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36화(436/576)
제436화
나는 지희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지희, 앞집 태국이 형네 집에는 당분간 출입 금지야.”
“오빠, 너무한 거 아니야? 태국이 오빠가 수험생인 나를 위해서 음식도 사다 놓고 하는 거잖아.”
지희는 바짝 화가 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태국이 오빠가 만만해 보이나 본데, 저 사람 삼전 그룹 후계자야. 그리고 샘과 애덤도 매일 같이 야근해서 피곤한데, 네가 불쑥불쑥 드나들면 쉬는데 도움이 안 되지.”
“오빠는 내 생각보다는 항상 회사 사람들 생각뿐이지?”
“이것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저 집에는 남자가 셋이나 있다고! 네가 아직 어려도 그 정도 구분은 하고 돌아다녀야지!”
“치이-.”
지희는 콧방귀를 뀌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빨리 엄마를 이 집에 불러들여야 할 것 같았다.
* * *
엄마는 나의 SOS에 계획보다 3일이나 먼저 집에 들어왔다.
다행히 지희는 듣고 싶은 수업이 하나 있다면서, 학원에 간 상태였다.
엄마는 며칠 사이 야윈 날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성국아, 지희가 말 안 듣지? 우리 집에서도 공부한답시고 난리도 아니었어. 민국이 팬이 몇 명이나 된다고….”
전지희, 혹시 사춘기인가?
지희는 생각보다 예민한 수험생 시절을 보내고 있는 건 분명했다.
“엄마, 초인종이 그렇게 자주 울려?”
“하루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겨우?
“그래서 엄마가 지희한테, 앞에 독서실 끊어줄 테니 거기서 공부하라고 했더니. 자기는 예민해서 남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공부할 수가 없다고 그러는 거야.”
[전지희, 고생을 덜 했어. 없이 태어나서 공주같이 자랐군.]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국아, 그래도 지희가 예민하니까 당분간 여기서 지내다가 엄마가 눈치 봐서 다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갈게. 이 기회에 우리 아들 밥도 챙겨줘야지. 얼굴 마른 것 좀 봐.”
엄마 밥이라니….
어린 나이에 유학을 갔고, 한국 와서도 독립해서 지낸 시간이 더 길다 보니까 엄마 밥이 늘 그리웠다.
“엄마, 난 아침에 6시 좀 넘어서 나가거든.”
“응, 김 비서한테 이야기 들었어. 지희도 그때 아침 먹고 공부하니까 엄마가 맞춰서 차릴게. 김 비서도 자취하지?”
“응.”
“김 비서도 와서 먹으라고 엄마가 일러둘게. 그리고 저녁도 웬만하면 집에 와서 먹어. 사 먹지 말고. 회사도 가깝다며?”
“일하다 보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때가 많아서….”
엄마는 갑자기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우리 아들이 진짜 고생이 많아.”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이렇게 개고생하는 거 동생들은 하나도 몰라주고… 역시 엄마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 아직 21살이라고!
물론 저번 생까지 하면 환갑의 나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21살이라고!
나는 갑자기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다.
“참, 엄마. 나 이번에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마크랑 선정돼서 표지 찍는 거 말했지?”
“저번에 전화로 말했잖아. 아빠가 그 타임지 언제 나오는 건지 막 물어봐. 우리 아들이 타임지에 나온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맨날 잘 때마다 얘기해.”
“사진 찍을 때, 언제 나오는지 확실히 물어볼게.”
엄마는 흐뭇하게 나를 바라봤다.
“우리 아들이 진짜 타임지에 나올 만큼 그렇게 유명해진 거야?”
“당연하지. 엄마, 나 그리고 엄청 부자야. 저번에 미국 내 기업인들 자산 순위 나왔는데, 나랑 마크가 공동 6위야.”
[사실 엄마, 나 비트코인도 가지고 있고… 주식도 많아. 앞으로 띡똑 대박 나면 마크보다 훨훨훨 부자 될 거야.]나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엄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이번에는 내 등을 토닥였다.
물론 엄마 손이 내 등에 올 때, 살짝 쫄긴 했다. 엄마 손이 등에 올 때는 보통 맞을 때가 더 많았다.
“우리 아들 진짜 대견하네.”
“엄마, 그리고….”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나… 태국이 형네보다 부자야.”
“진짜?”
“응. 삼전보다 내가 돈이 더 많아. 주식 가치로만 따지면.”
엄마는 미국 내 부자 순위나 이런 것을 말할 때는 못 느끼다가 삼전 보다도 부자라는 말을 하자, 그제야 실감을 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빌 게이트보다 삼전이 더 실감이 나는 존재이기는 했다.
“엄마, 태국이 형이야 태어날 때부터 물려받은 거지만. 난 내가 직접 다 일군 거야. 마크랑 같이.”
엄마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우리 성국이가 그렇게 돈 벌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우리 아들 고생한 생각하니까, 엄마가 다 마음이 아파….”
역시 내 고생을 알아주는 건 엄마, 아빠밖에 없었다.
“엄마, 그래도 난 일하는 게 좋아. 재미있고.”
“정말 대견하다. 대견해, 우리 아들. 냉장고, 세탁기 만드는 삼전보다 ‘페이스 노트’가 더 부자라니….”
하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 됐다.
세계는 하루가 달리 빠르게 변했고, 각광받던 사업이 한순간에 사양 사업이 되기도 했다.
“엄마, 내가 가진 건 주식이 전부고. 회사 가치가 떨어지면 난 또 가난해지는 거야.”
“진짜?”
“응.”
그럴 일은 없었지만, MSG 좀 과하게 쳤다.
‘페이스 노트’의 시대가 가면 너튜브와 인스타그림의 시대가 올 것이고, 그다음에는 또 띡똑의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지 않은 SNS의 왕국.
그 왕국의 제왕이 바로 나다!
엄마는 내 등을 토닥였다.
“성국아, 엄마랑 아빠는 일도 중요하지만, 항상 네 건강 걱정뿐인 거 알지?”
“응.”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야.”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이 말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다.
삼전 그룹의 후계자로 태어나서 회장 자리를 물려받기 직전에 죽은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엄마, 걱정 마. 나 운동도 열심히 하고…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어.”
“그래, 우리 아들은 정말 엄마가 신경쓸 게 하나도 없는데… 민국이랑 지희는 어쩜 다들 손이 많이 가니.”
“엄마, 민국이도 지희도 철들 날이 올 거야.”
“그랬으면 소원이 없겠다.”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이제 사십이 넘은 엄마의 눈가에도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 옆으로 흰머리도 제법 늘었다.
엄마가 언제 이렇게 나이 든 거지?
내가 자란 것만 보느라, 부모님 늙는 건 그동안 못 챙긴 것 같았다.
[엄마, 나 이번 생에서는 정말 오래오래 살 거야. 그러니까 엄마, 아빠도 오래오래 살아야 해.]* * *
에어 포스 원.
바로 미국의 대통령이 타고 있는 미 공군의 비행기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마치자마자 버락 오마하와 함께 에어 포스 원을 타고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창 옆으로는 흰 구름이 떠다니는 게 보였다.
아마 지금이라면 태평양 상공 어디쯤일 것이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무사히 잘 끝났고, 버락 오마하와 VIP는 모두 원하는 것을 얻었다.
북한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미국에서는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러자 북한은 늘 하듯이 남조선과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선언했다.
핵안보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팽배해졌고, 안보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한민국의 특성상 보수가 집결한 것은 당연했다.
버락 오마하가 샴페인을 내밀었다.
“성국, 자네 덕분에 회의 잘 끝냈어.”
“VIP께서도 만족스러워하셨어요.”
어쨌든 대한민국은 정권을 유지할 것이고, 버락 오마하 역시 그랬다.
“나랑 공화당의 대선 후보랑 하는 토론 일정을 이제 슬슬 잡아 봐야지.”
“너튜브 운영자로서는 공정하게 토론을 내보낼 것이지만, 전 언제나 버락을 지지하는 것만 잊지 마세요. 여론도 좋아서 이번 선거도 무리 없으실 거예요.”
“투표권도 없는 한국 사람이 지지해주는 것도 고맙지만. 성국, 진짜 미국으로 귀화할 생각은 없어? 자네라면 미국 정부야 두 팔 벌려 환영이지.”
“버락, 전 이미 한국에서 군 복무 중이잖아요. 그 결정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나는 에둘러 거절의 뜻을 전했다.
“암튼 고집은 대단해. 샴페인 한잔하고 쉬게나.”
“버락도 좀 쉬세요.”
나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
핵안보정상회의 내내 버락과 VIP 옆에서 통역을 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준 덕분에 나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게 됐다.
통상적으로 군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해외 체류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내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 역할이 크다는 의미 정도로 보였다.
[나 아니었으면 버락이나 VIP나 곤란했지.]나는 샴페인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리고 창밖을 다시 내다봤다.
이제 미국에서 수많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 * *
오랜만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마크의 집 앞에 섰다.
마크는 임신 중인 리미미를 데리고 미국으로 나보다 하루 먼저 더 들어왔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자마자 마크가 문을 열었다.
“성국, 어서 와. 비행 피곤하지 않았어?”
“좀 피곤했어.”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잘 거지?”
“그래야지.”
마크의 앞집은 몇 달 전에 계약을 취소했다.
정확히 말하면 계약이 만료됐고, 나와 전태국은 더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마크가 결혼 후에 이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찾는 중이었다.
마크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연신 이것저것 늘어놨다.
“성국, 입덧이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어.”
“리미미 씨, 입덧이 심해?”
“그게… 미미는 먹덧이라고 계속 먹는 게 당기고. 대신 내가 무슨 냄새만 맡아도 비위가 상해서 견딜 수가 없어.”
나는 웃음을 꾹 참았다.
리미미 대신 마크가 입덧을 제대로 하는 모양이었다.
“성국, 웃지 마.”
“마크, 어쩐지 좀 살이 빠졌어. 대신 표지 사진 잘 나오겠는데….”
이때, 부엌에서 리미미가 얼굴을 내밀었다. 안 본 사이 해골 같았던 리미미의 얼굴이 포동포동해져 있었다.
“사장님, 마크는 살이 빠지고 저는 반대로 찌고 있어요. 결혼사진 큰일 났어요.”
“그럼, 애 낳고 결혼식 올려요.”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애는 배 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거라고. 애 낳고 결혼식 하는 거 어려울 거라고 해서 그냥 해버리려고요. 그리고 엄마 말씀이 애 낳아도 살은 고대로래요. 참, 마크가 지금 저 지경이라서 피자 배달시켰어요. 괜찮죠, 사장님?”
“당연하죠.”
곧 주문한 피자가 도착했고, 마크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난 이 집 피자랑 맥주 아니면 아무것도 입에 댈 수가 없어.”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피자를 한 입 깨물었다.
“역시 이 집 페페로니 피자는 최고라니까. 나도 이 맛이 그리웠어.”
이때, 마크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갑자기 왜 그래?”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우리 ‘페이스 노트’ 말이야.”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리 상장하고 나서 기업 팔라는 이슈 많잖아.”
설마?
“성국아, 그냥 나 주식 다 넘기고… 이제부터 미미 애 낳으면 애나 보면서 살림이나 할까 봐.”
“마크….”
지금 마크가 가진 ‘페이스 노트’의 주식을 모두 판다고 해도 마크는 평생 놀고먹을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마크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난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페이스 노트’는 이제 막 상장했고, 주식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
그런데 핵심 개발자이자 동업자인 마크가 빠지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마크, 진심이야?”
“내가 요즘 입덧하면서 생각해봤는데, 난 사회생활이 그렇게 잘 맞는 타입이 아니잖아.”
이때였다.
리미미가 뒤에서 두꺼운 잡지를 들어 마크의 등짝을 후려쳤다.
“마크! 난 남자가 집에서 애나 보는 꼴은 절대 못 봐!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으면 돈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릴 궁리를 해야지. 어디 애나 본다는 말이 나와!”
“미미 화내지 마. 그냥 해본 말이야.”
마크는 금세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리미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북조선이나 대한민국이나 여자들은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