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2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27화(427/576)
제427화
VIP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어차피 다음 정권도 보수에서 가지고 간다. 얼마 못 가지만….
그렇다면 적절히 이용하는 수밖에.
“역시, 이런 건 한국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전해줘야 제대로 이해가 가네요.”
“버락이 절 보낸 이유기도 하죠.”
이런 기브 앤 테이크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전하기에는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없어 위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버락 오마하는 나를 적절히 이용한 것이었다.
VIP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두더니, 의중에 담아둔 질문을 꺼냈다.
“참, 이번 미국 대선은 어떻게 보시나요?”
[이제 쐐기를 박아볼까?]내가 아는 미래가 VIP의 마음을 더 굳혀줄 것이다.
“제가 예언가는 아니지만, 어차피 이런 건 통계니까요. 저는 버락이 재선에 성공할 것 같습니다. 이미 지지율도 상당히 높지만, 변수가 거의 없어 보이거든요.
“그 말은, 내가 이번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게 미국과의 관계 유지에도 앞으로 더 유리할 것이다. 맞죠?”
“그건 VIP께서 판단하셔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두 발 모두 담그지 말 것.
정치에서는 이게 필요했다.
VIP는 내 속내를 읽고 빙긋 웃었다.
“전성국 대표, 국제회의 때도 많이 도와줘요.”
“저야 지금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일하는 중이니까요. 뭐든 도움이 되는 일에는 앞장서겠습니다.”
“말이라도 든든하네요. 미국에서 바로 와서 피곤할 텐데, 어서 가서 쉬어요. 오늘 일은 바로 백악관에 연락하겠습니다.”
VIP는 인심 쓰는 척 나를 놓아줬다.
* * *
판교의 집에 도착했다.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 거기다 워싱턴 D.C.까지 오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자마자 한국으로 왔더니 20대의 몸도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이런데, 김미소 비서야 당연히 더 힘들겠지?]하지만 김미소 비서는 여전히 씩씩한 얼굴로 나를 살폈다.
“대표님, 알파 일정 확인했습니다. 당분간은 크게 잡을 회의나 미팅은 없습니다. 다음 주에 효진 그룹과의 미팅 준비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스케줄이 꽤 힘드셨을 텐데, 괜찮으시면 내일 하루는 쉬시고 출근하시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흠… 그렇게 하죠.”
나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침대로 들어가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너무 피곤한 날은 잠이 오지 않는 것처럼.
“김 비서님도 내일 하루 쉬시고, 출근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할까, 말까….]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김미소 비서가 뒤도는 순간, 말을 꺼냈다.
“혹시, 저랑 지금 와인 한잔하실까요?”
“지금요?”
김미소 비서의 눈이 커졌다.
“그런 날이 있잖아요. 너무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 날이요. 제가 상태가 딱 그렇거든요. 근처 어디 편한 데 가서 와인이든 맥주든 한잔하죠. 그러고 집에 돌아와 쓰러지면 딱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럼, 저희 오피스텔 상가에 작은 펍 하나 있는데, 어떠세요?”
“좋네요. 길 건너면 바로고요.”
“그럼, 저도 집에 짐 좀 두고 내려가겠습니다.”
김미소 비서는 총총걸음으로 집을 빠져나갔다.
오늘은 왠지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맥주 한잔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 * *
김미소 비서가 말한 펍은 아직은 퇴근 전 시간이라 한산했다.
나를 보자 일하던 여자 직원이 다가왔다. 앳돼 보이는 얼굴이 아마 지금 내 나이 또래인 것 같았다.
여자 직원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저희 가게 처음이시죠?”
“네….”
“손님 더 오세요?”
“네, 한 명 더 올 거예요.”
“그럼, 이쪽으로 앉으세요.”
여자 직원은 친절하게 자리로 안내했다.
그리곤 메뉴판까지 직접 가져와서 친절하게 설명도 곁들였다.
“저희 가게에서 제일 잘나가는 맥주는 맨 위의 두 종류예요.”
맥주까지 친절하게 추천해줬다.
이때, 딸랑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미소 비서가 들어왔다.
내가 손을 들자, 김미소 비서가 얼른 자리로 왔다.
“일찍 오셨네요.”
그 말에 나에게 친절하게 맥주 메뉴를 설명해주던 여자 직원의 얼굴이 굳는 게 보였다.
뭐, 이런 일 익숙하다.
언제나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한 것은, 다 내 외모 덕분이었다.
“직원분께서 맥주 추천해주셨어요. 이걸로 시키죠.”
“네, 대표님.”
우리 둘을 지켜보던 직원이 은근히 끼어들었다.
“두 분, 동료신가 봐요?”
“네.”
김미소 비서는 늘 그렇듯 깍듯하게 대답했다.
“맥주 곧 가져다드릴게요.”
직원은 다시 밝은 얼굴로 맥주를 준비하러 갔다.
김미소 비서가 싱긋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이랑 다니면 사람들이 모두 친절한 거 아세요?”
“그런가요?”
나는 일부러 모른 척 대답을 했다.
사실 신경을 거의 안 쓰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이런 시선에 무뎌진 것도 사실이었다.
“대표님은 어릴 적부터 이런 시선 많이 받으셔서 익숙하신가 보네요.”
“그럴 지도요….”
곧 주문한 맥주가 나왔고, 오랜만에 부담감 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근데, 김미소 비서님. 태국이 형이 사귀자고 한 거 왜 거절했어요? 비혼주의자라고 하셨다면서요?”
술이 들어가자 진짜 묻고 싶은 이야기가 나왔다.
저번에는 애덤 때문에 대답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대표님이라면 이해해주실 것 같았는데요.”
무슨 의미지?
“저… 삼 남매 중에 장녀잖아요. 아래로 두 동생은 아직 대학생이고요.”
“장녀의 의무감 같은 건가요?”
“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리 잡는 걸 봐야 저도 편하게 연애나 결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좀 고리타분한 게 연애하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이라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녀의 의무감 같은 거군요.”
“네, 대표님.”
“저도 장남으로서 그런 의무감을 느끼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동생들은 우리 마음을 알까, 싶은 거요.”
“부모님이 저희 사랑하시고, 도와주시는 거에 감사하지만 매일 감사하진 않잖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요. 제가 동생들에게 해주고 싶어서 해주는 것도 있지만, 꼭 보답하리란 생각은 안 해요. 저 역시 장녀로 자라면서 동생들보다 혜택받은 것도 있을 거고요….”
혜택이라니?
나는 맥주를 마시며 씁쓸하게 과거를 떠올렸다.
기저귀 찬 민국이 녀석 밥값 시키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거기다 지희까지.
동생들 생각만 눈물이 앞을 가렸다.
“대표님도 동생분들 끔찍하게 챙기시잖아요.”
“챙긴다라기 보다는… 저는 그런 의무감이 있거든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동생들이 제 앞가림은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대표님, 이제 가난하지도 않으시잖아요.”
“그 돈에 기대어 살게 하면 더 안 되죠! 자기 밥값은 자기가 해야죠!”
나는 나도 모르게 억양이 올라갔다.
김미소 비서가 웃는 게 보였다.
우리는 맥주를 더 시켰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연팔이는 계속됐다.
“저희 집도 엄청 가난했어요. 아버지 식당에 딸린 방에 모두가 모여서 살았거든요. 저 초등학교 때까지요. 그러다가 식당이 좀 잘돼서 근처 아파트로 이사 가던 날이 아직도 떠올라요. 방도 두 개밖에 없어서 방 하나에 동생들이랑 자는 데도 엄청 행복했어요.”
이거라면 나도 질 수 없지!
“저는 첫 기억이 작은 원룸이에요. 엄마, 아빠 거기다 저랑 민국이까지…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어서 문 열고 선풍기 틀어놓고 잤다니까요.”
“어머, 대표님은 그렇게 어릴 때도 기억하세요?”
아차, 이건 너무 나갔나….
“역시 대표님 같은 천재는 기억력도 남다르네요. 천재들이 가끔 한 살 때도 기억한다는 기사 같은 거 보면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대표님 같은 분이 진짜 있네요.”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많이는 아니고, 그런 기억이 있어요.”
“그럼, 대표님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때도 다 기억나세요?”
“그건 별로 기억 안 나요.”
[다 기억나고말고. 마이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데… 맨날 카메라는 내 알몸 담고….]사연팔이를 하다 보니 맥주가 술술 들어갔다.
김미소 비서도 그동안의 경계를 풀고 맥주를 들이켰다.
대한민국의 가난한 집 장녀로 태어나서 동생들 돌보고, 삼전에 들어가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동시에 여전히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김미소 비서!
“대표님, 전… 정말 일 열심히 해서 대표님이랑 ‘페이스 노트’ 본사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김 비서님, 걱정 말아요. ‘페이스 노트’ 본사로 갑시다!”
* * *
눈을 뜬 곳은 집 침대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이때, 침대 옆으로 술 깨는 약이 보였다.
어제 김미소 비서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서로 사연팔이한 기억까지는 선명했다.
그리고 김미소 비서는 동생들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아직 연애는 생각도 없다고 단언한 그 기억까지도….
[박성희 비서가 지나가다 우리를 보고 들어왔었는데….]나는 얼른 핸드폰을 확인했다.
박성희 비서에게 온 메시지였다.
– 대표님, 숙취 해소제 침대 옆에 있습니다. 잘 챙겨 드세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박성희 비서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약도 챙겨줬다.
그리고 김미소 비서에게도 메시지가 와 있었다.
– 대표님, 김미소 비서입니다. 오늘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대표님 말처럼 연애 따윈 하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해서 ‘페이스 노트’ 본사로 대표님과 꼭 같이 가겠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대체 내가 김미소 비서에게 무슨 소리를 한 거야!
나는 어젯밤의 마지막 기억을 더듬고, 또 더듬어봤다.
“김 비서님, 걱정 말아요. ‘페이스 노트’ 본사로 갑시다!”
라고 외친 후에, 나는 김미소 비서에게 공언하듯 이야기했다.
– 김 비서님, 우리는 대한민국의 장남과 장녀로 태어났으니, 동생들 다 자리 잡을 때까지 연애는 꿈도 꿀 수 없어요. 일만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 말에 김미소 비서도 격하게 호응했다.
이 기억이 떠오르자 나는 이불을 발로 차버렸다.
* * *
김미소 비서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 김 비서님도 오늘 하루 푹 쉬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간략한 메시지.
술을 마실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은 전성국 대표였다.
같이 술을 마실 때는 책임져야 할 동생들 문제며, 집안 문제 등이 비슷해서 무언가 통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전성국 대표의 말이 걸렸다.
– 일만 열심히 하는 거예요!
일만 열심히….
김미소 비서는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리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젠 정말 일만 열심히!
그래서 꼭 전성국 대표랑 함께 ‘페이스 노트’ 본사로 가겠다고!
* * *
방무혁 대표가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세븐즈>의 데뷔가 코앞인데, 땜빵으로 잡은 데뷔 무대를 제외한 방송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성국아… 이걸 어쩌지. 너, 나 좀 도와줄래? 우리 이제라도 로비를 해보자. 그게 살길인 것 같아.”
방무혁 대표은 방송국에 로비는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럼, 안 되지. 우리는 중소 엔터의 기적을 쓸 건데….]“아저씨, 신념은 흔들리지 말아야죠. <세븐즈>는 로비하지 않고도 실력만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가 돼야 해요.”
“나도 그 생각이지만… 역사가 되려면 무대를 나가야지. 이대로 묻히면 역사가 아니라 쓰레기야.”
방무혁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너튜브 그거 백날 해봐도, 아직 뭐 크게 효과도 없어.”
“아저씨, 제가 사실은 계약한 게 하나 있거든요.”
“계약?”
정확히 따지면 민국이와 전태국의 계약이었다.
“삼전에서 <세븐즈> 데뷔하자마자 모델로 기용한다는 계약을 전태국 상무랑 한 게 있어요.”
아주 옛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