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2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24화(424/576)
제424화
종을 친 후 나와 마크는 얼싸안았다.
그리고 이 사진이 미국의 모든 언론을 장식했다.
– 역사의 한 노트가 될 일이 오늘 뉴욕에서 일어났다. ‘페이스 노트’ 상장하다!
나는 흐뭇한 얼굴로 사진을 보고 또 봤다.
이때, 뒤에서 김미소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사진 뚫어지겠어요.”
나는 얼른 노트북을 닫았다.
“김 비서님, 지금 여기서 뭐 하세요?”
“뭐 하긴요. 여긴 호텔 로비이고, 저는 대표님 부모님 기다리는 중인데요.”
“아하…. 미안해요. 부모님이랑 어디 가려고요?”
“뉴욕에서 유명한 스테이크집 투어를 원하셔서 가려고요. 참, 대표님도 시간 되시면 같이 가실래요?”
“아, 그게….”
사실은 시간이 남아돌았다.
나는 상장을 마치고 나면 뉴욕의 유명한 클럽을 빌려서 샴페인쯤 터트릴 줄 알았더니, 피터는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샴페인을 터트렸고, 어젯밤 한숨도 못 잔 마크는 샴페인을 연거푸 마시더니 곯아떨어졌다.
피터 역시 잠을 설쳤다며 파티는 내일 하자고 하면서 집으로 가버렸다.
안 그래도 저녁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김 비서님, 이미 사람 수대로 예약한 거 아니에요?”
“사실은 전태국 상무님이 같이 간다고 해서 네 명 예약했는데, 점심 먹고 체하셔서 지금 방에서 꼼짝도 못 하신다고 박성희 비서가 그러더라고요.”
어쩐지, 전태국도 연락이 없었다.
상장을 하고 나면 영화에서처럼 샴페인 터트리고, 클럽 가서 하루쯤 미친 듯이 놀 줄 알았더니… 다들 긴장했던 게 풀리면서 곯아떨어지거나 아팠다.
영화 같은 삶은 없는 것이었다.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다들 오늘은 피곤하다고, 일찍 쉬네요.”
때마침 엄마와 아빠가 내려왔다.
“성국아!”
엄마는 평소에 잘 입지 않는 블랙 드레스에 내가 예전에 사준 명품 가방도 메고 나왔다.
“엄마, 오늘 엄청 예쁜데?”
“이거 김 비서님이 백화점 가서 같이 골라주신 거야. 저녁에 식사하는데, 멋 좀 부리고 싶었거든.”
“어머님이 워낙 미인이시라 뭐든 잘 어울리셨어요.”
[김 비서, 역시 맞는 말만 하네.]엄마가 손사래를 쳤다.
“김 비서님, 저 너무 띄우지 마세요. 진짜인 줄 알잖아요.”
“어머님, 무슨 말씀이세요. 대표님이랑 자제분들 외모가 다 어디에서 나온 건데요.”
아빠는 옆에서 기분 좋게 웃었다.
“김 비서님, 사실 우리 와이프. 고등학교 때 유명했어요. 동네에서 이쁘기로.”
[정말 팔불출이 따로 없네….]나는 아빠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빠, 배고파.”
“알았다. 알았어.”
* * *
예약한 스테이크집은 호텔에서 걸어가도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나와 김미소 비서를 따라왔다.
나와 김미소 비서는 일정 거리를 두고 걸었다.
“대표님, 상장하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제가 말씀 못 드린 것 같아서요.”
“축하는 많이 받았어요.”
[흠… 너무 무뚝뚝한 말이었나.]괜히 김미소 비서에게 더 무뚝뚝하게 말을 하게 됐다.
“대표님, 저도 오늘 주식 좀 샀습니다.”
“무리하지 말라니까요.”
“대표님을 믿으니까요. ‘페이스 노트’ 분명 더 오를 거예요. 그때 이 주식 팔아서 동생들 지금 지내는 투룸보다 좋은 데로 옮겨주려고요.”
“동생 둘 다 대학생이죠?”
“네, 한 명은 이제 4학년. 막내가 2학년이요. 그래도 장학금들 타오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해서 부모님이 한시름 놓으셨어요.”
동생들도 김미소 비서처럼 똑 부러지는 모양이었다.
“참, 모레 샌프란시스코로 갈 건데. 김 비서님 같이 가죠.”
“저도요?”
“‘페이스 노트’ 본사 봐야죠. 저 군 복무 끝나면 같이 갈 거잖아요.”
김미소 비서의 눈이 반짝였다.
“대표님 부모님들은….”
“태국이 형이 바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까. 박성희 비서님한테 부탁해도 되고. 뉴욕은 몇 번 오셔서 지희랑 민국이가 잘 모시고 갈 거예요. 민국이는 중학교 때 가출을 미국으로 한 놈이거든요.”
“대표님 가족분들 참 재미있으신 것 같아요.”
[가족으로 살면 안 재미있어, 김 비서.]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때, 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국아, 여기 아니야?”
“어?”
뒤돌아보니 김미소 비서와 대화하느라 스테이크집을 지나친 상태였다.
“어머, 제가 그냥 지나쳤네요. 죄송합니다.”
김미소 비서가 얼른 달려갔다.
나는 괜히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김 비서도 그냥 지나친 거 보면… 나랑 있는 게 좋은 건가….]이때, 엄마가 내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성국아, 뒤에서 지켜보는데… 두 사람 잘 어울리더라. 김 비서가 올해 스물넷 맞지? 세 살 연상은 요즘 연상도 아니잖아.”
“엄마… 그런 거 아니야.”
“알았어. 그냥 엄마는 네가 할리우드 유명 배우같이 화려한 사람보다 네 일을 이해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해서 그래.”
“엄마, 나 너무 바빠서 그럴 여유도 없어.”
아빠가 우리에게 얼른 오라며 손짓을 했다.
나는 엄마의 등을 밀었다.
“엄마, 어서 스테이크 먹자. 나 이 집 스테이크 정말 좋아해!”
* * *
“민국아. 엄마, 아빠 잘 모시고 갈 수 있지?”
“형, 나 전민국이야. 내가 책임지고 엄마, 아빠 그리고 지희까지 무사히 한국으로 데리고 갈게.”
[그래, 원래 장남이 부재중일 때는 차남이 부모님을 책임져야 하는 거야.]나는 민국이의 어깨를 꽉 잡았다.
민국이는 주변을 슬쩍 살피더니, 내가 다가왔다.
“형아… 나 면세점에서 우리 <세븐즈> 멤버들 선물 좀 사게 카드 좀.”
“민국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꼭 갚아!”
“당연하지.”
나는 민국이에게 카드 하나를 슬쩍 꽂아줬다.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미리 한도를 막아둔 카드였다.
“민국아, 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 알지?”
“당연하지, 형. 부모님 걱정은 하지 말고, 형도 어서 샌프란시스코로 가.”
민국이는 카드의 한도는 모른 채 해맑은 얼굴로 부모님과 지희의 손을 꼭 잡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 * *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전태국은 며칠 전보다 핼쑥한 얼굴로 탄산수만 마시고 있었다.
“형, 진짜 몸 괜찮아요?”
“내가 어떻게 ‘페이스 노트’ 상장 파티에 빠질 수가 있겠어. 어제 병원 가서 수액도 맞았어, 걱정 마.”
전태국은 굳이 출장 일정을 늘려서 ‘페이스 노트’ 본사에서 열릴 상장 파티까지 참석한다며 쫓아왔다.
“성국아, 나도 한때 ‘페이스 노트’에 몸담았던 사람이잖아.”
“저희 파티 막 화려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직원들끼리 조촐하게 피자 먹고 맥주 마시고… 알잖아요, 저희 분위기.”
“알지… 그래서 내가 좀 준비하라고 했어.”
[전태국, 뭘 또 준비한 거야?]나는 걱정부터 앞섰다.
“형, 또 삼전 주재원들 시킨 거예요?”
“시키다니. 부탁이라는 것을 한 거지. 너나 마크나 분명히 피자에 맥주 주문할 것 같아서, 내가 음식이랑 술 좀 신경 쓰라고 했어.”
나는 잠시 전태국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전태국은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건가?]전태국이 한때 ‘페이스 노트’에서 일하기는 했지만, 파티에까지 돈을 쓸 이유는 없었다.
이번 생에서 전태국의 행동은 가끔 헷갈리기도 했다.
분명 저번 생에서 전태국은 없느니만 못한 동생이었는데, 이번 생에서는 자주 도움이 됐다. 삼전의 힘이기는 했지만.
김미소 비서가 옆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이거요.”
“뭔가요?”
“비타민이랑 피로회복제요. 요 며칠 잠도 거의 못 주무셨잖아요. 거기다 가면 바로 ‘페이스 노트’ 상장 파티라 또 쉬실 시간 없을 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김 비서님도 챙겨 드세요.”
“네, 대표님.”
나는 김미소 비서가 사라지는 모습을 옆눈으로 흘깃 쳐다봤다.
그리고 나와 같이 김미소 비서를 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성국아, 김 비서 말이야.”
[전태국, 왜 네 입에서 김 비서 이름이 나오는 거지?]“왜요, 형?”
“김 비서 참 사람 좋은 것 같아. 너를 정말 살뜰히 보살피잖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드나 봐. 예전에는 통통 튀는 여자들이 좋았는데… 요즘은 따뜻한 여자가 좋네.”
“태국이 형, 김 비서님 안 따뜻해요. 그냥 일을 잘할 뿐이에요.”
“어쨌든. 얼굴도 예쁘고… 일도 잘하고… 삼전 비서실에 들어올 정도면 인재인 건 맞잖아…”
“형, 피곤한 건 같은데, 어서 눈 좀 붙여요. 그래야 파티 때 놀죠.”
“어, 그래….”
전태국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나는 김미소 비서가 준 비타민과 피로회복제를 찬찬히 쳐다봤다.
* * *
“사장님!!!”
‘페이스 노트’ 본사에 들어가자 제일 먼저 반긴 건 리미미였다.
리미미는 마크가 뉴욕에 가 있는 동안 ‘페이스 노트’ 본사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리미미 씨, 리미미 씨가 먼저 찾아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마크죠.”
“무슨 소리세요! 제 실력을 알아보고, 여기까지 오게 해준 게 누군데요. 바로 사장님이잖아요.”
마크가 내 어깨를 탁 잡았다.
“미미에게 사장은 영원히 너 한 명이야. 나는 미미의 남자일 뿐이고.”
그 말에 리미미는 곧 마크와 진한 키스를 했다.
[북한 사람이 미국 사람 다 됐네….]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페이스 노트’의 직원들을 쳐다봤다.
직원들은 모두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죠?”
“네에!”
여기저기서 반가운 인사가 터져 나왔다.
“성국, 안 본 사이 키가 더 큰 거 같아요.”
“잘생겨졌어요!”
“요즘은 할리우드 여배우 안 만나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이제 ‘페이스 노트’ 상장해서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다들 알잖아요.”
“성국, 이제 농담도 하는 거예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곤 진지한 눈빛으로 직원들 한 명 한 명을 훑었다.
초창기부터 같이 한 직원들부터, 요즘 새로 들어온 직원들까지.
이제는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지만, 이들이 있어서 ‘페이스 노트’가 있을 수 있었다.
물론 너무나도 익숙한 리미미와 샘, 애덤까지….
“자, 오늘은 ‘페이스 노트’의 날이자 여러분의 날이에요! 다들 놀 준비 되셨나요?”
“네에!!!”
* * *
DJ가 와서 음악을 틀고, 피자와 맥주가 산처럼 쌓인 파티.
여기까지가 나와 마크가 준비한 파티였다.
여기에 전태국이 샴페인과 캐비어. 각종 산해진미를 준비했다. 사이사이 서빙하는 남자와 여자들은 모두 모델 같은 외모였다.
직원들은 먹고 마시며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태국은 샴페인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성국아, 진짜 축하해.”
“고마워요, 형.”
“네가 여기까지 오다니… 믿겨지지가 않아.”
[나도 실감은 잘 안나.]나는 샴페인을 조금 들이켰다.
그러면서도 내 시선은 김미소 비서를 좇고 있었다.
김미소 비서도 오랜만에 한결 편한 얼굴로 직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샴페인을 즐기고 있었다.
“성국아, 나 진짜… 김미소 비서님 진지하게 생각해볼까 봐.”
뭐라고?
[전태국, 이 좋은 파티에 흙탕물을 튀기는 거야?]나는 잠자코 전태국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늘 분위기도 좋은데, 고백해 볼까?”
“형… 그 마음, 진심이에요?”
“당연하지. 나 솔직히 그동안 김미소 비서 쭉 지켜봤어. 성국아, 나 정도면 김미소 비서가 마다하지 않지 않을까? 삼전 후계자잖아.”
[금사빠, 하나도 안 변했네.]“형, 결혼 생각까지 하는 거예요?”
“김미소 비서, 평범한 집안이지만, 난 우리 부모님 보니까 정략결혼 같은 거 안 하고 싶어. 결국, 이혼 엔딩이잖아.”
전태국은 나름 진지한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김미소 비서의 반응도 궁금했다.
“형이 하고 싶으면 해야죠.”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전태국은 샴페인을 원샷 하더니 사람들을 헤치고 김미소 비서에게 걸어갔다.
그러곤 둘이 같이 정원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나도 그들을 조용히 따라갔다.
김 비서가 전태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나와의 계약은 무효가 된다.
* * *
나는 어둠 속에 몸을 잔뜩 숨기고, 두 사람을 지켜봤다.
전태국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들렸다.
“김 비서, 아니… 미소 씨. 혹시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요? 남자친구요.”
“아니요. 왜 그러세요, 상무님?”
“아… 그럼… 김 비서, 나 어때요? 사실 그동안 김 비서를 쭉 지켜보고 있었어요.”
[전태국, 급하긴….]그 말에 김미소는 당황한 듯 보였다.
“어… 혹시 남자친구로 어떠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당연하죠. 남자친구 아니라 사실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이거 너무 급한데….]김미소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전태국도 애가 타는 듯 보였고, 나 역시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야, 김 비서?]그때, 김미소가 손을 가지런히 모으더니 전태국에게 인사를 했다.
“상무님,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결혼 생각도, 연애 생각도 없습니다.”
“혹시 다른 남자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전태국. 내가 묻고 싶던 거야!]“그런 건 아니고요. 전 비혼주의자거든요.”
[나이스! 김 비서가 삼전으로 갈 일은 없겠군!]그런데 그 순간 왠지 모를 실망감에 심장이 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