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08화(408/576)
제408화
J.J. 시몬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나를 응시했다. 마치 내 속을 꿰뚫어 보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전성국 대표님, 난 당신을 오늘 처음 봤어요. 당신도 날 처음 봤고요. 내 연기도 안 보고, 어떻게 그런 큰 금액을 베팅하는 거죠?”
속으로 아차, 싶었다.
사실 조금 성급한 배팅이기도 했다.
“J.J. 시몬스 씨, 나는 당신의 연기를 익히 봐왔거든요.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요.”
“하지만 이 역을 하는 나는 보지 못했잖아요.”
“그 말도 맞죠. 그럼, 오늘 오디션에 오시겠어요? 만약 오디션에 오신다면 계약 조건은 유효합니다.”
J.J. 시몬스는 들고 있던 <채찍> 대본을 내려놨다. 그러곤 빙긋 웃었다.
“전성국 대표님, 선택의 문제인가요? 마블을 선택하느냐, 혹은 이 영화를 선택하느냐.”
“아니에요. 전 그렇게 잔인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J.J. 시몬스. 나 관대한 사람이야.]J.J. 시몬스는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마블 오디션 끝나고 저희 오디션에 오세요. 당신을 기다릴 만큼의 여유는 아직 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군요. 좋습니다. 에이전시랑 이야기해 볼게요.”
“에이전시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난 당신이 영화 보는 안목을 가졌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는 바입니다.”
J.J. 시몬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당신은 당할 수가 없네요. 오디션 시간까지 준다니, 당연히 <채찍>의 오디션도 봐야죠.”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J.J. 시몬스.”
[시몬스, 여기가 당신이 누울 자리야. 두 발 다 뻗고 편안히 누우라고!]* * *
데니스는 오디션장으로 가는 내내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성국, 근데 진짜 J.J. 시몬스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못 타면 어떻게 하려고 해?”
“나 그 정도 돈은 있어.”
솔직히 현재 J.J. 시몬스의 출연료는 신인 배우들에 비해서 비싼 것이지,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열 배라고 해도 비트코인까지 가지고 있는 내가 두려워할 금액은 아니었다.
데니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성국, 그럼… 다른 배역들도 좀 더 거물급으로 캐스팅해도 돼?”
“데니스, 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신선한 인물들을 캐스팅하는 거야. 저예산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을 발견해내는 게 감독의 선구안 아니야?”
“암튼 잘 빠져나가. 근데… 내가 듣기로는 마블이랑 우리 영화랑 촬영 시기가 거의 겹칠 것 같다던데…. J.J. 시몬스가 우리를 선택할까?”
“J.J. 시몬스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채찍>을 선택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할게, 데니스.”
데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J.J. 시몬스나 에이전시나 자신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을 확률이 몇 퍼센트일 거라고 생각하겠어?”
“거의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그런데 못 받는다면 10배의 출연료를 준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J.J. 시몬스나 에이전시 입장에서 이 영화를 안 할 이유가 없지. 대본도 좋고… 연출은 검증이 안 됐지만, 단편영화는 훌륭했잖아. 스티븐 스필버스도 기대할 만큼.”
데니스가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성국, 이번에 SNS 새로 낸 거 반응 안 좋더니 아예 영화 쪽으로 옮기려는 속셈이야?”
“데니스, 나는 돈이 되고 의미가 있는 곳에 가는 거야. 그리고 이번 SNS 절대 안 망해.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야.”
“정말… 저 자신감은 나도 배우고 싶다.”
나는 팔짱을 끼고 잠시 눈을 감았다.
“데니스, 나 좀 잘게. 요 며칠 정말 피곤했거든.”
“알았어. 오디션장 도착하면 깨울게.”
나는 그 말에 동시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채찍>의 오디션장을 찾은 배우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두들 살짝 긴장한 얼굴이었고, 다들 낯선 얼굴이었다.
잘생긴 배우들도 있었지만, 그런 배우들은 연기를 못했다.
데니스가 옆에서 소곤거렸다.
“주인공 역할이 약간 너드 느낌 나는 친구로 구하긴 하는데… 다들 연기도 맥이 빠지네.”
“2차 오디션인데, 좀 추린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2차라 더 못하는 건지. 처음 봤을 때 그런 느낌이 없어.”
그러더니 데니스는 다시 눈을 크게 떴다.
“아, 이 친구! 이 친구 좀 눈여겨 봐줘. 내가 괜찮게 본 친구거든.”
“알았어.”
[데니스, 걱정 마. 난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곧 큰 키에 우중충한 얼굴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전 작이 톰 크루저의 아내로 유명한 니콜 캐드먼의 작품에 출연해서 조금 얼굴을 알린 배우였다. 하지만 여전히 인지도 면에서는 부족했다.
배우는 오디션장에 들어오더니 나와 데니스를 번갈아 봤다.
데니스가 나를 얼른 소개했다.
“마일리, 우린 두 번째죠?”
“네, 데니스.”
“여긴 우리 영화의 투자자인 전성국 대표에요. ‘페이스 노트’의 대표이자 뭐 기타 등등 많이 하고 있는 친구죠.”
마일리 테일스.
정말 이름만큼이나 임팩트가 없는 친구이기는 했다.
우유부단한 얼굴 생김새. 하지만 그 얼굴 덕분인지 잘생긴 배우들 사이에서 오히려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마일리 테일스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했다.
“이게 한국식 인사라고 본 것 같아서요.”
“제가 투자하는 것도 알았나요?”
“몰랐는데… 나오는 친구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더라고요. 나보다 잘생긴 ‘페이스 노트’ 대표가 앉아 있으니, 긴장돼서 1차 때보다 더 떨렸다고요.”
적당한 아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아부도 하실 줄 아시네요.”
내 말에 마일리 테일스는 빙긋 웃었다.
“사실은 복도에 앉아서 나오는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는 이 말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실제로 보니까… 제가 뱉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네요.”
[맞는 말이긴 하지.]옆에서 데니스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성국, 오디션이나 제대로 봐.”
“데니스, 걱정 마.”
나는 다시 자세를 바로 고쳤다. 그리고 마일리 테일스를 쳐다봤다.
“마일리, 미안하지만 아부는 가산점이 없어요. 지금부터는 연기로 승부 보세요.”
“당연히 그래야죠.”
마일리 테일스는 표정을 잡더니 <채찍>의 한 장면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정말 숨 막힐 듯한 멋진 연기였다.
데니스는 연기가 끝나자마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얼른 데니스의 어깨를 꽉 잡고 조용히 속삭였다.
“데니스, 정신 챙겨.”
“어… 성국. 알았어.”
데니스는 얼른 정신을 챙기더니, 감독답게 몇 가지 연기를 더 주문했다.
아직 신인인 마일리 테일스는 데니스의 요구를 다 들어줬고, 나는 그의 연기를 조용히 감탄하며 지켜봤다.
[주연은 정해졌네….]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마일리 테일스가 나가고 데니스에게 나는 속삭였다.
“데니스, 바로 저 친구야.”
“성국, 너도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그럼, 나머지 오디션은 보지 말까?”
“무슨 소리야. 저 친구가 자신이 유력하다는 사실을 알면 에이전시에서 개런티를 올리려고 들 거잖아.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저 친구를 캐스팅해야 해. 저예산 영화잖아.”
“성국, 너 이럴 때 보면 정말 지독한 거 알아?”
“데니스, 이것만 기억해. 이 영화를 만들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거!”
데니슨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난 정말 너를 못 당하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 * *
주연배우의 오디션이 끝나고 드디어 지휘자 역할을 할 배우의 오디션이 시작됐다.
마블 영화의 오디션을 보고 도착할 J.J. 시몬스는 맨 마지막 순서였다.
2차 오디션에 온 두 명의 배우들은 낯은 익었지만, 솔직히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연기를 보이진 못했다.
나와 데니스는 배우들이 나가자마자 하품을 연신 했다.
“성국, 두 사람 중 괜찮은 배우는 있었어?”
“없다는 건 너나 나나 아는 일 같은데….”
중요한 건 이제 J.J. 시몬스의 도착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J.J. 시몬스 측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데니스는 조금 의기소침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네가 그렇게 애써줬는데도… J.J. 시몬스는 안 올 모양인 것 같아. 마블이 좋긴 하지. 한번 터지면 대박이고, 전 세계적으로 얼굴도 알리는 거잖아.”
“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나는 팔짱을 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핸드폰에 스티븐 스필버스의 이름이 떴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받았다.
“스티븐!”
– 성국, LA에 왔으면 말을 했어야지.
“우리 내일 만나기로 했잖아요. 오늘은 데니스 영화 오디션 중이에요.”
– J.J. 시몬스가 나한테 연락을 했어.
스티븐 스필버스는 자신의 영화처럼 사람을 낚을 줄 알았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무슨 일로요, 스티븐?”
-자기가 전성국이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사기꾼이 아닌지 묻더라고. 내가 일전에 J.J. 시몬스를 만났을 때, 자네에 대한 영화를 준비한다고 했거든.
사기꾼이라고?
“스티븐, 그래서 뭐라고 말했어요?”
– 뭐라고 말하긴. 내가 전성국이라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는 건,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라고 말했지.
“그게 무슨 의미예요, 스티븐?”
– 무슨 의미이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빛나는 사람이라고 했어. 나도 처음엔 이 사람이 사기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었지만, 막상 일하는 것이나 여러 가지를 살펴보니 전성국이라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왜 J.J. 시몬스는 저희 오디션에 오지 않죠?”
스티븐은 잠시 웃었다.
– 성국, 자네를 만나기 위해서는 모두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사실만 기억하게.
[스티븐, 난 관대하다고.]“스티븐 기억할게요. J.J. 시몬스에게 다른 말은 안 했죠?”
– 아… J.J. 시몬스가 자네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이 영화로 받지 못하면 10배가 넘는 출연료를 약속했다기에, 내가 그랬지. 성국이 호언장담하는 일은 해보라고. 어쨌든 자네는 이 영화로 명예를 얻든, 혹 얻지 못하다면 돈이라도 버는 거 아니냐고.
“고마워요, 스티븐. 우리는 내일 봐요.”
– 기다리고 있겠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데니스와 나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 등장할 차례였다.
문이 열리고, J.J. 시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J.J. 시몬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민망한 듯 우리를 쳐다봤다.
“마블 오디션은 잘 마쳤습니다. 지금부터 <채찍>의 오디션을 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데니스는 흔쾌히 대답했다.
* * *
J.J. 시몬스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힘이 들어갈 때와 빠질 때를 정확히 알았고, 연기하는 내내 그는 정말 <채찍>의 지휘자 그 자체였다.
데니스 그리고 나도 넋을 잃고 바라봤다.
J.J. 시몬스는 연기를 마친 후에 숨을 내쉬며 우리를 쳐다봤다.
“데니스, 성국…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J.J. 시몬스는 다시 잠시 숨을 고르고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솔직히요… 저 <채찍>의 이 역할 미치도록 하고 싶습니다. 성국이 제시한 그 조건, 계약서에 안 넣어도 돼요. 그냥 저 이 역할 하고 싶습니다! 정말로요!”
그 순간, 데니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J.J. 시몬스! 저도 당신이랑 일하고 싶어요! 정말 이 역에 당신만 한 사람이 없어요.”
데니스는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말은 딱 한마디였다.
“J.J. 시몬스 씨, 당신은 <채찍>에 캐스팅됐습니다. 그리고… 내 조건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지 못하면 난 당신에게 10배의 출연료를 물어줄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같이합시다!”
내 말에 J.J. 시몬스는 이를 다 보이며 웃었다.
“이런 역에, 이런 제안이라면 마블도 포기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