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9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398화(398/576)
제398화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을 마셨다.
적당히 런닝머신을 타고 땀을 뺀 다음에는 전태국이 쓰고 있는 고가의 남성 라인 화장품을 발랐다.
“성국아, 피부과 예약도 잡아놨어.”
“고마워요.”
“성국아, 너
관리하니까 진짜 얼굴이 달라지는데?”
“관리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할걸요? 그걸 본판 불변의 법칙이라고들 하죠.”
전태국이 혀를 쭉 내밀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들으면 재수 없다고 하고….”
“어쩔 수 없는 거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타고 태어난 것을 어쩌라고!]* * *
민국이와의 촬영이 며칠 남지 않아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피부과를 찾았다.
전태국이 적극 추천해 준 곳이었다.
의사를 나를 보자마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성국 대표님 실물을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다들 그래….]나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며칠 후에 촬영이 있어서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일 때문에 관리를 못 하다 보니 많이 상한 것 같아서요.”
“이런… 이 얼굴이 상한 거면 저는 죽어야죠.”
이 피부과 의사를 전태국이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마 전태국에게도 이렇게 아부를 떨 사람이었다.
“의사 선생님, 저는 솔직한 의견만 원합니다. 제가 지금 22살이지만 그동안 과도한 학업과 업무로 피부가 많이 좋지 않을 거예요.”
“흠… 전형적인 수분 부족형으로 보이기는 하네요.”
“그런 것들을 숨기지 말고 다 말씀해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쓸 테니까요.”
“걱정 마십시오. 전성국 대표님은 지금 보기에는 손 델 데 없는 얼굴이지만, 저 같은 전문가가 보면 필요한 데가 딱 보이거든요.”
피부과 의사는 찬찬히 내 얼굴을 훑었다.
“수분도 부족하고, 모공도 늘어지기 시작했고… 거기다 인상을 많이 쓰는 탓에 미간에 주름도 질 기미가 보이네요.”
[그렇다고 또 그렇게 잔인하게 다 말하기 있기야, 의사 양반?]“전 대표님, 제 생각에는 모공 쪼이고 탄력에 좋은 레이저 시술하시고 미간과 턱에 보톡스 맞으신 다음에 보습 관리 들어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가능한가요?”
“전태국 팀장님이 부탁하셔서 점심시간을 특별히 비워뒀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네, 좋습니다!”
* * *
한 시간 후, 나는 얼얼한 얼굴을 부여잡고 피부과 건물을 나왔다.
선크림만 바른 얼굴이 아직도 얼얼했다.
저번 생에서도 종종 피부과 시술을 받았지만, 이번 생에서는 타고난 얼굴만 너무 믿고 있다가 오랜만에 받으니 조금 당기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얼른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2시부터는 샘, 애덤과 함께 하는 띡똑 회의가 있었다.
나는 코트 깃을 잔뜩 올린 채 회사로 걸어갔다.
이때, 여자 둘이 앞에서 나에게 다가왔다.
머리를 정갈하게 묶고 안경을 쓴 여자들이었다.
이때, 까만 패딩을 입은 여자가 감탄하듯 이야기했다.
“어머,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데… 그것보다 많이 듣는 건 잘생겼단 이야기이고….]나는 최대한 담담히 대답했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그러자 까만 패딩을 입은 여자가 살짝 당황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이건 나 혼자만의 느낌인가….]까만 패딩을 입은 여자는 얼른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걸었다.
“정말 얼굴에 복록이 많아 보이세요.”
“그런 말도 많이 듣습니다.”
내 말에 또 두 여자는 살짝 당황했다.
[많이 듣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 두 여자는 왜 당황하는 거지?]“더 하실 말씀 없으면 제가 일이 있어서요.”
“실례지만, 바쁘세요?”
까만 패딩을 입은 여자가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 그러시죠?”
“사실은 저희가 절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절에서 공부를 한다고?
[흠…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은 거 같은데….]이때를 놓치지 않고 까만 패딩 옆에 서 있던 흰 코트를 입은 여자가 끼어들었다.
“저희 공부가 그래요. 이렇게 인상 좋으신 분들이 간혹 보면 우환을 가지고 계신 경우가 있거든요.”
“우환이요? 전 그런 거….”
“혹시 가족들이….”
“가족들이 뭐요?”
나는 진지하게 캐물었다.
“저희는 그쪽으로 공부를 오래 한 사람이라… 한눈에 봐도 사람들의 근심 걱정이 보인다니까요. 이렇게 인상이 좋으신 분이 그것만 해결되면 될 텐데요.”
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날 붙잡고 이런 이야기를 한 사람은 여태껏 살면서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전생에 복록을 많이 쌓으셨네요.”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어머, 전생이 기억나세요?”
“아… 그게 사실은 꿈에서 몇 번 봤거든요.”
나는 대충 둘러댔다.
“어머, 이렇게 영감이 좋으신 분을 만나다니… 우리가 오늘 행운이네요.”
“그러게요, 언니.”
두 여자는 손을 꼭 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
두 여자의 말이 흥미롭긴 했지만, 이 두 여자의 말에 혹해서 회의 시간에는 늦을 수 없었다.
“제가 오늘은 일이 바빠서요. 다음에 길에서 또 뵈면 인사하죠.”
그때 한 여자가 내 발길을 붙잡아 세웠다.
“저…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한데… 가족들이 올해 무척 안 좋거든요.”
가족, 우환.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도대체 발길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두 여자의 행동으로 봐서는 삼청동 이 선생쯤 되는 사람들 같았다.
[오랜만에 점이나 보지….]“그럼, 7시에 여기서 다시 뵙죠.”
나는 여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나는 6시 40분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샘과 애덤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지금 회의 끝난 거예요?”
“제가 7시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아하… 그럼, 나머지 발표는 내일 하죠.”
애덤도 노트북을 싸기 시작했다.
샘도 저절로 휘파람을 불었다.
[왜 평소보다 즐거워 보이는 거지, 두 사람?]“샘, 오랜만에 둘이서 치맥 할까?”
“좋지, 애덤.”
나는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뒤로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이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민국이 녀석이잖아.]나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받았다.
– 형, 모레 촬영 준비는 잘돼가?
“물론이지. 무슨 일이야?”
– 형,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리허설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내일은 내가 하루 종일 데뷔 앨범에 들어갈 사진 촬영으로 바쁘거든.
“형이 오늘 너와 가족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분을 만나야 하거든.”
– 가족을 위해서? 어떤 분들인데?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단번에 가족에 우환이 있는 것을 아신 분들이야. 아무래도 삼청동 이 선생 같은 분들 같아서 뭔가 찜찜해서 한 번 만나보려고.”
“형, 삼청동 이 선생이 누구야?”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역술가셔. 넌 어려서 기억 안 나겠구나.”
내 말에 민국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형, 설마… 혹시… 여자 둘이 접근해서 형 인상이 좋아 보인다거나, 복록이 있어 보인다거나 그러지 않아?”
[민국이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내가 잠자코 있자, 민국이가 얼른 말을 덧붙였다.
– 형, 그 사람들 사이비 종교 사람들이야. 우환 없는 집안이 어디 있어! 아마 가면 형한테 소원 빌어야 한다면서 제사 지내라고 할 거야.
“제사를 지내라고?”
– 응, 그러면서 돈 뜯어낼걸. 내가 그 대사까지 다 말해줄게. 부잣집 소 한 마리보다 가난한 집의 닭 한 마리가 더 귀하지 않습니까. 하면서 있는 돈 다 내놓으라고 할걸.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민국아, 네가 그걸 어떻게 자세히 알아?”
– 형, 요즘 그 수법으로 걸린 사람들 엄청 많아.
2012년이라면 이 사이비 종교단체 수법이 막 퍼지기 시작할 때였다.
[어쩐지 여자들 대사가 익숙하더라니….]저번 생에서는 길을 걸어 다닐 일이 없어서 당해보지 않아 몰랐던 것이다.
내가 심각한 고민에 빠진 사이에 민국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형, 그 여자들 절대 따라가면 안 돼! 알았지?
“응,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막 가방을 싸서 나오는 샘과 애덤을 바라봤다.
“샘, 애덤. 나랑 어디 같이 갈래요?”
“어디를요, 성국?”
“2대 2 미팅하러요.”
내 말에 샘과 애덤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민국이가 말해준 대로 사이비 종교를 검색하니 나와 똑같이 걸려든 사람들의 간증이 이어졌다.
– 지하철역에서 접근하는 안경 쓰고 머리 묶은 여자들 조심하세요. 특히 두 명 이상이다. 그러면 백퍼 그 종교입니다.
– 우리 엄마 멀쩡하신데, 우리 엄마보고 아프다고 제사 지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우리 엄마 아프신 데 없다고 하니. 앞으로 아프실 거야! 소리침! 이렇게 따지면 앞으로 안 아프고, 앞으로 안 죽는 사람 있나?
– 부잣집 소보다 가난한 집 닭 한 마리가 더 귀한 법이라면서 최저시급 받는 내 알바비 내놓으라고 한 사람들임. 정말 치가 떨린다.
– 님들은 제사까지는 안 지내셨잖요. 나님은 제사도 지내봄. 그리고 가난한 집 닭인 내 월급도 모조리 드림. 근데… 제삿밥은 정말 맛있음, 제삿밥 생각나서 다시 만나보고도 싶음.
민국이가 나에게 읊어준 대사 그대로 당한 사람도 있었다.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사이비들이었다!
그렇다면 제대로 복수를 해줘야지!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켰다.
이런 수법은 제대로 너튜브에 올려서 많은 사람이 알게 해야 했다.
* * *
7시에 보기로 한 장소에 나가니 낮에 본 여자 둘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내가 샘과 애덤까지 데리고 가니 여자 둘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어머, 두 분 더 데리고 오신 거예요?”
“네, 이 친구들도 궁금하다고 해서요.”
검은 패딩을 입은 여자는 낮에 나에게 한 말 그대로 샘과 애덤에게 읊었다.
“어머, 두 분 다 인상이 너무 좋으세요.”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하는 샘과 애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검은 패딩을 입은 여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말을 잘 못하시나요?”
“네, 미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두 분 공부하시는 분들이라고 하셨잖아요. 간단한 영어 회화는 가능하시죠?”
“아, 그게….”
여자 둘은 당황하더니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리고 샘과 애덤도 이상 기후를 감지했다.
“성국, 소개팅이라면서요. 저 여자들 소개팅 나온 표정이 아닌데요?”
“애덤, 미안해요. 사실은 저 여자 둘이 사이비 종교거든요. 길 가던 날 붙잡고 인상 좋다더니, 복록이 얼굴에 많다더니 내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서 너튜브에 수법 찍어서 올리려고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 더는 안 당하죠.”
“진짜예요? 두 사람 다 착하게 생겼는데….”
“대한민국 길거리에서 자주 있는 일이래요. 이 기회에 샘과 애덤도 알아둬요. 그리고 끝나고 우리끼리 치맥 하러 가요.”
“좋죠!”
샘과 애덤은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두 여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모른 척 두 여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 두 친구가 여자 친구가 없어서요. 제가 낮에 두 분을 보니 인상이 너무 좋아 보이셔서요. 이 두 친구를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이 친구들이 다년간 외로웠거든요.”
그러자 검은 패딩을 입은 여자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공부만으로 바쁘거든요.”
흰 코트를 입은 여자도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질 쳤다.
“얼굴에 우환이 가득해서 저희가 기도 올려드리려고 했는데, 다음에 해야겠네요. 그럼….”
여자 둘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휭하니 발걸음을 돌렸다.
“저기요!!! 이 두 사람 좋은 사람들이에요!”
예의상 불러봤지만, 여자 둘은 뒤도 안 돌아보고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사라졌다.
[가뿐하게 해치웠군!]애덤이 빙긋 웃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끝난 거죠?”
“아주 시원하게요! 우리는 이제 치맥이나 하러 가죠.”
그때였다.
세 명의 앳된 모습의 여대생이 설문지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근처 대학에 다니는 심리학과 학생들인데요. 지금 자료 조사 중이거든요. 세 분이 모두 인상이 너무 좋아 보이셔서요. 혹시 저희 설문지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이 상황을 설명하게 애덤이 흔쾌히 설문지를 받아들었다.
“성국, 이건 해주죠. 대학생들이 이 추위에 고생하잖아요.”
“그럴까….”
나와 샘도 곧 설문지 작성을 시작했다.
이때였다.
누군가 내 등짝을 딱 때렸다.
“누구야?”
뒤돌아본 곳에는 좀 전의 검은 패딩을 입은 여자와 흰 코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어… 두 사람…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이 세 사람 사이비에요! 어서 도망쳐요!”
검은 패딩 여자의 말에 설문지를 돌린 세 명의 여자가 당황했다.
“너희들이 사이비잖아! 누구보고 사이비래!”
“야, 너희들 이렇게 설문지로 사람 꼬여서 데려가는 수법 내가 모를 줄 알고?”
“너희는 인상 좋다. 조상신한테 제사 올리라고 하면서 데려가잖아! 우리가 훨씬 과학적이지!”
곧 여자 둘과 셋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동영상을 찍으면서 애덤과 샘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두 팀 모두 사이비 종교 같아요.”
“대한민국은 정말 신성한 곳이네요.”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