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06화(406/576)
제406화
– 아플폰 쓰는 기자에게 삼전폰 선물하는 전태국 상무. 전태국 상무의 센스 있는 대처!
– 이제부터 전태국 상무 인터뷰는 삼전폰만 사용하라는 데스크 지침까지!
– 전재형 회장의 빈자리를 꽉 채운 전태국 상무의 공식 행사 나들이.
나는 인터넷 기사를 훑었다.
역시 내 예상은 틀림이 없었다.
물론 지금 전태국이 한 행동은 내가 저번 생에서 했던 것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나는 아플폰을 든 기자한테만 삼전폰을 선물했고, 전태국은 기자들 모두에게 돌린 것이었다 김영란법이 제정되면, 이마저도 못하게 될 일이어서 이 일은 몇 년이 지나도 회자된다.
[이제 슬슬 전재형 회장이 위기감을 느낄 텐데….]전재형 회장은 평범한 가장의 아버지가 아니다.
삼전이라는 대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아픈 며칠 동안 삼전의 후계 구도는 확실해졌고, 심지어 스포트라이트 또한 전태국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달칵.
노크도 없이 회의실 문이 열렸다. 주인공은 바로 전태국이었다.
전태국의 얼굴은 어제와 달리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성국아, 기사 봤어?”
“당연히 봤죠.”
“성국아, 비서실에서 그러는데… 아버지 동영상 이야기는 쏙 들어갔대.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 모니터링 중인데, 다들 내 이야기래.”
“형, 별명도 생겼어요.”
“뭔데?”
“떼국 재벌이요. 어제 기자들한테 삼전폰 싹 돌려서 그런 것 같아요.”
전태국은 실실 웃었다.
“어쨌든 아버지랑 달리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간 거잖아.”
그것만은 확실했다.
전태국은 특유의 부족함으로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형, 이제 우리 거래를 마저 정리해야죠.”
“당연히 다음 달 실리콘밸리 IT 박람회 때 띡똑 메인 자리 잡아줄게! 걱정하지 마! 내가 샌프란시스코 삼전 직원들까지 다 동원해줄게. 그리고… 성국아, 나도 다음 달에 그 박람회 보러 가려고.”
“형도요?”
“삼전폰 이미지 확 뜬 김에 미국 가서도 삼전폰 쓰는 것 좀 보여주려고.”
“개인적으로 쓰는 아플폰은 어쩌고요?”
“성국아, 이제 나는 나를 좀 알 것 같아서…”
나는 잠자코 전태국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좀 허술하잖아.”
[그걸 이제 안 거야?]“아무래도 폰 두 개 쓰는 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냥 앞으로는 삼전폰으로 통일해야겠어. 아쉽지만….”
“형, 잘 생각했어요.”
“참, 너도 당연히 실리콘밸리 IT 박람회 갈 거지?”
“당연하죠.”
사실 이번 박람회 일정은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바빴다.
첫날 띡똑을 전 세계에 오픈하는 것은 물론이고, 데니스의 영화 오디션 현장에도 가야 했고, 마크와 ‘페이스 노트’ 상장에 대한 마지막 논의도 해야 했고… 스티븐 스필버스와 내 영화에 대한 인터뷰도 잡혀 있었다.
“성국아, 이번에 간 김에 오랜만에 좀 쉬다 올까?”
전태국은 출장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형, 저는 너무 바빠서요. 형 혼자 알아서 쉬세요. 그리고 이제 형은 전재형 회장님 대신이에요. 카메라 조심하시고요.”
내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사람들의 시선은 전재형 회장이 아니라 전태국에게 향한다.
“참, 형 이 기세를 이용해서 공항 출국 사진이랑 귀국 사진도 찍는 게 어떨까요?”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근데 그거 재미있겠는데?”
“형이 어차피 경영에 크게 기여하는 건 없으니까, 형의 콘셉트를 삼전의 얼굴 정도로 구축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보통 사람이라면 내 말을 기분 나쁘게 들을 수도 있었지만, 전태국은 달랐다.
“성국아, 넌 천재 같아. 솔직히 일이야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난 앞으로 언론 노출 쪽으로 각을 잡아봐야겠어. 다음 달 출국 전까지 다이어트 좀 해야겠는데….”
전태국은 손을 흔들면서 회의실을 나갔다.
나는 전태국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봤다.
확실히 내가 운영할 때와 전태국이 운영할 삼전은 달라질 게 보였다.
* * *
전재형 회장은 병실에서 기사를 훑었다.
“상무님이 이번에 대처를 발 빠르게 잘하신 것 같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위트 있는 모습으로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양 비서의 설명에 전재형 회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남동에서 내 동영상 흘린 건 확인했나?”
“네… 회장님.”
전재형 회장은 이제 자신의 와이프를 한남동으로 지칭했다.
“사모님께서 회장님이 쓰러지신 타이밍을 이용하신 것 같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가 이제 삼전의 실세라도 돼보겠단 심산인가?”
“상무님에게 간접적으로 후계자 자리를 미진 양에게 줄 수 있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집안에 비밀은 없었다.
“태국이 반응은?”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상무님이 선택한 사람은 사모님이 아니라 전성국이었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평택 공장 인터뷰 사건도 전성국이 계획한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 기자가 다음 달에 미국 특파원으로 출국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적절한 보상이군.”
전재형 회장은 아들에게 성국이를 곁에 두라고 한 말을 떠올렸다. 물론 그때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위기에 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동영상으로 이미지를 망친 사이에 태국이가 내 자리를 대체했군…. 양 비서, 한남동 사생활 중에 내가 알아두면 괜찮은 것 좀 있던가?”
“솔직히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집과 갤러리, 여행 외에는 도통 움직이시지 않으셔서요.”
“여행 때 동행들은?”
“의심되는 사이는 없습니다.”
철의 여인은 철저했다.
마치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려온 것처럼.
전재형 회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회사 내 자신의 입지야 아직은 건재했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확실히 전태국에게 빼앗겼다.
전재형 회장은 그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양 비서, 한남동이 이번 동영상 지시한 거 증거 자료 모을 수 있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최대한 모아봐.”
양 비서가 불안하게 전재형 회장을 쳐다봤다.
“이혼이라는 것을 해봐야겠어.”
“회장님….”
“내 등에 칼 꽂는 여자를 와이프로 둘 순 없잖아.”
전재형 회장은 지긋지긋한 결혼 생활을 청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되찾아올 방법이기도 했다.
“이번 동영상 한남동이 지시한 거 증거 잡는 대로 언론에 슬쩍 흘리고… 내 이혼 소송도 조용히 준비하지. 한남동이 눈치 못 채게.”
“네, 회장님.”
전재형 회장은 기지개를 쭉 켰다.
이제 다시 삼전의 회장으로 돌아갈 타이밍이었다.
* * *
드디어 출국 날이 다가왔다.
아침부터 박성희 비서가 분주히 전태국의 방을 오갔다.
나는 늘 입는 후드티를 입고는 거실에서 기사들을 훑었다.
전재형 회장은 그사이 다시 복귀했지만,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는 전재형 회장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전재형 회장은 아들에게 절대 무언가를 내줄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저번 생에서 후계자로 인정받고, 삼전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재형 회장의 눈 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자신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전재형 회장은 견디지 못했다.
삼전폰 인터뷰 이후로 전태국은 어느 때보다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각종 SNS에 전태국 관련 사진이나 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성국아, 이 의상 어때?”
전태국이 다이어트를 실패한 몸으로 명품을 가득 걸치고 나왔다.
“형, 일반 사람들도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옷으로 입는 게 어떨까요?”
“굳이? 내가 왜?”
“전태국이 입어서 완판됐다. 그런 이야기 나오면 좋잖아요.”
“역시!”
전태국은 얼른 다시 방으로 들어가더니 가벼운 재킷을 입었다.
“이게 그나마 제일 싼 거야.”
“명품보다는 그게 나아 보이네요. 형, 이제 출발해도 되죠?”
“물론이지! 근데 샘이랑 애덤은?”
“어제도 야근해서 회사에서 바로 올 거예요.”
* * *
공항에는 전태국의 출국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들로 북적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전태국은 그사이 익숙해진 카메라 세례에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전성국 대표님! 여기 좀 봐주세요!”
물론 기자들은 나도 놓치지 않았다.
“성국아, 이러다가 너랑 나랑 비교 샷 올라오겠는데.”
“형, 친근한 이미지 제대로 발휘될 거예요.”
“묘하게 재수 없단 말이야.”
“웃어요, 형.”
내 말에 전태국은 다시 손을 흔들었다.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에 나도 적당히 포즈를 취하고는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가 찜찜했다.
[내가 아는 전재형 회장은 가만있을 사람이 아닌데….]전태국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고, 철의 여인은 전재형 회장의 뒤통수를 쳤다.
저번 생에서 전재형 회장은 이 일로 철의 여인을 갤러리에서도 내쫓았다.
갤러리에서 쫓아낸다는 것은 비자금을 운용할 손발을 자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아직까지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성국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머리가 좀 복잡해서요….”
“네 스케줄 보니까 머리가 복잡할 만도 하지…. 성국아, 내 공항 패션 벌써 떴는데….”
전태국은 반색하며 기사들을 검색했다.
“아, 진짜 비교 샷도 바로 올라왔네. 전성국 대표 옆에 선 친근한 비주얼의 전태국 상무래. 댓글도 장난 아니야. 전성국은 천상계, 나보고 인간계래. 재벌인데, 인간적인 재벌은 처음이래….”
전태국이 옆에서 계속 종알거렸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 * *
승무원들이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퍼스트클래스는 나와 전태국 그리고 샘과 애덤이 독차지했다.
IT 박람회 발표 문제로 샘과 애덤은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작업을 해야 했고, 보안상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태국은 샴페인을 마시면서 자신이 나온 기사를 연신 읽고 있었다.
“성국아, 나 다이어트는 하지 말까 봐. 사람들이 재벌이 너무 친근해서 보기 좋다고 하네….”
“맨날 실패하는 거, 시도도 안 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죠.”
“성국아,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아까부터 생각이 다른 데 가 있는 사람 같아….”
“띡똑 때문에 좀 긴장이 돼서요.”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때였다.
“이게 뭐야?”
전태국이 뭔가를 보더니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형,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가 엄마한테 이혼 소송을 냈대.”
이혼?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저번 생에서 있지도 않은 일이었다.
이번 생에서 전태국이 망나니로 살지 않고, 적절한 후계자가 되면서 삼전의 미래가 바뀌는 건가.
“부모 이혼 소송을 기사로 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을 거야.”
[전태국, 그렇게 속 편한 소리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형, 근데 타이밍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전태국은 어느새 태연한 얼굴로 샴페인을 마셨다.
“나는 우리 부모님 이혼 안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아버지도 오래 참았지. 이번 동영상도 솔직히 엄마가 뒤에서 푼 거잖아.”
“그게 아니라 왜 하필 형이랑 제가 한국에 없는데, 이 기사가 났을까요?”
“그게 뭐?”
전태국이 순진하게 눈을 끔뻑였다.
“정말 모르겠어요?”
“아들에게 이혼 기사를 안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인가?”
“그게 아니죠. 형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되찾으려는 행보인 거죠.”
“이혼으로?”
“아마… 형 어머님이 동영상 사건에 연루된 거 언론에 흘릴 거예요. 전재형 회장의 망가진 이미지를 다시 쌓기 위해서요.”
전태국은 머리를 긁적였다.
“난 도대체 네가 뭔 말하는지 모르겠어.”
“형 어머님이 원한 게 전재형 회장이 뒷방으로 물러나고, 형이 삼전의 얼굴이 되는 거였잖아요.”
“그렇지.”
“그걸 전재형 회장은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 말인즉슨, 형의 후계 구도도 흔들린다는 말이고요.”
“설마… 아버지는 여태까지 날 후계자로 미셨어. 걱정하지 마.”
[전태국, 넌 전재형 회장을 정말 모르는구나…]전재형 회장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와이프도 자식도 버릴 인간이다.
이번 생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하지만 점점 더 흥미로워지기도 했다.
전태국은 과연 삼전 후계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