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04화(404/576)
제404화
“형, 좀 괜찮아요?”
“성국아….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졌어.”
전태국은 의무실 침대에 누운 채 고개를 힘없이 저었다.
“그러게 왜 무리했어요?”
“너처럼 살면 반, 아니 10분의 1이라도 쫓아갈 줄 알고 그랬지…. 내가 어리석었어….”
[그걸 이제 안 거야?]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형, 지금이라도 병원 가서 수액 좀 맞아요. 회장님 걱정하시기 전에요.”
“그래야겠어….”
그때였다.
의무실 문이 열리더니 다급히 박성희 비서가 들어왔다.
박성희 비서의 얼굴이 잔뜩 굳은 채였다.
박성희 비서의 가장 큰 단점은 얼굴에 모든 게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박 비서님, 무슨 일 있어요?”
“그게….”
박성희 비서는 의무실 문을 꼭 닫고, 의무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에게 부탁했다.
“저희끼리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잠시만요.”
“네, 알겠습니다.”
의사는 문을 닫고 나갔다.
박성희 비서는 그제야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박 비서?”
“양 비서님이 급히 찾으셔서 갔는데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시네요.”
“뭐어? 아버지가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신 거야? 의사 선생님 말로는 작은 쇼크라고 했는데!”
전태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박성희 비서가 얼른 전태국을 말렸다.
“그게 아니라… 제 말 좀 끝까지 들으세요.”
[설마… 그때 그 일인가….]나는 턱을 매만졌다.
타고난 카리스마,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
모든 것이 나와 비슷한 전재형 회장이 나와 다른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여자 문제였다.
재벌 주위에 여자가 많은 거야 당연했다.
하지만 그 여자를 취하느냐 취하지 않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나는 여자를 경계했고, 전재형 회장은 그 경계가 자주 무너졌다.
전태국이 박성희 비서를 재촉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마음의 준비를 하라니!”
“그게… 며칠 안에 스캔들이 터질 것 같습니다.”
“스캔들? 무슨 스캔들?”
“전재형 회장님 여자 문제요.”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자세히 좀 말해봐. 아버지가 여자 문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잖아.”
전재형 회장의 여자 문제를 전태국이 모를 일도 없었다.
“이번 일은 스캔들이 생각보다 좀 큽니다. 여자 쪽에서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 같아요.”
[하아… 역시 내가 아는 그 사건이군.]전재형 회장이 파티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 여자가 동영상을 찍어서 협박한 일이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스위트룸 소파에 앉아 있는 전재형 회장과 여자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두 사람의 밤이 예측됐다.
물론 삼전 측에서는 여자와 합의하려고 했지만, 이때 합의를 거부한 것은 철의 여인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전태국의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가족 관계였다.
박성희 비서는 지금의 상황의 전태국에서 설명했다.
“회장님이 몇 달 전 친한 기업인들과 조촐한 파티를 한 후에 어느 여자분과 호텔 스위트룸에 올라가셨는데, 그때 그 여자가 동영상을 찍은 것 같습니다.”
“그걸로 우리 삼전을 협박을 했다고?”
전태국도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보통은 양 비서님이 나서서 정리하시는데, 양 비서님 말로는 이번 일은 협상하지 말라는 상부의 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쓰러져 계신 상황에 상부의 명이라고 하면…”
“네, 상무님 어머님 지시입니다.”
전태국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정말… 엄마 왜 그러시지. 아버지가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아버지 여자 문제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걔네들이 요구하는 돈 몇 푼이야 우리 집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나는 전태국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게 아닐 거예요, 형.”
“무슨 소리야, 성국아?”
“어머님이 원하시는 건, 회장님이 위태로워지시는 거거든요.”
“어?”
전태국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회장님이 위태로워지셔야 형의 자리가 공고해지니까요.”
나는 차분히 말했다.
저번 생에서 이 스캔들로 나는 단번에 부회장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전재형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시작했다.
건강 문제도 있었지만, 전 국민이 다 본 동영상의 주인공이 나와서 기업의 미래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물론 그때도 철의 여인이 뒤에 있었다.
어쩌면 철의 여인은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온 건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들이 왕좌를 굳히는 날을….
이때, 박성희 비서의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박성희 비서는 전화를 끊고는 전태국을 바라봤다.
“도련님, 10분 후에 어머님께서 도착하신답니다. 몸 상태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도 만나야지! 정말 우리 엄마 왜 그러시냐….”
* * *
철의 여인은 실로 오랜만에 본사를 방문했다.
전재형 회장과 거의 남남으로 지내면서 공식적인 방문 외에는 본사에 올 일이 없었다.
미리 대기해있던 양 비서가 얼른 철의 여인을 맞이했다.
“회장실로 가지. 태국이는?”
“상무님께서는 점심 먹은 게 체하셔서 현재 의무실에 계십니다. 큰 문제는 아니라 곧 회장실로 오실 것입니다.”
“그럼, 가지.”
철의 여인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 앉을 수 없었던 그 자리, 회장실로 향했다.
* * *
전태국은 얼른 옷매무새를 살폈다.
“박 비서, 괜찮은가?”
“네, 상무님.”
그러곤 전태국은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올라가면서 잠시 상의하자.”
“그래요, 형.”
저번 생에서 사고는 전재형 회장이 치고, 그 사고를 오픈한 것은 철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수습은 내 몫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내가 이 일을 잘 수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이 수습을 도와주면서 얻어낼 것도 분명히 있었다.
전태국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지나가는 직원들이 재빨리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했지만, 평소와 달리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성국아, 아버지 이 일. 엄마가 내 후계 구도 빨리 짜려고 그러신다고 했지?”
“네, 형.”
“난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냐? 아버지 얼굴에 먹칠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형, 제가 보기에 이번 일은 아무도 못 막아요. 전재형 회장님이 병원에서 잠시 손 놓고 있을 때를 형 어머님께서 기다리신 것인지도 몰라요.”
“진짜 우리 엄마지만, 무서운 여자야. 그래서?”
“못 막으면 방법은 하나죠.”
“뭔데?”
“스캔들은 스캔들로 덮어야죠.”
전태국이 문득 멈춰서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설마 나보고 여자랑 만나서….”
“형, 성 스캔들인데, 그쪽으로 형이 스캔들을 내면 전재형 회장님 손 잡고 같이 추락하는 거잖아요.”
“아… 그렇지.”
“다음 주 평택 공장 부지 시찰이 스캔들 이후로 형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는 게 될 거예요.”
“그렇겠지….”
“그때, 적절한 액션이 있어야겠죠.”
“그게 뭔데?”
“우선 어머님 잘 만나시고요. 제가 생각한 적절한 액션에 대해서 보상도 각오하세요.”
“그래, 수습만 된다면 내가 너한테 뭘 못 해주겠냐….”
전태국은 얼른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 *
철의 여인은 회장실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전재형 회장만큼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자신은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자리였다.
달칵.
문이 열리면서 전태국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의 여인은 그제야 조용히 뒤로 돌았다.
“엄마, 회사까지 무슨 일이야?”
“양 비서 통해서 들었니?”
“박 비서 통해서 들었어. 아버지, 사고 치신 거?”
“응. 난 그 사고. 이번에는 안 막을 거야. 그동안 니네 아버지 사고 친 거 막으면서 산 세월도 길잖아. 이제는 지치는구나.”
“엄마, 그래도… 돈 몇 푼이면 해결될 거, 왜 일을 크게 만드는 건데?”
전태국은 성국이의 예상이 맞는지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이 기회에 네가 치고 올라가야지. 너희 아버지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질 거고, 회장이라는 직함은 유지해도 공식적인 자리 나오기 쉽지 않을 거야.”
“엄마….”
역시 성국이의 예측이 맞았다.
“그리고… 너도 증명해야지. 앞으로 너 또한 이런 일 없으라는 법 없어. 그때, 네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이번 일을 통해서 한번 예행 연습한다고 생각해봐.”
“엄마….”
전태국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철의 여인은 차갑게 전태국을 쳐다봤다.
“태국아, 난 애가 둘이야. 물론 네가 장남이지만, 너나 미진이나 공부 머리 별로였던 건 마찬가지잖아. 난 삼전에 시집와서 외부 활동이라고는 갤러리 운영밖에 못 했지만, 내 딸은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말이야.”
지금 철의 여인은 전태국도 협박하고 있었다.
“태국아, 요즘 세상에 남자, 여자가 무슨 상관이겠어. 능력 있는 사람이 차지하는 거지.”
그 말은 후계자가 전미진이 될 수도 있단 소리였다.
“태국아, 동영상은 정확히 이번 주말에 터질 거야. 네 대처 능력 좀 보자꾸나.”
* * *
“성국아! 성국아! 성국아!”
전태국이 내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면서 회의실로 걸어왔다.
철의 여인이 전태국도 적절히 협박한 모양이었다.
달칵.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전태국이 허연 얼굴을 들이밀었다.
“성국아….”
“네, 형.”
“네 해법 좀 듣자. 스캔들로 스캔들을 덮는다고 했잖아.”
나는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전태국을 바라봤다.
“형, 그전에 제 조건을 들으셔야죠.”
“그래, 다 말해봐.”
“3월에 실리콘밸리에서 대규모 IT 기업 박람회가 있어요. 그때 알파에서 만든 띡똑을 공개할 거거든요. 삼전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전폭적인 지지라고 하면?”
“가장 큰 부스는 물론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삼전의 협조 부탁드릴게요.”
사실 알파의 규모는 그런 박람회에서 메인 행사를 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삼전이 뒤에 있다면 달라지는 문제였다.
“좋아, 그래! 그 정도야 해주지! 단, 네 해법이 효과가 있을 때만.”
[전태국, 이제 조건도 다네….]하지만 난 자신 있었다.
“물론이죠.”
* * *
철의 여인 말처럼 삼전 전재형 회장의 동영상은 주말에 각종 포털을 장악했다.
삼전, 전재형 회장, 동영상이라는 단어가 각종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각종 황색언론이 쏟아졌다.
이 동영상의 주인공이 진짜 전재형 회장이냐는 추측도 여기저기서 터졌다.
이 뉴스 때문에 한남동 집도 여느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전태국은 아침부터 저기압이었고, 샘과 애덤도 전태국의 눈치를 보느라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똑. 똑. 똑.
전태국이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성국아, 커피 마시자.”
“네, 형.”
나는 전태국에게 이미 해법을 알려준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 알려준 나의 해법을 전태국이 신뢰하지 않았다.
나는 전태국이 내민 커피를 받아들었다.
“성국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네가 말한 그 해법 난 안 통할 것 같거든.”
“형, 우선 삼전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에서 전재형 회장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 쏟아낼 거예요.”
“그건 내가 지시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그걸 믿을까?”
“일부는 믿고, 일부는 믿지 않겠죠.”
“그냥 내가 유명 연예인 누구랑 결혼한다고 기사 발표하는 게 스캔들 덮는 데 유리하지 않을까?”
“그 방법으로도 스캔들을 덮긴 하겠죠. 하지만 형의 이미지는요?”
“뭐어?”
“제가 말한 방법은 스캔들을 덮는 동시에 삼전의 후계자인 형의 이미지까지 상승시키는 방법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전태국은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대국민 사기극을 준비 중이었다.
연출은 나, 전성국.
연기는 전태국.
보조출연은 아플폰을 든 기자.
나는 전태국의 어깨를 꽉 잡았다.
“형, 제발 연기나 똑바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