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35화(435/576)
제435화
아침 6시.
나는 늘 그렇듯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회사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띠띠띠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미소 비서가 들어왔다.
김미소 비서의 손에도 늘 그렇듯 문벅스의 라떼와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하나 더 있었다.
“대표님, 지희 와 있다면서요?”
“어떻게 아셨어요?”
“어제 전태국 상무님이 연락 주셨어요. 지희 와 있는데, 성국이가 동생 챙길 애는 아니니 대신 아침 부탁한다고요.”
전태국은 생각보다 세심한 데가 있었다.
“전태국 상무님 보면 대표님 동생들을 모두 참 살뜰히 챙기세요.”
달칵.
마크가 쓰던 게스트룸의 문이 열리더니 지희가 말끔한 얼굴로 나왔다.
김미소 비서는 웃으면서 지희에게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지희야, 아침 안 먹었지?”
“네, 언니. 안 그래도 새벽에 공부하다 출출해서 냉장고 열어봤더니, 생수랑 맥주밖에 없더라고요.”
“대표님, 식사는 밖에서 다 해결하셔서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부탁해.”
[무슨 소리야, 김 비서!]나는 얼른 말을 가로챘다.
“김 비서님, 김 비서님은 제 개인 비서이지 제 가족들 비서는 아니지 않습니까? 본인이 원래 하던 일이나 제대로 하세요.”
“대표님 생수랑 맥주 살 때 지희 것도 사면되니까, 시간 낭비는 아닐 것 같아서요. 수험생인데, 이런 것까지 챙기게 둘 순 없죠. 저도 밑으로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잘 알아요.”
김미소 비서는 착한 걸까, 아니면 고도의 처세술일까?
나는 지희를 엄하게 쳐다봤다.
“김 비서님한테는 꼭 필요한 것만 부탁해. 알았어?”
“걱정 마, 오빠. 그나저나 오빠, 나도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
“최대한 일찍 나가고, 최대한 늦게 들어와 주길 바라. 난 주로 새벽 5시에는 일어나서 공부 시작해서 밤 10시까지 하거든. 그러고 난 뒤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서 운동하고, 12시 전후로 잠드니까… 흠… 10시 정도에 들어와 주면 좋을 것 같아.”
나는 팔짱을 딱 끼고, 콧방귀를 꼈다.
[전지희, 공부한다고 유세하는 거야? 가소롭게?]“지희야, 이 오빠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6시에 라떼 한 잔과 샌드위치 먹고 바로 출근해서, 회의와 미팅을 다 소화하면 보통 밤 9시야.
그리고 집에 와서도 미국과 시차 고려해서 추가되는 회의하고, 업무 보면 빨리 자야 12시란 말이지. 그러니까, 너만 이 집에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니란 걸 알아두라고. 그리고 덧붙이자면, 화상 회의할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리면 안 되니까 너도 최대한 쥐 죽은 듯이 공부해!”
* * *
출근하는 내내 김미소 비서는 피식피식 웃었다.
“김 비서님, 뭘 그렇게 혼자 웃으세요?”
“대표님도 참 대단하세요. 어떻게 어린 동생한테, 한마디를 양보하지 않으세요?”
“대한민국에 수험생이 얼마나 많은데요. 고3부터 시작해서 공무원, 행시, 사시 등등 해서 각종 시험 많잖아요. 그 사람들이 지희처럼 유난 떨면서 공부하면 가족들이 남아나지를 않죠.”
“지희는 아직 어리잖아요.”
[지희 나이 때, 나는 말이야. 미국에서 엉덩이에 물집 잡히게 공부하고, 마크 만나서 ‘페이스 노트’ 개발했단 말이지!]“김 비서님은 동생들에게 너무 약하신 것 같아요.”
“제가 좀 그래요.”
김미소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비서님, 전 동생이라고 봐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사회는 냉정하잖아요. 이 냉정한 사회에 적응하려면 가족들이 철저히 평가해줘야 하거든요.”
“대표님 말씀처럼 냉정한 사회에서 상처받았을 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가족이잖아요.”
“…….”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남들 앞에서는 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내가 김미소 비서의 말에는 종종 말이 멈추곤 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른 아침에 익숙한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성국!
전화를 받자마자 마크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크, 무슨 일이야?”
– 성국,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마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마크, 무슨 일 있어?”
– 미미가… 미미가….
“리미미 씨가 왜?”
– 아이를 가진 것 같다는데, 한국에서 어떻게 해?
“뭐어?”
아이라니….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나는 멍한 얼굴로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리미미 씨가 임신한 것 같은데요.”
“어머, 축하드려요!”
김미소 비서는 전화기에 대해 축하 인사를 했다.
[김 비서, 축하는 나중에 하고.]“김 비서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제가 당장 리미미 씨랑 통화할게요. 이런 건 여자끼리 얘기할 게 더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신부 들러리잖아요.”
“아, 맞네요. 부탁드려요.”
“네, 대표님!”
* * *
마크는 내 사무실 안을 정신없이 오갔다.
리미미 만나고 버렸던 손톱 물어뜯는 버릇도 다시 생긴 모양인지, 거의 손가락을 씹어 먹을 기세였다.
“마크, 제발 진정해.”
“성국, 넌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그래. 내가 아빠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컨디션이 안 좋았던 리미미는 임신 테스트기를 새벽같이 일어나서 사용해보고 놀라서 마크에게 전화한 모양이었다.
[마크, 저번 생에서 나도 다 해본 일이야.]저번 생에서는 결혼도 하고, 아빠도 됐었다.
별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이었지만, 아빠가 되는 경험은 나에게도 황홀할 만큼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성국아, 근데 왜 이렇게 연락이 없지. 병원에 사람이 많나? 미국 바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마크, 좀 진정해. 김미소 비서가 제일 좋은 병원 데리고 갔고, 조만간 연락 올 거야. 대한민국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진정해.”
“어, 알았어.”
말은 알았다고 했지만, 마크는 여전히 사무실을 오갔다. 가끔은 벽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자학까지 했다.
“미미랑 같이 있었어야 하는데….”
마크도 역시 아무래도 나의 업보인 게 확실했다.
초조하게 사무실을 오가던 마크가 문득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근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뭐?”
“만약 내가 아들을 낳으면… 네 이름을 써도 될까?”
“네 아들 이름을 성국이라고 짓겠다고?”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나 닮았으면 하는 사람 이름 따라 짓잖아.”
“마크, 아직 성별도 모르고. 이름은 리미미 씨랑 꼭 상의해서 지어.”
“그렇지. 아직 성별도 모르는구나….”
이때, 마크의 전화가 울렸다.
정신없이 오가던 마크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하더니 전화를 받았다.
“미미…. 나야, 마크.”
그리곤 곧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보였다.
임신이 맞는 모양이었다.
“미미…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 내가 당장 달려갈게. 어, 알았어. 흑… 우는 거 아니야. 너무 좋아서… 흑.”
[어쨌든 우는 거잖아, 마크.]마크는 거의 질질 짜고 있었다.
“알았어, 미미. 김 비서님이랑 있어. 내가 당장 갈게.”
마크는 전화를 끊고 코를 휑 풀었다.
“마크, 임신 맞대?”
“응, 아직 8주라서 완전 조심해야 한대.”
나는 얼른 마크를 안았다.
“마크, 아빠 된 거 축하해.”
“성국… 믿어지지가 않아. 내가 아빠라니.”
근데 왜 어깨가 축축하지?
[마크, 지금 내 어깨에 눈물 콧물 닦는 거야? 오늘만 참아주겠어.]* * *
평양냉면이 먹고 싶다는 리미미의 말에 따라서 마크와 나, 김미소 비서는 모두 을지로에 위치한 유명한 평양냉면집으로 모였다.
“리미미 씨, 축하해요.”
리미미는 쑥스러운 듯 짧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장님, 바쁜데 제가 회사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무슨 소리예요. 리미미 씨가 그동안 열심히 일해줬는데, 좀 쉬어도 돼요.”
리미미는 절대 안정하라는 의사 말에 따라서 한 달 정도 더 한국에 머물다가 미국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마크는 옆에서 리미미가 불편할까 봐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겼다.
[철없던 녀석이 언제 저렇게 어른이 된 거지?]“마크,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미국 먼저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미미가 부모님 댁에서 지낼 동안 미국 갔다가 미미 데리러 한 달 후에 다시 오게. 의사 선생님이 최대한 잘 먹고, 편안하게 있으라고 했거든.”
곧 주문한 평양냉면과 불고기가 나왔다.
“미미 씨,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얘기하세요.”
김미소 비서도 옆에서 살뜰히 챙겼다.
“오늘 일도 너무 감사해요. 부모님 계시니까, 한 달 동안은 먹는 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럼, 병원 가시는 날은 제가 챙길게요. 괜찮죠?”
“염치없지만, 그건 좋네요.”
리미미는 오랜만에 본 평양냉면을 휘이휘이 젓더니 먹기 시작했다.
마크도 옆에서 리미미를 따라서 평양냉면을 먹더니,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미국인인 마크에게 평양냉면은 어려운 과제였다.
“마크, 불고기 좀 먹어.”
“어, 성국….”
평양냉면보다야 불고기가 좀 더 쉬운 접근이었다.
마크는 불고기를 먹더니 금세 입꼬리를 올렸다.
“리미미 씨, 한국에 있을 때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하세요.”
“고마워요, 사장님.”
리미미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장님, 탈북할 때만 해도 이렇게 살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리미미 씨, 무슨 소리예요. ‘페이스 노트’ 해킹해서 들어온 실력의 인재 덕분에 ‘페이스 노트’가 여기까지 온 거예요.”
“참, 사장님… 배 속의 아이가 남자아이이면 성국이라고 이름 지어도 될까요? 미국에서는 지인들 이름 붙이고 그러더라고요.”
부부는 닮는다더니.
마크와 리미미의 생각은 같았다.
마크가 눈을 반짝였다.
“미미, 나도 아침에 성국한테 그 이야기했어. 그랬더니, 성국이 미미랑 꼭 상의하라고 해서… 그리고 아직 우리 성별도 모르잖아.”
“두 분 이제 생각도 닮아가나 봐요.”
김미소 비서도 부러운 듯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제 내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마크, 리미미 씨… 제가 허락해줄게요. 내 이름이요. 아들이면 얼마든지 쓰세요!”
“성국, 고마워!”
“사장님, 이름 잘 쓸게요.”
* * *
전태국이 심드렁한 얼굴로 자기 집 거실을 오갔다.
“마크가 있어서 좋았는데, 리미미 씨 부모님 댁에서 지내다가 미국 간대?”
“당연히 그래야죠. 리미미 씨, 임신 초기라 조심해야 할 때거든요.”
“성국아, 나 마크가 엄청 부럽네…. 마크는 인생의 짝도 있고, 아이까지 생기는 거잖아.”
“형도 노력하면 될 거예요.”
전태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삼청동 이 선생이 그랬잖아. 결혼 늦을 거라고….”
“형, 사람을 진심으로 만나도록 노력해 봐요. 그냥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고백하고 그러지 말고요.”
[제발 금사빠 기질 좀 버리라고, 전태국.]이건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어쨌든 이번 생에서 전태국은 실보다 득일 때가 많았다.
“이젠 난 운명에 맡기기로 했어. 참, 이제 곧 여름인데… 지희 말이야. 공부하는 거 힘들지 않을까? 우리 집안에서 가는 한의원에 한번 데리고 가자.”
“형, 지희는 제 동생이에요. 제가 알아서 챙길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지희 아침 챙기는 것도 잊었잖아.”
“형, 형은 형 동생이나 잘 챙기세요.”
전미진은 뉴욕으로 돌아가서 매번 낙제를 간신히 넘기고 있었다.
“나도 내 동생이 지희처럼 야무지고 똑 부러진 애면 잘 챙기지. 미진이는 챙기려고 해도 챙길 수가 없어. 너무 부족하거든.”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전태국.]“나도 민국이처럼 아이돌하는 남동생이나, 지희처럼 똑똑한 여동생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
[그랬다가는 삼전 그룹 후계자 자리는 동생들 차지가 됐을 거야, 전태국. 전미진이 멍청한 걸 다행으로 알아.]이때,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나더니 지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황당한 얼굴로 전태국을 올려다봤다.
“지희가 너희 집에 먹을 거 없다고 해서 우리 집에는 많으니까, 언제든지 와서 냉장고 털어가라고 했어.”
지희는 익숙하게 들어오더니, 냉장고를 열었다.
“오빠, 오렌즈주스 사놨네.”
“당연하지, 지희가 오렌지주스 먹고 싶다며?”
전태국은 지희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친오빠보다 오빠가 날 더 챙겨주네.”
지희가 들으라는 듯이 새초롬한 얼굴로 말했다.
“지희야, 나도 너 같은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 똑똑하지. 이쁘지. 똑부러지지. 성국이는 이런 동생 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른다니까.”
“오빠, 나 티라미수 먹고 싶은데.”
“지금 사다 줄까?”
“아니, 내일.”
“그래, 박 비서 보고 사다 두라고 할 테니까 공부하다가 출출하면 먹어.”
“응!”
그 순간, 미간이 구겨졌다.
전태국이 지금 내 자리를 넘보는 건가?
나는 얼른 지희의 품에서 태국이 사준 오렌지주스를 몽땅 빼앗아서 냉장고에 넣었다.
“전지희, 이거 유기농 아니야. 수험생이 이런 거 먹으면 안 돼! 이 오빠가 당장 백화점 가서 유기농 오렌지주스 사줄 테니까, 그거 먹고 공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