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2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25화(425/576)
제425화
파티는 무르익어 갔다.
음악은 흥겨웠고, 마크와 리미미 그리고 직원들도 오늘만큼은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내가 그토록 꿈에 그리는 날이었다.
‘페이스 노트’가 상장했고, 나와 마크는 이제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가 됐다.
하지만 이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내가 설마… 김미소 비서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겠지. 내가? 설마….]김미소 비서에게 차인 전태국은 술잔을 들고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생각보다 괜찮은 얼굴이었다.
나는 이미 결과는 엿들었지만, 은근히 물었다.
“형, 김미소 비서님한테 사귀자고 했어요?”
“김미소 비서, 비혼주의자래. 그리고 지금 연애할 생각 없대. 내가 싫은 건 아니라는 말이니까, 마음은 그렇게 울적하지는 않네.”
[그게 왜 네가 싫다는 말이 아니야? 완곡하게 거절한 거잖아!]전태국은 와인을 홀짝였다.
“형, 차인 사람치고는 괜찮네요.”
“차인 거 아니래두. 지금 연애할 생각이 없다잖아. 김미소 비서가.”
“형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거예요? 아니면,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뭐가?”
“그건 완벽한 거절이잖아요.”
전태국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성국아.”
“네?”
“넌, 꼭 남의 상처에 소금 뿌려야겠니? 지금 애써 나를 위로 중이잖아.”
전태국은 알면서도 일부러 태연한 척을 한 것이었다.
“형, 상처는 곧 회복될 거예요.”
“그래, 난 오늘 술이나 마셔야겠어.”
전태국은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때,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성국! 어디 있어?”
이 익숙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억양!
나는 얼른 일론 머스트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일론!”
“성국, 상장 축하해! 이제 나보다 더 부자가 된 거 아니야? 배 아프게.”
일론 머스트는 정말 속내를 숨길 줄을 몰랐다.
사실 팩트만 놓고 본다면, 일론 머스트가 나보다 더 부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페이스 노트’뿐 아니라 너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림과 띡똑이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네 회사의 주가 총액을 따지게 된다면… 어쩌면 이번 생에서 나는 일론 머스트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얼른 일론에게 와인을 내밀었다.
“일론, 그게 뭐가 중요해요. 우리 둘 다 성공했다는 게 중요하죠.”
“하하하. 그렇지. 성국, 사실은 나도 정말 SNS 사업 하나 하고 싶은데…. 지금이라도 뛰어드는 거 어떨까?”
“흠… SNS를 지금 개발해보고 싶다고요?”
“응.”
일론 머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론, 난 당신의 미래를 알고 있어.]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일론을 쳐다봤다.
“일론,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SNS를 인수하는 거를 생각해봐요. 예를 들어 짹짹이 같은 거요.”
“짹짹이?”
“일론, 요즘도 심심하면 짹짹이에다 글 쓰잖아요.”
“그렇긴 한데…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어. 사람들이 성국 보고 SNS의 제왕이라고 하잖아.”
‘페이스 노트’, 인스타그림 그리고 띡똑과 유튜브.
내가 만든 왕국이었다.
일론은 그게 부러운 것 같았다.
“요즘은 SNS 시대이니, 그 타이틀이 너무 부럽단 말이지.”
일론은 낮은 한숨을 쉬더니,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얼마 전에 모발이식을 했다더니 텅 비어있던 앞머리가 제법 풍성해졌다.
“지금은 테슬론에 돈이 하염없이 들어가서 힘들지만, 자네 말처럼 돈 벌기 시작하면 개발하는 것보다는 짹짹이를 사버려야겠어. 아마 이슈도 이쪽이 더 될 거 같기도 하고….”
물론 이 말은 현실이 된다.
“일론, 그런 의미에서 테슬론 차 예약해도 될까요?”
“진짜?”
“제가 첫 고객이 될게요.”
“그렇다면 이 소식을 내가 얼른 짹짹이에 올려야겠어.”
일론 머스트는 곧바로 이 말을 짹짹이에 올렸다.
– 테슬론의 첫 고객은 SNS의 제왕 전성국!
* * *
흥겨운 파티는 끝이 났다.
모두가 돌아갔고, ‘페이스 노트’ 본사는 텅 비었다.
하지만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계단에 앉아서 홀로 와인을 홀짝였다.
이때,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뒤돌아보니 김미소 비서가 민망한 듯 배시시 웃으며 서 있었다.
“김 비서님, 안 가셨어요?”
“대표님 두고 가는 거 아닌 것 같아서요. 더군다나 술도 드셨잖아요. 전 안 마셨으니, 호텔까지 운전해 드려야죠.”
“전,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이었어요. 김 비서님은 지금이라도 호텔에 가서 주무세요.”
“사실은요….”
김미소 비서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세요?”
“사실은… 혼자 이 새벽에 낯선 미국 땅을 운전해서 가기 겁나서요.”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나에게는 익숙한 곳이지만, 김미소 비서는 생소한 곳이었다.
“제가 그건 미처 생각 못 했네요.”
“혹시 대표님 시간 방해했다면, 전 다른 사무실에서 조용히 있다가 날 밝으면 갈게요.”
“아니에요. 이렇게 된 거 저랑 여기 앉아서 와인이나 마셔요.”
김미소 비서는 와인을 들고 내 옆으로 조심히 앉았다.
“대표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요?”
“지금 기분 어떠세요? ‘페이스 노트’ 상장하셨잖아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 거잖아요.”
“솔직히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어요.”
김미소 비서가 조금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지금은 현실감이 없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뉴스에서는 내가 이제 몇 위의 부자이고, SNS의 제왕이라고들 하지만. 그냥 전 눈 뜨면 일하고, 집에 가서 또 일하고…. 그것밖에 없잖아요.”
“대표님, 여자친구 사귀시거나. 아니면 취미라도 가져보세요.”
“흠…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서요.”
그때, 김미소 비서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난 건 내 오해일까?
그 순간, 나는 김미소 비서의 속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저… 김 비서님….”
“네, 대표님.”
“아까 태국이 형이 고백했잖아요.”
“아하, 들으셨어요?”
나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근데… 진짜 비혼주의자세요? 아니면….”
“아, 그게….”
김미소 비서가 잠시 망설이는 순간, 뒤에서 또 다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봤더니, 애덤이 소파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쿠션 더미에 깔려서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애덤?”
“성국…. 다들 어디 갔어요?”
애덤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다들 집에 갔죠.”
“그런 거 같네요.”
애덤은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곤 나와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혹시… 내가 두 사람 방해한 건가요?”
“아, 아니에요.”
“애덤, 아니에요!”
나와 김미소 비서는 동시에 손사래를 쳤다.
애덤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행이고요.”
“애덤, 애덤도 여기 와서 한 잔 더 해요. 우리 회사가 여기까지 온 건 다 애덤 덕분이잖아요.”
애덤은 멋쩍은 얼굴로 와서 계단에 앉았다.
나는 애덤에게 와인을 건넸다. 그러자 애덤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축하한단 말 많이 들었겠지만. ‘페이스 노트’ 상장 정말 축하해요. 정말 어려운 일 해낸 거잖아요.”
“고마워요, 애덤.”
[지금 빠져주면 더 고마울 텐데….]나는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예상치 않게 모인 우리 세 사람은 그렇게 와인을 나눠 마시며 ‘페이스 노트’ 본사에서 밤을 꼴딱 새웠다.
* * *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겨우 눈을 뜨고 핸드폰을 바라봤다.
결국 날이 밝은 후에야 나와 애덤, 김미소 비서는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오전 10시.
잠든 지 겨우 2시간 정도 지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받지 않을 수 없는 전화였다.
바로 버락 오마하의 전화였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음. 음.”
그리고 얼른 전화를 받았다.
“버락…”
– 성국! ‘페이스 노트’ 상장한 거 축하하네. 어제는 정신없을 것 같아서, 하루 늦게 연락했어.
전화기 너머로 버락 오마하의 환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어딘가 조급해 보였다.
“고마워요, 버락.”
– 목소리 보니 밤새 파티한 모양인가 보네.
“정확해요.”
물론 조촐한 파티였지만.
– 성국, 내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역시 버락 오마하가 용건 없이 전화할 리가 없었다.
“뭔데요, 버락?”
– 지금 당장 워싱턴으로 날아올 수 있겠나?“
“지금요? 버락, 무슨 일인데요?”
–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미안한데, 올해 대선이 있는 거 알지?
“물론이죠.”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였다.
물론 버락 오마하는 이미 재선에 도전한 상태였고, 상대방 당에서는 버락 오마하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나와서 사실상 버락 오마하의 당선을 예상하는 상황이었다.
– 지금 큰 변수가 생겨서 말이야.
“변수요?”
내가 모르는 변수도 있었나….
정확한 것은 어쨌든 버락 오마하는 재선에 성공한다는 사실이었다.
–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당장 내 전용기를 보낼 테니, 이쪽으로 와주게.
“그러죠, 버락.”
* * *
버락 오마하가 보낸 전용기를 타고 백악관에 도착하자, 버락 오마하가 환한 미소를 반겼다.
“성국, 이게 얼마만 인가. 자넨 볼 때마다 멋있어지는 것 같아.”
“그런 말 마세요. 잠 못 자서 얼굴 말이 아니에요.”
나는 조금 겸손한 척을 했다.
“그나저나 버락, 뭐가 그렇게 급해서 저를 여기까지 부른 거예요, 버락?”
“성국, 자네가 내 제안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가서 대통령을 만나줬으면 해서 말이야.”
버락 오마하의 얼굴이 심각했다. 그 말인즉슨,
“제안이라고 말하지만, 꼭 성사시켜야 하는 일이군요?”
“하하, 역시 자네를 속일 순 없네.”
버락 오마하는 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곤란한 얼굴이었다.
“사실 러시아랑 맺은 전략 무기 협정이 갱신됐는데, 핵무기에 대한 조항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핵무기가 테러 등에 사용되지 않고, 핵무기 개발 역시 제재하는 핵안정협정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단 말일세.”
미국 안보상 가장 중요한 러시아와의 전략 무기 협정에서 핵무기 조항이 빠졌다는 사실을 미국 국민들이 알게 될 경우, 버락 오마하의 지지율에 문제가 생길 것은 분명했다.
그걸 막기 위해서 핵안정협정에 대한 국제회의를 열어서 여론을 잠재울 모양이었다.
버락 오마하는 말을 이었다.
“버락, 혹시 원하는 게 대한민국에서 그 회의를 개최하시는 건가요?”
“역시, 자네는 천재야.”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국가가 된다.
그렇기에 핵안정협정을 이야기하는데, 그런 북한과 맞닿은 대한민국만큼 좋은 곳도 없었다.
“솔직히 너무 급하단 생각은 들지만….”
버락 오마하가 서두르는 이유는 뻔했다.
올해 11월에 있을 대선까지는 이제 시간이 없었다.
안보에 관해서는 불리한 이슈 하나만으로도 언제든지 지지율이 역전될 수 있었다.
“버락, 대선에 차질 없이 핵안정협정 회의를 개최할 수 있게 제가 대한민국의 VIP를 만나볼게요.”
“그래 줄 수 있나?”
“물론이죠.”
버락 오마하는 긴 팔로 나를 덥석 안았다.
[버락, 세상에 공짜는 없어.]나는 얼른 버락 오마하의 귓가에 속삭였다.
“버락, 이번 대선 후보 토론을 너튜브로 생중계하고 싶은데요.”
버락 오마하도 나를 안은 채 속삭였다.
“성국, 역시 자네는 타고난 사업가야. 너튜브 채널에서 이번 대선 후보 토론 진행하겠네.”
나는 버락 오마하의 등을 토닥였다.
늘 그렇듯 우리의 거래는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