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30화(430/576)
제430화
김미영 대표는 은밀히 속삭였다.
“내가 이 바닥에서 너도 발굴하고, 여러 연예인 거치면서 사람 보는 눈이 조금은 있잖아. 김미소 비서 너 챙기는 거나, 우리에게 대하는 거 보니까 사람이 참 단정하고 괜찮은 것 같아서.”
“그게 비서 일이잖아요.”
나는 일부러 더 차갑게 대답했다.
김미소 비서 이야기만 나오면 괜히 더 경계하게 됐다. 나도 모르게!
김미영 대표는 내 얼굴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좋은 사람 같으니까, 잘해줘.”
“그거야 상사로서 당연한 일이죠.”
[어디까지나, 상사로서!]* * *
“<세븐즈> 방송국 활동을 이렇게 안 해도 되는 거야?”
곽 감독이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더 맞는 말이에요. 감독님도 잘 아시잖아요. 이미 대형 기획사들이 방송국을 꽉 잡고 있어서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설 무대가 많지 않은데다가, 로비조차 안 하는 저희 <세븐즈> 같은 경우는 피디들 눈밖에 완전 났거든요.”
“성국아, 네 동생 있는 그룹인데. 네가 돈 좀 더 쓸 수도 있잖아.”
“감독님, 전 가수는 우선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녀석.”
곽 감독이 고개를 흔들었다.
“감독님, 그때 저 대신 내정된 다른 아기 모델 기억하세요?”
“기억하지. 무슨 제지 집안 손자라고 했던가. 그 녀석도 귀엽긴 했는데, 네가 외모도 훨씬 좋고 말귀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나는 당연히 널 쓰려고 했는데. 위에서 압박이 들어왔잖아.”
“어머니한테 듣기로는.”
물론 들은 것보다는 내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일이었다.
“그때, 그 친구가 카메라 앞에만 서면 울고.”
“맞아, 정말 어찌나 울던지. 거기다가 메인 모델인 임선미 코를 쾅! 내려치려고 난리는 치는데. 그때, 임선미가 코 수술한 지 얼마 안 됐나. 암튼 그래서 코 만지는 거 엄청 싫어했거든.”
곽 감독은 감회에 젖어서 옛일을 술술 풀었다.
“임선미도 대단했어. 그 아기 엄마가 자기네 집안 거들먹거리니까, 전재형 부회장 부른다고 하면서 전재형 부회장이 스폰해주는 것도 다 까발리고. 하하, 정말 그때 익사이팅했다. 그래서 바로 네가 모델된 거잖아.”
“감독님, 제가 미리 말씀 안 드렸는데요.”
“뭘?”
곽 감독의 눈이 커졌다.
“<세븐즈> 멤버 중에 원래 세탁기 광고하기로 한 그 아기 모델 있어요.”
“진짜?”
놀란 곽 감독은 숟가락마저 놨다.
“잠깐, 내가 맞춰볼게.”
갑자기 곽 감독은 신이 난 얼굴이었다.
“민국이는 우선 아니고. 나머지 여섯 명 중 한 명이란 말인데. 대체 누구지?”
곽 감독은 고심에 빠졌다.
“감독님, 모르시겠죠?”
“정말 모르겠다. 성국아, 대체 누구야?”
“재희요.”
“그 키 크고 하얗게 생긴?”
“네, 그 친구요.”
짝!
곽 감독은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래, 그 녀석인 줄 알았어!”
“듣고 보니 그런 거잖아.”
김미영 대표가 옆에서 핀잔을 줬다.
“아니야, 그 녀석일 것 같다는 감이 있었단 말이야.”
“정말 우기는 데는 선수라니까.”
두 사람은 아웅다웅했다. 하지만 그 모습도 행복해 보였다.
식사를 마친 김미소 비서가 은근히 핸드폰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회의에 갈 시간이라는 것을 은근히 알려주는 제스처였다.
“감독님, 대표님. 오늘은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회의가 계속 있어서요.”
“그래, 바쁜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시간 낸 것도 대단하지.”
“김 대표님, 다음에 감독님이랑 한번 저녁 식사해요.”
“<세븐즈> 대박 나면 맛있는 거 사.”
[좀 걸릴 것 같지만.]“당연하죠.”
그리고 난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세븐즈>에게 미국행 티켓을 건네기 위해서 메이크업까지 수정한 김미소 비서를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김 비서님은 남아 계시다가 민국이에게 비행기 티켓 건네주고 오세요.”
“그래도 될까요?”
[싫다는 말 한마디를 안 하네.]“그럼요.”
나는 최대한 쿨하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독님, 저희 <세븐즈> 잘 찍어주세요.”
“걱정 마. 네 동생인 민국이에다가, 그때 모델 될 뻔한 재희까지 있다니. 내가 진짜 혼신의 힘을 다 기울여서 찍을 테니까.”
“부탁드려요.”
짧은 인사를 마치고, 나는 김미소 비서만 촬영장에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났다.
혼자 회사로 향하는 내내, 한구석이 허전했다.
[늘상 곁에 있어서겠지.]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 * *
2012년 6월 13일.
드디어 <세븐즈>의 데뷔 무대가 열리는 날이었다.
다른 기획사의 아이돌 무대가 취소되면서 극적으로 잡힌 무대였다.
그리고 지금 방송국 앞 밴 안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모여 있었다.
아빠는 보쌈집을 매니저에게 맡기고, 지희는 좋아하는 공부도 팽개치고, 그리고 흰둥이는 낮잠도 거부한 채!
엄마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성국아, 민국이 잘하겠지?”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되지, 뭐.”
“내가 이렇게 떨리는데, 민국이는 안 떨리나 몰라.”
“김미소 비서가 애들 떨릴까 봐 청심환 다 전달했대. 혹시 모르니 마셔두라고.”
“김미소 비서가 정말 애들을 살뜰히 챙기네.”
[팬클럽이니까!]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김미소 비서가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
“다들 배고프시죠?”
“우린 괜찮아요. 애들은 어때요?”
“다들 긴장해서 식사도 못 했어요. 첫 무대라고 실수하면 안 된다고, 지금도 맞춰보고 또 맞춰보고 그러고 있어요.”
김미소 비서는 대기실 상황을 전달했다.
“밥도 못 먹고 어떡해….”
“엄마, 속이 가벼워야 무대 하는 데 지장 없어.”
김미소 비서는 얼른 도시락을 가족들에게 돌렸다.
“30분 후에 사녹하거든요.”
“김 비서님, 사녹이 뭐예요?”
“사전 녹화요. 신인 아이돌 무대는 생방 아니고 사전 녹화해서 튼다나 봐요. 그래도 관객들은 그대로니까 걱정 마세요.”
“아하.”
엄마는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도시락은 받지 않았다.
“우리 아들도 못 먹었는데, 엄마가 어떻게 먹어요. 전 괜찮아요.”
“사모님, 괜찮으시겠어요? 사녹 보시려면 조금이라도 드세요.”
“아니에요. 나도 우리 민국이랑 똑같이 있을래요.”
엄마는 도시락을 마다했지만, 나와 지희는 도시락을 바로 열었다.
김미소 비서는 역시 나의 취향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장어 도시락이네요.”
“대표님, 좋아하시잖아요. 지희 양은 돈까스 좋아하셔서 그걸로 챙겼습니다.”
“김미소 비서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지희는 감사도 잊지 않았다.
“김 비서님은 식사하셨어요?”
“저도 멤버들과 함께 식사 안 하려고요. 저도 정말 긴장이 다 되거든요.”
[아니, 다들 왜 이래? 속이 든든해야 응원도 제대로 하는 거라고.]나는 가장 큰 장어 조각을 입안에 넣었다.
* * *
방무혁은 대기실에 선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눈으로 훑었다.
<세븐즈> 멤버들이 모여서 연습을 한 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민국이를 중심으로 보컬 라인과 랩 라인을 모으고 난 후에도 사건 사고도 많았다.
<세븐즈> 이전에 준비하던 걸 그룹은 멤버 한 명이 전태국을 유혹하려다가 실패하면서 오랫동안 걸 그룹 자체가 완전히 무산됐다.
그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투자자인 성국이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사업을 이어오긴 했지만, 그건 정말 숨통을 트이는 정도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다.
데뷔 무대 한 번도 못 해보는 아이돌 그룹도 수두룩하다.
데뷔 무대 한 번으로 사라지는 아이돌 그룹도 수두룩하다.
방무혁은 잠긴 목을 몇 번 풀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들 여기까지 오는데 고생 많았다.”
<세븐즈>는 말이 없었다.
모두 연습생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얼굴이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 이 무대는 땜빵이다. 어느 그룹이 못 나와서 우리가 대신 얻은 무대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 무대에 오르지 못한 그 그룹이 봐도 억울하지 않게, <세븐즈> 최선을 다해 보여주자! 알았지?”
“네에!!!”
<세븐즈>는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밖에서는 관객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다른 데뷔 그룹의 사녹 현장이 끝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드디어 <세븐즈> 차례이다.
조연출이 뛰어 들어오더니 <세븐즈>를 찾았다.
“5분 후에 <세븐즈> 무대입니다. 준비하세요!”
“네에!”
<세븐즈>의 대답에 조연출이 귀를 막았다.
“귀청 떨어지겠네.”
* * *
“죄송하지만, 동물은 입장이 안 됩니다.”
흰둥이를 안은 지희를 보안 요원이 제지했다.
동물이 입장 불가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전 녹화 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전태국이 얼른 흰둥이를 안아서 박성희 비서에게 건넸다.
“박 비서는 아이돌 무대 관심 없지?”
“네.”
“흰둥이 좀 보고 있어.”
“알겠습니다.”
지희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흰둥이도 작은오빠 데뷔하는 거 봐야 하는데.”
“흰둥이한테는 오빠가 나중에 TV로 보여줄게.”
규정은 규정이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방송국 관계자, 엄밀히 말하면 예능국 국장의 직접 안내를 받았다.
“상무님, 이렇게 직접 오시고. 저희가 정말 영광입니다.”
“<세븐즈>라고 여기 전성국 대표 동생이 속한 그룹이에요. 민국이는 어릴 적부터 봐서 내 동생이나 다름없고요.”
“아, 네. 그 소식을 제가 얼마 전에 들어서….”
국장은 거의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성국이가 이런 거 로비하고, 광고하는 거 안 좋아해서. 내가 가만히 있긴 했는데, 내가 이번 주에 민국이 무대 때문에 삼전 광고 넣은 거 알죠?”
“그럼요. 저희가 그래서 특별히 사전 녹화 무대지만 메인 카메라 감독 보냈습니다. 그 감독이 아이돌 무대 끝내주게 뽑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국장은 애써 포장했지만,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많이 시끄러우실 것 같아서, 가족분들과 상무님 자리는 VIP석으로 준비했습니다.”
국장이 안내한 자리는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관중석에는 <세븐즈>의 팬클럽으로 보이는 보라색 풍선을 든 팬 조금과 다른 팬덤으로 보이는 다수의 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쳐다봤다.
두 분 다 좀 전부터 말이 없으셨다.
긴 연습생 시절을 거쳐 드디어 데뷔하는 민국이의 무대를 본다는 게 긴장되시는 모양이었다.
나 역시 긴장이 됐다.
저번 생에서는 아이돌에 크게 관심 없었지만, <세븐즈>는 알았다.
삼전 핸드폰 광고의 모델이기도 했고, <세븐즈> 덕분에 해외 어디서든 대한민국에 대해서 묻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다.
해외의 유명 인사들이 나에게 <세븐즈> 사인이나 사진 같은 것을 은근히 부탁하기도 했다.
그들의 역사가 오늘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가 내 손안에서 이번 생에는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대 위에는 조연출이 나와서 상황을 설명했다.
“자, 이제 <세븐즈> 무대입니다. 오늘 데뷔하는 신인 그룹이니, 응원 많이 부탁드려요!”
“네에!!!”
관객들은 열렬히 대답했다.
“자, 그럼. 이제 <세븐즈> 나옵니다!”
그 말에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와 지희는 손을 맞잡았다.
“성국아, 나도.”
전태국도 끼어들어 지희의 손을 잡았고, 나는 남은 한 손으로 김미소 비서의 손을 꼭 잡았다.
“대표님, 제가 다 떨려요.”
“걱정 말아요, 민국이는 잘 해낼 테니까요.”
[누구 동생인데!]그 순간, <세븐즈>가 무대에 등장했다.
데뷔곡의 전주가 울렸다.
민국이를 비롯한 멤버들은 그동안 연습한 대로 안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이 무대를 그대로 눈에 담았다.
드디어 <세븐즈>의 역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