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4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41화(441/576)
제441화
“오케이! 촬영 끝!”
사진작가는 크게 소리쳤다.
짧은 시간 안에 촬영이 끝이 났다.
마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뒷짐을 지고 선 편집장 숀을 쳐다봤다.
“숀, 저희 끝난 거 맞나요?”
“오케이 컷이 나온 거 같은데요. 같이 보죠.”
나와 마크는 모니터 앞으로 갔다.
모니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와 마크의 얼굴을 담은 사진들로 가득했다.
숀은 사진작가와 사진을 유심히 훑더니 사진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사진이 정말 훌륭하네요.”
“숀, 저도 그래서 오케이 사인을 냈어요.”
“이 정도면 표지로 써도 손색없겠어요.”
나는 숀과 사진작가가 오케이 사인을 한 사진을 유심이 쳐다봤다.
나는 미간을 살짝 구겼고, 마크는 입을 앙다문 모습이었다.
왠지 모르게 나와 마크의 고뇌가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숀, 이 사진이 오케이 컷인가요? 조금 심각해 보이는 얼굴인데요. 저랑 마크 둘 다요.”
“그게 저희가 잡은 콘셉트였거든요. ‘페이스 노트’의 성장 뒤에는 고뇌하는 두 천재가 있다. 단숨에 아이디어 하나로 미국의 부자 서열을 뒤집어놓은 두 사람의 얼굴에 놓인 무게. 이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제야 나와 마크는 이해가 됐다.
“콘셉트를 미리 말 안 한 건, 이 콘셉트에 맞추느라 너무 연기하는 표정이 나올까 봐 였어요.”
결국, 숀과 사진작가의 디렉션은 적절했다.
마크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성국과 이렇게 찍히고 보니… 제가 더 못생겨 보이는데요. 포토샵 해주실 거죠?”
마크의 말에 숀과 피터 그리고 사진작가도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마크, 마크는 개성 있게 생긴 거죠. 성국이야 원래 얼굴로 유명하잖아요. 타임지 매출이 성국의 여성팬들 덕분에 늘어날 것 같아요.”
“제가 왠지 그 옆에서 성국이를 더 돋보이게 한 것 같네요.”
의기소침한 마크의 어깨를 피터가 두드렸다.
“자, 이제 뉴욕에서의 일정은 모두 끝났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그때 못 간 미슐랭 레스토랑 다시 예약했네.”
피터를 따라 나가려는 찰나에 김미소 비서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 대표님, 시간 이틀만 더 끌어주세요. 이사 가기로 한 집주인이 집을 일찍 비워줄 수 있다고 해서 최대한 인테리어를 해보려고요.
– 이틀이면 돼요?
– 물론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크와 리미미가 호텔에서 지내지 않아도 될 만큼은 세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김미소 비서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앞서나가는 마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 녀석을 이틀이나 어떻게 잡아두지?]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는 얼른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를 검색했다.
다행히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가 이틀 후에 있었다. 그것도 뉴욕 양키스와! 뉴욕 양키스 홈구장에서!
마크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이었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이번 미션은 전태국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았다.
– 형,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 티켓 좀 구해줄 수 있어요? 모레 뉴욕 양키스 홈구장에서 열리네요!
* * *
보스턴 레드삭스 티켓이 도착했다.
문제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티켓과 함께 전태국도 함께 온 것이었다.
전태국은 김미소 비서에게 이미 사정을 들어서인지 태연하게 마크에게 보스턴 레드삭스의 VIP 티켓을 내밀었다.
“오늘은 경기가 없고, 내일 경기가 있네. 그것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야.”
“태국… 내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인 거 어떻게 알았어?”
“마크, 이제 곧 결혼이잖아. 총각파티 이런 건 네 취향 아니라서 안 할 것 같아서 내가 성국이한테 물어봤지. 총각파티 대체할 게 뭐가 있냐고. 그랬더니 보스턴 레드삭스를 알려주더라고.”
마크는 감동에 겨운 얼굴로 전태국을 바라봤다.
아니 이건 감동을 넘어서 경외심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태국, 정말 이걸 날 위해 준비한 거야?”
“응. 대신 뉴욕에 며칠 더 있어야겠어.”
“아, 맞다!”
마크는 얼른 리미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크는 처음에는 리미미에게 혼나는 듯 보였으나, 끝내 환하게 웃었다.
“미미, 고마워. 아니 사랑해! 물론 내가 보스턴 레드삭스보다 미미를 사랑하는 거 알지?! 알았어, 경기만 보고 바로 달려갈게.”
리미미는 나와 이미 이야기한 대로 처음에는 마크에게 일도 많고 바쁜데, 야구 경기가 눈에 들어오냐고 혼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못해 허락했을 것이다.
원래 얻기 어려운 것이 뭐든 소중했다.
마크는 환한 얼굴로 달려오더니 전태국을 격하게 껴안았다.
“태국아, 정말 고마워! 정말, 정말 고마워!”
[이거 좀 서운한데… 보스턴 레드삭스 생각해낸 것은 나라고, 마크!]나는 괜히 헛기침만 해댔다.
* * *
보스턴 레드삭스는 아쉽게도 뉴욕 양키스에 졌다.
하지만 마크는 그 어느 때보다 열광하면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응원했다. 마치 인생의 마지막 직관인 것처럼.
그 뒤, 우리는 바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는 리미미가 마크의 차를 끌고 공항에 마중 나와 있었다.
마크는 그대로 달려가서 격하게 리미미에게 안겼다.
“미미, 그동안 혼자 많이 힘들었지?”
“아니야, 마크.”
“입덧은 괜찮아?”
“응, 나 먹덧이라 가리는 음식도 없는 거 알잖아. 살이 점점 더 오르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웨딩드레스 안 맞을 것 같아서…”
리미미는 마크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입을 열었다.
“참, 마크… 우리 집 말이야.”
“집?”
“우리 신혼집.”
“응. 거긴 왜?”
“이전 집주인이 이사를 빨리 나가서 마크 없는 동안 내가 이사를 했어.”
“미미! 그럼, 나보고 빨리 오라고 연락을 하지.”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인 거 아는데, 어떻게 그래. 결혼 전의 자유도 중요하잖아.”
리미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와 전태국은 그 광경을 보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마크, 그래서 우리 그 집으로 지금 갈 거야.”
“성국이랑 태국이는?”
“마크, 우리는 호텔로 갈 거야. 걱정 마.”
내가 뒤에서 이야기를 하자, 리미미는 얼른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두 사람도 우선은 같이 가요. 가서 간단하게 집에서 저녁 먹어요. 김 비서님이 피자 사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전태국이 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성국아, 왠지 우리를 방패로 쓰려는 거 같지?”
“내가 알기로 마크는 고등학교 때 입은 팬티도 아직 안 버린 것으로 알거든요. 소파 버린 거 알면 난리 날 거예요.”
“마크 녀석, 정말 지독한 놈이구나.”
“암튼 같이 가 봐요.”
나는 얼른 리미미와 마크를 따라갔다.
* * *
신혼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기저기 공사의 흔적이 보였다.
마크가 의아한 눈으로 리미미를 쳐다봤다.
“미미, 우리가 벽도 새로 칠하기로 했나?”
“아하… 그게 말이야.”
이때, 마크는 비닐이 잔뜩 쳐진 주방을 보고는 눈이 커졌다.
“미미, 우리가 주방도 고치기로 했어?”
“아하… 그게 말이야. 벽도 낡고, 주방 싱크대로 오래돼서 교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미미, 어차피 아이 태어나면 낙서하고 돌아다녀서 가구 성치 못해. 그냥 있는 거 쓰자. 시간도 없는데, 무슨 공사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크의 눈이 더 커지는 일이 발생했다.
거실 벽난로 앞에 새로운 소파가 들어와 있었다.
크림색의 소파는 심플하면서도 안락해 보였다. 그 앞에 맞춰서 산 테이블도 우아했다.
그리고 집안 곳곳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안목이 느껴지는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오브제들도 훌륭했다.
마크는 어이없는 얼굴로 리미미를 쳐다봤다.
“미미, 내 소파는?”
“마크… 그게 말이야….”
“미미, 지금 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그게 말이야… 이 말밖에 안 한 거 알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내 소파는! 그리고 내 침대는! 내 애착 가구들은 다들 어디 갔어?”
리미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크, 그 소파 너덜너덜해서 중고 판매도 못 할 지경이야. 침대는 스프링이 다 튀어나온 거 알지?”
“스프링 하나만 그렇잖아. 그거 피해서 자면 미미랑 더 붙어 잘 수 있어서 난 더 좋았다고!”
마크의 말에 리미미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내가 나서야겠군.]나는 마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크, 그 집에 있는 모든 가구와 가전이 너무 낡아서 내가 결혼 선물로 이 집 인테리어를 새로 다 해주기로 했어.”
“성국아….”
“마크, 리미미 씨를 봐. 이제 곧 배가 많이 나올 거고. 몸도 움직이기 불편할 거야. 그런데 그렇게 낡은 소파에 몸을 기대게 해야겠어? 침대는 또 어떻고….”
하지만 마크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내 애착 소파란 말이지…. 회사에서 일 마치고 그 소파에 앉아서 맥주 한잔하며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
순간, 리미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크, 그럴 줄 알고 소파랑 가구들 창고에 옮겨놨어.”
“정말?”
“그러니까 그 소파를 당신 서재에 놓고 쓰든 마음대로 해! 대신, 내 눈에는 다시 띄게 하면 안 돼!”
“역시 나를 알아주는 건, 미미 밖에 없어.”
마크는 리미미의 볼에 뽀뽀를 했다.
전태국이 옆에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군.”
마크는 다시 해맑아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근데 진짜 다 결혼 선물이야?”
“당연하지, 마크. 넌 내 하나뿐인 친구잖아.”
마크는 잠시 입을 꾹 다문 채 턱을 매만졌다.
[마크, 감동했다면 감동했다고 말해. 전태국이 준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 티켓에도 전태국을 경외의 눈으로 쳐다봤잖아. 나한테 그런 눈빛 보내도 돼!]나는 어깨를 조금 으쓱했다.
이때, 마크가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이왕 바꿔주는 김에 욕실 공사도 하면 안 돼?”
“어?”
이 반응은 뭐지?
“결혼 선물이라며?”
“마크, 돈 아낀다고 그 낡은 소파랑 침대로 가져간다고 했잖아.”
“그렇긴 한데… 또 선물을 해준다면 마다하지 않지. 더군다나 억만장자인 너한테 이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
마크가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성국, 욕실도 이 기회에 고칠게.”
나는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해.”
“정말이야?”
“그래…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절대 결혼 두 번 하면 안 돼!!!”
* * *
2012년 8월 15일.
마크와 리미미의 결혼식 날이 밝았다.
마크와 리미미의 결혼식은 실리콘밸리 인근의 교외에서 하기로 했다.
100여 명의 하객들만 올 수 있는 공원의 한 귀퉁이였다. 하지만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이었다.
마크와 리미미다운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우리 가족들과 리미미의 가족들도 모두 결혼식 이틀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크의 부모님은 어제 이곳에 도착했다.
마크의 결혼식장과 하객들의 숙소, 그리고 이동 수단과 음식과 술 그리고 밴드까지. 이 모든 것은 전태국의 결혼 선물이었다.
어쨌든 마크는 나와 전태국을 친구로 둔 행운아였다.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결혼도 하고!
나는 평소대로 일어나 런닝머신을 뛰고 나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신랑 들러리로 입은 슈트를 살폈다. 네이비색의 멋진 슈트였다.
오늘만은 후드티 대신 슈트를 입을 생각이었다.
슈트를 입고 넥타이까지 매자, 김미소 비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대표님, 준비 다 되셨으면 로비에서 만나요. 들러리들은 신랑, 신부랑 같이 움직여야 하잖아요.
나는 준비를 마치자마자 로비로 향했다.
미리 나와 있던 김미소 비서가 나를 맞았다.
김미소 비서는 연한 핑크빛의 드레스를 입은 채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김 비서님….”
내가 다가가자 김미소 비서는 머쓱한 듯 웃었다.
“대표님, 드레스는 처음이라 저 좀 이상하죠?”
“아, 아니에요.”
“근데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그거야…
[평소보다 더 예뻐서…. 평소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예뻐서 본 거야. 오해하지 마, 김 비서!]