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1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11화(411/576)
제411화
나는 엄마의 전화를 받아들었다.
– 성국아, 민국이가 아까 뭔 기사를 하나 보내왔는데… 이게 뭔 소리야? 앤 헤이웨이랑 하룻밤을 보냈다니?
“어, 엄마. 그게 잘못 기사가 나간 거야. 그냥 같이 나온 건데, 여기 미국은 파파라치가 워낙 극성이라서 내가 좀 보호해줬거든. 그랬더니 그런 기사가 나갔네.”
– 성국아….
엄마의 목소리는 무섭도록 차분했다.
“어, 엄마….”
[왜, 난 엄마 앞에 서면 작아지는 걸까…]나는 괜히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 성국아, 너도 이제 성인인데…. 여자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지는 건 좋다고 봐. 그런데… 하룻밤만 보내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않을까.
“어, 엄마. 진짜 그런 관계 아니야.”
– 어쨌든, 하아….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넌 엄마랑 아빠 아들이고. 민국이 형이자 지희 오빠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장남인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한단 말이야.
“엄마, 걱정 마. 나 정말 이상한 짓 안 하고 다녀.”
– 한국 오면 아빠가 보자고 하셔. 알았지?
“어, 엄마.”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전태국이 큭큭 웃었다.
“세상에서 너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너희 부모님밖에 없을 거야. 그나저나 성국아… 앤 헤이웨이 어땠어?”
“제발 그만하라고요!”
[비즈니스 관계였다고, 말은 절대 못 해!]* * *
샘과 애덤은 어두운 얼굴로 IT 박람회장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샘과 애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샘, 애덤. 왜 이렇게 얼굴이 어두워요?”
“성국… 띡똑 반응이 너무 안 좋아서 그렇죠.”
샘이 시무룩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직 띡똑의 시대가 오지 않았을 뿐이에요. 두 사람 밥은 먹었어요?”
애덤이 고개를 강력하게 저었다.
애덤이 식사도 안 챙기다니… 상심이 크긴 큰 모양이었다.
나는 애덤의 어깨를 토닥였다.
“애덤, 햄버거 먹으러 가요. 미국에 왔으니, 간만에 미국 음식 먹으러 가요.”
“그래요, 성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샘과 애덤이 나를 따라왔다.
* * *
우리는 박람회장 근처의 햄버거 가게에서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었다.
애덤은 입맛이 없다면서 두 개째 먹고 있었다.
[애덤, 정말 입맛이 없나 보네…. 평소 같으면 지금쯤 세 개는 족히 먹었을 텐데….]이때, 막 화장실을 다녀오던 샘이 나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성국, 이것 좀 봐요. 뭔가 이상해요.”
“뭐가요?”
“신문에서도 그렇고,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우리 띡똑에 대해서 엄청나게 안 좋은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나는 샘이 건넨 신문을 훑었다.
박람회장 근처라 그런지 이번 IT 박람회에 대한 기사가 크게 실린 IT 관련 신문이었다.
– 전성국 대표의 대실패! 띡똑의 처참한 결과에 띡똑 부스는 발길이 끊겼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LA 가기 전에도 이런 기사들 많이 나왔잖아요.”
발표회가 끝나고 띡똑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다.
사실 내가 앤 헤이웨이와 사진을 찍힌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바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였다.
이제 곧 ‘페이스 노트’도 상장하는데, 괜히 띡똑 때문에 ‘페이스 노트’마저 평가 절하당할 필요는 없었다.
“성국, 이것도 봐요.”
샘이 핸드폰으로 다른 기사를 띄워 내밀었다.
– 전성국 대표의 실패작, 띡똑. 실리콘밸리에서 철저히 외면받다.
이쯤 되니,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뉴욕에 있는 피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피터라면 아마 이 기사들의 배후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성국…. 안 그래도 자네 뉴욕 일정 때문에 연락하려고 했네.
“피터, 뉴욕에서 보기 전에 좀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 무슨 일인가?
“띡똑과 저에 대한 기사들이 너무 나와서요.”
– 그거야 자네가 워낙 주목받는 인물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피터도 알다시피 언론이라는 게 워낙 이슈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비난 일색인 건 좀 의외이긴 하거든요. 아무리 망작이라고 해도 여러 기사 중 하나쯤은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띡똑 기사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 흠… 내가 ‘페이스 노트’ 상장 일 때문에 띡똑에는 소홀했군. 아무래도 뒤에서 누가 장난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럼, 알아보고 연락 주겠네.
“고마워요, 피터.”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햄버거를 집었다.
애덤과 샘이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국, 정말 음해 세력 같은 게 있는 건가요?”
솔직히 모른다.
어쩌면 띡똑이 이번 생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햄버거를 한입 깨물었다.
“애덤, 샘. 모든 일은 아직 다 불확실해요. 지금은 우선 햄버거나 먹자고요. 배고프잖아요.”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전태국이었다.
무슨 일이지?
* * *
“성국아, 여기….”
출장이라고 쓰고, 휴식 중인 전태국이 다급한 얼굴로 손을 들었다.
“형, 갑자기 호텔 방에 오라고 한 이유가 뭐예요?”
전태국은 전화하더니 다짜고짜 호텔 방으로 나를 다시 불렀다.
“성국아… 내가 이상한 정보를 하나 입수했어. 밖에서 말하기 곤란해서….”
“이상한 정보요? 우선 그 정보의 입수처가 어디에요, 형?”
“우리 엄마.”
철의 여인이라고?
지금 철의 여인은 전재형 회장과 이혼 소송으로 정신이 없을 텐데….
나는 의아한 눈으로 전태국을 쳐다봤다.
“성국아, 내가 왜 이렇게 너를 불렀냐면…. 우리 엄마가 이런 소식 잘 안 전하는 사람인데… 아마 아버지랑 이혼 소송 중이라 그러시는 것 같아.”
“형, 핵심만 말해줄래요. 안 그래도 띡똑 때문에 신경 쓸 게 많거든요.”
“그래, 띡똑! 그 이야기야!”
띡똑에 관해서 철의 여인이 정보를 줬다고?
[이거 가슴 떨리게 흥미진진해지는데?]나는 전태국을 쳐다봤다.
“형, 어서 말해 봐요.”
“엄마 말로는 아버지가 띡똑에 대한 투자를 전면적으로 재검토 중이래.”
“재검토 중이라는 말은 띡똑에서 발을 빼겠다는 말인 거죠?”
“어….”
나는 턱을 매만졌다.
띡똑에 대한 음해성 기사들이 연이어 나왔고, 거기다 삼전이 띡똑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한다니?
“형, 정말 이상한데요….”
“뭐가?”
“솔직히 삼전이 띡똑에 대한 투자를 걷어 들인다고 해도 전 걱정이 없거든요.”
효진의 투자가 있었고, 효진 구수영 회장님의 믿음은 변치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그게 이상해. 아버지가 갑자기 왜 그러시지?”
“형을 길들이기 하려는 모양이시네요.”
“나를?”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난 대외적으로 거대한 재산은 없었다.
삼전 측에서 보자면 아직 상장도 되지 않은 SNS 기업의 대표일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움직일 수 있는 돈은 없다고 본 것이다.
[전재형 회장, 나를 우습게 봤어.]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가진 비트코인을 비롯해서 앞으로 떡상할 일만 남은 테슬론의 주식 등,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전재형 회장의 개인 자산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재형 회장은 띡똑에서 삼전이 손을 떼면 아마 내가 기겁해서 달려갈 것이라고 여긴 것 같았다.
“성국아, 근데 말이야. 엄마 말로는… 재검토도 재검토인데, 외국계 기업에 삼전의 지분을 넘긴다는 것 같아.”
“네?”
“외국계 회사에다가요?”
“응.”
“그 회사가 어딘가요?”
“엄마도 거기까지는 모르겠대. 그러면서 그러시더라고. 아무래도 아버지가 나와 너를 한 세트로 묶어서 조련하려는 것 같다고.”
[그럼, 이해가 되지.]삼전은 자신이 투자한 띡똑의 지분은 다른 회사에 넘기려는 모양이었다.
나나 효진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아마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전재형 회장의 지분을 내가 인수하려고 할 테니, 전재형 회장은 그때 다른 외국계 기업에게 이 지분을 넘기느냐 마냐로 나를 떠볼 생각일 것이다.
[하아… 정말 전재형 회장… 이번 생에서는 악연인 것 같은데….]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피터였다.
“피터, 저예요.”
– 성국, 자네가 부탁한 그거 말이야.
“네, 피터. 알아보셨어요?”
– 띡똑의 삼전 지분을 인수하려고 하는 회사가 있대.
“거기가 어딘가요?”
– 윙클 인베스트먼트. 성국, 어딘가 익숙하지 않아?
윙클 인베스트먼트라고?
나는 실소가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혹시 거기가 캐머런과 타일러 윙클이 하는 회사인가요?”
– 응. 자네와 하버드 동문이잖아.
“라이언 클럽의 선배들이기도 하고요.”
나는 오랜만에 윙클 형제를 떠올렸다.
금발 머리에, 큰 키. 차가운 얼굴들.
자신들이 이룬 것보다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 더 많은 전통적인 미국의 부자인 그들이었다.
“피터, 그럼 윙클 쪽에서 띡똑에 대한 언론플레이도 한 건가요?”
– 그런 것 같아. 윙클 가문이 워낙 월가랑 언론 쪽으로 인연이 깊잖아. 내 생각에는 잘은 모르지만, 자네가 띡똑을 들고 IT 박람회에 참여를 공식화한 순간부터 계획된 일인 것 같아.
“피터, 윙클 형제의 다음 스텝은 뭘까요?”
– 삼전의 지분을 인수하려고 들 것이고. 어쩌면 내 생각인데… 이렇게 언론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페이스 노트’ 상장에도 불리할 수 있으니. 띡똑을 자기들이 전면적으로 인수하려는 작전 아닐까?
“숟가락을 얹고 싶은데, 안 되면 밥그릇까지 뺏어가겠다는 거군요.”
– 그런 것 같아.
피터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큰 변수는 결국, 삼전이네요.”
– 그렇지. 삼전이 지분을 윙클 형제에게 넘기지 않으면 자네에게 직접 제안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자네는.
“넘기지 않을 테니까요.”
– 성국, 뉴욕에는 언제 오지?
“모레 넘어가려고요. 마크랑요.”
– 그때 다시 이야기하지.
“네, 피터.”
나는 전화를 끊고, 턱을 매만졌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게임을 시작할 것 같았다.
전태국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괜찮아?”
“형, 안 괜찮죠. 전재형 회장이 띡똑의 삼전 지분을 윙클 형제들에게 넘기면…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니까요.”
“근데, 너 지금 엄청 신나 보여.”
“네, 형. 저 지금 엄청 신나요. 윙클 형제들이랑 싸우는 건 언제나 재미있거든요.”
[물론, 내가 이겨야 하지만….]전태국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근데… 우리 아버지 진짜 왜 그러시는 거야? 띡똑 평가가 안 좋은 거 핑계 삼아서 나랑 너를 묶어서 조련하시려는 거 맞지?”
“아마도요.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띡똑 지분을 팔면 되니까요.”
“진짜 우리 아버지 왜 이러시냐….”
“형, 형은 샌프란시스코에 남아서 남은 일정 진행하세요. 아마 뉴욕에 전재형 회장이 직접 올 것 같아요.”
“아버지가?”
“네….”
이런 싸움은 길게 끌면 좋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전재형 회장의 성격상 이런 일은 빨리, 그리고 직접 해결할 게 분명했다.
* * *
뉴욕 공항에 내리자 그레이스가 우리를 반겼다.
“성국… 마크… 정말 오랜만이야.”
“그레이스, 잘 지내셨죠?”
“응. 나야 늘 그렇지.”
“피터는요?”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대.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온다고 했나 봐.”
그레이스는 늘 그렇듯 온화한 얼굴로 우리를 안내했다.
“아, 참. 성국… 오늘 오는 손님들 미팅이 3시라고 하거든. 그때 같이 보자고 피터가 그러더라고.”
“중요한 손님들이라고?”
“응. 성국도 다 아는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 전까지 피터에게서 따로 언질은 없었다. 하지만 대충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마크는 성국이 미팅할 사이에 나랑 오랜만에 뉴욕 데이트나 하자.”
“좋죠, 그레이스.”
* * *
나는 피터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피터의 투자사는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나를 안내했다.
“대표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달칵.
피터의 사무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들이 나를 쳐다봤다.
역시….
“성국, 우리 기억하지? 오랜만이야.”
캐머런과 타일러 윙클 형제. 그리고.
“전 대표, 여기서 보니 또 색다르군.”
전재형 회장이었다.
나는 후드를 가다듬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 이제부터 싸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