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39화(439/576)
제439화
뉴욕에 도착하자 공항에 피터가 직접 나와 있었다.
“성국, 마크! 어서 오게!”
피터는 늘 그렇듯 우리를 환대했다. 그러곤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레이스도 잘 도착했다는군.”
“고마워요, 피터.”
아마 마크는 지금쯤 자신의 애착 소파가 버려지고 있는 걸 꿈에도 모를 것이었다.
피터는 얼른 마크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마크, 결혼 준비 때문인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제가 미미 대신에 입덧을 하고 있거든요, 피터.”
“이런!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 괜찮겠나?”
“맥주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었다.
* * *
리미미는 마크의 애착 소파를 보면서 팔뚝을 걷어 올렸다.
“오늘에야말로 이 소파를 버리고 말겠어요.”
“이런….”
막 도착한 그레이스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레이첼 콕스는 소파를 보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상태의 소파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우리 어서 이것부터 버리죠!”
레이첼 콕스 역시 팔을 걷어 올렸다.
그레이스가 조용히 김미소 비서에게 속삭였다.
“다행히 레이첼이랑 미미 씨랑 잘 맞는 거 같네요.”
“그런 것 같아요, 그레이스.”
곧 인부들이 들어오더니 소파와 집 안의 모든 가구를 내가기 시작했다.
“김 비서님, 이사 갈 집은 내일 볼 수 있는 거죠?”
“네. 그리고 가구 빠지면 저희 잘 데 없다고 대표님이 근처 호텔로 예약해주시고 가셨어요.”
그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국이가 말할 때 보면 자기중심적이고 차가운 것 같아도, 은근히 주변 사람들 엄청 잘 챙겨요. 그렇죠?”
“그게 대표님 매력이죠.”
김미소 비서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 * *
너튜브로 진행되는 미국 대통령 토론 중계 12시간 전.
나는 임시로 마련된 너튜브의 사무실에서 버락 오마하와 맷 롬니의 대통령 후보자 토론에 관해서 최종 점검을 마쳤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두 후보자 모두 경호에 특히 공을 들였다.
이제 내일이면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미국 대선 후보의 너튜브 첫 공개토론회가 열린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마지막으로 순서와 질문들을 살폈다.
사회는 정치적인 이슈를 잘 다루는 리암 잭슨이 맡았고, 뉴욕의 내일 날씨는 아침부터 맑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정말 모든 게 완벽했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노크도 없이 이 방송의 총괄 담당자인 에이든 무어가 들어섰다.
에이든 무어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에이든,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성국, 큰일 났어요. 사회 보기로 한 리암 잭슨이 방금 맹장이 터져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래요. 응급수술을 바로 받아야 한대요!”
리암 잭슨이 맹장이 터졌다고?
많은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의 아나운서들이 있지만, 리암 잭슨만큼 신랄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너튜브 대선 토론을 위해서 특별히 초빙했고, 계약금도 어마어마했다.
에이든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리암 잭슨의 대리인이 말하기를, 응급수술이라 사실상 내일 토론 진행은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나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맹장이 터져서 응급수술을 한 사람에게 아침 7시부터 대선 후보 토론을 진행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보통 2~3명의 후보자를 두긴 했다.
“에이든, 어서 다른 아나운서 섭외해야죠!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에요!”
“성국, 그게….”
에이든의 표정에서 지금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죠는 오늘 휴가를 떠났고, 로페즈는 맷 롬니의 지지자로 연설을 해서 사회를 볼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대안은요?”
“그, 그게… 이건 제 생각인데요. 성국이 진행을 맡아보면 어떨까요?”
“내가요?”
이건 좀 예상하지 못한 상황 전개였다.
“솔직히 내일 아침 7시에 할 대선 후보 토론을 맡아줄 사회자가 많지는 않아요.”
“찾아보면 있을 거예요. 리암 조건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세요. 안 되면 더 준다고 하고요!”
“그 조건이라면 찾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준비해서 나설 사회자가 성국보다 두 후보에 대해서 잘 알까요?”
에이든의 얼굴은 어느새 간절해져 있었다.
에이든의 말대로 나보다 두 후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다 성국은 미국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는 이게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공정하게 두 후보를 볼 수 있단 말인가요?”
“그렇죠! 거기다가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항상 세계인의 관심이잖아요. 그런 미국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미국 국민이 아닌 성국이 진행한다면,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 많이 생길 거고요.”
에이든은 점점 나를 설득했다.
“성국, 솔직히 에이미 프롬이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어요. 우리가 컨택한 건 아닌데, 리암이 쓰러진 걸 알고 연락한 거 같아요.”
“에이미 프롬이라면 아침 방송에서 연애 프로 진행하는 여자요?”
“네. 원래 정치적으로 관심이 많은데, 이 기회에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싶은 모양이에요.”
“그 말은 지금 당장 나설 수 있는 진행자는 에이미 프롬밖에 없단 말이죠?”
“네.”
에이든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에이미 프롬이 연애 프로그램 진행자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진행을 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에이미 프롬은 진행 중간에 지나친 애드립을 해서 종종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는 사회자이기도 했다.
야한 농담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조크 때문이었다.
그런 실없는 사람을 남자든 여자든 이 중요한 토론의 사회자로 내세울 수 없었다.
에이든은 나를 초조하게 쳐다봤다.
이제는 내가 결정해야 할 시간이었다.
“성국… 어쩌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 잠자긴 글렀네요.”
“성국!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잖아요. 에이든, 당신도 오늘 잠자기는 글렀어요. 의상부터 메이크업 다시 준비시키세요!”
“네, 성국!”
에이든은 급히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8시에 미슐랭 식당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오늘 저녁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 * *
피터와 마크가 상기된 얼굴로 뉴욕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크의 손에는 근처 피자 가게의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성국, 자네가 사회를 본다고? 어떻게 된 일인가?”
피터가 놀란 얼굴로 다짜고짜 물었다.
“리암 잭슨이 맹장이 터졌어요. 근데, 두 사람은 여기 어쩐 일이에요? 나 빼고 저녁 먹어야죠.”
“성국아, 어차피 난 피자가 더 좋아. 이거 나눠 먹으려고 사 왔어.”
마크가 테이블 위에 피자를 올려놓더니, 가장 큰 조각을 내게 내밀었다.
“이거 먹고 일해.”
“고마워, 마크….”
피터도 피자 한 조각을 들었다.
“성국, 내가 도와줄 건 없나?”
“아까 에이든이 리암 잭슨 의상 담당자가 리암의 일이 아니라서 의상 빌려줄 수 없다고 했나 봐요. 그래서 지금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는데,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피터?”
피터가 빙긋 웃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폴스의 부사장이 내 친구네. 연락해서 폴스의 디자이너와 함께 모든 의상 보내라고 할게.”
폴스라면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였다.
이번 너튜브 중계랑 딱 이었다.
“피터, 고마워요.”
의상은 이제 끝났고.
마크는 피자를 우걱우걱 먹으며 입을 열었다.
“성국, 나도 도와줄게. 뭐든 시켜.”
“마크. 넌 내일 토론 중에 들어갈 영상 자료 확인 좀 해줄 수 있어?”
“물론이지.”
“에이든이 마지막 점검 중인데, 사회자 때문에 몇 시간 정신없었더니 조금 지체되는 거 같아서.”
“알았어, 내가 달려가서 도와줄게!”
드디어 일이 하나씩 해결되는 것 같았다.
* * *
– 성국, 자네가 사회를 본다면서? 내일 좀 살살 다뤄줘.
소식을 들은 버락 오마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멧 롬니 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성국, 멧 롬니 홍보 담당자 마이클 죠예요. 리암 잭슨이 맹장으로 진행이 어려워 성국이 대신 진행한다고 연락받았어요. 공정한 사회 부탁드릴게요.
나는 그 누구에게도 답을 하지 않았다.
버락 오마하를 살살 다룰 생각도 없었고, 멧 롬니에게 불공정하게 할 생각도 없었다.
너튜브의 방송은 기본적으로 공중파 방송과 달라야 했다.
이 대선 후보 토론을 클릭할 정도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나와야 했고, 그러면서도 적당한 선은 지켜야 했다.
리암 잭슨의 대본은 생각보다 공중파에 가까워서, 그걸 뜯어고치느라 오래 걸리긴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엄청난 접속자 수!
* * *
새벽 5시.
달칵.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여자가 행거를 밀고 들어왔다. 행거에는 폴스의 옷들이 주르륵 걸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폴스의 디자이너 최예선이라고 합니다.”
“한국분이네요?”
“네. 급하게 콜이 왔는데, 전성국 대표 의상이라고 해서 제가 자원했어요. 미국 사람보다는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 옷은 더 잘 고를 것 같아서요.”
최예선은 가져온 옷들은 많지 않았다.
“의상이 생각보다 별로 없네요.”
“걱정 마세요. 제가 평소에 대표님 SNS 자주 봤거든요. 피부가 밝고 깨끗하셔서 화이트 톤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아, 물론 버락 오마하랑 맷 롬니 측이랑도 다 연락해서 겹치지 않는 색으로 준비한 거예요.”
최예선은 생각보다 꼼꼼하게 의상을 준비했다.
“폴로 셔츠에 데님. 흔한 코디지만, 이게 또 잘못하면 촌스럽거든요. 소매를 몇 번 걷어 올리느냐도 중요하고요.”
나는 최예선이 내민 화이트 폴로 셔츠와 짙은 색의 데님을 선택했다.
최예선은 예리한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대표님, 역시 얼굴이 패션의 완성이네요.”
최예선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 *
새벽 6시.
센트럴파크는 환했고, 토론이 열리는 부근으로는 철통 보안이 이뤄줬다.
버락 오마하와 맷 롬니는 각자의 당을 상징하는 색의 의상을 입었다. 그 사이에서 화이트 셔츠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메이크업까지 마치고 나는 간이 대기실에서 준비 중인 버락 오마하를 먼저 찾아갔다.
버락 오마하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성국, 왜 내 문자에 답도 안 한 건가? 살살 다룰 생각이 없단 건가?”
“버락, 너튜브의 토론에 나오셨을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죠.”
“미리 준 질문지도 꽤 공격적이던데…. 자네라면 아마 다른 것도 준비했겠지?”
“글쎄요.”
나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물론 다른 것도 당연히 준비했고, 버락 오마하도 내가 단순히 정책적인 질문만 하지 않을 거란 것쯤은 예상했을 것이다.
곧이어 나는 맷 롬니 후보의 대기실도 찾았다.
맷 롬니 역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았다.
“성국, 좀 긴장이 되네요. 오늘 토론 공정하게 부탁해요.”
“물론이죠.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니잖아요. 제가 이 자리에 나선 건 너튜브 대표 입장이고요. 맷, 너무 걱정 말아요.”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나는 두 사람을 안심시키고, 대기실을 나왔다.
* * *
오전 7시.
드디어 너튜브 최초로 미국 대선 후보 토론회가 시작했다.
버락 오마하와 맷 롬니는 간단하게 인사를 했고, 마지막으로 나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미국 대선 후보 토론회의 진행을 맡은 너튜브 대표 전성국입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국 속담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거든요.”
나의 말에 버락 오마하와 맷 롬니 모두 긴장한 채 나를 쳐다봤다.
“그럼, 버락. 이 영상 먼저 보시죠.”
화면에는 버락 오마하가 어느 여성과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너튜브 접속자 수는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