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1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13화(413/576)
제413화
트레버 밀턴은 나를 한눈에 알아봤다. 하지만 애써 모른 척을 하며 타일러에게 인사를 건넸다.
“타일러, 오랜만이야.”
“선배도요. 잘 지내죠?”
“잘 지내긴. 나야 너희 같은 금수저랑은 다르잖아. 정신없이 일하고 있지.”
나는 트레버 밀턴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전성국?”
트레버 밀턴은 여전히 모른 척을 했다.
[트레버 밀턴 괜히 모른 척하는 거 다 알고 있어.]월가에서 나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트레버 밀턴의 연기력은 정말 형편없었다. 인성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내 소개를 했다.
“‘페이스 노트’의 대표이자 너튜브와 인스타그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하… 그 SNS의 제왕?”
“제왕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네요.”
“무슨 말이에요. ‘페이스 노트’ 사용 안 하는 미국의 20대가 없잖아요. 너튜브랑 인스타그림 성장 속도도 무섭고요.”
“역시 기업 분석을 확실하게 하시네요.”
“저를 아시나요?”
“트레버 밀턴의 리포트. 유명하잖아요.”
내가 살짝 띄워주자 트레버 밀턴은 미소를 짓더니 손짓을 했다.
“제 테이블에 앉으시죠. 우리 할 이야기가 많을 거 같은데요.”
[나도 바라는 바야, 트레버.]나는 타일러에게 눈짓하고 자리에 앉았다.
* * *
트레버 밀턴의 자리는 핫한 클럽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 거기다 옆으로는 빅토리아 코르셋의 실제 모델들이 앉아 있었다.
[없는 것들이 꼭 여자와 돈으로 과시하지.]나는 빙긋 웃었다.
트레버 밀턴은 옆에서 시가를 연신 피워댔다.
“성국, 뉴스에서 모습이랑 실물이랑은 좀 다르네요. 엠마 왓튼이랑 앤 헤이웨이도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엄청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뭐,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게 열광할 정도인가?”
[트레버, 네가 잘생겨 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 같네.]난 애써 빙긋 웃었다.
이 자리에서는 속내를 먼저 드러내는 자가 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트레버는 벌써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잘 보셨어요. 제가 사진발을 좀 잘 받아요.”
“하하하.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사진이 훨씬 잘생겼어요!”
트레버 밀턴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어댔다.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것은 트레버 밀턴뿐이었다.
[내가 사진발만 잘 받는다고? 허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지.]나는 실물도, 사진도 완벽했다.
큰 키에, 균형 잡힌 비율! 거기다 완벽한 이목구비!
트레버 밀턴 옆에 앉은 빅토리아 코르셋의 모델 한 명이 한심한 얼굴로 트레버 밀턴를 쳐다봤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지젤이에요. 내 이름은 들어봤죠?”
“아… 그 유명한 지젤 본처 맞으시죠?”
“네, 그냥 우연히 놀러 왔는데… 제가 이런 하찮은 인간 옆에 앉아서 이런 대화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세상이 다 아는 슈퍼모델.
거기다가 한때 세계적인 스타인 레오나르도 비카프리오의 여친인 지젤 본처.
그런 여자가 트레버 밀턴를 까내리고 있었다.
나는 지젤이 손을 잡았다.
“지젤… 전 트레버와 이 자리에서 나눌 이야기가 있어요.”
내 말에 지젤의 눈빛이 심드렁해졌다.
아마, 너도 같은 인간인 것인가. 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지젤, 내가 트레버와 할 이야기 뭔지 궁금하지 않아요?”
“글쎄요.”
“한번 들어봐요. 자리를 뜨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
나의 확신에 지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 * *
나는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술을 마시고 시가를 피워댔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뉴욕이었고, 마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적이었다.
[경계를 늦출 수는 없지….]캐머런과 타일러 윙클.
아무리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나를 대한다고 해도, 하버드 시절의 앙금이 아직 말끔히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트레버 밀턴.
띡똑을 가치 절하해서 한입에 삼키려는 인간이었다.
트레버 밀턴는 빙긋 미소를 짓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당신은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해요?”
[뭐지? 이 당연히 답이 전해져 있는 질문은?]내가 미간을 슬쩍 구기자 트레버 밀턴가 웃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보네.”
“트레버, 저 사실 아이큐가 121밖에 안 돼요. 천재는 아니죠.”
“성국, 내가 한 질문에 그렇게 정색하고 대답하면 어떡해요.”
트레버 밀턴는 다시 웃어 젖혔다.
확실한 것은 술과 시가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옆에서 마크가 내 어깨를 감쌌다.
“성국아, 여기 사람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이만 자리를 뜨자. 나도 이런 클럽은 영 적응이 안 돼.”
“그래, 마크.”
[트레버 밀턴를 조지는 건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어.]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술에 살짝 취해서 헤헤 거리고 있는 타일러와 캐머런을 내려다봤다.
“타일러, 캐머런. 오늘 이 자리 고마워.”
“성국, 벌써 가게? 막 재미있어지려는 타이밍인데.”
[재미있어진다고? 누군가는 술에 취해서 나자빠지고 있는데?]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고 싶은데, 내가 아직 시차가 적응이 안 돼서…”
난 뒤집어져 웃고 있는 트레버 밀턴에게도 인사를 했다.
“트레버, 또 보죠.”
“성국! 우린 꼭 다시 봐야죠!”
트레버는 술에 취해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마크와 뉴욕의 클럽을 빠져나왔다.
그때였다.
지젤 본처가 뒤따라 나오면서 나를 잡았다.
“성국, 나도 여기 재미없는데, 나랑 다른 클럽은 어때요?”
[물론 가고 싶지. 하지만 난 일이 우선이라고, 지젤.]나는 지젤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지젤,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어떤 부탁이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서 트레버 밀턴와 윙클 형제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지젤이 큰 눈을 찡긋했다.
“지금 나보고 스파이 노릇을 하란 말인가요?”
하지만 싫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밀어붙이는 수밖에.
“네, 그거에요. 스파이. 지젤이라면 잘할 것 같은데요.”
지젤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 어깨를 툭 잡았다.
“성국, 뭐든 알아내면 연락할게요. 스파이… 무척 재미있겠네요. 단, 대가도 있어야겠죠?”
“뭐든지요.”
“대가는 나중에 내가 다시 정할게요.”
그러곤 지젤 본처는 다시 클럽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마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국, 넌 진짜 마성의 남자인 거야?”
“마크…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마크는 내 등짝을 한 대 탁 쳤다.
“재수 없는 건 분명해. 성국아, 어서 호텔 가서 우리는 햄버거에 맥주나 마시자.”
“나도 원하는 바야.”
* * *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마크와 나는 룸서비스로 햄버거를 시켜서 흡입했다.
마크는 햄버거를 두 개나 먹더니 벨트까지 풀었다.
“성국, 난 다시는 그런 비싸고 시끄러운 클럽 같은 데는 안 갈 거야. 그리고 말이야… 부탁이 있는데.”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 부탁이었다.
“리미미 씨한테는 절대 비밀로 할게.”
“고마워. 사실 우리 5월에 상장할 거잖아. 그때 뉴욕에서 버튼 누르고, 바로 밤에 미미한테 청혼하려고 하거든.”
“그것도 못 들은 것으로 할게.”
“고마워.”
마크는 배시시 웃었다.
“마크, 반지는 골랐어?”
“반지?”
마크가 천진난만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청혼하는데 반지도 준비 안 했어?”
“청혼이 그냥… 결혼하자고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정말 마크는 나에게 돈 내고 인생을 배워야 했다.
“마크, 너의 순수한 마음은 알겠으나… 여자들에게는 반지가 엄청 중요해.”
“아, 그래… 뭐, 그럼 내일 백화점 가서 하나 살까?”
“마크, 중요하단 의미가 뭔지 몰라?”
“난 여자 반지는 잘 모르잖아. 그리고 반지가 다 무슨 소용이야. 나한테는 미미가 최고고, 미미한테도 내가 최고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럼, 청혼을 하지 말던가!”
나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 생에서 삼전 후계자로 살 때 수없이 많은 여자들이 반지 때문에 울고불고했다.
결혼할 여자는 정해져 있었지만, 여자들에게 반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뉴욕 떠나기 전에 나랑 백화점 가자.”
“그래…. 네가 좀 도와줘. 넌 맨날 후드티만 입고 다녀도, 가끔 물건 살 때 보면 안목이 다르더라고.”
[그거야, 전직 삼전 그룹 후계자니까.]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뉴욕 시간으로 새벽 1시.
이제 슬슬 지젤에게서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그때였다.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고 교환한 지젤의 번호가 떴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받았다.
“지젤, 저예요.”
– 성국, 내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았어요.
지젤의 목소리에서는 술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요, 지젤?”
– 트레버 밀턴가 윙클 형제들에게 자신과 함께 성국의 띡똑을 인수하자고 하더라고요.
예상한 이야기 중 하나였다.
“다른 건 없나요?”
– 그랬더니, 타일러는 반대하고… 캐머런은 찬성했어요. 그때, 트레버 밀턴가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뭔가요?”
– 상장을 앞둔 ‘페이스 노트’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리포트를 자신이 쓰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페이스 노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성국이 띡똑을 자신에게 넘길 거라고요.
트레버 밀턴는 정말 구제할 수 없는 나쁜 놈이었다.
“지젤, 고마워요. 아주 중요한 이야기였어요. 이제 저한테 원하는 게 뭐죠?”
– 두 달 후에 크리스토퍼 놀랜 영화의 시사회가 있어요. 물론 레드 카펫도 있겠죠. 그때, 제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나요?
두 달 후라….
상장 때문에 뉴욕에 다시 와야 하니 일정은 대충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랜 영화 시사회라면 분명 앤 헤이웨이가 캣우먼으로 나오는 영화일 텐데….
분명 지젤 본처는 레오나르도 비카프로오랑 헤어지고 이슈를 원하는 게 분명했다.
“지젤, 그럴게요.”
– 약속한 거죠?
“물론이죠!”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피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피터는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성국,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트레버 밀턴가 ‘페이스 노트’에 대한 기업 평가를 준비한 것 같아요.”
– 뭐어?
“상장 전에 기업이 과대평가 됐다, 혹은 얼마 못 갈 것이다. 그런 리포트를 낼 것 같아요.”
– 하아, 정말… 트레버 밀턴 소문대로 더티하군.
“그래서 말인데요. 피터, 우리도 언론 플레이를 좀 해야겠어요.”
– 당연히 그래야지.
“그 방법은 피터가 더 잘 아시죠?”
– 그럼… 내가 이 바닥에 일한 지가 얼마인데. 우선 ‘페이스 노트’ 기업 건전성 평가에 대한 기사를 연일 쏟아낼게. 그리고 버락 오마하에게 연락 한 통 해줄 수도 있지?
“그럴게요. 버락이 ‘페이스 노트’를 소통의 장으로 써서 성과를 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죠.”
– 그다음에는 내가 각종 언론사에 ‘페이스 노트’에 대한 음해성 리포트들이 올라올 것이라고 경고할게. 재무제표를 공개하면, 아무도 ‘페이스 노트’ 상장에 태클은 못 걸 거야.
“고마워요, 피터.”
피터는 전화 너머로 피식 웃었다.
– 성국, 내가 죽는 날까지 자네 편인 건 알지?
“그레이스 소개시켜 드린 이유잖아요.”
– 하하하. 정말 못 말려. 혼맥이 중요하지. 그럼, 내일 아침 눈뜨자마자 선공하겠어.
툭.
전화가 끊겼다.
클럽에서 술과 여자에 취한 트레버 밀턴는 상상도 못 할 아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 *
– ‘페이스 노트’ 상장 앞두고 기업 건전성 평가 오픈. 그 어느 SNS 기업보다도 탄탄한 재무제표. 공개 이유는 상장을 앞두고 월가의 루머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페이스 노트’ 전성국 대표의 설명이 덧붙였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트레버 밀턴에 대한 기사 하나를 은밀히 냈다.
– 월가의 천재 투자자 트레버 밀턴. 기업 분석 예측으로 유명해진 그의 최근 리포트 적중률은 알려진 것과 달리 5% 미만인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 기사 하나로 트레버 밀턴의 투자는 곧바로 위기를 맞이했다. 상대보다 내가 먼저 상대를 쓰러트려야 하는 곳이 바로 경제의 세계였다.
이제 트레버 밀턴은 띡똑에 신경쓸 여력조차 없었다.
나는 노트북을 덮고, 마크와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다.
마크의 청혼 반지를 구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