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05화(405/576)
제405화
전태국은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성국아, 내가 조금만 어색하게 연기해도 사람들은 알아보겠지?”
“형은 언제나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니까, 괜찮아요.”
“만약 그 기자가 모든 게 연기였다고, 전재형 회장의 스캔들을 덮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여론이 등 돌리지 않을까?”
“기자는 계약서에 사인했고, 그 계약서대로라면 폭로하는 시점에 그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파산하게 될 거예요. 몇 년 후에 술김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그게 기사화가 된다고 해도 그때는 사람들이 이 일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을 거고, 아마 형의 대처를 옹호할 거예요. 아버지의 추문을 덮기 위해서 기자와 짜고 삼전폰까지 홍보한 거잖아요.”
물론 기자가 폭로할 일은 없었다.
저번 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기자가 사인한 계약서는 완벽했다.
그리고 기자는 내년에 바로 미국 특파원으로 가기로 된 상태였다.
전태국은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전의 후계자 자리는 무겁구나….”
나는 걱정스러운 일 하나를 부탁했다.
“형, 조심해야 할 건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이에요.”
“미진이?”
“아니요.”
“그럼?”
“형 어머님이요.”
전태국이 멈칫했다.
“형 어머님이 전재형 회장님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중요한 건 형이나 미진이나 어머님의 허수아비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성국아, 네 말은 우리 엄마가 우리를 조종할 거란 말이야?”
“조선 시대에 수렴청정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그게 뭐야? 나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교 안 나와서 역사는 쥐약이잖아.”
[이건 상식이라고, 전태국.]나는 잠시 속으로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어린 왕손이 등극하면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대신 국정을 보던 걸 말하는 거예요. 결국, 어린 왕손은 왕대비나 대왕대비의 손에 놀아나는 거죠.”
[전태국, 너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철의 여인 조심해!]전태국도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은 것 같았다. 평소와 달리 얼굴이 심각했다.
“어쩌면 엄마는 나든 미진이든 자신의 말을 더 잘 들을 후계자를 밀고 싶어 하실지도 모르지.”
전태국은 상황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었다.
아직 전태국이나 전미진은 경영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저번 생의 나처럼 완벽하지 않으니….
어쩌면 이번 생에서 삼전은 철의 여인 손에 놀아날 수도 있었다.
빈틈이 흘러넘치는 전태국이나, 허영 가득한 전미진은 철의 여인이 가지고 놀기 딱 이다.
전태국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혹시 그날 나랑 같이 가줄래?”
[흠, 전태국의 연기가 보고 싶긴 하지만.]“형, 제가 그 자리에 간 게 알려지면 철의 여인이 의심할 거예요. 또 제 조언을 들었는지.”
내가 전태국 곁에 있는 것을 철의 여인이 좋아할 리는 없었다.
“그렇긴 하네.”
전태국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방을 나섰다.
* * *
철의 여인은 시사 평론가들이 나와서 떠들어대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물론 이 시사 평론가들 역시 철의 여인이 포섭한 사람들이었다.
– 가족 빼고 다 바꾸라던 전재형 회장의 카리스마에 금이 가는 일이 아닐 수 없죠. 그만큼 가족을 강조한 경영인이었는데, 젊은 여자랑 호텔에서 밤을 보내다니요!
– 아직 정확하게 실체가 밝혀진 것도 없지 않습니까.
물론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 우리나라에서 전재형 회장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영상 보면 다 알겠던데요!
철의 여인은 코웃음을 쳤다.
결혼하고 나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이제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복수의 날이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드디어 삼전의 정면에 등장할 날도 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삼전가에 시집왔으니 갤러리나 운영하며 내조에 힘쓰라던 돌아가신 전주신 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그 순간, 철의 여인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나도 삼전이 이렇게 크는 데 일조했다고.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내 자리 찾을 거야.”
* * *
월요일 아침부터 알파 사무실은 정신이 없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실리콘밸리 IT 박람회장에서 처음으로 띡똑을 선보일 차례였다.
“샘, 애덤. 다음 달에 실리콘밸리에서 있을 IT 박람회에서 할 띡똑 발표 준비는 잘되어가죠?”
“물론이죠! 근데, 걱정이 있어요.”
애덤이 머리를 긁적였다.
“뭔데요, 애덤?”
“저희 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있어서요. 요즘 핸드폰으로 동영상 촬영 많이 하긴 하지만, 아직까진 완전히 자유롭게 만들고 올리고 그러지는 못하잖아요.”
2012년이었다.
당연히 띡똑은 아직 시기상조다.
“애덤, 중요한 건 우리가 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거예요. 솔직히 말할게요. 몇 년간은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시간을 버틸 자금도 있고. 애덤이나 샘 같은 능력자들도 있잖아요.”
애덤이 배시시 웃었다.
“성국, 우리 계약은 아무래도 노예 계약 같아요. 기간이 왜 끝이 없죠?”
“애덤, 말 나온 김에 우리 연봉 이야기 좀 하죠. 샘도요.”
나는 웃었고, 두 사람의 얼굴은 굳었다.
사실 애덤과 샘이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의 정규직으로 일한 지는 오래였다. 프로그래머 중에서 연봉도 제일 많은 축에 속했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성실하고 헌신적으로 회사 일을 하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5분 후에 봐요.”
* * *
샘과 애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짧게 전태국과 통화를 했다.
– 성국아, 이제 평택 공장에 도착하려면 10분 남았어. 나 잘할 수 있겠지?
“형, 그냥 평소대로만 해요. 기자들이 동영상도 많이 찍을 테니까, 전 그거 볼게요.”
– 어, 알았어.
전태국과 전화를 끊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샘과 애덤이 동시에 들어왔다.
“샘, 애덤. 어서 와요. 둘 다 왜 이렇게 얼어있어요?”
“그게… 아까 성국이 한 말이 자꾸 생각나서요.”
[내가 무슨 말을 했지?]나는 의아한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무슨 말이요, 애덤?”
“띡똑은 아직 시기상조고. 몇 년간은 힘들 수도 있다고요. 그 몇 년을 버티려면 우리 같은 고액 연봉자들부터 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애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
나는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그, 그게…. 샘이랑 우리가 야근하면서 밥도 많이 먹고. 야식도 많이 먹고 해서….”
“성국, 나도 한국 와서 11파운드나 쪘어요.”
샘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내가 두 사람을 지금 해고라도 하려고 부른 것 같아요?”
“그냥, 성국이 띡똑에 대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이야기해서….”
[비관적으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 난 미래를 안다고! 이게 유행하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한다고!]정말 확 말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낮게 한숨을 쉬고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샘, 애덤… 아직도 몰라요? 두 사람은 이 회사에 마크 다음으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에요. ‘페이스 노트’와 너튜브, 인스타그림. 그리고 이제는 띡똑까지. 두 사람의 노력이 안 들어간 작품이 있어요?”
샘과 애덤은 머리만 긁적였다.
[정말 이 너드들!]“샘, 애덤. 내가 부른 건 우리 연봉 협상해야 하는 타이밍이라서 부른 거예요!”
“아하….”
그제야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국, 난 지금 연봉도 좋아요. 성국이 내 덕질 도와주는 것만 해도 보너스는 충분하고요.”
“나도요. 솔직히 한국 오니까 돈 들 일이 없어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거기다 태국이가 종종 서프라이즈 선물도 주잖아요.”
애덤과 샘은 여전히 천진난만했다.
나는 종이 위에다가 숫자를 적었다.
그 숫자를 보던 애덤과 샘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성국, 지금 이 숫자가….”
“공이 몇 개야….”
샘은 공을 세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샘, 애덤 이번에 ‘페이스 노트’ 상장하는 거 알죠?”
“네…”
거기에 두 사람의 몫도 있었다.
물론 같이 일을 시작한 직원이 아니라서 많지는 않았다.
나는 그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번 연봉 인상은 확실히 해주기로 했다.
“성국, 지금 잘못 적은 거 아니에요?”
애덤이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정확하게 적은 거예요. 100만 달러요. 한화로 하면 12억 정도 될 거예요. 거기다 물론 실적에 따른 보너스도 당연히 있고요. 여기에 띡똑의 향후 상장에 따른 스톡옵션은 따로 협상하죠.”
애덤은 연신 자신의 뺨을 문질렀고, 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급기야 애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성국… 해고 때 안 잘린 것만으로도 난 정말 이 회사에 뼈를 묻기로 했는데요… 이렇게 돈까지 많이 주면 어떻게 해요.”
“진짜 뼈를 묻으면 되죠, 애덤. 울지 마요.”
이번에는 샘의 눈물샘이 터졌다.
“너튜브에서 왕따 당하던 절 구해주고 인정해준 게 성국인데… 여기 와서 연애도 했는데… 물론 깨졌지만요.”
“샘도 울지 마요.”
하지만 두 사람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샘, 애덤. 당장 눈물 그쳐요. 안 그러면 우리 회사에서 쫓아낼 거예요!”
그 말에 애덤과 샘은 눈물을 뚝 그쳤다.
“솔직히 말해서 이 연봉 받으니 기쁘죠?”
애덤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고생한 거 생각나서 잠시 그랬지만, 당연히 기쁘죠.”
“저두요, 성국.”
“그럼, 됐어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일한 만큼 보상해주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 IT 박람회까지 두 사람 모두 휴일도 없이 일할 각오는 됐죠?”
“물론이죠!”
샘과 애덤은 연봉 계약서에 후다닥 사인을 하고 나갔다.
나는 뿌듯한 얼굴로 두 사람의 계약서를 훑었다.
사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삼전의 초대 회장인 전주신 회장님은 언제나 강요했다. 그리고 내 곁에 둘 사람에게는 뭐든 아끼지 말라는 말도….
나는 계약서를 내려놓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였다.
전태국이 평택 공장 부지 시찰을 마치고, 짧은 기자회견을 할 타이밍이었다.
[전태국… 실수하지 말아야 할 텐데….]* * *
아직까지는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갔다.
평택 공장 부지를 살폈고, 임원들과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눴다.
기자들도 아직까지는 질문 없이 전태국과 임원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쫓아왔다.
이때, 박성희 비서가 전태국 옆으로 다가왔다.
“상무님, 기자들과 짧게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전재형 회장님 동영상 사건은 질문 금지라고 알려는 뒀습니다.”
“응.”
전태국은 짧게 대답하고 기자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오늘 날도 추운데, 고생들 많으세요.”
그리고 예정된 인터뷰가 시작됐다.
“평택 반도체 공장은 언제 삽을 뜰 계획이십니까?”
“계획대로라면 201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세 개 라인부터 시작해 총 여섯 개 라인을 단계적으로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전태국의 인터뷰는 안정적이었다.
이때였다.
누군가 전태국에게 질문을 불쑥 던졌다.
“지금 전재형 회장님 동영상 때문에 삼전이 많이 시끄러운 것 같은데요. 전재형 회장님이 추진하던 반도체 공장 건설이 이 일로 인해서 늦춰지는 건 아닌가요?”
전태국은 잠시 엷은 미소를 짓더니 기자를 흘깃 쳐다봤다.
“기자님, 지금 손에 들고 계신 핸드폰 어디 거죠?”
“아, 그게… 아플 건데요.”
기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는 삼전폰 쓰시는 기자분들 질문만 받겠습니다!”
그 말에 기자들이 일동 웃음을 터트렸다.
이 기세를 몰아서 전태국이 기자들에게 외쳤다.
“자, 삼전폰 쓰시는 기자분들만 저에게 질문해주시죠. 고속도로 막히기 전에 올라들 가셔야죠.”
곧이어 삼전폰 쓰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전태국은 인터뷰에 응한 뒤 일부러 보란 듯이 박성희 비서에게 귀띔했다.
잠시 후에 박성희 비서는 삼전폰이 든 상자를 가지고 왔다.
“아까 아플폰 들고 질문하신 기자분!”
“아, 저요?”
아까 그 기자가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전태국은 태연하게 기자에게 삼전폰 상자를 내밀었다.
“저도 아시다시피 아플빠였거든요. 그런데 삼전폰 써보니까 너무 편하고 좋아요. 한번 써보세요.”
동시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카메라 플래시를 받자 으쓱해진 전태국은 기자들에게 소리쳤다.
“여기 오신 분들에게 제가 최신 삼전폰을 모두 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