했다.
“형, 뭐가 큰일이에요?”
“내가 말한 게 다 들어맞을 거란 말이지. 워커홀릭 장남의 하루!”
* * *
스티븐은 연신 하품을 하면서 내 뒤를 따라왔다.
“성국, 아침 6시에 일어나서 6시 30분에 집에서 나오는 게 말이 되나? 아침은?”
땡!
이때,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마침 기다리고 있던 김미소 비서가 스티븐 스필버스를 반겼다.
“감독님, 저는 전성국 대표님의 개인 비서 김미소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대표님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차에 준비해뒀습니다. 대표님은 항상 문벅스의 카페라떼와 샌드위치를 드셔서 같은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매일이요?”
“출근하시는 날은 매일 드십니다.”
“주말에도 출근을 하나요?”
“일이 있으시면요.”
“그럼, 비서분도 같이 출근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스티븐 스필버스는 놀란 눈으로 나와 김미소 비서를 번갈아 봤다.
김미소 비서는 놀란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감독님, 대표님이 월급 많이 주셔서 저도 응한 거니까 걱정 마세요.”
“하지만… 워라밸이라는 게….”
“스티븐, 영화감독도 솔직히 워라밸을 따지기에는 악조건의 일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내 말에 스티븐 스필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영화감독의 노동 시간은 일반 회사원과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얼른 뒷좌석에 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성국, 보통 아침은 이런 식으로 시작하나요?”
“네…. 도착하면 7시부터 미국 ‘페이스 노트’ 본사와 회의가 있거든요. 평소에는 짧게 하면 한 시간, 중요 사안이 있을 때는 길어지기도 하고요….”
“그런 다음에는요?”
조수석에 앉은 김미소 비서가 뒤돌며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내 하루 일과표를 건넸다.
“오늘 스케줄입니다, 감독님. 대표님이 궁금해하실 거라고 미리 준비했거든요.”
스티븐 스필버스는 내 스케줄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페이스 노트’ 본사 회의 후, 바로 너튜브 회의. 그리고 알파 회의까지 연달아 하면 겨우 점심시간이네요….”
“그리고 오후에는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아시아 지사에 가서 전략 회의도 하실 예정입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샘, 애덤과 함께 알파에서 준비 중이 새 SNS에 대해서 고민하시고요.”
“근데… 여기 왜 퇴근 시간은 안 정해져 있나요?”
“보통 프로그래머인 애덤, 샘과 회의를 하시면 끝나는 시간을 안 정해놓고 하시거든요. 세 분 다 현재 연애를 안 하고 있어서 저녁도 회사에서 먹으면서 그냥 주구장창 회의를 하십니다.”
나는 스티븐 스필버스를 슬쩍 쳐다봤다.
“스티븐, 너무 피곤하면 중간에 가도 괜찮아요.”
“성국… 아니에요. 근데 정말 굉장한 하루네요. 나도 이렇게까지 많은 회의를 하진 않는데….”
“그래도 다 다른 회의라서 지루하진 않아요.”
나는 얼른 답을 하고는 다시 회의 자료를 훑었다.
* * *
“샘, 애덤. 저녁은 뭐 먹을까?”
나는 자연스럽게 시간을 확인하고 샘과 애덤을 쳐다봤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나를 따라다닌 스티븐 스필버스는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성국… 정말 한시도 쉬지 않네요.”
[스티븐, 난 아직 20대라고!]인생 2회차에 제일 고마운 것은 역시 이 젊은 체력이었다.
“스티븐도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전 샘과 애덤이 먹는 것으로요.”
“흠… 성국, 우리 회의 오늘은 조금만 더 하고 삼겹살에 소주 어때요?”
“그렇게 하죠….”
이때였다.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방무혁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아, 지금 시간 돼?
“왜요, 아저씨?”
– 데니스가 한국 온 김에 저번에 촬영한 뮤직비디오 편집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했거든. 와서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럴게요. 지금 바로 넘어갈게요.”
나는 가방을 챙기며 샘과 애덤을 쳐다봤다.
“샘, 애덤. 오늘은 회의 여기까지 하고 두 사람이서 저녁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성국, 또 무슨 일이 있어요?”
스티븐 스필버스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쳐다봤다.
“제가 투자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하나 있거든요. 저번에 데니스가 뮤직비디오를 찍어줬는데, 그거 시사회를 하나 봐요. 스티븐, 어서 일어나요. 같이 가야죠.”
“잠깐! 영화 투자도 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고요?”
“네. 뭐, 간단히 말씀드리면 제 동생이 거기서 데뷔를 준비 중입니다.”
스티븐 스필버스가 이마를 딱 쳤다.
“맙소사! 이젠 가족 일까지 맡아서 하는 거예요?”
“제가 하는 건 아니죠. 전 그저 투자할 뿐이니까요. 스티븐, 서두르죠. 어서 가요.”
나는 가방을 어깨에 멨다.
* * *
논현동의 방무혁 회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세븐즈> 멤버들이 주르륵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형!”
“안녕하세요!”
민국이가 놀란 표정으로 나와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다가왔다.
“대애박!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 내한했다더니, 이분이시지?”
“응. 민국아, 그동안 영어에 형이 돈 많이 투자했으니. 영어로 인사드려.”
“당연하지!”
민국이는 자연스럽게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영어로 대화를 건넸다.
“전성국 대표 동생이라고요?”
“네.”
“영어를 무척 잘하네요.”
“형이 영어 하나는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저를 어릴 적부터 스파르타식 영어 학원에 종종 감금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스티븐 스필버스는 사색이 됐다.
“감금이요?”
“흠… 거의 감금 수준으로 공부시켰다는 말이에요.”
민국이가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다가가더니 속삭였다.
“기사 보니까 저희 형에 대한 영화를 기획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고민 중에 있어요.”
“감독님, 저희 형이 어떤 사람이냐면요.”
스티븐 스필버스는 민국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에요.”
[전민국, 다 들린다고!]나는 얼른 전민국의 등을 떠밀었다.
“민국아, 넌 자리에 가서 앉고… 자, 이제 뮤직비디오 보자!”
* * *
새로 편집한 뮤직비디오는 확실히 저번 버전보다는 깔끔했다.
하지만 아직도 조금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데니스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얼굴이었다.
“다시 찍을 수도 없고… 성국아, 박 대표님. 브릿지 부분의 그 장면이요. 좀 너무 튀지 않아요?”
나는 은근히 스티븐 스필버스를 쳐다봤다.
[스티븐, 오늘 하루 종일 나 공짜로 취재했으니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을까?]스티븐 스필버스는 이미 턱을 매만지고 있었다.
“흠… 데니스, 그 브릿지 부분의 영상의 톤을 흑백으로 하면 어떨까?”
“거기만요?”
“응. 내가 <쉰들래 리스트>에서 썼던 방식인데. 흑백으로 만든 것 중에 포인트 되는 부분만 컬러를 입히는 거야.”
“아하! 기억나요, 스티븐.”
“그렇게 하면 전체적인 톤도 맞추고. 임팩트도 살릴 것 같은데, 어떤가?”
스티븐 스필버스는 적절한 조언을 줬고, 데니스는 그 의견에 공감했다.
두 사람은 뮤직비디오를 연신 돌려보면서 다른 부분의 편집에 대해서도 다시 열렬하게 토론했다.
나는 뒤로 슬쩍 빠져나와서 두 사람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방무혁 대표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성국, 갑자기 뮤직비디오 시사회 하자고 하더니…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 데리고 오려고 한 거였구나.”
“데니스 샤젤 연출. 스티븐 스필버스 조언. <세븐즈> 뮤직비디오 홍보는 이렇게 하죠.”
“성국아,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당연하지, 방무혁. 세상에 공짜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