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2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26화(426/576)
제426화
버락 오마하는 한결 편안한 얼굴이 됐다.
안보의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예민한 부분이었다.
“성국, 나는 바로 회의가 있어서 시간이 안 되지만. 내가 근처의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뒀네. 거기서 식사하고 샌프란시스코로 가게나. 내 전용기가 무사히 데려다줄 걸세.”
“고마워요, 버락.”
“참, 만약 같이 밥 먹을 사람 없으면… 우리 첫째 딸이 자네와 식사를 너무 하고 싶어 해서… 내가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공언했는데.”
버락 오마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이 하필 오늘은 학교에서 캠핑을 가서 말이야. 대신! 이번에 백악관에 새로 들어온 직원 한 명이 자네를 잘 안다고 하더라고. 우리 쪽 홍보팀에 들어온 직원인데….”
버락 오마하의 말이 끝나갈 때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제시?”
“성국, 오랜만이야.”
버락 오마하가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이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라면서?”
“네, 제가 프롬퀸이었고. 성국이 프롬킹이었어요.”
제시가 얼른 대답했다.
제시는 그동안 패션 잡지와 방송국에서 일한 경력으로 버락 오마하의 홍보팀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여전히 예쁘고, 세련된 외모였다.
“성국, 우리 첫째 딸이 서글퍼하겠지만. 제시랑 좋은 시간 되게.”
“참, 저도 비서랑 같이 와서요.”
“걱정 말게. 예약은 넉넉하게 해놨네.”
“고마워요, 버락.”
버락은 내게 조용히 오더니 속삭였다.
“성국, 다음엔 우리 딸과 꼭 데이트해야 하네. 요즘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거든.”
“그러죠. 미국에 다시 올 때 봬요.”
* * *
제시와 나는 잠시 백악관의 복도를 걸었다.
“성국, 이제 몇 살이지?”
“한국 나이로 21살이지만, 미국 나이로는 20살이야.”
“정말 이제 성인이네.”
제시는 나를 은밀하게 쳐다봤다.
[여전히 내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군, 제시.]“성국, 정말 그 나이에 ‘페이스 노트’를 상장시키다니 대단해.”
“마크랑 같이 한 일이잖아.”
“참, 마크는 잘 지내지?”
“응, 곧 결혼도 할 거 같아.”
나는 마크에 대한 소식도 전했다.
“어머, 잘됐다. 성국, 너는 저번에 앤 헤이웨이랑 스캔들이 있던데…”
“그거야, 짧은 만남이었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왠지 나쁜 남자가 된 것 같아서 어깨가 저절로 올라갔다.
“참, 같이 온 비서는 누구야?”
“내 개인 비서. 일정이랑 여러 가지 다 봐주는 비서야.”
“그래, 너 정도 스케줄이면 개인 비서가 필요할 거야.”
“제시, 너는 만나는 사람 당연히 있지?”
제시는 빙긋 웃더니 나를 쳐다봤다.
“나도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은 없어. 그저 캐주얼한 관계들만 있지. 그리고 워싱턴으로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은 적응 중이라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고.”
제시는 은근히 혼자라는 것을 흘렸다.
아마 제시 정도의 미모에, 스펙을 가진 여자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넘어가지 않을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미안, 제시. 이번 생에서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그때, 멀리서 기다리고 있던 김미소 비서가 보였다.
“아, 저기 우리 비서님.”
“아하….”
제시는 재빨리 김미소 비서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김미소 비서가 우리를 보고 다가왔다.
“대표님, 회의는 끝나셨어요?”
“네, 버락이 점심 예약을 해줘서요. 같이 가서 먹어요. 그리고 여기는 제시라고 제 고등학교 대학 동창이에요. 현재 백악관 홍보팀에서 일하는 친구예요.”
제시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
“제시 슈워츠만이에요.”
“반갑습니다. 김미소라고 합니다. 전성국 대표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김미소 비서는 해맑았지만, 제시의 눈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자, 이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죠.”
나는 얼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 * *
버락 오마하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미합중국의 대통령의 클래스만큼 매우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제시는 메뉴판을 보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성국, 양고기 어때? 여기 저번에 왔을 때, 양고기 좋았거든.”
“응, 그럼 난 양고기로.”
“스타터는 굴이 괜찮던데….”
이때, 김미소 비서가 끼어들었다.
“대표님, 저번에 굴 드시고 노로 바이러스 걸려서 고생하셨잖아요. 혹시 모르니까 스타터는 다른 것으로 하시죠.”
“난 간단한 샐러드로 시작할게. 김 비서님은요?”
“저도 대표님이랑 같은 것으로요.”
나는 제시를 쳐다봤다.
“제시는 굴?”
“아니야, 나도 샐러드로 시작하지… 뭐.”
김미소 비서에게 편하게 먹으라고 말했지만, 식사 사이사이 나를 챙기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제시가 유심히 지켜봤다.
“성국, 우리 고등학교 졸업 때 기억나? 너랑 나랑 프롬퀸, 프롬킹이었잖아.”
“기억나지….”
별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 파티였다.
그때 사진도 보면 젖살이 가득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서님, 이 이야기 들으셨어요?”
“아니요, 오늘 처음 들어요. 대표님이 그런 이야기는 잘 안 하시거든요.”
“성국, 정말 고등학교 때 인기가 어마어마했어요.”
“그 말은 제시 씨도 인기가 많았다는 말이네요.”
“좀 그랬죠, 제가.”
제시는 은연중에 자랑을 늘어놨다.
물론 제시의 화려한 미모와 경력을 봐서는 당연히 자랑할 거리였다. 하지만 왜 제시의 말에서 조바심이 느껴지지?
김미소 비서는 오히려 편하게 제시의 말을 되받아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제시 씨 미모면 인기 많으셨을 것 같아요.”
“김미소 비서님은 당연히 남자 친구 있죠?”
드디어 제시가 속내를 드러냈다.
“아니요.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 돼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가 월가에서 일하는 친구 소개해드려도 돼요?”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 일이 있어서요. 월가의 친구분이라면 너무 장거리잖아요.”
[김미소 비서, 나이스!]나는 두 사람의 핑퐁 대화를 들으며 유유히 식사를 이어갔다.
“성국아, 너 군 복무 마치면 미국으로 들어올 거지?”
“응.”
“그럼, 김미소 비서님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마 같이 들어올 것 같아. ‘페이스 노트’ 본사에 근무하게 되시지 않을까 싶어.”
나는 사실만 말했다.
제시는 살짝 긴장하더니, 곧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어머, 그럼 그때도 남자 친구 없으시면 제가 소개해드릴게요.”
“네, 그럼 그때 부탁드릴게요.”
김미소 비서는 예의상 대답을 했다.
[김 비서, 예의상 대답한 거 진짜 맞지?]나는 계속 김미소 비서의 대답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제가 정말 좋은 친구들 많이 소개시켜 드릴게요. 우리 친하게 지내요. 참, ‘페이스 노트’ 팔로우해도 되죠?”
“그럼요. 근데 전 글 같은 거 거의 안 올려서요.”
“‘페이스 노트’ 대표의 비서인데, 열심히 하셔야죠. 그럼, 우리 이제 친구 하기로 해요.”
“네.”
김미소 비서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제시의 말에 대꾸했다.
* * *
전용기에 오르기 전에 제시는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뭐, 일반적인 인사일 수는 있었지만, 평소보다 더 몸을 밀착했다.
“성국, 정말 보고 싶을 거야.”
[제시, 우리가 그동안 연락을 하고 지낸 것도 아니잖아.]“마크, 결혼식에서 봐.”
“당연히 가야지.”
나는 제시를 은근히 밀었다.
나를 풀어준 제시는 김미소 비서와 마치 십 년 절친과 헤어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김 비서님도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우리 꼭 다시 봐요.”
“네, 그동안 잘 계세요.”
김미소 비서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 * *
“김 비서님, 고생 많으셨어요.”
나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김미소 비서에게 말을 건넸다.
“제시라는 친구분, 유쾌하시고 재미있는데요. 물론 미인에다가 실력자시고요.”
“네, 여러모로 굉장한 친구예요.”
“인기도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김 비서님, 제시 부러워하시는 거예요?”
“조금은요.”
김미소 비서가 제시가 부럽다고?
나는 의아한 얼굴로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김 비서님이 왜 제시가 부러워요?”
“당당하신 것 같아서요. 저는 제시라는 분처럼 당당하진 못하거든요. 제 감정에도, 제 상황에도요.”
김미소 비서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그럼 비행시간 동안 좀 쉬세요.”
“김미소 비서님도요.”
나는 자리에 앉았다.
뒤로 김미소 비서도 착석하는 게 느껴졌다.
김미소 비서가 제시를 부러워하다니… 의외이기도 하고… 자꾸 김미소 비서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감정도, 상황도 당당하지 못하다는.
[김 비서, 설마… 나 좋아하는 거야?]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기도 했다.
* * *
“마크, 결혼 날짜 잡으면 연락해.”
“응, 알았어. 아무래도 장인어른, 장모님 뵈러 한국 한번 나가봐야 할 것 같아.”
“그래, 곧 보자.”
마크와 나는 뜨겁게 포옹하곤 헤어졌다.
이제 드디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버락 오마하가 준 미션이 있었다.
“김 비서님, VIP 비서실에 연락해서 제가 버락 오마하의 제안을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하세요. 약속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시간에 맞춰서 잡고요.”
“네, 알겠습니다.”
파티는 끝났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 * *
공항에 내리자마자 청와대 비서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나를 맞았다.
“전성국 대표님, 청와대 비서실 김무혁 비서입니다. VIP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이동하죠.”
나는 청와대에서 준비한 차에 올라탔다.
김미소 비서도 함께였다.
앞에 앉은 김무혁 비서가 간단하게 안내를 했다.
“VIP께서도 백악관 통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는 전달받으셨습니다.”
“네, 나머지는 제가 VIP 직접 만나서 상의하겠습니다.”
“네, 대표님.”
김미소 비서가 긴장한 채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김 비서님, 제가 회의에 들어간 사이에 알파 일정 확인해주세요.”
“네, 대표님.”
* * *
청와대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VIP와 긴밀하게 이야기할 내용이라 참석자는 우리와 비서 실장뿐이었다.
문이 닫히고 VIP가 손을 내밀었다.
“전성국 대표, 또 보네요.”
“잘 지내셨죠?”
“나야, 잘 지냈죠. 뉴욕에서 종 울리는 거 봤습니다. 멋지던데요?”
“앞으로가 더 관건이죠. 그럼,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역시 속전속결. 좋아요.”
나는 자리에 앉아서 핵안정협정에 대한 국제회의 개최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북한이라는 나라를 맞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 회의를 개최하는 게 의미 있다고 버락 오마하는 보고 있습니다.”
“그건 아는데…”
VIP는 고심하는 얼굴이었다.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명분은 좋지만, 신경써야 할 게 한두 개인 행사가 아니었다.
“올해 7월로 했으면 하시고요.”
“그것도 너무 촉박하고….”
VIP는 말끝을 흐리더니 곧 본심을 드러냈다.
“그거 열어서 우리가 얻는 게 너무 없어 보여서 그래요, 전성국 대표.”
[당연히 당근을 가지고 왔지.]버락 오마하가 날 보낸 진짜 이유기도 했다.
“저희도 올해 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죠.”
“이 국제회의 직전에 미국 측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뉴스를 터트릴 것입니다.”
나는 VIP를 쳐다봤다.
“보수의 대통합. 원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제야 VIP의 미간이 펴졌다.
“바로 우리가 원하는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