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33화(433/576)
제433화
마크는 나를 둘러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크! 나 좀 내려놔!”
“성국아, 이렇게 시간 끌다가 미미가 진짜 화나서 나랑 결혼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떡해! 너도 미미 성격 알잖아.”
[아까는 쉽게 들어가지 말라며!]나는 얼른 마크를 말렸다.
“야, 넌 한국 드라마 봤다면서!”
“다 봤지!”
“이거 원래 이렇게 시간 끄는 거야!”
이미 나는 마크에게 업혀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우리를 따라온 감독도 숨을 헐떡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마크는 그제야 나를 내려놨다.
마크의 등이 땀으로 흥건했다.
그 모습에 왠지 마음이 짠해졌다.
“마크, 정말 미미 씨 사랑하는구나.”
“성국, 하아… 당연한 말을 왜 하는 거야. 하… 당연히 사랑하니까 여태 만났고, 결혼하는 거지.”
마크는 헐떡이면서 대답을 했다.
이렇게까지 열렬히 사랑하는데, 함진아비가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이미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던 리미미의 부모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고, 함진아비가 왔네. 어서 와요. 어서!”
나는 못 이기는 척 그렇게 리미미의 집으로 끌려 들어갔다.
* * *
사라진 함진아비를 찾아서 전태국과 샘, 애덤도 줄줄이 사탕마냥 리미미의 집으로 들어왔다.
리미미의 부모님은 가슴 벅찬 얼굴로 우리를 모두 맞아주셨다.
거기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까지.
“자, 음식 먹기 전에 함부터 먼저 열어봐야죠.”
리미미의 아버지가 얼른 함을 열기 시작했다.
함 안에는 결혼을 허락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편지인 혼서지.
노랑, 빨강, 파랑, 분홍, 연두색으로 된 잡귀는 쫓고 복을 기원하는 오방주머니.
그리고 한 쌍의 원앙이 예단과 함께 들어가 있었다.
마크가 나름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었다.
“마크, 제대로 준비했네.”
내가 조용히 속삭였다.
“사실은… 인터넷에 다 팔더라고.”
역시 마크다웠다.
리미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나하나를 소중히 보시더니 촉촉해진 눈가로 마크를 와락 안으셨다.
“마 서방.”
[아버님, 마크는 이름이고 한국식으로 하면 주크버스 서방이죠.]하지만 이 따뜻한 분위기를 깰 수는 없어서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 분위기를 깬 건 다름 아닌 리미미였다.
“아빠, 여기 사람들도 많은데… 어서 밥이나 먹어요. 결혼이 뭐 별거라고.”
“결혼이 뭐 별거라니. 일륜지대사 아니냐.”
“다 옛날 말이에요. 마크랑 살다가 헤어질 수도 있고, 그런 거죠.”
짜악!
리미미의 어머님이 리미미의 등짝을 후려쳤다.
북이나 남이나 어머니의 손맛은 매웠다.
“부정 타게.”
“너무 오바할 필요 없단 말이지, 내 말은.”
마크가 다정하게 리미미의 등짝을 어루만져줬다.
“미미, 괜찮아?”
“응. 마크. 근데 좀 더 아래야.”
“어, 알았어.”
그 모습을 전태국과 샘, 애덤은 세상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다들 왜 그렇게 부러운 눈으로 보는데?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야. 내가 저번 생에서 다 해봤는데, 행복한 날보다 괴로운 날들이 더 많아. 그러니까 그렇게 부러운 눈으로 볼 필요 없다니까.]옆에서 김미소 비서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표님,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요.”
“제가 저 두 사람을 정말 오래 봐왔는데. 마크를 구제해줄 여자는 이 세상에 리미미 씨밖에 없어요. 리미미 씨도 마찬가지고요.”
김미소 비서가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대표님, 그런 말은 속에만 담아두는 거라고요.”
“사실인데, 뭘요.”
“대표님이 인기는 많은데, 왜 제대로 연애를 못 하신 줄 아세요?”
김미소 비서가 속삭였다.
[그거야, 내가 잘났으니까. 나처럼 잘난 사람 만나려면 어렵지. 그 정도는 안다고, 김 비서.]“대표님은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저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헤아려주잖아요.”
[내가 사람 마음을 모른다고? 김 비서도 만만치 않은데.]이때, 리미미의 어머님이 얼른 우리를 불렀다.
“다들 배고프죠? 우리가 북조선 출신이라 남한 사람들 입에는 잘 맞을지 모르겠어요. 미미가 북조선 살 때 먹었던 음식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봤어요.”
투박하고 굵직한 만두와 북한식 보쌈 등이 한 상 가득했다.
역시 사위 사랑은 북이나 남이나 똑같은 모양이었다.
* * *
“성국아, 함 하기를 정말 잘한 거 같아.”
삼전 호텔로 가는 내내 마크는 술에 취해서 중얼거렸다.
“그래, 잘한 거 같아. 네가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성국아….”
마크는 운전대를 잡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크, 눈빛 부담스러워.]리미미는 결혼 전에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술에 살짝 취한 마크만 내가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중이었다.
“성국아… 내가 이런 말 했던 적이 있나… 내 인생에서 너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리미미가 아니라?]“만약 너 못 만났으면, 난 아마 하버드 나와서 실리콘밸리의 프로그래머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
[마크 주크버스, 만약 네가 나를 못 만났더라도 그럴 일은 없어. 너는 하버드 1학년 때 ‘페이스 노트’를 개발해서 홀로 더 부자가 됐을 거야. 나를 만나서 잘된 거는 ‘페이스 노트’가 더 빨리 개발된 것이고, 나를 만나서 좀 안된 것은 ‘페이스 노트’를 둘이 나눠 먹은 거야.]나는 마크가 알 수 없는 일을 속으로 털어놨다.
“마크, 넌 아마 나 없었어도 성공했을 거야.”
“무슨 소리야. 너 없었으면, 필립 아카데미에서도 쭈구리였고, 하버드에서도 쭈구리였을 거야.”
“마크, 나 만났다고 쭈구리가 아니었던 건 아니잖아.”
“그런가… 적어도, 널 만나서 내 옆에 멋있는 친구가 있긴 한 거잖아.”
멋있는 친구.
마크의 말에 살짝 감동이 올라왔다.
“마크, 너도 멋있는 친구야. 솔직히 수많은 유혹이 있었는데도, 나를 믿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너는 믿을 수밖에 없거든.”
마크가 배시시 웃었다.
“마크, 눈 좀 붙여. 호텔 도착하면 깨울게.”
“참, 성국.”
“응?”
“나 결혼식은 언제 할까?”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식을 언제 하냐니? 그건 너랑 리미미 씨가 상의해서 정해야지.”
“그러려고 했는데, 네가 어쨌든 한국에서 군 복무 중이잖아. 그래서 미미랑 상의한 결과, 네가 미국에 들어올 수 있는 때에 결혼하려고. 그러니까, 우리 결혼식 날짜는 네가 정해야 해.”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7월에는 한국에서 핵협정에 관한 국제회의 때문에 바쁘고… 8월쯤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때 간 김에 버락 오마하랑 상대편 대선 후보랑 토론하는 거 너튜브 라이브로 중계하면 될 것 같아.”
“그래서 며칠?”
“8월 15일 어때? 그날이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이거든. 역사적인 의미도 있고….”
“좋네. 8월 15일….”
그 말을 끝으로 마크는 스르르 잠에 빠졌다.
광복절에 결혼하는 마크와 리미미라….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 * *
“대표님, 어제 촬영한 미미 씨네 함 들어가는 거, 편집본 도착했습니다. 한번 확인하시죠?”
김미소 비서는 편집본을 태블릿을 통해 플레이했다.
오징어를 쓰고 함을 진 내 모습부터 전태국, 샘과 애덤이 뒤따르는 모습을 보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오징어 쓰고 있어도, 전 줄 알아보겠죠?”
“물론이죠, 대표님.”
곧이어 신부 측인 김미소 비서가 등장해서 흥정하는 장면.
흥정이 길어지자, 마크가 나를 냅다 업고 뛴 장면까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엘리베이터에서 터져 나온 마크의 진심, 그리고 리미미 부모님의 환대까지 20여 분 길이에 다 담겼다.
“좋은데요. 어서 너튜브와 ‘페이스 노트’에 올려야겠네요.”
나는 얼른 이 영상을 그대로 너튜브와 ‘페이스 노트’에 올렸다. 그리고 제목은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 MSG를 조금 넣어서 작성했다.
– 미국 10대 갑부 마크 주크버스의 대한민국식 함 사세요, 현장!
뒤에서 보고 있던 김미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사람들이 클릭 안 하고 못 배기겠어요.”
“뭐, 사실이잖아요.”
“참, 대표님이 리미미 씨랑 마크 결혼식 날짜 잡아주셨다면서요?”
“네, 광복절이에요. 신부 들러리인 김 비서님도 가야 하니깐, 스케줄 미리 비워두세요.”
“그러겠습니다.”
김미소 비서는 깍듯하게 대답했다.
자꾸 김미소 비서랑 엮이는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이겠지?
* * *
– 마크 주크버스의 함 사세요 동영상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천 만 돌파!
– 미국 10대 갑부 마크 주크버스의 함팔이 동영상 세계적인 이슈!
– 함진아비는 전성국, 그 옆에는 삼전의 후계자 전태국! 월드 클래스 함 팔이 현장. 인터넷을 달구다!
– 동영상 이후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동난 함! 웃돈 주고 거래까지.
– 너도나도 함 사세요! 잊힌 전통이 서울 밤거리에 다시 되돌아오다. 동시에 고성방가 민원 급증!
마크가 기사를 읽어 내려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국, 넌 암튼 이슈 메이커야. 어떻게 이 동영상으로 천만을 찍게 만들 수가 있어.”
“마크, 네가 다 함 팔겠다고 해서 생긴 동영상이잖아. 네가 생각해내고, 나는 그걸 포장해서 판 것뿐이야.”
‘페이스 노트’도 그랬다.
원래 마크이 아이디어였던 것을 내가 내 아이디어인 척 마크에게 말해줬고, 마크는 그걸 열심히 개발했다. 그 이후에 나는 ‘페이스 노트’를 잘 포장해서 판 것이다.
나는 ‘페이스 노트’에 마크의 함에 들어간 것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올렸다.
– 미국 10대 갑부 마크 주크버스식 함 만들기!
마크가 내가 쓴 글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성국, 이러다가 함도 만들어 파는 거 아니야?”
“그건 대한민국의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양보하려고.”
“성국아, 근데 우리가 진짜 미국 10대 갑부에 들어?”
“응. 최근에 조사한 거 보니까 너랑 나랑 공동 6위야. 빌 게이트가 여전히 1위이고.”
마크는 고개를 갸웃했다.
“성국아, 근데 난 왜 변한 게 없지? 맨날 미미랑 아침 먹고 회사 가고… 그게 다인데. 뭐, 달라진 거라고는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는 정도?”
마크의 체크 셔츠 사랑도 여전했고, 피자 사랑도 여전했다.
리미미 역시 북조선에서 탈출하게 만든 햄버거를 여전히 사랑했다.
“마크, 나도 그래. 난 진짜 변한 게 없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운동하고, 일하고… 퇴근해서도 일하고, 그러다 자는 게 다야. 옷도 후드티밖에 없잖아.”
“난 백만장자가 되면 인생이 정말 달라질 줄 알았는데….”
[마크, 내가 저번 생에 재벌로 살아봤잖아. 그냥 돈이 생기면 인생이 좀 많이 편할 뿐이야.]나는 다시 ‘페이스 노트’의 현황을 살폈다.
“마크, 근데 이제 사람들이 ‘페이스 노트’에서 점점 인스타그림으로 많이 옮겨가네.”
“아무래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글보다는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긴 한 것 같아.”
“흠….”
나는 턱을 매만졌다.
현재 ‘페이스 노트’는 제일 인기 있는 SNS이지만, 유행은 바뀌기 마련이었다.
“내 생각에는 곧 띡똑의 시대도 올 것 같아.”
“응, 내년 상반기에는 서비스 시작하게 준비하려고.”
마크의 말대로 띡똑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참, 성국아. 메일 한번 봐. 타임지에서 온 메일이 있어. 너한테도 보냈다고 적혀 있어.”
“타임지에서?”
나는 얼른 메일을 검색했다.
마크의 말대로 타임지에서 온 메일이었다.
“성국아, 우리를 타임지 표지 모델로 쓰고 싶다고 하는데?”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안녕하세요, 저는 타임지의 홍보 담당자 조 미하엘입니다.
이번 ‘페이스 노트’ 상장으로 미국의 10대 갑부로 성장한 두 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셨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그래서 타임지의 얼굴로 담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마크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성국아, 어쩌지?”
“어쩌긴. 타임지잖아.”
“어… 타임지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그 타임지잖아. 거기 너와 내가 표지를 장식하는 거야.”
마크는 두 눈만 끔뻑였다.
“성국아….”
“마크, 우리 이제 좀 성공한 거 같지?”
“어!!!”
마크는 나를 와락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