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1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17화(417/576)
제417화
나는 당장 논현동 민국이네 연습실로 달려갔다.
연습실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초토화였다.
모두들 의욕을 잃은 채 바닥에 앉아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래도 <세븐즈> 멤버들은 겨우 일어나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성국이 왔어?”
하지만 목소리는 이미 의욕 상실 그 자체였다.
그건 방무혁도 마찬가지였다.
“성국아…. 왔니….”
왠지 여기서 JM 아이돌 이야기를 꺼내면 더 상황은 안 좋아질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대화를 돌렸다.
“아저씨, 저녁은 드셨어요?”
“간단히….”
간단히란 말을 들으니 안 먹은 모양이었다.
<세븐즈> 멤버들은 이제 데뷔도 얼마 안 남아 모두들 앙상하게 마른 상태였다.
“민국아, 저녁 먹었어?”
“우리?”
“응.”
“아직… JM 아이돌 사진 보니까 살을 더 빼야 할 것 같아, 형아.”
평소와 달리 민국이의 어깨가 축 처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내가 밥이라도 사야 할 것 같았다.
“아저씨, 다들 기운 빠진 모양인데… 오늘 하루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방무혁은 아이들을 흘금 쳐다봤다.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할래?”
“네에!”
다행히 먹는 것에 기운을 차린 것을 보니,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소고기 먹으러 가자!”
* * *
여기저기서 소고기 굽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방무혁과 내 자리에는 소주도 놓였다.
“성국아, 한잔해.”
“아저씨, 기운 내세요. 저는 <세븐즈>가 잘될 거라고 확신해요.”
[이건 정말 100% 진심이야, 방무혁.]“그랬으면 나도 소원이 없겠다.”
나는 얼른 잔을 받고, 방무혁의 빈 잔을 채웠다.
옆을 보니 민국이를 비롯한 멤버들은 쉴 새 없이 소고기를 흡입하고 있었다.
“얘들아, 좀 익혀서 먹어.”
“대표님, 소고기는 원래 불에 닿으면 먹는 거래요.”
민국이는 어느새 기운을 차리고 넉살 좋게 되받아쳤다.
한창 먹을 나이들의 남자애들 일곱 명이 모였으니, 고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아저씨, JM에서 나오는 아이돌이 그렇게 잘생겼어요? 솔직히 우리 <세븐즈>도 뒤처지지 않잖아요.”
[물론 나보다야 못하지만.]“아하, 한번 볼래?”
방무혁 대표는 나에게 JM에서 나오는 남자 아이돌 사진을 보여줬다.
“멤버들 다 공개됐고,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팬클럽도 다 있는 애들이야.”
나는 방무혁이 내민 JM 아이돌을 한 명씩 찬찬히 살펴봤다.
잘생긴 애도 있고, 개성 강한 마스크도 있었다.
“솔직히 세련된 느낌은 있지만… 우리 <세븐즈>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데요.”
나는 솔직한 감상평을 전했다.
“그렇지. 나도 우리 애들이 더 잘난 것 같아…. 근데, 아무래도 JM은 자본이 막강하니까. 의상부터 시작해서 장난 아니지, 뭐.”
[방무혁, 짠내 나게 키우는 게 우리 콘셉트이잖아. 나처럼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집안 일으키듯이, <세븐즈>도 가난한 중소 출신이 기업 일으키는 거라고!]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민국이는 손을 번쩍번쩍 들더니 소고기를 더 시켰다.
“여기요, 여기 7인분 더요.”
[흠… 이런 거 쪼잔하게 계산 안 하려고 했는데… 니들 벌써 다섯 번째야.]거기다 방무혁도 오랜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고기를 먹어댔다. 소주도 벌써 두 병째….
그리고 <세븐즈> 멤버들의 얼굴도, 방무혁이 얼굴도 연습실에 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방무혁을 다시 쳐다봤다.
“아저씨, 요즘 회사 많이 힘들죠?”
“너도 알잖아. 우리 돈 없는 거… 내 저작권 수입으로 근근이 버티는데… 진짜 이게 마지막인 것 같아.”
말을 하면서도 방무혁의 젓가락은 쉬지 않았다.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나는 다시 사건을 재구성했다.
민국이가 나에게 JM에서 남자아이돌이 나온다고 징징거리면서 전화를 한다.
그래서 내가 연습실로 달려와 봤더니, 방무혁까지 함께 축 처져 있다.
JM에서 나오는 남자아이돌이 잘생기긴 했지만, <세븐즈>도 만만치 않은 비주얼 멤버들이 있다.
오늘 하루 소고기 먹자고 하니 지금 막 여섯 번째 고기가 들어오고 있다.
나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민국이, 이 녀석!]* * *
“총 380만 원입니다.”
[지금 380만 원이라고? 380!]방무혁이 뒤에서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성국아, 잘 먹었는데… 너무 많이 나왔네.”
“…아니에요, 아저씨.”
나는 이를 꽉 물고 대답했다.
민국이와 <세븐즈> 멤버들도 한결 가벼운 얼굴로 조르륵 나오면서 인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어, 성국아!”
“성공한 친구 있어서 너무 좋다.”
믿었던 정우까지 한통속이라니….
나는 도망치듯 나가는 민국이의 어깨를 잡아챘다.
“전민국.”
“형아, 왜 무섭게 성까지 붙여서 부르는 건데….”
“이 형이 모를 줄 알았지?”
민국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형아… 아니, 진짜 JM 애들 장난 아니지 않아? 걔들 콘셉트 사진 보니까… 입맛도 없고….”
“민국아, 그냥 소고기 먹고 싶을 때는 편하게 말해. 형이 사줄게.”
이 순간 민국이의 눈동자는 더 크게 흔들렸다.
“형아… 왜 그래… 진짜 무섭게.”
나는 이를 꽉 물고 민국이의 어깨를 다시 잡았다.
“민국아, 그것만 기억해. 너희들 데뷔까지 3개월도 채 안 남았고. 만약 데뷔해서 실패하면 중학교 때부터 한 연습생 생활로 해놓은 공부도 없어, 대학도 못 가. 그럼, 넌 사회에 나와서 한마디로 백수가 되는 거야. 알았지?”
“형아… 먹은 거 체하겠어.”
“아이돌로 데뷔했는데 형보다 별로란 소리 들을래?”
“알았다고… 하아….”
민국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민국이의 등을 세게 두드렸다.
“잘하자, 민국아!”
* * *
철의 여인은 한남동 저택의 거실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앞에는 철의 여인의 비서인 강 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 실장은 철의 여인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말을 꺼냈다.
“삼전 측에서 이 집을 다음 달 말까지 비우시랍니다.”
“흠….”
철의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집 구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다만, 집이 문제만은 아니었다.
“강 실장, 이혼 조건 합의 가능성은?”
“비자금 때문에 저희가 위자료를 받기 힘들어진 건 사실입니다.”
“위자료 말고 주식은?”
“주식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철의 여인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정보 대체 누가 흘렸는지 알아봤어?”
“확실한 건 저희 내부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전재형 회장님이 미국에서 변호사에게 이 정황을 흘렸는데, 정황상 미국에서 만난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것 같긴 합니다.”
“미국에서 만난 사람 중에 전성국이 있고?”
“네, 사모님.”
“전성국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태국이도 모르는 일인데….”
“저희도 그게 너무 답답합니다. 저희 측에서는 전성국 대표랑 접점이 전혀 없거든요.”
강 실장 역시 매우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사실 좀 이상한 거래가 있기는 합니다.”
“이상한 거래?”
“전재형 회장님께서 보유하고 있던 알파 주식을 전성국 대표에게 투자 금액 그대로 넘기신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미국 다녀와서 버진 아일랜드의 비자금 찾으시더니, 바로요.”
철의 여인은 헛웃음을 뱉었다.
“띡똑인가 뭔가, 반응이 별로였다며?”
“그렇긴 한데…. 알아본 바로는 알파를 좀 싸게 구입하려고 월가의 투자사가 언론 플레이를 좀 심하게 한 것 같습니다.”
“흠… 미국에서 만난 사람 중 전성국이 있고… 전재형 회장은 미국에서 한국의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내 비자금을 찾아냈고…. 전재형 회장은 이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전성국에게 띡똑인지 뭔지 하는 회사의 투자 지분을 모두 넘겼다는 말이네?”
“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는 상황이죠.”
강 실장은 조심스레 대답했다.
“전성국, 원래도 마음에 안 들었어. 전재형 회장은 자기 아들보다 항상 전성국을 높게 평가하고, 심지어 사업까지 도와주고. 이제는 내 뒤통수까지 치고? 없는 집 자식이 좀 똑똑하다고 나대는 꼴이라니…”
철의 여인은 제법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전성국의 약점을 건드려야겠군.”
“약점이 뭔데요?”
“전성국의 가장 큰 약점이야… 가족이지. 밑으로 남동생이 아이돌 데뷔한다던데, 우리가 손 좀 쓸까?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사모님.”
* * *
방무혁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방송 무대 약속을 한 피디들이 줄줄이 전화를 걸어서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 피디님, 우리 애들 6월 데뷔인데… 지금부터 안 된다니요.”
– 아, 그게… 방 대표님, 근데 이건 정말 이상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전 피디는 그나마 방무혁과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뭔데요?”
– 혹시 어디에 잘못 보이셨어요? 솔직히 방 대표님이 너무 중소고, 로비도 안 하셔서 피디들이 무대 잡아주는 거 싫어했잖아요. 근데 전 <세븐즈> 동영상 보니 가능성 보여서 잡은 건데… 데스크에서 난리에요. 데스크가 데뷔도 안 한 아이돌을 알 리도 없고. 데스크에서 난리라는 건 위에서 뭔가 떨어졌단 거잖아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다른 방송국에서도 줄줄이 취소예요, 지금.”
– 우선 다른 팀 넣어놓긴 할 건데. 제가 대기로 해놓을게요. 요즘 신인들 펑크 내는 데가 종종 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네요. 미안해요, 방 대표님.
“그거라도 우선 감사합니다, 전 피디님.”
전 피디도 한숨을 내쉬었다.
– 혹시 모르니까, 이유나 한번 찾아보세요.
“네, 피디님….”
전화를 끊은 방무혁이 찾을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 * *
방무혁이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초조해 보였다.
“성국아, 이상해. 무대 약속까지 한 피디도 데스크에서 <세븐즈> 취소하라고 난리래. 데스크에서 이런다는 것은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라는 말인데… 데뷔도 안 한 우리 애들이 어디 잘못 보일 일이 없잖아. 그리고 나도 돈이 없어서 로비를 못 해서 그렇지, 피디들에게 잘못 보인 것도 없고.”
“방송국 측에서 모두 취소했다고요?”
“어…. 애들 데뷔 무대를 못 잡으면… 빛도 못 보고 사라지는 거 순식간이잖아.”
윗선에 누가 지시를 했단 말인데….
그 순간, 떠오르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바로 철의 여인.
그리고 공교롭게도 철의 여인의 남동생이 사주로 있는 신문에서 이상한 기사까지 낸 상태였다.
– 전성국 대표 동생이 속한 아이돌 그룹. 데뷔 전부터 특혜 논란!
철의 여인이 나에게 이런 식으로 하는 이유는 뻔했다.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의 비자금을 내가 전재형 회장에게 흘렸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저씨, 이 일은 저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기업하다 보면 저에게 앙심을 품는 사람들 종종 있잖아요. 걱정 마세요. 제가 해결할게요.”
* * *
“김 비서님, 진성균 제성일보 대표 아시죠?”
진성균 제성일보 대표는 철의 여인의 남동생이었다.
두 사람 사이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철의 여인은 자식들에게는 엄했지만, 동생들과는 무척이나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압니다.”
“진성균 대표 운전기사 포섭해 보세요.”
“그 말씀은?”
“포섭해서 진성균 대표가 차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좀 알아야겠거든요.”
물론 나는 잘 알고 있다.
진성균 대표는 대외적으로는 화목한 가정을 이룬 재벌 2세였지만 직원들에게는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철의 여인, 우리 가족을 건드렸단 말이지? 아무리 저번 생의 엄마라고 해도 이번 생의 내 가족을 건드리는 건 절대 용납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